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산맥에서 온 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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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26 11:19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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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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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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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15. 지미는 웃고 웁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 인물, 지명, 사회 등은 현실과 무관하며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을 위한 세계관 설정, 창작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015. 지미는 웃고 웁니다.











제임스는 야상을 벗어 옷을 안팎으로 뒤집었다. 그러자, 군청색 무늬가 아닌 옅은 청회색 겉감이 드러났다. 여기저기 얼룩이 져 있어서 언뜻 보면 바위 같은 질감이 느껴졌다.


등 부분에 검붉은 핏자국이 있었는데, 그걸 바닥에 쓱쓱 문질러 닦더니 다시 몸에 걸쳤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지미는 목소리 주인의 모습이 멀리 기암괴석과 뒤섞여 모자이크처럼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미는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상대가 보호색, 위장색 복장을 하고 있음을 뒤늦게 눈치챈 것이다.


“쉬었다 가라.”


지미는 엉거주춤 일어섰다.


“저기, 그러니까···.”


뭔가 말을 하고는 싶은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약속했고, 지켰으면 됐다. 그저 거래였으니까.”


“이제, 어디로 가시는지···.”


“나도 집에 가야지.”


"네..."


빈털털이로 돌아가야 하는 자신과 달리, 상대는 이미 천만 달러짜리 여자를 손에 넣었다. 당연히 산속을 헤매고 다닐 이유가 없을 것이다.


“기다리는 사람도 있고.”


“기다리는···. 사람.”


지미는 제임스의 말에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고향집에 자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떠올린 것이다.


'엄마....'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은 아쉽지만, 목숨이라도 건져서 돌아가는 게 어딘가. 이 모습 이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엄마는 언제나처럼 웃으며 자신을 반겨줄 것이다.


“조심히 돌아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기다리시는 분과 잘 만나시길 바랍니다.”


몸을 돌려 언덕 위를 걸어가는데, 지미의 말에 실소가 나왔다.


집에 가는 것도 맞고,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틀림이 없지만, 지미의 어감에 담긴 그리운 ‘누군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시킨 일은 잘 했는지 모르겠군.'


진과 블랙을 만나 이동을 했다면, 지금쯤 산양길을 지나고 있을 것이다.


제임스는 툭툭 바닥을 차더니,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지미는 제임스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눈에 담으려 했지만, 암반 지대에 들어서며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 버렸다.


“와씨. 엄청나게 빠르네.”


얼추 가늠해도 2~300m는 되는 거리였는데, 진짜 눈 깜빡할 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다시 바닥에 엉덩이를 붙인 지미는 허파 깊숙이 숨을 들이켰다 뱉었다.


뭔가 정신없이 슉슉 지나가는 느낌에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는데, 이제야 죽다 살아났다는 게 실감이 난 것이다.


그렇게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고 몸을 일으키는데, 어디선가 삑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귀를 세우고 소리가 난 방향을 살펴보니, 걸레짝이 된 딕슨에게서 나는 소리다.


그냥 무시하고 갈까 했지만, 그냥 확인 정도는 괜찮지 않겠나 싶어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가까이 다가간 지미는 딕슨의 건빵 주머니(utility pocket)에서 위성 전화기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딕슨이 가지고 다니던 청부 전용 단말기다. 이번 일을 의뢰한 오리 사냥터 외에도 다양한 청부 사이트가 연결이 되어 있다고 들었다.


삑- 삑-


단말기에 뭔가 계속 수신이 되는지 비프음 비슷한 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안테나를 뽑아 올리고 버튼을 누르자, 지문 인식 화면이 떴다.


딕슨의 손가락을 인식구에 가져다 대려는데, 검지가 보이질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이 갈겨댄 총알에 손가락이 잘린 모양이다.


딕슨 주변을 돌아다니며 뒤적거린 끝에 잘려 나간 검지를 찾아냈다. 옷에 쓱쓱 문질러 이물질을 제거하고 인식구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러자 잠김 화면이 풀리며 메시지창이 주르륵 올라왔다.


내용을 살피던 지미는 '이게 무슨 소리지' 하는 표정으로 다시 한번 메시지를 읽어 내렸다.


“머리 하나당 10만 달러?”


10만 달러면 딕슨과 계약 할 때 적어 넣었던 1년 치 연봉과 맞먹는 액수다.

그조차 보험이니, 장비 값이니 하면서 툭툭 잘려나가는 통에 실질적인 연봉은 7만 달러 정도였다.


다시 한번 의뢰 내용을 확인한 지미는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의뢰를 취소하면···. 배···. 백만. 달러!”


의뢰를 받은 오리 사냥터에 가서 취소 버튼을 누르고 그걸 캡처해서 반대편 의뢰자에게 보내면 한 방에 백만 달러가 들어온다는 뜻이다.


밑져야 본적이라는 생각에 즉각 중계 사이트에 들어갔다. 하지만, 추가 인증을 요구해서 취소 작업에 실패했다.


“아, 진짜. 내 백만 달러···.”


지미는 잔뜩 아쉬운 표정이 됐다.


추가 인증 화면에 이런저런 번호를 찍어 볼까하다가 그만뒀다.

알지도 못하는 암호를 이리저리 입력해봤자, 오류 횟수 오버로 자칫하면 단말기 자체가 다운될 수도 있다.


‘머리 하나당 10만.’


지미는 머리당 10만 달러짜리 의뢰로 들어가 [목록]을 내려받았다.


공중분해 된 존의 팀부터 자신이 속한 딕슨 팀, 함께 이동한 타이슨 팀을 제하고도 무려 다섯 개 팀이 목록이 올라와 있었다.


“와, 많이도 참가했네.”


앞으로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제임스인가 하는 놈을 잡기 위해 자신들 말고도 최소 마흔 명 이상이 이곳을 돌아다니고 있다는 뜻이다.


딕슨이 더 빠르게, 조금 더 빠르게를 외치며 급속 기동을 한 이유가 다른 경쟁자들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봤자, 제임스 그놈은 목소리님 몫이다. 너희들은 그 분에게 안돼.”


유령처럼 나타나 세 개 팀을 순삭해 버리고 제임스의 위치를 알고 있는 여자 변호사를 납치해 슉- 사라져 버린 목소리님이다.


이쪽 경험이 일천한 지미가 보기에도 목소리님의 실력은 최상급, 아니 플레티늄급 실력자였다.


지미는 딕슨을 시작으로 타이슨까지 다섯의 얼굴을 촬영해 의뢰자에게 발송했다.


* 딕슨, 제이, 홀시, 타이슨, 마크, 볼턴 – 확인시 입금 계좌는···.


삑-


* 확인 완료. 50만 달러 입금 완료.

* 지미 핸슨. Thank You for Your Service


“와왓!”


임금이 완료됐다는 메시지에 지미는 화들짝 놀란 표정이 됐다. 긴가민가해서 대충 찔러본 건데, 진짜 돈이 입금된 것이다.


물론 입금 내용이 진짜인지 확인하려면 통신이 안정적인 곳까지 이동을 해서 자신의 폰으로 계좌를 열어봐야겠지만, 이런 일로 장난을 칠 이유는 없다.


“50만 달러···.”


이 돈이면 아버지가 남긴 빚도 갚고 은행에 잡힌 집도 구할 수 있다.


“분지에 있는 놈들까지 다 찍어서 올리면···.”


얼굴이 멀쩡한 놈 위주로 찍어야 하기에 전부를 돈으로 바꿀 수는 없겠지만, 못해도 100만 달러는 추가로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그 돈이면 집 주변에 적당한 땅도 사고 어머니와 함께 농사도 지으면서 꽤 넉넉히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넉넉한 게 뭐야. 넘치고도 남지."


지미는 삑- 삑- 거리는 단말기에 연신 키스를 날렸다.


“죽지 않고 살아 있길 잘했다. 지미! 잘했다고!”


죽도록 고생만 하고 빈손으로 돌아가는구나 싶었는데, 막판에 잭팟이 터진 것이다.


“목소리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거래를 제안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긴장감 때문에 몸이 늘어졌던 지미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힘이 팔팔 넘쳤다.


언덕을 내려가고 군락지를 관통하고 분지까지 한달음에 뛰어갔다.


그리고 바쁘게 사진을 찍어 의뢰자에게 날렸다.


* 확인 완료. 80만 달러 입금 완료.

* 지미 핸슨. Thank You for Your Service


"오오!"


100만을 예상했지만, 아쉽게도 두 놈은 얼굴이 엉망진창이라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50만 달러에 80만 달러. 합계 130만 달러를 손에 넣었다.


빈털터리 짐꾼에서 순식간에 백만장자가 된 것이다.


“엄마. 아들 지미가 부자 됐어요! 이제 됐다고요! 하하하하. 엄마! 조금만 기다려요. 저 지금 바로 갑니다!”


삑-삑- 삐삐삐삐-


주먹을 불끈 쥐고 엄마를 외치는데, 단말기에서 비프음이 요란하게 흘러나왔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 싶어 화면을 확인하는데, 울고 웃던 지미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이 됐다.


* 지미 핸슨(배신자) - 척결 시 30만 달러.

* 의뢰 – 오리 사냥터


“뭐?”


지미는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게···. 뭐야.”


자신의 이름과 사진이 등록됐고, 붉은 글자로 ‘척결 대상’이라는 글자가 낙인처럼 박혀있었다.


삑-삑-삐삐삐삐----


메시지 옆에 의뢰 확인 숫자가 가파르게 올라갔다. 실시간으로 수락이 이뤄지고 있었다.


지미의 얼굴은 창백함을 넘어 시큼털털 까맣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아···. 안돼.”


지미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조금 전 백만장자가 됐는데,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사망 예정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지미는 자신의 빰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정신 차려! 지미 핸슨.”


지미는 다리를 몇 차례 쿵쿵 내리치더니 뒤뚱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목소리···. 목소리님에게 가야 산다.”


지미는 왔던 길을 되돌아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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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19. 에일리 앤더슨 +14 24.09.12 6,460 172 14쪽
18 018. 갚으면 된다. +9 24.09.11 6,650 159 12쪽
17 017. 산양길 초입에서 +4 24.09.10 6,649 150 11쪽
16 016. (Wr. 지미 핸슨) +8 24.09.09 7,179 176 13쪽
» 015. 지미는 웃고 웁니다. +14 24.09.08 7,336 186 9쪽
14 014. 스테노(Stheno)의 후임들 +16 24.09.07 7,771 19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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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내가 뭘 잘못했다고... +4 24.09.05 7,556 163 10쪽
11 011. 반문하지 말라고! +13 24.09.04 7,812 168 11쪽
10 010. 잘했다. +4 24.09.03 8,163 15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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