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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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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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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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DUMMY

“어? 왔어?”


이도진의 눈에 가장 먼저 자신을 반기는 흑아가 보였다.


흑아는 방 한편에 가만히 벽을 등지고 서 있었다.


아마 동생 놈이 혹시라도 중간에 도주하지 못하도록 계속 그 상태로 지키고 있었던 모양이다.


힐끗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여전히 요기의 힘에 몸이 묶여 속박된 채로 바닥에 무력하게 앉아 있는 동생이 보였다.


은후가 손가락으로 찔러서 깊이 구멍을 냈던 가슴의 부상은 이곳의 마녀가 잘 처치를 해 준 모양인지 새하얀 붕대가 곱게 감겨 있었다.


철썩.


이도진은 지체 없이 동생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한 손으로 힘껏 뺨을 때렸다.


“혀, 형.”


“이태진! 너는 도대체가······!”


무언가 말을 하려다가 멈춘다.


동생의 눈동자가 어지럽게 바르르 흔들린다. 맞은 뺨이 점점 벌겋게 부어올랐다.


“쯧.”


“자, 잘못했어. 형.”


용서를 비는 이태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자존심이 무척 강한 녀석이라서 이런 약한 모습은 어지간해서는 잘 보여 주지 않는데, 제 딴에도 많이 놀랐나 보다.


하지만 때가 좋지 않다.


지금은 그 모습이 오히려 이도진의 신경을 긁었다.


어떻게 사람을 이리 걱정시킬 수가 있나.


항상 자신이 엄히 주의를 시켰었다.


절대 자만하지 말라고. 함부로 힘을 쓰지 말라고.


어린 시절부터 몇 번이고 그 말을 되풀이하고 또 되풀이해서 일러 주었다.


그러나 이 어린 동생은 제 힘에 취해 항상 그 말들을 흘려들었다.


그러다 동생이 사춘기를 겪을 무렵엔 가문과 대립하고 있던 자신의 말을 대놓고 무시하기 시작했다.


이후에 이도진이 후계자 자리를 완강히 거부하고 집을 박차고 나왔고, 이러한 반항심이 더욱 심해졌다.


알고 있다.


당시 그를 전혀 신경 쓰지 못하고 홀로 가문에서 도망친 자신에게 느낀 배신감을, 투정 어린 속마음을, 동생이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까불거리며 작은 사건들을 일으켜도 되도록 큰 제재를 가하지 않고 많이 봐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랬던 것이 결국엔 화가 되어 어제처럼 대형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할지라도 될 게 있고 안 될 게 따로 있지.


어떻게 하필 건드려도 한 차원을 제패한 요마왕을 건드리냔 말이다.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게 아니고서야.


그나마 이번엔 정말로 운이 좋았다.


자신이 바로 그 근처에 있었으니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본인이 그곳에 없어서 제때 은후를 말리지 못했다면 동생은 이가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오른쪽 심장을 무참히 뜯기고 말았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간담이 또 서늘해진다.


자동으로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선명한 이미지가 되어 떠오르자 기분이 다시 급격히 나빠진 이도진이 미간을 잔뜩 구겼다.


“내가 평소에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수련하고 있으라고 했어, 안 했어?”


“혀, 형.”


“상대의 실력도 가늠할 줄 모르는 게 깝치긴 어디서 깝쳐! 어? 네놈도 이제 열여덟 살이나 먹었으면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할 거 아니야!”


퍽! 퍽!


퍼버버버버벅!


철썩! 철썩!


쿠웅!


결국 이도진이 폭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동생을 일방적으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의 현란한 주먹질과 뺨 때리기는 꽤 오랜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 지속되었다.


“꾸에에엑!”


정말 간만에 꼼짝없이 형에게 신명 나도록 처맞게 된 동생 이태진이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며 울었다.


하지만 수차례 자지러지면서 암만 구슬픈 비명을 질러 보아도 이미 단단히 화가 난 형은 결코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헐.”


뒤쪽에서 슬기가 입을 쩍 벌린 채 그 참혹한 광경을 지켜보았다.


흑아도 그녀와 전혀 다를 바 없이 잔뜩 굳은 얼굴을 했다.


지금 이도진이 보여 주는 저 엄청나게 낯선 모습이 그들을 전부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평소의 이도진에게서는 나름 강자의 여유라고 할까. 그는 언제나 그런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그게 때로는 능글맞아 보이기까지 할 때도 있었는데, 그랬던 남자에게서 저토록, 어딘가 초조하면서도 난폭하기까지 한 일면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특히 은후는 슬기를 해코지하려 한 이태진을 여기서 또 한 번 탈탈 털어 주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나 이도진이 먼저 선수를 쳐서 직접 이태진을 초주검으로 만들고 있어서 그만 나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거기다 어째 먼젓번에 자신이 손가락을 찔러서 만든 가슴의 구멍 난 상처보다, 지금 이도진이 요리조리 온몸을 골고루 두드려 패며 만드는 상처가 더 심해 보였다.




“다시 사과드립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겨우 진정이 된 이도진이 무릎을 꿇고 슬기와 은후에게 다시 진지하게 사과를 했다.


이태진도 형에게 맞아 터져서 피떡이 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며 옆에서 함께 용서를 빌었다.


“하하하······. 뭐, 결과적으로 저는 은후 덕분에 아무런 일도 안 당하긴 했으니······. 일단 사과는 받겠습니다.”


슬기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한 손으로 뺨을 긁었다.


이태진의 퉁퉁 부은 얼굴을 보니 괜히 마음이 짠해져서 도무지 사과를 안 받을 수가 없었다.


이도진이 어찌나 기술적으로 잘 팼는지, 사람 얼굴색이 화장도 없이 저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깜짝 놀랄 정도다.


거기다 그렇게 될 때까지 쉼 없이 맞으면서도 이태진은 기절 한 번을 안 했다.


어쩐지 유난스럽다 싶을 정도로 이도진이 먼저 나서서 그를 때렸던 것도, 애초에 처음부터 의도되었던 게 아닐까.


그 정도까지로 완급 조절이 가능한 손 기술이 있으니까 은후가 자신의 동생을 또 험하게 다루기 전에 선수를 친 건지도 모른다.


해코지를 당할 뻔한 당사자인 슬기가 그들의 사과를 받았지만, 은후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을 응시했다.


“그럼 이제 일이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 제대로 설명을 해 보아라.”


은후가 묻자 바로 이태진이 답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이도진과 이태진의 본가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대대로 영험한 무당들을 배출해 온 가문이라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가문 내에서도 알아주는 실력자들은 가히 그 힘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레벨이란다.


선조는 그 옛날 단군왕검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다.


현재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이들에게서 여러 의뢰가, 하루가 멀다 하고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세상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만나기를 원하고 또 그 만남을 영광으로 생각할 만한 이들.


셀러브리티들만의 또 다른 셀레브리티가 바로 이가인들이라고 할 정도다.


이도진은 그런 이씨 가문의 후계자였다.


그리고 그는 명백히 자신의 가문을 싫어하고 있었다.


그의 감정은 혐오에 가까웠고 그 이유는 가문이 주로 하는 일의 성격 때문이었다.


이가에는 참으로 다양한 의뢰들이 들어온다.


때로는 국가에서 엄청난 보수를 받고 나라를 지키는 일도 하고, 때때로 국경을 벗어나 지구 자체를 지키는 영광스러운 일들도 해 왔다.


그러나 이것은 전체 업무 중에서도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가문으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일은 누군가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저주하거나 죽여 달라는 청이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그러다 보니 사전에 제아무리 거르고 또 거른다고 해도 실제로 착수에 들어가는 일들도 자연스레 그 비율을 따르고 있었다.


가문의 오랜 연구 결과물인 두 번째 심장과 그 힘은 무척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가.


그러나 이가라는 몸집이 거대한 단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그래야만 하는 상황들이 이도진은 결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도진이 가주의 자리를 포기하고 가문을 박차고 나온 것이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태진은 한편으론 이도진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당면한 문제를 피하기만 하는 그가 비겁하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형이 후계자의 자리를 버리면서 집안 어른들의 기대와 관심은 동생인 이태진에게 몰리기 시작했다.


그 부담감은 물론이고, 사소한 부분에서까지도 계속되는 천재인 형과의 비교가 그의 심사를 더욱 뒤틀리게 했다.


그렇게 자꾸만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최근 이태진은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하나 몰래 만들었다.


그리고 사이트의 사용자들에게서 적당한 보수를 받아 그 대가로 누군가를 저주하거나 부적을 써 주는 등의 일을 했다.


아직 정식으로 이가의 이름을 내걸고 힘을 쓸 자격은 얻지 못한 상태였기에 어디까지나 반쯤은 용돈벌이 장난으로 시작한 일이다.


그렇게 의뢰받은 상대를 골탕 먹이면서 그는 자신의 스트레스도 함께 풀었다.


아직 이가에서 전면에 나서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정식 허가는 얻지 못했다고는 하나 용의 새끼 또한 역시 용인 법.


그 뛰어난 실력이 어디 가진 않았다.


이태진이 써 주는 부적이 꽤 효과가 좋다 보니 사이트는 금세 입소문을 타고 아는 이들 사이에 퍼져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이번에 그곳을 통해서 새로 받은 의뢰가 바로 신인 가수 슬기를 가볍게 저주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이태진은 은후를 처음 본 순간 자신이 감당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판단했었다.


그래서 막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는데, 하필 근처에 있던 형을 보게 되었다.


저 두 사람이 형이 관리하는 연예인이었던 건가.


자신을 버리고, 가문을 버리고 뛰쳐나가서 한다는 일이 고작 이런 일이었나 싶었다.


그래서 괜히 오기가 났다.


형은 비록 그의 의무에서부터 도망쳤지만, 자신은 절대 도망치지 않을 거라고.


그러고서는 피하려던 자리를 되돌아와 다시 슬기에게 저주를 걸기 시작했던 거다.


바로 그것이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서, 현실에서 눈을 감아 버리고 내린 그의 오판이었다.


“너에게 의뢰한 자는 누구지? 그 정도는 파악하고 있겠지?”


은후의 물음에 이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사이트 자체에 여러 가지 주술을 걸어 두었습니다. 사실 영적인 능력이 조금이라도 없는 사람은 그러한 사이트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인지도, 접근도 못 하게 해 두었습니다. 제가 하는 건 진짜 저주니까요.”


“······.”


“호기심에 가볍게 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거기다가 의뢰를 신청하는 순간 의뢰자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술법도 걸어 두었고요.”


그의 말을 듣고서 슬기가 물었다.


“혹시 이번 의뢰인, 여자였나요?”


범인이 민세영일 경우를 염두에 두고 한 질문이었다.


슬기가 주먹을 꽉 쥐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태진이 말했다.


“아니요. 이 일을 의뢰한 사람은 남자였습니다. 아, 사진도 있는데 보시겠습니까?”


은후가 가볍게 손을 휘저어 요기로 묶어 둔 속박을 풀었다.


이태진은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사진을 비롯해 의뢰인에 관해 알아낸 것들이 적힌 종이를 꺼내 보여 주었다.


“······어?”


그가 내민 종이와 사진을 받아 든 슬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비록 이번 범인이 민세영은 아니었지만, 지금 사진 속의 이 남자 역시 그녀가 익히 아는 얼굴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으아아아! 아, 정말 보자 보자 하니까 이 새끼가 또 ······!”


슬기의 고운 입술에서 그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육두문자가 유창히 흘러나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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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취중진담 24.08.29 16 0 11쪽
49 취중진담 24.08.29 16 0 12쪽
48 취중진담 24.08.29 16 0 11쪽
47 두 번째 약, 절벽 위의 꽃 24.08.29 13 0 12쪽
46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9 11 0 11쪽
45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8 13 0 12쪽
44 실력 24.08.28 13 0 12쪽
43 음. 어째 험난할 거 같지? 24.08.28 15 0 13쪽
42 훈련이라는 이름의 꽁냥꽁냥 24.08.28 14 0 11쪽
41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40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39 독종 24.08.27 15 0 12쪽
38 능력 개화, 훈련이라는 이름의 스킨십 24.08.27 16 0 11쪽
37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7 0 12쪽
36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5 0 11쪽
35 무대 공포증이 있는 여가수 24.08.27 16 0 12쪽
34 트라우마 24.08.27 15 0 11쪽
33 Supernova, 드디어 무대 위로 24.08.27 14 0 13쪽
32 백귀야행 24.08.27 15 0 13쪽
31 백귀야행 24.08.27 17 0 12쪽
30 이걸론 아직 끝난 게 아니지 24.08.27 19 0 12쪽
29 전기 ××구이 24.08.27 17 0 11쪽
28 전기 ××구이 24.08.27 20 0 13쪽
27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8 0 12쪽
25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24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7 0 12쪽
23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0쪽
22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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