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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언두
그림/삽화
허언두
작품등록일 :
2024.08.24 23:36
최근연재일 :
2024.09.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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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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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화: "일상 속의 작은 변화"

DUMMY

[ 4화 ]


“어쩌다가 3반 친구가 문과인 13반에서 나오는 거야??”


당돌한 성격을 지니고 있던 설이는 이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당당하게 말했다.


“뭐야, 니들 좀 있으면 수업 종 치니까 모여 있지 말고 빨리 들어가!”


“어머머.. 지금 우리들 걱정해 주는 거야?! 이거 참 영광인데?”


“그니까 킥킥,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애 한테 걱정을 받다니.. 아주 그냥 미치겠다”


설이는 자신을 둘러싼 일진들의 비꼬는 말에 더 이상 당황하지 않고, 냉정한 목소리로 반응했다.


“너네,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


“왜 그러긴~ 알잖아~ 우리가 왜 이러는 지”


“뭐! 뭘 알아 내가!”


“하.. 쯧, 꼭 말하게 만드네”


“우리 은우 마음 언제 받아 줄 거야~~”


“그래그래! 우리 은우 고백에 빨리 답장 줘야지~”


일진들의 말에 설이는 놀라며 얼굴이 붉어졌다. 순간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기 어려운 설이는, 화가 난 표정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야! 너희, 조용히 못해?!!”


설이는 강하게 일진들의 입을 막으려는 듯 손을 내밀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반응했다.


일진들은 달려오는 설이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더욱 놀리기 시작했다.


“우리 은우, 정학 금방 풀리는 거 알지? 조만간 학교 다시 올 거야~”


설이는 놀라움과 혼란 속에서 일진들이 하는 말을 다 듣고 있었다. 이어서 다른 일진이 입을 열었다.


“아 맞다, 은우가 너 보면 전해달랬어~ 사.랑.한.다.고.”


설이는 그 말을 듣고 얼어붙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라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마음속에서 혼란과 당황이 뒤섞였고,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진짜... 그런 얘기 하지 마,” 설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진들은 설이의 반응에 쾌활하게 웃으며, 여유로운 자세로 말했다.


“그럼, 이제 가볼게. 수업 종 치기 전에 얼른 들어가야지~ 큭큭”


일진들이 떠나고 그 자리에 남은 설이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해 혼자서 머리를 정리했다. 그들의 장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면서도, 최대한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애썼다.


은우는 학교에서 잘생기고 카리스마 넘치는 일진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그의 외모는 누구나 인정할 정도로 매력적이며, 그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주변 사람들을 항상 압도했다. 그러나 이런 매력적인 외모 뒤에는 규칙을 무시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이 가려져 있었다. 최근에는 큰 사고를 치고 정학을 당해 현재는 배달 알바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은우는 설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려 하지만, 그 방식이 종종 지나치다. 일진 무리와 함께 장난스럽게 설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거나, 정학 중이라는 상황을 이용해 그녀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그의 접근 방식은 설이를 놀라게 하거나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의 행동은 잘생긴 외모와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설이에게 불편함을 주는 일도 있다. 은우는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며, 동시에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의 행동은 종종 무례하게 비춰지기도 한다.


다시, 교실로 돌아온 설이는 무척이나 걱정하고 있었다.


“아.. 어쩌지.. 그 녀석이 돌아온다고?! 아.. 걔 싫은데...”


은우가 조만간 학교로 복귀한다는 소식에 설이는 연필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의 복귀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가득 차서,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수업 동안 계속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거나, 연필을 손에 쥐고 공중에서 휘저으며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결국, 설이는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수업을 마치고 말았다.


스트레스로 인해 머리를 막 헝클어트리며 설이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과 걱정이 겹쳐져서 마음이 복잡해진 그녀는, 어떻게든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지만, 이미 어질러진 마음은 한숨만 내쉬게 할 뿐이었다.


“하....”


그 시각, 해인은 쉬는 시간이 되어도 보이지 않는 설이의 모습에 자꾸만 설이가 생각나고 보고 싶어졌다. 뭐 얼마나 봤다고 이럴까 싶을 정도로 설이를 향한 해인의 사랑은 찐 사랑이었다.


“왜 안 오지..? 안되겠다!! 내가 가봐야지!”


해인은 만난 지 겨우 하루, 알게 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설이를 보고 싶어서 3반으로 향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해인의 마음은 깊어졌고, 설이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해인의 반 친구들은 쉬는 시간마다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해인을 보고 익숙해져 있었기에, 그가 갑자기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야, 쟤 어디 가냐?”


“설마.. 그 문 설 안 왔다고 찾아가는 거 아니야?!”


“와 씨 킥킥 미치겠다 진짜”


“사랑이 저 무거운 엉덩이도 들게 만드는구나..”


친구들이 그의 행동에 놀라는 사이, 해인은 곧바로 3반으로 향했다. 설이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해인은 걸음을 재촉하며 교실 문을 열었다. 설이의 모습을 찾기 위해 교실 안을 둘러보며 마음속으로는 그녀의 모습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오잉..? 반에 없네..? 설마 엇갈린 건가??”


설이가 반에서 보이지 않자 해인은 설이가 자신을 보기 위해 13반으로 향해 엇갈린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


“와.. 소름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어긋남이지?!”


설이의 마음도 모른 체 해인은 행복했다. 어서 빨리 설이를 만나 이 해프닝을 전하고 싶었다. 서둘러 13반으로 돌아가는 해인은 엉덩이가 둥실 둥실 움직였다.


“어잉..? 또 없네..?”


13반으로 돌아온 해인은 이곳에도 설이가 보이지 않자 생각했다.


“혹시.. 설마.. 또 엇걸린 거야?! 하하하 이거 참~”


해인은 설이와 계속해서 어긋난다 착각했다.


설이 역시 자신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한 해인은 혼자서 생쇼를 하며 3반과 13반을 오가며 설이만을 기다렸다.


그는 3반으로 돌아가고, 다시 13반으로 향하면서도 기분이 한껏 밝았다. 설이가 자신을 찾기 위해 돌아왔을 거라는 생각에, 그의 발걸음은 가볍고 즐거웠다.


“설이야~ 어딨어~ 나는 여깄어~~”


계속해서 교실을 오가면서, 자신의 감정이 깊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설이를 찾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그 자체로 행복한 경험이 되고 있었다.


반 친구들은 자꾸만 왔다갔다 거리는 해인을 보며 말했다.


“쟤 아까부터 뭐 하는 거야?”


“그니까 자꾸 왔다 갔다 거려”


“내가 볼 땐 쟤는 확실히 바보야”


“킥킥 인정”


“어휴.. 저 바보.. 공부라도 잘하는 게 어디야..”


결국 해인은 설이를 마주치지 못한 채 쉬는 시간이 끝나버렸다.


"우와.. 이게 가능한 일이야?! 진짜 어디까지 통한 거야 우리?!"


해인은 쉬는 시간 내내 설이와 길을 엇갈렸다고 착각했다. 설이를 만나면 꼭 할 말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계속해서 마주치지 못했다. 종이 울리자, 해인은 어쩔 수 없이 13반으로 돌아갔다. '이제 더 이상 기회가 없겠지···'라는 생각에 살짝 속상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편, 3반의 설이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자리에 앉아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은우가 돌아온다는 소식이 귓가에 계속 맴돌아, 다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해인을 찾을 여유는 전혀 없었다.


설이는 자신의 앞에 펼쳐진 책을 멍하니 바라보며,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불안감을 애써 누르려 했다.


“은우가 돌아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해인은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하면서도 자꾸만 설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오늘따라 설이를 이렇게 못 만난 거지?”


해인은 우연치고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그날 오후, 해인은 마음속 불안함을 떨쳐내지 못한 채로 종례 시간까지 버텼다. 계속해서 설이의 모습이 떠올랐고,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종례가 끝나자마자 해인은 급히 가방을 챙겨 들고 다시 설이를 찾아 나섰다. 이번엔 정말로 만나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3반으로 향했다.


설이도 종례가 끝나자 곧장 교실을 나섰다. 은우의 이야기는 쉬는 시간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 불안함은 쉬는 시간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았다. 은우가 예전처럼 자신을 쫓아다니면 어떡하지, 다시 그 무거운 시선들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설이는 복도 끝에 있는 창가로 다가가며 생각에 잠겼다.


해인은 3반 교실 앞에 다다랐지만, 교실 안을 둘러봐도 설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이 어디 간 거야?' 해인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고민에 빠졌다. 어쩌면 설이가 아까부터 일부러 자신을 피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해인은 머리를 흔들며 생각을 부정했다.


그러던 중, 해인의 눈에 멀리 창가 쪽에 서 있는 설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해인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설이에게로 다가갔다. 설이는 여전히 무언가에 깊이 생각에 잠겨 있었고, 해인이 다가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설아!”


해인이 가까이에서 설이를 부르자, 설이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해인아···”


설이는 순간적으로 해인을 보고 안도했지만, 곧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이 되었다.


“설이야, 아까부터 찾았어. 어디 갔었어? 무슨 일 있어?”


해인은 설이의 얼굴을 자세히 살폈다. 설이의 표정에서 불안감이 느껴졌고, 해인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설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해인아··· 은우가··· 은우가 돌아온대.”


설이는 조용히, 그러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해인은 그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뭐? 은우? 그 일진? 잘 나가는 애?”


“어.. 맞아.. 걔..”


“어떻게 생긴 애였더라..?”


“해인이 너.. 은우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


“어.. 잘은 모르는데 무섭게 생겼던 거 같아..”


“맞아.. 걔 생긴 것도 좀 무서워.”


설이는 해인의 시선을 피하며 조용히 말했다.


해인은 설이의 손을 꼭 잡았다.


“걱정하지 마, 설아. 내가 옆에 있을게. 그 사람이 뭐라든지 우리가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설이는 해인의 따뜻한 손길에 조금씩 마음이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해인의 진심 어린 말에 마음이 놓였다.


“고마워, 해인아.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언제든지, 설아. 우리 둘이 함께라면 뭐든지 해낼 수 있어.”


해인은 설이의 손을 잡고 창가에서 잠시 둘이서 조용히 서 있었다. 창밖으로는 해가 서서히 지고 있었고, 하늘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해인의 손은 따뜻하고 안정감 있었으며, 설이는 그 감촉에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교.. 같이.. 할까?”


해인은 부끄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러자, 같은 아파트에 사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해인과 설이는 해인의 집으로 걸어가면서 해인이 물었다.


“설아, 배고프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뭐든 괜찮아. 네가 시키는 대로 해도 좋아”


“아냐, 너한테 선택권을 넘겨줄게.. 우리 집에 공부하러 오는 첫 손님이거든..”


“우와, 진짜야? 내가 너네 집에 처음 가보는 거야?”


“어.. 헤헤, 그렇지 뭐...”


“음... 그러면 나 떡볶이! 먹고 싶어!!”


“떡볶이? 알겠어! 잠시만 지금 누나한테 전화할게!”


해인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누나에게 전화하기 시작했다.


해인이 전화를 걸자 보영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누나!”


보영은 책상에서 공부하고 있던 중이었고, 조금 늦게 대답했다


“왜”


“누나! 나 친구랑 집에서 공부하려고 하는데 떡볶이 좀 시켜주라!!”


“친구? 너가 집에 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너가 드디어 미쳤구나?”


“어?! 갑자기??”


“야이씨 큭큭, 너가 친구가 어딨어 인마”


“아~ 진짜 누나.. 이번에는 진짜야 진짜라니까?”


보영은 컴퓨터를 켜고 떡볶이를 검색하며 메뉴를 확인하고 있었다.


“아 킥킥, 알겠어. 떡볶이라 했지?”


“어어, 누나!!”


“그래~ 알았다 빨리 와라”


“어!! 고마워, 누나”


전화를 끊고 해인은 설이에게 말했다.


“오케이!! 주문 완료했어! 이제 집에 가면 짠! 하고 떡볶이가 기다리고 있을거야”


“우와~ 너네 누님 진짜 좋으시다! 어떻게 이렇게 바로 사주셔?”


“그만큼 많이 부려먹어...”


“히킥히킥, 아 진짜?! 완전 웃겨”


해인은 다행히도 기분이 좋아보이는 설이에게 은근슬적 누나 보영의 자랑을 꺼냈다.


“우리 누나 나보다도 공부 잘해 모르는 문제 있으면 누나가 다 알려줄 거야!”


“오오! 진짜? 대박~ 나 아까 학교에서 못 푼 문제 있었는데 가면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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