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산맥에서 온 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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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26 11:19
최근연재일 :
2024.09.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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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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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 너도 나도 다 죽어.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 인물, 지명, 사회 등은 현실과 무관하며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을 위한 세계관 설정, 창작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023. 너도 나도 다 죽어.











“제임스! 제임스? 헬로?”


올리비아는 다급한 표정으로 제임스를 불러대다가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꽝!


몸체와 부딪친 수화기가 부러질 듯 요란하게 소리를 내자, 전화기 주인 미키는 행여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심기 불편한 마녀처럼 암흑 에너지를 줄줄 흘리는데, 괜히 눈을 마주쳐봐야 자신만 손해다.


알버트가 함께 있을 땐, 그럭저럭 자제하는 것 같더니 본격적으로 지휘를 시작하자 본색을 드러냈다.


“야!”


'아씨···. 그냥 좀 넘어가면 안 되나?'


“네!”


“이거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 동네방네 세상 곳곳에 다 소문을 내는 바람에 개나 소나 다 몰려왔다는데! 이제 이거 어떻게 할 거냐고!”


아니, 그거야 알아서 처리하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한 건데. 이제 와서 이러시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 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술이 도무지 떨어지질 않았다.


미키는 잔뜩 얼어붙은 표정으로 발끝만 바라봤고, 알랭은 자신에게도 불똥이 튈까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제임스가···. 폭군이 세상에 내려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


당연히 모른다. 폭군이 뭐 하는 놈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 사람은!”


'휴, 결국엔 내 이럴 줄 알았다. 책임 고민하고 어쩌고 할 시간 어디 있냐고 그렇게 쏘아 붙이더니, 이렇게 덮어 씌우는 구나.'


미키는 억울한 마음에 눈망울이 촉촉해졌다.


정보부에 들어 올 때는 나름대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1년 넘게 전화기만 지켜보다가 이렇게 잘리는 구나 싶었다.


“됐다. 너한테 뭔 말을 하겠냐. 어차피 책임은 내 몫인데."


책임 부분을 자신에게 돌리며 한숨을 쉬는 올리비아 모습에 미키는 '어.....'하는 표정이 됐다.


미친년처럼 하도 난리를 쳐서 '네가 벌인 일이니, 책임도 네가 지는 거야! 알았어?' 이런 소리가 나올 차례구나 싶었는데 의외의 말이 흘러나온 것이다.


"의뢰 넣었던 것이나 싹 다 취소해. 소란스럽기만 하고 더는 도움도 되지 않는 것 같으니.”


그래서 였을까. 입에 본드 바른 것처럼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미키는 '살짝' 용기를 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고, 소수지만 그래도 우리 쪽 의뢰를···."


"네가 돈 낼래?"


"네? 그건 좀···."


한두 푼도 아니고 건 당 30만 달러다. 미키 자신의 연봉이 15만 달러니, 머리 하나에 2년 치 노동비와 맞먹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자신이 올려놓고도 엄청난 액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태평양 같은 회사 운영비와 보고 의무 없는 비공식 자금까지 생각하면 그 정도는 대충 지나가다 물 한 컵 떠낸 정도다.


"때에 따라선 가성비를 따지기 보다...."


"가성비 같은 소리하고 앉아 있네. 여기서 쓰는 돈. 이거 전부 은퇴자들이 넣어둔 보험금이야. 땅 파서 나온 돈 아니라고! 네 주머니에서 나오는 거 아니라고 그렇게 막 쓰면 어쩌자는 건데!"


자신들이 쓴 돈이 회삿돈이 아니라 은퇴자가 넣어 둔 예치금이었다는 말에 미키는 물론이고 알랭도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


"아니, 왜···. 돈을 은퇴자가···."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이젠 회사 직원도 아닌데, 회사에서 왜 돈을 쓰냐? 회사가 여길 운영하는 것은 은퇴자가 문제를 일으키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대응하기 위한 것뿐이야."


"....."


"뭔가 단단히 착각하는 것 같은데, 여긴 은퇴자를 위한 실버타운 같은 게 아니야. 회사에 피해가 갈 상황이거나, 차후 문제가 될 요소가 있다고 판단이 되면 은퇴자를 은퇴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부서라고!"


미키와 알랭은 ‘네에에에에?’ 하는 표정이 됐다.


이곳이 은퇴자를 은퇴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라곤 전혀 생각을 못 했기 때문이다.


"은퇴자를 은퇴시키는 부서인데 왜 은퇴자들이 보험금을 넣어두는지 의문인 표정이군."


끄덕. 끄덕.


"은퇴자를 은퇴시키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인지 확인을 하고 회사의 '자그마한' 도움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은퇴'를 시키지 말고 조용히 해결해 달라고 돈을 넣어 둔 거다. 회사도 전직 요원과 서로 총질을 해 대는 것보다 조용히 해결하는 편이 이득이니 그렇게 하자고 합의를 한 거고."


"아···!"


둘은 이제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폭군은 다른 은퇴자처럼 은퇴시키기가 힘들다는 거야."


"능력이···. 대단한가 보죠?"


"그래! 폭군을 은퇴시키려다 우리가 은퇴당할 확률이 더 높고 우리만 은퇴를 당하는 게 아니라, 회사도 팔다리 하나는 내놔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단 말이다. 국장님이 아니 위원님이 폭군의 하산을 어떻게든 막으라고 한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고!"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다.


마이너스 계좌에 연동된 보험금 규모가 10억 달러가 넘고, 그 돈 대부분이 제임스 호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나중에 다른 은퇴자들도 소소히 금액을 추가하긴 했지만, 말 그대로 소소한 수준이다.


보험금을 이용해 은퇴자의 어려움을 살펴주는 제도 자체가 제임스의 요청과 지원금으로 시작된 것이라 은퇴자들 사이에선 코드 네임 폭군의 별칭이 '키다리 아저씨'다.


이대로 소란이 가라 앉지 않고 문제가 지속된다면 누군가 관심을 갖기 시작할 것이고 제임스가 폭군임을 알아차리는 자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회사에선 어떻게든 이를 틀어 막고 필요하다면 언론을 동원해서라도 조작하고 감추겠지만, 드러난 사실을 무한히 막을 수는 없다.


제임스 덕분에 목숨을 구하고 가족을 지킨 은퇴자들이 제임스에게 어려움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바닥은 목숨을 빚지면 갚는 게 상식인 세상이다.


온갖 전장을 떠돌고도 죽지 않고 돌아와 은퇴까지 마친 베테랑들이 독기를 품고 거리에 쏟아져 나온다면, 이미 그 자체로 악몽이다.


너도 나도 은혜 갚는 까치가 되겠다며 제임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돌격을 해 버릴 것이다.


그런데 그 상황에 은혜 갚는 까치만 등장을 할까?


폭군에 원한을 가진 자, 회사와 적대적 관계에 있는 조직, 혼란에 끼어 돈 좀 벌어보겠다는 양아치들과 빌어먹을 오리 사냥터의 청부업자들까지.


온갖 잡놈들이 얼굴을 내밀 것이다.


‘젠장! 도대체 어떤 미친놈이 산속에서 조용히 사는 사람을 건드린 거냐고!’


제임스 한 명도 감당하기 벅찰 지경인데, 이들이 한데 엉켜 총질을 시작하면 도시 전체가 순식간에 전쟁터로 변해 버릴 것이다.


'시발.... 생각만 해도 눈 앞이 캄캄해 지네.'


올리비아는 밑도 끝도 없이 밀려드는 스트레스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가 책임을 묻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면 너도 저기 파티션 뒤에서 꼼지락거리는 알랭도, 지원 책임자인 나도 다 죽어."


미키는 그렇게 심각한 상황인지 전혀 몰랐다는 듯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



지미의 목을 노리는 놈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길을 잘못 들어 우연히 마주쳤던 다섯은 금세 일곱으로 늘어났고 이젠 몇 놈이 쫓는지도 모를 정도가 됐다.


등짐과 빠른 발 덕분에 몇 번이고 죽을 위기를 넘겼지만, 체력적으로 점차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지구력에 있어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던 지미지만, 등짐을 지고 한 시간 넘게 산속을 뛰어다니는 건 철인 삼종 경기를 사뿐히 지르밟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강행군이었다.


“제···. 기랄···. 그만 좀 따라오라고···.”


뛰는 게 아니라 거의 걷다시피 휘청거리던 지미는 돌조각 하나를 잘못 밟는 바람에 발목이 삐걱 나가버렸다.


“악!”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는데, 머리 위로 피융! 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가 스쳐 갔다. 그리고 잠시 뒤 ‘타아아아아-앙!’하는 소리가 울렸다.


총알보다 소리가 늦게 들린 걸 보면, 장거리 저격이다. 발을 삐끗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머리가 날아갔을 것이다.


가까이 쫓는 놈들도 지긋지긋한데, 이젠 멀리서 머리만 노리는 놈까지 나타났다.


허겁지겁 바닥을 기어 도망을 치는데, 연달아 총탄이 날아들었다.


얼굴 옆에 총알이 퍽퍽! 박히며 흙덩이가 튀어 올랐다.


“히익!”


얼굴이 하얗게 뜬 지미는 순간 돌처럼 굳어있다가 ‘으아아아압!’ 기합을 지르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대로 있으면 무조건 죽는다. 죽을 때 죽더라도 끝까지 움직이다 죽어야 했다.


삐끗한 발목 때문에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다시 넘어졌는데, 귓가로 뭔가 스쳐 지나가더니 앞에 나무 둥치에 구멍을 냈다.


퍽! 타아앙-!


"큽!"


하마트면 목이 뚫릴 뻔 했다는 생각에 헛바람이 흘러나왔다.


'멈추면 죽는다. 계속 움직여야 해!'


다시 일어나 비틀비틀 뛰기 시작했다.


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정신력도 체력도 끝에 도달한 듯했다.

몇 걸음 뛰기도 전에 또 다시 바닥에 넘어졌다.


피융! 퍽! 타아-아앙!


이번에도 운이 따랐다. 넘어진 자리 위로 저격탄이 쌩! 지나간 것이다.


지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저격하는 놈이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열 좀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악. 하악.... 으흐흐흐. 그래. 난 안 죽어. 이 정도로는 절대 안 죽는다고! 나는 슈퍼 럭키 가이거든!”


반쯤 정신줄을 놔 버린 지미는 미친놈처럼 킥킥거리다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야이! 개새끼들아! 나는 꼭 살아서 집에 갈 거다! 집에 가서! 엄마가 해준 밥 먹고! 웃고 떠들고 그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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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024. 유니콘은 무슨. 그냥 너드겠지. +10 24.09.17 6,141 205 12쪽
» 023. 너도 나도 다 죽어. +15 24.09.16 6,538 195 10쪽
22 022. 리미트, 파이브 데이즈 +14 24.09.15 6,733 205 12쪽
21 021. 절반! +22 24.09.14 6,974 192 12쪽
20 020. 활짝 웃는 얼굴 +18 24.09.13 7,084 197 14쪽
19 019. 에일리 앤더슨 +15 24.09.12 7,434 20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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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스테노(Stheno)의 후임들 +16 24.09.07 8,813 228 12쪽
13 013. 컴백 홈 +4 24.09.06 8,768 211 11쪽
12 012. 내가 뭘 잘못했다고... +4 24.09.05 8,581 19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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