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산맥에서 온 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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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26 11:19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91,934
추천수 :
4,169
글자수 :
119,535

작성
24.08.28 16:45
조회
11,561
추천
206
글자
6쪽

002. 사람을 찾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 인물, 지명, 사회 등은 현실과 무관하며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을 위한 세계관 설정, 창작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002. 사람을 찾습니다.











벤츠 E250 아방가르드 한 대가 밴프 국립공원 관리 사무소 앞에 멈춰 섰다.


호기심 섞인 표정으로 차를 보고 있던 관리소 남자들이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시골구석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도시풍의 세련된 미녀가 선글라스를 쓰고 차에서 내렸기 때문이다.


“어휴, 좋은 곳도 많은데, 왜 이런 깡촌까지 들어와서 사는 거야.”


에일리는 짜증을 흘리며 차 문을 거칠게 닫았다.


서류 몇 장 전달하는 일이라기에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단순해 보이던 이 일이 이렇게 고된 업무가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미국에서 프랑스. 프랑스에서 영국, 스페인을 거쳐 이곳 캐나다까지. 쉴 틈도 없이 보름을 이동했다.


눈앞에 침대가 있다면 벌러덩 누워 기절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피곤이 몰려왔다.


“말 좀 물을게요.”


반짝이는 금발 미녀가 도움을 청하자, 기회만 엿보고 있던 남자들이 기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사람을 찾고 있는데, 캔모어 다운타운에서 이쪽에 물어보라고 하더라고요.”


“누굴 찾는데, 여기까지 오셨을까.”


남자들은 에일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장난기 섞인 표정을 지었다.


“제임스 한을 찾고 있어요.”


“누구?”


“제임스. 제임스 한. 삼십 대의 동양인 남자입니다.”


“.....”


싱글싱글 다가오던 남자들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봤다.


“누구신데 그 사람을 찾는 겁니까?”


에일리는 품에서 명함을 꺼내 선임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건넸다.


“아, 변호사셨군요. 마틴 & 스미스 로펌이라. 뉴욕이면, 꽤 먼 곳에서 오셨습니다.”


에일리는 일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질문을 던졌다.


“아는 사람인가요?”


“물론입니다.”


남자의 대답에 에일리는 표정이 밝아졌다.

피곤해 죽을 것 같은 사람 찾기가 드디어 끝날 조짐이 보였다.


“어디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요?”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문제라도. 혹시 여기에 없거나···.”


“그건 아닙니다.”


“.....?”


“제임스를 만나려면 여기서 하루 정도 이동을 해야 합니다. 물론, 하루 종일 이동해야 한다는 건 아니고, 야간엔 움직일 수 없어서 그 시간도 포함해서 말하는 겁니다.”


에일리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여기서... 하루를 더 가야 한다고?’


이제 끝났구나 싶었는데, 일정이 다시 늘어났다.

편도가 아닌 왕복이니 최소 이틀, 재수 없으면 사흘이 될 수도 있다.


“크레이지···.”


“네?”


“아닙니다. 어디로 가면 되는지. 주소를 알려 주실 수 있을까요? 전달해야 할 서류가 있는데.”


에일리는 서류 가방을 꾹 움켜쥐며 제임스 한의 정확한 위치를 물었다.


“그게 주소로는 찾아갈 수가 없는 곳이라.”


에일리는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멀리 우뚝 솟아 있는 로키산맥을 가리켰다.


“산맥 안쪽입니다.”


“산맥 안쪽이라면···.”


“로키산맥 안으로 하루를 꼬박 이동해야 합니다. 당연히 주소 따위가 있을 리 없죠.”


“W... t.... F....”


꾹 다문 입술 사이로 욕이 흘러나왔다.


“그···. 어떻게 가면 될까요?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면.”


“주소도 없는 곳인데 내비게이션에 나올 리 없죠. 그리고.”


남자는 에일리가 타고 온 벤츠 세단을 바라봤다.


"저걸 타고 들어갔다간, 진흙 구덩이에 빠진 장화처럼 영영 잃어 버리게 될 겁니다. 무엇보다 산맥 안쪽은 셀폰 신호가 잡히지 않는 곳도 많습니다. 길을 잃거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도 구조 요청이 어렵다는 말이죠. 너무 위험합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 직원 안내를 받는 게 그나마 제일 나은 방법이긴 한데.”


선임의 말에 사내들이 눈을 반짝였다.

쳇바퀴 도는 지루한 일상에 금발 미녀와 데이트라니. 당장이라도 손을 들고 나설 분위기다.


‘미치겠네.’


마음 같아선 길바닥에 서류를 던져버리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힘들게 얻은 로펌 인턴직도 길바닥에 같이 버려질 것이다.


‘지구를 한 바퀴 넘게 돌았는데, 여기서 포기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


에일리는 짧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비용은 치를 테니,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



벤츠에서 여행용 가방을 꺼내자, 자신을 존이라고 소개한 관리소 직원이 재빨리 가방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


존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별말씀을. 그런데 이거 꽤 묵직하네요.”


“그러게요.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에일리는 짧게 한숨을 흘렸다.


뉴욕을 떠나 영국으로 향할 때만 해도 길어야 이틀, 늦어지면 삼일 정도 여정이었다. 서류 봉투만 전달하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짐도 간소했고, 이것저것 챙길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5개국 국경을 넘고 보름이 넘도록 외지 생활을 하다 보니, 속옷 몇 장과 갈아 입을 옷만 넣었던 여행 가방은 며칠 지나지 않아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 버렸다.


한나절 왕복거리면 굳이 챙겨갈 필요가 없지만, 최소 이틀. 어쩌면 삼일은 넘게 걸릴지도 모르는 거리다.


변호사로써 최소한 품위 유지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에일리가 조수석에 올라타자, 존은 안전띠를 매라며 손짓했다.


“아, 정신이 없네요. 고마워요.”


“별말씀을.”


에일리의 연이은 감사에 존은 순박한 시골 청년의 모습으로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픽업트럭에 시동이 걸리자, 디젤 특유의 엔진음과 진동이 좌석까지 전달됐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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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19. 에일리 앤더슨 +14 24.09.12 6,460 172 14쪽
18 018. 갚으면 된다. +9 24.09.11 6,650 159 12쪽
17 017. 산양길 초입에서 +4 24.09.10 6,650 150 11쪽
16 016. (Wr. 지미 핸슨) +8 24.09.09 7,182 176 13쪽
15 015. 지미는 웃고 웁니다. +14 24.09.08 7,339 186 9쪽
14 014. 스테노(Stheno)의 후임들 +16 24.09.07 7,773 195 12쪽
13 013. 컴백 홈 +4 24.09.06 7,712 17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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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007. 잊힌 옛 이름 +4 24.09.01 9,349 171 12쪽
6 006. 미처 말하지 못한 예언. +5 24.08.31 9,842 194 13쪽
5 005. 눈빛을 피하는 순간 +9 24.08.30 10,169 184 13쪽
4 004. 존, 존은 어디있나. +5 24.08.30 10,330 179 9쪽
3 003. 친절한 존과 함께. +9 24.08.29 10,899 203 13쪽
» 002. 사람을 찾습니다. +7 24.08.28 11,562 206 6쪽
1 001. 프롤로그 +2 24.08.28 11,723 134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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