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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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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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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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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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사주인가

DUMMY

파스스슷.


파직─.


파지지직!


은후가 은연중 사방에 뿌려 두었던 요기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기가 서로 조금씩 충돌하며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보통 인간들의 눈에는 그로 인해 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한 기의 흐름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주변 여기저기에 넓게 불규칙적으로 포진해 있던 스태프들은 이 무형의 변화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각자 제 할 일들만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슬기 역시 현재 자신의 눈에 직접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바로 앞에서 멀쩡히 대화를 나누고 있던 은후의 분위기가 갑자기 급변하는 것을 보았다.


때문에 지금까지 경험에 비추어 보아 무언가 또 묘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하고 기민하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은후의 눈에 흥미롭다는 듯 이채가 띠었다.


이런 부류의 기운은 결코 타 차원의 존재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상대는 분명 인간.


그것도 여간내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이상의 힘이 있는 자였다.


그렇다고 전력으로 힘을 써야 할 정도의 강자는 결코 아니었지만, 확실히 조금 의외긴 했다.


본래에 그가 살고 있던 세계인 요괴들이 들끓는 동방 차원도 아니고, 이곳 중앙 차원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레벨의 실력자임이 틀림없었다.


물론 루시퍼에는 이미 평범한 인간의 범주를 월등히 초월한 자들이 잔뜩 모여 있지만, 그 경우는 완전 예외다.


거기가 특수하고 또 이상한 거다.


사실 루시퍼 소속의 인간들은 그냥 사람이 아니라, 타 차원의 존재들과 동급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한 예로 저기 있는 이도진 또한 마찬가지.


얼추 대략적으로 가늠해 봐도 그는 루시퍼의 고르고 고른 옥석 중에서도 과히 톱 급이다.


은후가 자신의 주변 곳곳에 퍼트린 요기는 그의 의지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탐지기와도 같다.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일정한 반경 안에 낯선 기운의 사람이나, 악의와 살기를 품은 사람들이 나타나면, 그들의 몸에서 풍겨지는 기들을 감지해서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더해 적들이 쉬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보호막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는 산신의 영역의 주변에 항시 펼쳐져 있는 결계들과도 유사하다.


이번 적은 은후가 만들어 낸 요기로 밀집된 그 특수한 탐지 공간 속에서도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지 그야말로 거침없이 운신하고 있었다.


어중간한 실력을 갖춘 이였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푸슈슈슈슉─.


은후가 노려보고 있는 한 지점에서 갑자기 이상할 정도로 많은 양의 회색 연기가 잔뜩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것이 순식간에 퍼지더니 결국 주변을 자욱하게 덮었다.


은후가 슬기의 어깨를 덥석 잡았다. 그녀를 힘주어 당겨서 자신의 품에 쏙 들어오게 안아 감싼다.


“호오. 결계도 치는군. 제법인데?”


자욱하게 피어오르던 회색 연기가 시간이 조금 흐르자 차츰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러더니 새로운 전경이 보였다.


조금 전에 그들이 있었던 촬영 현장이 아니라, 그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 드러났다.


또한, 곳곳에 뿔뿔이 흩어져 있던 스태프들의 모습도 이제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어라?”


서로 높이가 다른 검은색의 깜깜한 벽들이 삐죽삐죽 솟아 사방을 타원형으로 넓게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그 벽을 전부 치워 없애더라도 원래 있던 촬영장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곳은 완전히 다른 장소다.


그런데도 슬기는 약간의 기시감을 느꼈다.


어쩐지 차원의 문을 넘을 때의 감각과 비슷하다.


그러나 차원 문의 경우는 기다랗게 끝없이 뻗어 있는 복도를 쉬지 않고 지나가야 하는 열린 느낌이라면, 여기는 사방이 빈틈없이 꽉 막힌 방 같다.


그리고 지금 자신들은 그 안에 갇힌 듯했다.


파앗.


파앗─!


이때, 공기를 가르며 무언가가 빠르게 두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왔다.


은후가 한 손을 휘둘러 인위적인 바람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자신들을 향해 쇄도해 오는 그것들을 쳐냈다.


챙! 푸욱.


서걱─.


마치 화살처럼 날아온 이것은 세 장의 새하얀 부적이었다.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바람에 튕겨 나간 그것은 그대로 땅바닥에 날카롭게 푸욱 꽂혔다.


화르르륵─.


그러더니 부적 위에 곧바로 회색의 불이 붙는다.


은후가 제때 쳐 내지 않고 슬기와 함께 저것에 맞았더라면, 지금 불타고 있는 것은 두 사람의 몸이었을 터.


슬기가 두려움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것이 그녀의 어깨를 꼭 쥐고 품안에 안고 있던 은후에게까지 전해졌다.


은후는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있으니 그리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 더욱 힘주어 제 꼭 안는다.


은후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적이 숨어 있는 방향을 노려본다.


솔직히 그는 방금까지만 해도 딱히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냥 ‘호오, 꽤 잔재주가 있는 놈이 나타났구나.’ 하는 정도? 그 정도로만 여기고 있었다.


저놈이 살기를 뿌리거나, 방금 전처럼 상대의 실력을 가늠해보기 위해 살짝 간을 보는 선에서 그치지 않았다면.


정말로 바로 그냥 자신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공격들을 감행했었다면, 그 즉시 역으로 철저히 밟아 주었을 것이다.


이 부분은 생각하고 말 것도 없었다.


이어질 당연한 수순일 뿐, 여기엔 악의도 분노도 없다.


그랬는데,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대가 갑자기 무척이나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다.


저놈으로 인해서 슬기가 불안해하는 것을 알게 되자, 고요했던 은후의 눈동자에 차츰 노기가 깃들고 있었다.


파앗, 파앗─.


팟, 팟, 팟, 팟, 파바바바밧─!


다시 부적이 날아왔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수의 부적이 거센 비처럼 쏟아졌다.


슬기는 보았다.


검은 벽으로 인해 흑으로 물들어 있던 세상이, 점차 세차게 몰아치는 백에게 먹히는 광경을.


그리고 그것이 이제는 자신과 은후를 집어삼키려 한다.


그녀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은후가 요기를 운용했다.


뿜어 낸 힘의 일부는 슬기와 자신의 주변에 보호막처럼 둘렀다.


그리고 나머지는 수백 개의 면도날같이 작고 날카롭게 나눠서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부적들에 쏘아 보냈다.


쿠우우우웅─!


은빛을 찬란히 발하는 요기와 부적이 공중에서 충돌했다.


찌지지직─!


그러자 그곳에서부터 굉장히 크고 괴상한 소리가 났다.


처음 얼마간은 버티는 듯싶던 부적 떼가 은후의 요기에 밀리고 베여 이내 갈기갈기 찢어졌다.


상대의 힘이 실려 있던, 점처럼 아주 작은 핵까지 찢어진 부적들은 능력을 잃고 그대로 보통의 종이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분쇄되고 또 분쇄된 엄청난 양의 종잇조각들은 흡사 한겨울 밤에 몰아치듯 내리는 아름다운 눈꽃을 연상키는 장관을 그려 냈다.


우우우웅─!


은후는 이 종잇조각들의 일부를 자신의 힘과 섞어 뭉쳤다.


종이는 진흙 반죽처럼 꿀렁거리며 움직이더니, 종국엔 몇 번이고 압축되어 창과 같은 모양이 되었다.


은후가 그것을 힘차게 던졌다.


목표는 당연히 자신들을 공격한 적이 은신하고 있는 바로 그 지점.


콰아아앙─!


“으아아악!”


드디어 상대의 모습이 드러났다.


젊은 인간 남자다.


쏘아진 은후의 종이 창이 상대의 옷을 꿰어 함께 날아가 검은 벽에 꽂혔다.


그 힘이 얼마나 센지, 누가 봐도 강도가 상당한 이 벽들에 거미줄 같은 금들이 크게 그려졌다.


힘껏 휘두른 도끼에 몇 번이고 찍힌 나무들처럼 틈들이 깊게 패어 쩍쩍 갈라져 있었다.


“호오. 어깨를 노렸는데, 용케 잘도 피했군.”


은후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사실은 정말 놈의 어깨를 뚫어서 검은 벽에 메다꽂을 생각으로 던진 창이었다. 지금 보이는 것처럼 한낱 천 쪼가리를 노린 게 아니라.


전투 센스가 좋은 녀석이다.


은후가 높이 도약했다. 그리고 놈을 꽂아 넣은 검은 벽 쪽으로 날았다.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눈치챈 상대가 재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몸을 버둥거렸지만, 불행하게도 은후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콰앙─!


은후의 커다란 손이 남자의 작은 머리를 쥐고 다시 벽 쪽으로 세게 박아 넣는다.


“으아아악!”


놈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움직임이 봉해진 남자.


은후의 손에 완벽히 사로잡힌 그는 더는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은후는 이제부터 펼치려고 하는 자신의 잔인한 손속에 행여 슬기가 또 놀랄까 봐, 그녀의 몸을 품 안에 더 깊숙이 가두고, 남은 한 손과 요기로 그녀의 눈과 귀를 막아 버렸다.


“말해라. 왜 나를 공격했지?”


“······쿨럭.”


“너. 혹, 아강의 수하인가? 그가 나를 죽이라 하더냐?”


인간 남자가 피를 토했다.


창에 실려 함께 날아온 은후의 요기를 몸이 정통으로 맞아 이미 상당한 내상을 입은 탓이었다.


은후는 이 젊은 인간 사내가 자신을 공격한 연유가 혹시 아강 때문인가 싶었다.


얼마 전 동방 차원으로 건너갔을 때도 자신을 기습한 선대 요마왕의 장자.


그가 사주한 것이 아니라면 이곳 중앙 차원에서 갑자기 자신이 공격을 당할 다른 마땅한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런데 돌아온 인간 남자의 답변은 전혀 예상 밖의 것이다.


“······쿨럭. 그게 무슨 소리지? 내가 노린 것은 네가 아니다. 저 여자지.”


은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또한, 죽이려고 한 것도, 크게 다치게 하려 한 것도 아니다. 단지 다른 사람들 몰래 살짝 불운을 부르는 저주를 그녀의 몸에 새기려 했을 뿐.”


남자의 이어진 말에 은후의 눈동자가 점점 온기를 잃고 차갑게 식어 간다.


“왜지?”


“의, 의뢰를 받았다. 저 아이를 저주해 달라고.”


“······.”


“그런데 서, 설마 타 차원의 존재가 바로 옆에 붙어 있을 줄은, 그것도 이 정도로 강한······ 크흑. 젠장, 낌새가 이상하더라니. 진작 처음 공격 이후에 재깍 튀었어야 했는데.”


완전 수지 타산에 안 맞는 의뢰였다며 남자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은후에게 자비를 바라는 듯, 자신이 슬기에게 걸려고 했던 저주도 그리 위험한 것이 아니라 약간의 괴롭힘을 받는 정도에 불과했다고 변명하듯이 말했다.


그럼에도 은후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싸늘해졌다.


감히.


자신도 아니고 다름 아닌 슬기를 노려?


은후의 몸 주변에 슬금슬금 요동치기 시작한 살기를 눈치챈 남자가 꿀꺽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그가 다급히 말했다.


“마, 마녀가! 이쪽 차원에서 인간을 해치게 되면 마녀가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호오. 그런 것도 알고 있는 건가.”


마녀를 들먹인 자신의 협박이 통한 건가. 은후가 반응을 보이자 그렇게 생각한 남자의 얼굴에 슬쩍 안심하는 기색이 비쳤다.


“그, 그래. 문제를 일으키면 당장 이 차원에서 추방당하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상관없다.”


“뭐, 뭐······?”


기세등등하게 말을 이어 가던 남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미 모든 이성을 잃은 듯, 자신 앞에 서있는 이 요괴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은후가 상관없다고 내뱉은 것은 진심이었다.


이 인간 남자를 해한다면, 정말 남자의 말대로 당장은 마녀들에 의해 여기서 추방당하고 앞으로는 그녀들의 차원 문도 못 쓰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이미 은후는 차원 문을 여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벌써 몇 차례나 차원끼리 서로 연결하는 통로를 건너보았다.


이미 그 이치를 깨달은 지 오래.


그러니 마녀들을 흉내내어 언제고 자신만의 힘으로 다시 그만의 문과 통로를 재창조할 능력이 충분히 있었다.


물론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은후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결코 내 것을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인간 남자가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었다.


그의 머리채를 쥐고 있던 은후의 손에서는 점차 힘이 풀리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남자는 도무지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폭발하듯 끝없이 터져 나오는 은빛의 요기가 대신해서 포박하는 것처럼 전신을 꽁꽁 묶으며 속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후의 손이 남자의 뺨을 할퀴듯 쓰다듬으며 몸을 타고 천천히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히이익!”


자신을 더듬는 낯선 요괴의 손길에 젊은 인간 남자가 크게 흠칫한다.


한참을 아래로 내려가던 은후의 손이 남자의 오른쪽 가슴 부근에 와서야 비로소 멈추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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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취중진담 24.08.29 16 0 11쪽
47 두 번째 약, 절벽 위의 꽃 24.08.29 13 0 12쪽
46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9 11 0 11쪽
45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8 13 0 12쪽
44 실력 24.08.28 13 0 12쪽
43 음. 어째 험난할 거 같지? 24.08.28 15 0 13쪽
42 훈련이라는 이름의 꽁냥꽁냥 24.08.28 13 0 11쪽
41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40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39 독종 24.08.27 15 0 12쪽
38 능력 개화, 훈련이라는 이름의 스킨십 24.08.27 16 0 11쪽
37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7 0 12쪽
36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5 0 11쪽
35 무대 공포증이 있는 여가수 24.08.27 16 0 12쪽
34 트라우마 24.08.27 15 0 11쪽
33 Supernova, 드디어 무대 위로 24.08.27 14 0 13쪽
32 백귀야행 24.08.27 15 0 13쪽
31 백귀야행 24.08.27 17 0 12쪽
30 이걸론 아직 끝난 게 아니지 24.08.27 19 0 12쪽
29 전기 ××구이 24.08.27 17 0 11쪽
28 전기 ××구이 24.08.27 19 0 13쪽
27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26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25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6 0 12쪽
»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7 0 12쪽
23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0쪽
22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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