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산맥에서 온 폭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26 11:19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91,800
추천수 :
4,166
글자수 :
119,535

작성
24.09.07 07:45
조회
7,768
추천
195
글자
12쪽

014. 스테노(Stheno)의 후임들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 인물, 지명, 사회 등은 현실과 무관하며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을 위한 세계관 설정, 창작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014. 스테노(Stheno)의 후임들











올리비아는 차에 오르자 곧바로 보고를 시작했다.


상황을 전해 듣던 알버트는 에일리 러쉬가 누구냐고 물었다.


“에일리 러쉬에 대한 부분은 신원 조회를 넣어 뒀습니다. 자료가 올라오는 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 콜센터에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제임스가 직접 연락해 왔다고?”


제임스가 지원 요청을 해올 정도면 일이 꽤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청부자는 확인했나?”


알버트의 질문에 올리비아는 살짝 난감한 표정이 됐다.


“현재 알아보는 중입니다만, 위원님도 아시다시피 오리 사냥터는 의뢰인에 대한 정보를 깐깐하게 관리하는 곳이라.”


청부가 진행되는 곳이 오리 사냥터라는 말에 알버트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하필이면 오리 사냥터라니. 쉽지 않을 것 같군.”


냉전 시절 작은 정보상으로 출발한 유통처였는데 거래자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비용처리까지 칼같이 지켜내면서 이쪽 세계에 단단히 자리를 잡은 곳이다.


보안 처리가 워낙 확실하고 신뢰성 또한 높다 보니, 각국 정보부는 물론이고 프리랜서들까지 모여들어 일종의 마켓이 형성됐다.


냉전이 끝나고 잠시 시들해지는가 싶었지만, 정보 거래에 청부 중계까지 업종을 확장시켰고 큰 성공을 거두면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곳이다.


고전적인 사서함 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넷 세상에 자리를 잡은 현재는 더욱 정체를 밝히기 힘든 존재가 됐다.


한때, 자금 추적을 통해 꼬리를 잡는가 싶었지만, 코인이라는 망할 것이 등장하면서 그조차 힘든 상황이다.


“제임스가 요청한 사항은?”


“역 청부입니다. 우리쪽 아이디를 이용해서...”


“흠.”


알버트는 잘게 고개를 흔들었다.


“청부가 거부당할 가능성이 높겠군.”


최소 3년. 100만 달러 이상의 일반 거래가 이뤄져야 회원 자격이 생기고, 그 회원도 정보기관처럼 코드명으로 관리를 한다. 어찌어찌 코드명을 알아냈다고 해도 주인을 특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대응팀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칫 잘못 건드리면 대응팀 자체가 날아 걸 거야. 놈들은 고객 보호에도 열성이지만, 자신들 사업에 간섭하는 자들은 두고 보지 않으니까.”


"....."


“오리 사냥터가 지금껏 살아남은 것은 의뢰자 정보 보호에 성공을 했기 때문이야. 그런데 돈 몇 푼에 제놈들 명줄을 내 놓겠나? 사업 자체가 붕괴될 텐데?”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올리비아, 청부업체가 오리 사냥터만 있는 건 아니잖나.”


“경쟁 업체를 섭외하겠습니다.”


“청부 금액이 얼마라고?”


“이천만입니다.”


“업체당 이천으로 하지. 최소 세 곳은 섭외하게. 제임스가 산을 내려오기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해.”


“네. 위원님.”


“제임스가 왜 산에 들어갔는지 올리비아 자네도 잘 알지?”


“네. 잊힐 시간을···.”


올리비아의 말에 알버트는 픽- 웃어버렸다.


올리비아는 알버트의 반응에 눈을 껌뻑였다. 자신이 잘 못 알고 있냐는 눈빛이다.


“피를 식히러 간 거네.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평범하게 살아가기 위해.”


“피를 식힌다는 말이···.”


“비유기도 하고 실제이기도 하고. 제임스의 바람이기도 하고···.”


알버트는 몇 마디 말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듯 말을 흐렸다.


알버트의 반응에 올리비아는 미간을 작게 찌푸렸다.


그가 은퇴하기 전까지 무려 6년간, 제임스의 전담 서포터였던 자신이다.

누구보다 그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모르는 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다.


5년. 그가 세상과 연을 끊고 산에서 지내겠다고 한 시간이다.


언제고 그가 산에서 내려오면 업무 담당 서포터 코드명 ‘스테노(Stheno)’가 아닌 한 명의 여자, 올리비아로 만나길 기대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까.


내심 화가 나기도 하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대응팀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던 알버트가 고개를 돌렸다.


“담당 요원들의 능력이 너무 떨어집니다. 대응팀을 보강하거나, 교체할 것을 건의드립니다.”


“흠.”


알버트는 올리비아의 의견에 선뜻 답을 주지 않았다.


“위원님?”


“조금만 더 지켜보고 결정하지.”


“그렇다면 인사 담당자에 대한···.”


“올리비아.”


“네. 위원님.”


“내가 꽂았네.”


“네?”


“그 두 사람을 대응팀에 넣은 게 날세.”


“어···. 아···. 그···.”


인사 담장자의 모가지를 날려버려야 한다는 말을 꺼내려 했던 올리비아는 뒷말을 잇지 못하고 이상한 소리만 반복했다.


‘아니, 그 어리바리한 놈들을 왜...’


“올리비아.”


“네.”


“때론 말일세. 이것저것 다 잘하는 놈보다는, 조금 어수룩해도 자기 일만 잘하는 놈이 더 쓸모가 많다네. 현장 업무가 아닌 지원 업무는 더더욱 그러하지.”


미키인가 마우스인가 하는 놈과 알랭이라는 놈에게 자신이 모르는 능력이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자네처럼 가끔 이레귤러가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그게 흔한 일은 아니지. 완벽 주의를 추구하는 자네에 비하면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그래도 잘 키워보게. 따지고 보면 자네 후임들 아닌가.”


차갑고 냉정한 분위기를 고수했던 올리비아 얼굴에 살짝 훈풍이 불었다. 상사에게 칭찬을 받고 인정을 받는 건 언제든 기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물어볼 건 물어보고 알아두어야 할 건 알아두어야 한다.


“제임스가 산에서 내려오기 전이라고 하셨는데.”


“그랬지.”


“다른 문제가 있는 거라면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누가 뭐래도 저는 폭군의 전담 파트너이자 서포터였던 스테노(Stheno)니까요.”


“음···.”


올리비아의 요청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제임스에 관한 내용은 많은 부분이 1급 보안 사항이고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자신의 손으로 직접 파기해 버린 문서도 적지 않다.


일이 잘 마무리가 된다면 상관없지만, 그가 산에서 내려와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다니기 시작하면 어디까지 일이 커질지 알 수가 없다.


과거엔 조직이라는 울타리에서 움직였기에 어느 정도 컨트롤이 가능했지만, 이젠 완전히 자유인이 된 상태다.


문제가 생길 것을 대비해 언질은 해 둬야겠지만, 그걸 어디까지 공개를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됐다.


내가 아는 것은 다른 사람도 알 가능성이 크고, 너만 알아야 한다는 것은 네 주변 사람도 알게 되리라는 말과 동의어다.


올리비아를 의심하거나 신뢰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죽어도 모르는 것과 죽지 않기 위해 떠들 거리가 있는 건 꽤 큰 차이다.


오랜 세월 정보를 다뤄온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결론을 냈다.


“자네는 알 필요 없는 문제네.”


“.....네. 알겠습니다. 위원님이 그렇게 판단하셨다면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잠시 뜸을 들이긴 했지만, 올리비아는 충분히 이해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이 바닥 고인물.


알버트가 저런 태도를 보일 땐, 파고들기 보단 묵묵히 제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


“미치겠네.”


미키는 잡지를 돌돌 말아 자기 머리를 연신 내리쳤다.


“또 왜?”


“아, 이 새끼들이 청부를 거부하잖아요. 한두 푼도 아니고 이천만 달러짜리 청부인데!”


미키는 한참을 씩씩대다가, 뭔가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처럼 돌돌 말린 잡지로 자기 머리를 다시 내리쳤다.


“아이고, 멍청한 놈아. 청부를 하라고 했지. 여기에 하라는 말은 없었잖아.”


미키는 눈을 부라리며 오리 사냥터를 노려보더니, 수준 낮고 쓰레기들이 바글거리는 청부 사이트를 긁어 모으기 시작했다.


잠시 허리도 펼 겸 자리에서 일어났던 알랭은 뭐라도 도울 게 있나 싶어 미키 자리로 이동했다.


“공조해 줘?”


“됐습니다. 이 새끼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천만 달러를 똥 취급해? 어디 한 번 엿 먹어봐라.”


“봐도 돼?”


“그러시던가요. 파티션 하나 두고 내외 하는 것도 웃기잖습니까. 서로 뭐 하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달랑 둘만 있는 휑한 사무실인데, 일상 대화를 빼곤 그 외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낸 게 1년이다.


그런데 이제 보니, 상급자도 같은 사람이고 업무도 연관이 되어 있었네?


더는 눈치 보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사무실 밖으로만 가지고 나가지 않으면 그만이란 소리다.


“이왕이면 경쟁 업체에 주문을 넣는 게 좋지 않아?”


“아니죠. 사람들이 가끔 오해하는데, 2등이라고 해서 무조건 1등을 물어 뜯을 거로 생각하면 이거 완전 오산입니다.”


“왜?”


“당연한 거 아닙니까? 둘이 사이좋게 나눠 먹고 있으면 그만인데, 뭐 하러 풍파를 일으켜요. 괜히 어설프게 건드렸다가 싸움이라도 나면 한쪽은 그로기 상태가 돼버릴 텐데.”


미키는 청부 내용을 작성하며 계속 말을 이었다.


“개처럼 싸울 것처럼 보여도 1, 2등은 자기들만의 룰이 있고 선이 있는 겁니다. 경쟁 업체가 청부를 받아도 이거 뿌리지 않고 쥐고 있으면 그냥 죽은 청부가 되는 거죠.”


“오. 듣고 보니.”


“거기다, 핑계 대기도 좋죠. '청부 대상자가 모호합니다. 찾는 중입니다.' 이러면서 단물 빠질때까지 껌처럼 씹고 있을 거란 말이죠. 우린 돈은 돈대로 날리고 시간도 덤으로 날리는 겁니다.”


“설명이 귀에 착착 붙네. 그래서 방법은 있고?”


“하루살이들한테 뿌려야죠. 오늘도 없고 내일도 없고. 얼마라도 좋으니 돈이 된다면 그냥 달려드는 놈들. 때로는 불곰 한 마리보다 수백 마리의 모기떼가 더 공포스럽거든요.”


“아···!”


알랭은 자신도 모르게 설득이 되어버렸다.


불곰은 어찌어찌 노력하면 도망이라도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수백 마리의 모기와 맞닥트리면 그 자체로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다.


“자, 10만 단위로 끊어서! 100만 단위, 천만 단위까지!”


미키는 청부를 일괄 처리하지 않았다.


“청부받아 간 놈들 리스트 확보했습니까?”


“어. 사냥터는 보안이 너무 끔찍해서 도저히 못 뚫겠더라. 그래서 용병들 노는 곳을 털었다. 청부 금액 때문에 소문이 돌았는지, 관심 가진 놈들이 많더라고. 누가 움직였네, 어쨌네. 하면서 자기들끼리 다 털고 있더라. 하여간 그쪽 인간들은 화약에 절어서 뇌 구조에 문제가 생긴게 분명하다니까. 어떻게 된 게 보안 의식이 없어.”


알랭이 목록을 가져다주자, 미키는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청부자를 잡을 수 없다면 일단 손발이라도 잘라버려야죠.”


* 청부받은 놈들을 제거하면 머리 하나당 10만 달러.(10만 달러짜리 목록[다운로드] - 사진 첨부(확인 시 당일 입금) (^o^)/


* 청부받은 분들. 직접 의뢰를 취소하면 100만 달러(취소 확인 증명서 제출), 이쪽에 붙어서 사냥하면 머리당 10만 달러는 동일.(현 시점까지 의뢰를 수락한 분들만 가능, 잔머리 굴려서 의뢰 수락했다가 취소하고 돈만 받아가시려는 분들은 대가리에 10만 달러짜리 총알을 박아드림) - 사진 첨부(확인 시 당일 입금) \(~o~)/


* 청부자의 정보 제보 받음. 정보 가치에 따라 10만에서 백만 달러! - 증명 또는 관련 자료 첨부(확인 시 당일 입금) !(^^)!


* 청부 사유에 대한 제보 받음. 정보 가치에 따라 10만에서 백만 달러! - 증명 또는 관련 자료 첨부(확인 시 당일 입금) (#^.^#)


* 청부자 제거 또는 청부 철회 성공 시, 천만 달러! - 증명 또는 관련 자료 첨부(확인 시 당일 입금) >^_^<


* 별첨 : 금융 거래 부담스러운 분은 코인도 가능합니다.(๑ˇεˇ๑)


미키는 이 외에도 자잘한 내용을 추가하고 고약하게 덧붙여 의뢰서를 완성했다.


"그런데, 옆에 이모티콘은 뭐냐?"


"우리 쓰레기 친구들에게 친근감을 줘야죠. 일만 잘 해 봐. 내가 현금 팍팍 쏴줄게. 이런 느낌으로."


"....."


어찌 보면 폭군의 의뢰를 완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오리 사냥터 엿 먹이는데 집중된 느낌이다.


“오리 새끼들아. 어디 한번 해 보자!”


미키가 엔터키를 누르자, 작성한 청부 내용이 세계 곳곳 쓰레기장에 찌라시처럼 마구 뿌려졌다.


작가의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깜장곰탱님 후원 감사합니다. 24.09.03 4,635 0 -
24 024. 유니콘은 무슨. 그냥 너드겠지. +9 24.09.17 4,242 168 12쪽
23 023. 너도 나도 다 죽어. +15 24.09.16 5,326 164 10쪽
22 022. 리미트, 파이브 데이즈 +13 24.09.15 5,665 174 12쪽
21 021. 절반! +21 24.09.14 5,978 164 12쪽
20 020. 활짝 웃는 얼굴 +17 24.09.13 6,091 166 14쪽
19 019. 에일리 앤더슨 +14 24.09.12 6,458 172 14쪽
18 018. 갚으면 된다. +9 24.09.11 6,649 159 12쪽
17 017. 산양길 초입에서 +4 24.09.10 6,647 150 11쪽
16 016. (Wr. 지미 핸슨) +8 24.09.09 7,178 176 13쪽
15 015. 지미는 웃고 웁니다. +14 24.09.08 7,335 186 9쪽
» 014. 스테노(Stheno)의 후임들 +16 24.09.07 7,769 195 12쪽
13 013. 컴백 홈 +4 24.09.06 7,708 179 11쪽
12 012. 내가 뭘 잘못했다고... +4 24.09.05 7,554 163 10쪽
11 011. 반문하지 말라고! +13 24.09.04 7,810 168 11쪽
10 010. 잘했다. +4 24.09.03 8,160 157 14쪽
9 009. 왜···. 왜요! +6 24.09.03 8,606 171 13쪽
8 008.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7 24.09.02 8,777 186 8쪽
7 007. 잊힌 옛 이름 +4 24.09.01 9,341 171 12쪽
6 006. 미처 말하지 못한 예언. +5 24.08.31 9,837 193 13쪽
5 005. 눈빛을 피하는 순간 +9 24.08.30 10,162 184 13쪽
4 004. 존, 존은 어디있나. +5 24.08.30 10,323 179 9쪽
3 003. 친절한 존과 함께. +9 24.08.29 10,890 202 13쪽
2 002. 사람을 찾습니다. +7 24.08.28 11,555 205 6쪽
1 001. 프롤로그 +2 24.08.28 11,717 134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