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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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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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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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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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DUMMY

“기로 이루어진 두 번째 심장이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인간 가문에서 대를 이어 힘을 유지하기 위해 오랜 연구 끝에 독자적으로 만들어 낸 방법이라지. ······그렇군. 넌 중앙 차원 33가문 중의 한 사람인가.”


“그, 그렇다! 설사, 네가 정말 마녀를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죽으면, 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절대로 가문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


“틀림없이 이가 전체에서 너를 멸하기 위해 총력을······.”


“하하하.”


듣고 있던 은후가 유쾌하게 웃으며 그의 이야기를 끊었다. 그러다 한순간에 표정을 전부 지우며 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상관없다고 하지 않았느냐.”


은후는 젊은 인간 남자의 오른쪽 가슴을 짚고 있던 손을 살포시 떼었다.


그리고 요기의 일부를 손끝에 집중시켰다.


그러자 뾰족했던 손톱이 더욱 길어졌다. 그의 요기도 마치 명도 날처럼 손톱 끝에 날카롭고 예리하게 맺혔다.


“최대한 자비를 베풀어 죽이지는 않으마. 목숨만은 살려 주지.”


“흐이이익!”


“그렇지만 너의 두 번째 심장은 내가 가져가겠다. 이제 다시는 네놈이 가문의 힘을 쓰지 못하게 되겠지. 그 정도 벌이면 충분할 것이다.”


“으아아악!”


공포에 짓눌린 인간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살아 있는 것만 못하려나.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이 힘을 이토록 허무하게 상실하고 남은 생을 연명하는 것이.”


“히익.”


“적에게 이렇다 할 저항 한 번 못 하고 무참히 죽는 것보다도 더욱 수치스러운 일일 테니. 네놈들에겐 말이다.”


푸욱.


은후의 검지가 맨 먼저 남자의 가슴을 무자비하게 꿰뚫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하, 엄살이 심하군. 아직 진짜는 시작도 안 했는데.”


“제, 제발! 그만······! 제발! 그만! 제발!”


아까까지의 오만방자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남자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었다.


은후의 손이 뚫고 지나간 자리, 그의 티셔츠는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빠르게 흡수하며 얼룩졌다.


붉게 물든 핏자국이 자꾸만 계속 커진다.


은후가 다음으로 자신의 중지마저 남자의 가슴팍에 찔러 넣으려 할 때였다.


누군가가 다급히 그의 옆에 나타나 은후의 손을 덥석 잡으며 제지했다.


“잠까아아아아아안! 도련님, 잠시만요!”


다름 아닌 흑아다.


인간 남자가 아까 주변에 둘러 두었던 결계가 어느 순간부터 천천히 균열이 가며 해제되어 가고 있었다.


덕분에 흑아가 방금 막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었나 보다.


그런데 어째서 그가 지금 자신을 말리는 걸까.


혹, 여전히 앞으로 마녀와 대치할 수도 있는 이 상황이 저어되어 그러나. 그 때문이라면 사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


은후가 의문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흑아의 등장은 효과가 있었다.


아끼는 수하가 개입하며 재빨리 말렸기 때문인지, 이성을 잃고 폭주하기 직전이던 은후의 눈빛에 평소와도 같은 차가운 이성이 차츰 돌아왔다.


그러나 가만히 바라보며 다음의 말을 듣기를 기다렸지만, 대답은 흑아에게서가 아니라 그의 뒤를 숨 가쁘게 바짝 쫓아온 이도진에게서 얻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은후 님!”


“흠?”


“저를 봐서라도, 제발 그 아이를 풀어 주십시오. 아직 수행 중인 아입니다. 이제야 막 능력이 개화하기 시작한!”


“······.”


“자신의 어설픈 힘만 믿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부는, 치기 어린 못난 놈입니다. 부디 이번 한 번만 용서를!”


혹시라도 은후가 인간 남자를 해할까 싶어 그가 바닥에 엎드리며 다급히 말했다.


어째서 이도진이 용서를 비는 걸까. 잘못은 이 인간 남자가 했는데.


은후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사로잡혀 있던 인간 남자의 입에서 뜻밖의 소리가 들렸다.


“혀, 형.”


······형이라니.


지금 저놈이 이도진을 형이라고 부른 건가.


은후가 이도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정말이었는지, 이도진은 핏기가 싹 가셔서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자신을 향해 깊이 머리를 숙였다.


“······.”


이번 일과 이도진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였지만, 이 남자와 이도진은 분명 관계가 있는 듯하다.


잠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을 한 뒤 은후가 입을 열었다.


“······알겠다. 일단 지금은 잠시 처분을 미루지. 흑아, 너는 이 인간 놈을 구속해서 먼저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어라.”


“네!”


아직 슬기의 촬영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은후는 잠깐 이 일을 보류해 두기로 했다.


흑아는 여전히 요기의 힘에 온몸이 구속된 인간 남자를 넘겨받았다.


“엇차.”


그러고는 마치 보쌈을 하듯이 남자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려서 어깨에 둘러멘 후, 곧바로 하늘 높이 튀어 올랐다.


신기하게도 하늘 위에 보이지 않는 발판이라도 있는 것처럼 흑아는 허공에서 내달리고 있었다.


방향은 마녀 가은의 병원이 있는 서울의 압구정을 향해 일직선이다.


“감사합니다.”


이도진이 다시 한 번 은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빚은 달아 두겠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듣도록 하지. 우선은 이것부터 치워.”


“네.”


아직 채 다 사라지지 않은 검은 벽을 손으로 가리키며 은후가 말했다.


이도진은 대답을 한 뒤, 벽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짝─.


그가 박수를 치자,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빛나는 부적 여러 장이 갑자기 불쑥 생겨났다.


나타난 부적은 곧바로 검은 벽으로 날아가 그 위에 철썩 붙었다.


그러더니 벽들이 하나씩 힘을 잃고 모래성처럼 무너졌고, 결국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까 그놈과 동류의 힘이군. 정말 혈연관계였나.”


뒤쪽에서 가만히 이도진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은후가 턱을 짚으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이도진이 대답 없이 씁쓸한 미소만 지었다.


검은 벽이 허물어지자 주변의 풍경이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체감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결계 안에 갇혀 있었던 시간은 무척 짧았던 모양이다.


사라지기 전과 지금 사이에 달라진 것이 크게 없었다. 거의 그대로다.


거기다 그 잠깐 동안, 슬기와 은후가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을 텐데도, 당장 이 둘을 애타게 찾는 사람들도 전혀 없었다.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은 그저 다음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하나같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혹, 검은 결계 자체에 슬기와 은후가 사라져도 주변인들은 그에 관해 신경 쓰지 않도록, 미리 신비한 주술이 걸어 두었던 건가.


아직은 뭐가 뭔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일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무사히 해결될 낌새가 보여선 다행이었다.


현실로 돌아온 슬기는 스태프들을 따라 금세 몸을 움직였다.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감독의 옆으로 다가가 은후와 함께 영상을 체크하고 유의할 점들을 들었다.


그러고는 또 다음 촬영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슬기.”


계속해서 촬영이 이어졌다.


그러다 다른 새로운 신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막간으로 쉴 틈이 생겼다.


그 대기하는 시간 동안, 슬기는 이도진에게서 진심 어린 사과와 이번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다.


은후가 눈과 귀를 가려서 당시엔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실 잘 모르고 있다가, 슬기는 그제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 저주가 다름 아닌 자신을 노리고 벌어진 일이란 것을.


초점이 없어진 눈으로 멍하니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슬기의 모습을 발견하고 은후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아?”


정신이 딴 데 팔려 있던 슬기가 어벙한 목소리로 답했다.


“괜찮느냐?”


은후가 걱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슬기가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길래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여린 그녀는 역시나 꽤 충격을 받았던 모양이다.


단지, 아직 여기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 있었기에 겉으로 크게 내색하지 않았을 뿐.


슬기가 피식 웃는다.


“괜찮아요. 그냥······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요.”


“무슨 생각?”


“하하. 이것저것.”


슬기가 양손으로 턱을 괴고 다시 전방을 응시했다.


은후는 조용히 다가가 옆자리에 앉으며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는 그냥 가수가 되고 싶은 것뿐인데, 내가 만든 노래를 마음껏 부르고 싶을 뿐인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오래도록 꿈꿔 오고 기다렸던 첫 데뷔 무대에서는 조명이 떨어지는 사고로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 일로 인해서 출구 없는 미로 속에서 한참을 방황했었지.


그러다 기적처럼 은후를 만났고.


그러고는 그의 도움을 받아 대형 기획사인 루시퍼의 가수로 계약을 했다.


가장 큰 문제라 여겼던 얼굴의 흉터도 요괴들의 힘으로 감출 수 있었다.


거기다 지금은 마녀 가은에게 본격적으로 실제 치료도 받고 있다.


그녀의 치료로도 흉터가 마법처럼 단번에 확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가은이 준 특별한 연고를 열심히 발랐더니 매일매일 흉터의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고 있는 것이 확연히 눈에 보였다.


최근 회사로부터는 자신의 노래인 <유성>의 음원 반응이 꽤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도 그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는 거고.


그래서 본격적으로 가수로서의 일이 궤도에 오르나, 이제야 뭔가가 좀 풀려 나가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새 또 이런 사건이 터져 버렸다.


어째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 올 때마다 이런식으로 매번 큰 방해가 일어났다.


‘설마, 또 민세영인 건······.’


민세영, 그녀를 떠올릴 때면 언제나 가슴 정중앙에서 뜨거운 열이 나면서 폭발할 것만 같다.


조명 낙하 사고의 원인은 물론이고, 오늘의 사건도 민세영과 관련이 있는 게 정말 확실해진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슬기의 눈에 독기가 차오르고 있었다.


스윽스윽.


은후가 슬며시 손을 내밀어 슬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슬기는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떼고서 고개를 돌려 은후를 보았다.


“······위로해 주는 거예요?”


“그래.”


“풉.”


슬기는 웃음이 터졌다.


자신을 위로한다는 은후의 얼굴이 무척이나 진지하고 심각했기 때문이다.


저건 결코 위로하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다.


무언가 사생결단을 내려고 하는 사람의 얼굴이라고 설명하는 게 더 적절해 보였다.


“걱정하지 말거라. 우선 이 일을 마치면 돌아가서 이야기를 들어 보자꾸나. 배후에 있는 이가 누구든지 간에 널 괴롭히려고 한 자이니 내가 아주 혼쭐을 내 주겠다.”


‘아.’


슬기는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 세상 모든 것이 자신을 방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한껏 기분이 우울해져 있었는데.


그런데 은후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할머니 이외에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다는 안도감이 들어 버렸기 때문에.


비록 지금 그 지원군은 왕창 인상을 쓰고 있어서, 당장에라도 이번 사건의 범인을 잡는 즉시 때려죽일 것처럼 섬뜩해 보이긴 했지만.


“내가 항상 네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라.”


“······응!”


그가 해 준 응원 덕분일까.


마음이 든든해진다.


살짝 풀이 죽어서 기운이 없던 몸에 다시 힘이 차올랐다.


그리고 굳었던 얼굴이 풀리면서 저도 모르게 배시시 미소가 지어졌다.








다음 날 새벽이 되어서야 촬영 일정이 전부 끝났다.


슬기와 은후 그리고 도진은 꼬박 하루 동안 함께 고생한 감독과 스태프들을 한 사람씩 찾아가며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곧장 현장을 떠나 압구정 집으로 돌아왔다.


“이른 시간에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두 사람,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초인종 소리를 듣고 가은이 나와서 금방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그러자 마치 이 순간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처럼 이도진이 불쑥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다짜고짜 흑아와 제 동생의 행방을 물었다.


그의 박력 넘치는 기세에 당황한 가은이 말없이 손가락으로 방을 하나 가리켰다.


이도진은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벌컥.


문손잡이가 세차게 돌아가며 거칠게 방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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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취중진담 24.08.29 16 0 11쪽
47 두 번째 약, 절벽 위의 꽃 24.08.29 13 0 12쪽
46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9 11 0 11쪽
45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8 13 0 12쪽
44 실력 24.08.28 13 0 12쪽
43 음. 어째 험난할 거 같지? 24.08.28 15 0 13쪽
42 훈련이라는 이름의 꽁냥꽁냥 24.08.28 14 0 11쪽
41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40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39 독종 24.08.27 15 0 12쪽
38 능력 개화, 훈련이라는 이름의 스킨십 24.08.27 16 0 11쪽
37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7 0 12쪽
36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5 0 11쪽
35 무대 공포증이 있는 여가수 24.08.27 16 0 12쪽
34 트라우마 24.08.27 15 0 11쪽
33 Supernova, 드디어 무대 위로 24.08.27 14 0 13쪽
32 백귀야행 24.08.27 15 0 13쪽
31 백귀야행 24.08.27 17 0 12쪽
30 이걸론 아직 끝난 게 아니지 24.08.27 19 0 12쪽
29 전기 ××구이 24.08.27 17 0 11쪽
28 전기 ××구이 24.08.27 20 0 13쪽
27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26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6 0 12쪽
24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7 0 12쪽
23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0쪽
22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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