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산맥에서 온 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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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26 11:19
최근연재일 :
2024.09.17 0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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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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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8. 갚으면 된다.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 인물, 지명, 사회 등은 현실과 무관하며 '로키산맥에서 온 폭군'을 위한 세계관 설정, 창작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DUMMY

018. 갚으면 된다.











질리언의 소총이 거칠게 총알을 뱉어냈지만, 제임스는 총구가 조준을 하기도 전에 반대편으로 몸을 피해 버렸다.


쏟아진 수십 발의 총알은 흔적을 뒤쫓다 허망하게 바위만 두들겼다.


"젠장! 뭐가 이렇게 빨라!"


재차 방아쇠를 당기려했지만, 제임스 위치가 패튼과 겹치자 급히 방아쇠에서 손을 뗐다.


“이런 빌어먹을!”


질리언의 위치를 확인하며 총구와 자신 그리고 패튼을 일직선 상태로 만들며 이동한 제임스는 질리언이 머뭇거리는 순간, 와락 달려들어 패튼의 머리를 걷어찼다.


몸을 일으키던 패튼은 급히 소총으로 발길질을 막았다.


퍽! 꽈득!


제임스의 발에 채인 소총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반으로 부러졌다.


“이런···. 개 같은!”


패튼은 두 동강 난 자신의 소총을 보며 어이없는 표정이 됐다.

소총을 걷어차면 소총이 부러지는게 아니라, 발목이 나가야 정상이다.


"허!"


패튼의 입에서 놀람보다는 황당함에 가까운 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 황당함을 모두 표현하기도 전에 소총을 부러뜨리고 날아든 발이 도끼처럼 패튼의 광대를 찍어 버렸다.


뻑! 와그작!


“아아악!”


"패튼!"


제임스는 패튼의 목을 잡아 훅! 들어 올렸다.

패튼도 적지 않은 덩친데 제임스가 잡아 들자 빵봉투처럼 흔들렸다.

제임스는 패튼을 방패처럼 패용하고 질리언에게 달려갔다.


“쏴....쏴!”


“패...패튼!”


그루브 팀은 스캐빈저 스타일의 약탈 용병이 아닌 군에서부터 한 팀으로 움직인 끈끈한 사이였다. 그래서 팀웍이 월등했고 꽤 많은 의뢰를 성사시켰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게 독이 됐다.


패튼은 상관없으니 총을 쏘라고 했지만, 질리언은 도저히 친구 몸에 총알을 박아 넣을 수가 없었다.


“멍청아! 컥! 쏘...쏘라고! 이러다 둘 다 죽어!”


패튼의 악 받친 외침에 질리언이 이를 악물고 방아쇠를 당겼다.


투타타탕! 타타타탕! 타탕!


총탄이 패튼과 제임스를 향해 무작위로 날아갔다.


퍽퍽퍽! 투닥! 타타닥!


제임스는 서늘한 눈빛으로 질리언을 노려보며 패튼을 공깃돌처럼 흔들었다. 날아든 총탄이 방탄조끼에 맞기도 하고 패튼의 팔다리를 스치기도 했다.


"망할...!"


질리언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다시 방아쇠를 당기는데, 턱! 소리가 나며 탄창 비는 소리가 났다.


질리언이 다급한 표정으로 탄창을 갈아 끼우는데, 제임스가 한 바퀴 휭! 회전을 하면서 투포환 던지듯 패튼의 몸을 집어 던졌다.


탄창 결합을 마친 질리언은 이젠 고민할 틈도 없다는 듯 급히 방아쇠를 당겼다.


퍽퍽! 패튼의 방탄복에 총탄이 틀어 박히며 둔탁한 소음을 냈고, 패튼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쉣!”


질리언이 욕을 뱉으며 제임스의 흔적을 쫓았다.


제임스는 푸대자루처럼 허공을 난 패튼을 쫓아 그대로 달려오더니, 덤프트럭처럼 그대로 추돌을 했다.


뻐억!


제임스의 어깨 차징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은 패튼의 몸이 질리언을 덮쳤고 둘은 넘어진 오토바이 사이로 햄버거 패티처럼 끼어버렸다.


패튼과 뒤엉켜 바닥에 쓰러진 질리언은 급히 몸을 일으켰지만, 그보다 먼저 제임스의 발이 질리언의 가슴을 내리 찍었다.


꽈드드득!


“커어어어어어.... 컥!”


갈비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질리언의 입이 고통에 쩍 벌어졌다. 원치 않게 질리언을 덮친 꼴이 된 패튼은 질리언의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 제임스를 겨눴다.


*


꽈득!


“아악!”


투타타탕!


부아아아아앙! 퍽!


“아아악!”


퍽! 퍽! 꽈드드득!


뭔가 부서지는 소리, 총소리, 끔찍한 비명이 뒤섞여 에일리의 고막을 송곳처럼 파고들었다.


'그만.... 제발, 그만!'


퍽퍽 총탄이 박히고 돌조각이 튀어 오르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졌다.


머리 숨긴 꿩처럼 에일리는 양팔로 머리를 감쌌다.


*


패튼은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끄어....”


이게 사람이.... 가능한 일인가 싶은 표정으로 상대를 올려봤다.


코튼의 드론 감시를 피해 귀신같이 나타난 것도 어이가 없는데, 놈은 한 손으로 자신을 장난감처럼 들고 달리면서... 맨 몸으로 무장 인원 둘을 박살 내 버렸다.


무기가 없어서 그런건가 싶었지만, 이제보니 등뒤로 접이식 소총을 덩그러니 메고 있다.


패튼은 구석에 처 박혀 몸을 벌벌 떨고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그렇군. 그런거군....’


놈이 거리를 두고 총질을 했다면, 자신이든 질리언이든 동시에 헤드샷을 당하지 않는 이상 무조건 여자를 죽였을 것이다. 그게 임무 우선 수칙이었으니까.


놈은 그걸 방지하고자 근접 격투를 선택했고, 영리하게 자신을 방패로 삼았다. 덕분에 질리언마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반푼이가 되어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끝나버려서 시간 개념도 어질어질했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놈이 움직인 동선도 여자가 있는 쪽은 얼씬도 하질 않았다. 유탄이 나도 여자 쪽으론 아예 날아들지 않게 한 것이다.


느낌상으론 1분 남짓 지난 것 같은데, 이 짧은 순간에...


판단과 결단, 행동을 동시에 처리하고 제가 원하는 쪽으로 벼락치듯 마무리 지어 버렸다.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눈 뜨고 코 베였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머리 위로 어둑 그림자가 졌다. 눈동자를 굴려 놈을 올려봤다.


“너.... 뭐냐. 도대체....?”


제임스는 패튼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패튼에게 뺏은 권총으로 그의 동료 질리언 머리에 탕! 총알을 박아줬다.


반파된 오토바이 사이에 끼어 비실거리고 있던 질리언은 머리가 툭 튕기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무심한 눈길로 패튼의 머리에 총구를 겨눴다.


자신의 머리를 겨눈 총구를 멍하니 바라보는데, 문득 용병 레딧에 올라왔던 지미의 글이 떠 올랐다.


-그냥 뻥 터지고 끝이야. 이거 진짜 환장한다고.

-그분이랑 싸우겠다고?

-목격자로써 조언하는데 강력히 비추한다.


'진짜 환장한다더니... 씨발, 지미 네 말이 맞았...'


탕!


“컥!”


한참 요란스럽던 상황은 패튼의 머리에 총알이 박히면서 끝을 맺었다. 그리고 주변에 정적이 찾아왔다.


에일리는 파묻고 있던 고개를 빼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난 걸까.


조금 전까지 드론이 있던 자리에 자신이 기다리던 그 남자가 무심한 표정으로 우뚝 서 있었다.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두려움이 단번에 날아갔다.


“제···. 제임스!”


에일리는 울먹이는 얼굴로 반가움을 표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싸늘했다.


“왜 여기 있는 거지? 진을 따라가라고 했을 텐데.”


어투는 언제나처럼 무뚝뚝했지만, 분지에서 들었던 ‘수고했다’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


확연한 질책이다.


“.....”


에일리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지시하면 따른다]


제임스가 요구했던 유일한 규칙. 그걸 어겨버렸다.


에일리 앞으로 이동한 제임스는 짧게 한 숨을 흘렸다.


“발이 엉망이군.”


“....”


어조는 여전히 단조로운 회색빛이었지만, 이번엔 질책보단 자신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섞였다.


사실 발이 엉망인 것보다, 절벽 낭떠러지 길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지만, 무슨 말을 하든 이 사람에겐 그저 핑계가 될 뿐이다. 아니, 핑계가 맞다. 그래서 어떤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조금은 펴졌지만, 그뿐이다.

에일리는 아무 말 없이 제임스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임스는 야상을 벗고 안에 입고 있던 셔츠도 벗었다.


건장한 그의 몸이 시야 가득 들어왔다. 몸 곳곳에 새겨진 수많은 상처 역시 눈길을 사로잡았다.


제임스는 셔츠를 길게 찢어 붕대처럼 늘어트렸다. 그리고 에일리 앞에 한쪽 무릎을 꿇더니. 툭, 발을 잡아 올렸다.


“아···.”


에일리는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엉거주춤한 자세가 됐다.


“어깨를 잡아라.”


에일리는 넘어지지 않기 위해 제임스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단단하지만, 매끄러운 질감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그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어깨 근육이 이리저리 꿈틀거렸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만 시선이 갔다.


제임스는 셔츠를 찢어 만든 붕대로 앞꿈치와 뒤꿈치를 돌돌 감아 꾹 감싸더니 발등에 나비 매듭을 지었다.


반대편 발을 작업하기 위해 발을 바꾸는데, 지면에 닿는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


'통증이....'


마치, 면으로 만든 편안한 샌들을 신은 느낌이다.


반대편 발까지 작업을 마친 제임스는 고개를 들어 에일리와 눈을 마주했다.


“움직일 수 있지?”


에일리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쫓는 놈들이 더 늘어났다. 그리고 이젠 사람뿐 아니라 기계도 상대해야 할 상황이라, 머뭇거릴 틈이 없다.”


제임스는 간략히 상황을 설명하고 곧바로 산양길로 걸음을 옮겼다.


“몸을 절벽 쪽으로. 발은 지면 바깥 쪽을 미는 느낌으로.”


“네. 해 볼게요.”


암벽을 타는 일 따위 근처에도 가 본 적 없다며 뒷걸음 쳤던 에일리지만, 이제부터 그런 변명은 않기로 했다.


여긴 뉴욕도 아니고, 문제가 생기면 경찰이 출동하는 문명화된 사회도 아니다.


그저 목적만 이룰 수 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상식이 결여된 야만의 세계.


이곳에서 살아 남으려면 변호사 에일리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어야 했다.


'더는.... 짐짝 취급도, 민폐만 끼치는 머저리가 되고 싶지 않아. 나도.... 쓸모가 있는 뭔가가 되고 싶다고!'


에일리는 노력하겠다는 말보다 해내겠다는 말로 대답을 바꿨다.


"할게요! 아니, 해 낼게요!"


에일리의 달라진 대답에 제임스는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줬다.


“내가 딛는 곳을 잘 보고 따라오면 된다.”


제임스가 산양길로 발을 들이는데, 에일리가 머뭇머뭇하더니 입을 열었다.


“제임스.”


“....”


“고마워요.”


“그럴 필요 없다. 새벽과 지금. 내가 베푼 은혜는 두 번. 뉴욕에 도착하면 갚아라. 네 목숨 값만큼.”


".....에?"


에일리는 뻘쭘한 표정이 됐다.


뭔가 큰 기대를 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지금 상황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가 '고맙다' 였을 뿐이다.


쌀쌀맞고 무뚝뚝하지만, 무심한 듯 하면서도 자신의 발을 챙기는 세심한 모습에...

겉보기와 달리 어쩌면 속은 상냥한 남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냥, 보통의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말이었기에 그저 한 것 뿐인데.


지금보다 더 안심할 수 있게 또는 기운이 날 수 있게, 빈말일지라도 '괜찮다. 당연한 일이다.' 말을 해 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이 남자는 자기가 로봇도 아니면서 그저 규칙을 뱉고 증명하고 행동할 뿐, 사소한 것조차 거리를 좁힐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의 손에 발을 맡기고 그의 어깨에 잠시 의지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두근거렸던 마음에 창피함이 올라왔다.


'내가 대단한 것을 바란 것도 아니고. 말 정도는... 그냥, 예쁘게 해 줄 수도 있는 건데.'


입 밖으로 뱉지 않았다면, 자신의 귀로 듣지 않았다면 굳이 의식할 이유가 없었을 테지만, 긁어 부스럼만 났다.


내심 둘 사이의 관계가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묘하게 배신감과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된 게 나 때문은 아니잖아. 따지고 보면 나는 명백히 피해자고 재수 없게 남의 일에 휘말린 것 뿐인데. 뭔가 갚아야 한다면 내가 아니라 당신이 갚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록 억울한 마음이 들자, 입술이 삐죽 튀어 나왔다.


이 사람을 원망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자꾸만 헷갈렸다.


잡념을 털어버리려 고개를 흔드는데, 훅! 바람이 몰아쳤다.

밀려 든 바람에 스커트가 동그랗게 부풀자, 누군가 잡아 끄는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어?"


갑자기, 세상이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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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022. 리미트, 파이브 데이즈 +13 24.09.15 5,667 174 12쪽
21 021. 절반! +21 24.09.14 5,979 164 12쪽
20 020. 활짝 웃는 얼굴 +17 24.09.13 6,092 166 14쪽
19 019. 에일리 앤더슨 +14 24.09.12 6,460 172 14쪽
» 018. 갚으면 된다. +9 24.09.11 6,650 159 12쪽
17 017. 산양길 초입에서 +4 24.09.10 6,648 150 11쪽
16 016. (Wr. 지미 핸슨) +8 24.09.09 7,179 176 13쪽
15 015. 지미는 웃고 웁니다. +14 24.09.08 7,335 186 9쪽
14 014. 스테노(Stheno)의 후임들 +16 24.09.07 7,770 195 12쪽
13 013. 컴백 홈 +4 24.09.06 7,709 179 11쪽
12 012. 내가 뭘 잘못했다고... +4 24.09.05 7,555 163 10쪽
11 011. 반문하지 말라고! +13 24.09.04 7,811 168 11쪽
10 010. 잘했다. +4 24.09.03 8,161 157 14쪽
9 009. 왜···. 왜요! +6 24.09.03 8,606 171 13쪽
8 008.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7 24.09.02 8,777 186 8쪽
7 007. 잊힌 옛 이름 +4 24.09.01 9,341 17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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