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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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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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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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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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진담

DUMMY

“에고. 괜찮아요?”


“······.”


슬기가 물었지만 은후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진 것인지 제 양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확인하듯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가 펴는 것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응? 혹시 손이 안 좋아요? 저려요?”


슬기가 걱정스레 물었다.


만월화의 꽃가루는 술에 취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는 걸로 보였다.


그러니 어쩌면 몸이 마비되는 증상 같은 것들도 있을지 몰랐다.


“······괜찮다.”


그러나 은후는 곧 별거 아니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그 허세도 오래가지 못했다.


순식간에 은후의 인상이 또 갑자기 확 찌푸려졌다.


그리고.


“쿨럭.”


기침을 토했다.


조금 전에 만월화의 꽃가루를 뒤집어쓰면서 쉴 새 없이 나왔던 기침들과 비슷하면서도 이번엔 거기서 뭔가 한층 더 묵직했다.


“으, 은후!”


지켜보고 있던 슬기가 놀라서 소리쳤다.


은후는 몸 깊숙한 곳에서 울컥하고 덩어리진 뜨거운 것이 솟구치는 기분이 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지금 그는 진짜로 덩어리진 검붉은 피를 잔뜩 토해 내고 있었다.


이제야 상황이 심각하다고 여긴 것인지 그가 말했다.


“······빨리 마녀의 약방으로 가야 할 것 같다. 슬기, 이리 오거라.”


“네!”


얼른 대답하며 자신의 품 안에 안기는 슬기의 눈에 그렁그렁한 눈물방울들이 잔뜩 맺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은후가 피를 토한 것을 보고 너무 놀란 바람에 그녀는 스스로가 지금 울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은후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서 자신을 걱정하는 슬기를 더욱 힘주어 강하게 안았다.


그리고 즉시 요기를 운용했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았다.


곧바로 어마어마한 고통이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언제나 수족처럼 자유롭게 부리던 힘이 지금 이 순간은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으려 저항했다.


그러고는 평소엔 다 쓸 일이 없어서 몸 안 깊숙한 곳에서 얌전히 웅크리고 있던 자신의 거대한 힘이, 지금 이 순간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거칠게 마구 날뛰기 시작했다.


그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패었다.


그러다 이내 결심을 마치고 그가 말했다.


“······슬기. 잘 듣거라. 차원 문을 넘나들던 방식을 응용해서 나는 여기서 곧장 마녀의 약방으로 공간 이동을 하겠다.”


“네? 아, 네!”


“그곳에 도착하면 너는 바로 마녀를 불러 다오. 도착하면 아마 나는 의식을 잃었을 것이다.”


은후가 말을 마치자마자 그것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요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와 더불어 강한 빛이 동시에 두 사람의 주변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빛무리는 순식간에 두 사람을 단숨에 집어삼켰고, 이후 그 빛이 완전히 사그라들었을 때 둘의 모습 역시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져 있었다.




번쩍─.


“아.”


눈을 한 번 감았다 뜬 것 같은 찰나의 순간이 지났을 뿐인데 주변의 풍경이 변해 있었다.


어딘가 익숙해 보이는 이 장소는 바로 마녀의 약방 앞마당이었다.


슬기는 금방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어딘가 멍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다가 옆에서 들리는 은후의 기척에 화들짝 놀라며 그제야 의식이 제대로 되돌아왔다.


“쿨럭!”


귓가에서 바로 들리는 묵직한 기침 소리.


슬기가 다급히 소리를 지르며 시엘과 흑아의 이름을 불렀다.


“시엘 님! 흑아 님! 빨리, 빨리 좀 나와 보세요! 은후, 은후가!”


갑자기 큰 소리를 지른 탓인지 목이 무척 따갑고 아팠다.


그렇지만 그에 개의치 않고 그녀는 악을 쓰듯 계속 소리를 질렀다.


“시엘 님! 흑아! 은후 좀 살려 줘!”


덜컹─.


곧 약방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응? 방금 슬기 목소리가 들린 거 같은데 벌써 돌아왔나. ······어? 어? 도련님!”


흑아였다.


다행히 자신의 목소리가 약방 안까지 제대로 들렸나 보다.


슬기는 현재의 상황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이 당황한 상태라 그런지 원하는 대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흑아! 빨리 시엘 님을. 은후 님이 지금 이상해요!”


“어? 응!”


흑아가 재빨리 마녀의 약방 안으로 다시 뛰어 들어가려고 했다.


“슬기 양! 은후 님!”


그러나 그 전에 바깥의 소란을 느끼고 나와 본 시엘이 먼저 그들을 발견하고 심각한 얼굴로 뛰어왔다.


“쿨럭, 쿨럭. ······푸읍!”


“꺄아악!”


다시금 엄청난 양의 피를 분수처럼 뿜으며 은후가 발작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그의 주변이 온통 핏빛으로 물드는 것을 본 슬기는 정신없이 비명을 질렀다.


시엘의 지시에 따라 흑아가 서둘러 그를 업고 마녀의 약방으로 들어갔다.


슬기도 엄마를 잃은 아이처럼 엉엉 울며 그들의 뒤를 따랐다.


눈물은 몇 번이고 손으로 훔치고 또 훔쳐도 도무지 멎지를 않았다.


갑자기 일이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어째서 은후가 저렇게 되어 버린 거지.


“흐윽. 흑. 끄윽. 흐윽.”


끝없이 울음을 토했기 때문일까.


곧 지끈지끈한 두통이 몰아치듯 닥쳐와서 슬기는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슬기는 응접실에서 홀로 초조하게 기다렸다.


마녀의 약방에서 근무하는 어린 수습 마녀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라고 따뜻한 차를 우려서 가져다주었지만 손도 대지 않았다.


여기에 올 때마다 시엘이 직접 만들어서 잔뜩 내어 주었던, 무척이나 좋아했던 달콤한 과자들도 지금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을 이곳에 남겨 두고서 시엘과 흑아는 피를 토하며 정신을 잃은 은후를 데리고 신기한 장식들이 질서 없이 걸려 있는 어떤 방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거기서 마법적인 치료와 검사를 동시에 한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시엘과 은후에게서 뿜어져 나올 마기와 요기의 충돌이 상당할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공간 안에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충격파를 인간인 슬기가 견뎌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시엘의 판단 때문에, 혼자 여기에 남아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참이다.


그리고 새벽이 지나고 이미 한참 전에 해가 중천에 떴는데도 두 사람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부들부들.


아직도 온몸이 떨린다.


어깨 위로 오한이 드는 것도 느껴졌다.


슬기는 계속 무서운 기분이 들었다.


‘만약······ 그가 잘못되면 어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가 그렇게 많은 피를 토하는 것은 처음 봤다.


슬기도 떨어지는 조명에 맞아서 크게 다친 적은 있었지만, 누군가가 바로 눈앞에서 쓰러지는 광경을 보는 건 무척 낯설고 또 무서운 것이었다.


깍지를 낀 손에 너무 힘이 들어간 탓인지 피가 통하지 않아 금세 하얗게 질려 버렸다.


그렇지만 팔이 저린데도 그게 크게 거슬린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너무 울어서 빨갛게 부은 눈도 아프지 않았다.




끼익.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응접실의 문을 열고 시엘과 흑아가 돌아왔다.


벌떡.


“아.”


의자에 앉아 있던 슬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두 사람에게로 빠르게 다가갔다. 그리고 물었다.


“으, 은후는요? 괜찮아요?”


“통제가 안 될 정도로 날뛰던 요기들은 가까스로 진정이 되었습니다. 슬기 님, 요괴는 큰 내상을 입으면 이후 본능이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스스로 강제 수면에 들어갑니다. 지금 은후 님이 그 상태고요.”


시엘이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가장 큰 위험은 우선 넘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도 안 되지만······. 일단은 어서 깨어나시길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하. 다행이다.”


가장 큰 위험은 우선 넘겼다는 시엘의 말에 슬기는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차게 식었던 몸에 그제야 피가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후들후들하던 다리는 아예 힘이 완전히 풀려 버렸다.


슬기는 조금 비틀거리다 그 자리에 그만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괜찮아요? 슬기 님도 어디가 아픈 건······.”


갑자기 주저앉아 버린 그녀 때문에 다시금 놀란 시엘이 당황하며 허리를 굽혔다. 그러고는 급히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아, 전 괜찮아요. 안도했더니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검사를 한번 해 볼게요.”


시엘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슬기의 머리 위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곧 그녀의 손끝에서 봄 내음을 닮은 싱그러운 바람이 뿜어져 나오더니 슬기의 몸을 구석구석 한번 훑고 빠르게 지나갔다.


“다행히 슬기 님은 괜찮네요.”


검사를 마친 시엘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 그런데 은후, 갑자기 왜 저러는 거예요? 역시 만월화 꽃가루를 뒤집어써서 그러는 건가요?”


슬기의 물음에 시엘이 어두운 얼굴을 했다.


그리고 현재 그녀가 파악하고 있는 증상의 원인에 대해서 차분히 설명했다.


“아니요. 엄밀히 말하자면 이건 만월화 때문이 아니에요. 만월화의 꽃가루 자체에는 저런 힘이 없습니다. 그건 그냥 요기를 지닌 자들이 들이마시면 마치 술에 취한 것 같은 증상을 잠시 나타나게 할 뿐이에요.”


“그럼?”


“은후 님이 피를 토한 진짜 원인은 꽃가루 때문이 아니라, 일찍이 그의 몸에 걸린 저주 탓입니다.”


“네?”


슬기가 놀라 반문했다.


분명 그 저주라는 것 때문에 자신들이 차원을 건너 약초를 찾기 시작했던 거지만, 갑자기 이렇게 빨리 그 위험과 맞닥뜨리게 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은후나 흑아, 그리고 만나는 마녀마다 다들 느긋하고 뭔가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그렇게 급한 일은 아니구나 하고 저도 모르게 내심 그렇게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선대 요마왕이 걸어 둔 저주의 힘이 지금까지는 씨앗 같은 상태로 잠잠히 있다가, 이제 막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입니다.”


슬기가 두려운 얼굴을 하며 시엘의 말을 경청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힘을 직접 컨트롤해야 할 은후 님이 저렇게 의식을 잃은 상태라 그의 힘이 저주의 힘에 휩쓸려서 따라 폭주한 거예요.”


“아······. 그렇지만 전에 첫 번째 약을 먹었는데도······ 그것만으로는 소용이 없는 건가요?”


이미 첫 번째 약을 먹었는데도, 그것이 저주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친 건가 하는 생각에 물었다.


시엘이 그 대답을 들려주었다.


“네. 일전에 은후 님이 첫 번째 약을 복용하긴 했지만 그건 단지 필요 과정의 일부를 수행했을 뿐이지, 바로 저주의 진행을 막지는 못합니다.”


“그럴 수가.”


“저주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어요. 만월화와 그 재료들로 만들 이번의 두 번째 약도 마찬가지예요. 그나마 속도가 조금 더뎌지는 걸 기대해 볼 수는 있겠지만.”


시엘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이 역시 원하는 희망 사항일 뿐 정말 그게 가능한지는 확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결국, 마지막 세 번째 약까지 확실히 다 먹는 것 외에는 이거라고 단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그런가요.”


“네. 그런데 사실 이렇게까지 갑자기 증상이 악화한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혹 만월화가 기폭제 역할을 한 건 아닐지······. 물론 이것도 아직 확인이 필요한 가정입니다만.”


말하는 시엘도, 이야기를 듣는 슬기도 얼굴이 굳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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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8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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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훈련이라는 이름의 꽁냥꽁냥 24.08.28 13 0 11쪽
41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40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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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백귀야행 24.08.27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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