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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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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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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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DUMMY

사실 슬기는 민세영이 예전에 낙하한 조명에 어떤 식으로 장난질을 쳤는지 얼추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아까 밀키웨이의 대기실에서 만났을 때도, 이후에 따로 둘이서만 잠시 대화를 나누었을 때도,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서 그녀의 반응을 떠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던 것은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가 아니다.


조금 더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본 후에 판단하려고 했을 뿐.


이도진과 이태진, 그리고 다른 루시퍼 소속 사람들을 만나면서, 슬기는 많은 것을 보고 눈을 뜬 상태였다.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힘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의 수가 생각보다 꽤 많다는 사실도.


그리고 민세영 역시 바로 그런 능력자 중의 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아마도 염력 같은 것이겠지.’


그렇게 가정하면 의문스러웠던 대부분의 일들이 설명된다.


일반인들로서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와 설명이 불가한 능력이다.


때문에, 당시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들도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한 채, 그냥 단순한 사고로 치부했던 것이고.


슬기는 힐끗 천장의 조명을 바라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민세영에게로 고정했다.


그녀가 혹시나 또 장난질하지는 않을까, 수상한 낌새가 보이는지 계속 지켜볼 요량이었다.




어느새 짧았던 전주가 끝나고, 노래를 시작할 부분이 되었다.


슬기는 차분히 숨을 고른 뒤에 뻣뻣해져서 잘 움직이지 않는 팔을 겨우 들어 마이크를 입 가까이에 가져왔다.


곧바로 그녀의 입술이 살짝 열리며, 그 사이에서 아름다운 노래 가사가 흘러나왔고.


[별이 빛난다. 그리고 나는 바란다. 당신이 있는 그곳. 바로 그곳에 닿게 해 달라고.]


그렇게 처음의 몇 소절을 겨우 막 불렀을 때, 순간 민세영의 오른쪽 눈동자에서 붉은색의 옅은 빛이 일렁거리는 기묘한 장면을 보았다.


“······!”


덜컹덜컹.


이어서 천장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설마, 정말로······!’


슬기는 티 나지 않게 눈동자만 굴려 다시 슬쩍 천장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빛이 강해서 아무것도 구분이 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적응이 되자 조금씩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확인하고야 말았다.


자신의 바로 위에 고정되어 있던 조명 하나가 민세영에게서 보았던 것과 똑같은 옅은 붉은색의 빛무리에 휩싸여 있는 것을.


덜컹덜컹.


이상한 소리는 바로 거기서 나고 있었고, 붉은 빛무리는 마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조명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래도 설마설마했는데.’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마지막까지 가슴 한편에 자그맣게 자리하고 있었던, 혹시나 하는 순진한 마음이 단번에 소멸했다.


전의 사고에서는 자신의 포지션이 센터였었고 그룹의 누구보다도 맨 앞에 서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뒤쪽에 서 있었던 민세영이 저런 식으로 힘을 쓰는 모습은 전혀 보지 못했다.


‘당시의 영상이 어딘가에 남아 있을까.’


찾아보면 나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확인하면 된다.


뒤편에서 자신을 노려보았을 그때의 그녀에게서, 또 저것과 꼭 같은 붉은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지 말이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덜컹덜컹.


천장의 조명이 흔들리는 소리가 더욱 크게 들렸다. 그리고 결국엔.


달칵, 파사삭─.


그것을 고정하고 있던 연결 부위가 부서진 듯한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떨어져 나온 조명이 꼭 예전의 그 모습처럼 낙하를 시작했다.


자신이 있는 바로 그 지점을 향해서.


[기나긴 기다림은 이윽고 기쁨이 되어. 헉······!]


슬기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결국 완전히 멈추었고, 놀란 비명이 짧게 새어 나왔다.


‘어, 어쩌지? 피해야 하는데!’


바짝 굳은 몸이 자신의 의지를 따라 주지 않는다.


모든 명령 체계로부터 지시를 듣는 것을 거부한 듯이. 놀란 몸이 더욱 안으로 움츠러들었다.


마치 박제된 동물처럼 지금의 자리에서 도무지 움직일 수 없었다. 단 한 걸음조차 뒤로 재빨리 빼낼 수가 없었다.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중력에 이끌리는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고 있던 조명은 자신에게로 더욱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슬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콰앙─!


다음 순간 조명이 바닥에 부딪치는 굉음이 들렸다.


아마 완벽히 부서져 산산조각이 났겠지, 바로 그때처럼.


그런데 신기하게도 전혀 아프지 않다. 분명 떨어지는 조명에 자신이 맞았을 텐데. 어째서일까.


거기다 왠지 잘 모르겠지만 아픈 통증보다는 자신의 어깨를 포근히 감싸는 누군가의, 이제는 무척이나 익숙하고도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슬기가 감았던 눈을 살포시 떴다.


“슬기, 괜찮느냐?”


“아.”


은후다.


은후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듯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속삭였다.


다음 순간 빠르게 주변을 살핀 슬기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어느새 은후의 품 안에 완전히 안겨 있는 자신.


그리고 저 앞쪽에 떨어져 있는, 도저히 예전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박살이 나 있는 조명.


아마 도중에 은후도 조명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하고, 재빨리 무대 위로 난입해 자신을 덥석 잡아채서는 뒤쪽으로 몸을 피했나 보다.


슬기는 아까 민세영이 자신을 노려보며 서 있던 지점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현장을 뜬 것인지,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도망친 건가?’


“슬기.”


“······아, 괜찮아요.”


다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걱정이 녹아 있었다.


슬기는 고개를 들어 괜찮다고 답했다.


그런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은후의 얼굴이 지금 썩 좋지 않다.


어라? 화가 났나?


뭔가가 무척 마음에 안 든다는 듯한 표정.


덥석.


손을 내민 은후가 슬기의 한쪽 손을 깍지를 끼듯 마주 잡았다.


그리고 슬기의 눈앞에 가져왔다. 이것 보라는 듯이.


“아······.”


슬기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자신이 손이 지금 더할 나위 없이 세차게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는 것을.


피곤하다.


급히 피로가 몰려왔다.


졸음이 온 신경을 잠식하고, 자꾸만 눈이 감기고 있었다.


“은후, 나 좀······ 무대 뒤로 옮겨 주······.”


슬기는 하고자 했던 말을 다 끝마치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힘없이 쓰러졌고, 마치 깊은 잠에 빠지듯이 기절하고야 말았다.




슬기가 다시 깨어난 것은 그날 저녁.


루시퍼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유명인들이 애용하는 모처의 종합 병원이었다.


“······.”


눈을 뜨자 맨 처음 병원 특유의 하얀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자신의 눈앞으로 불쑥불쑥 차례대로 머리를 들이미는 은후와 흑아의 얼굴 들이 보였다.


“헉.”


“괜찮은 것이냐?”


“······아, 네. 저기, 방송은 어떻게 되었어요?”


“······.”


은후는 말없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냈다.


최근에 루시퍼에서 지급을 받아 한창 사용법을 익히고 있었다.


그는 제법 익숙해진 듯 현란한 터치를 선보이면서 앱 하나를 열어 슬기에게 보여 주었다.


슬기와 유성, 그리고 생방송이라는 키워드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자 기사의 링크들이 촤라락 올라왔다.


얼추 눈으로만 훑어봐도 그 수가 장난이 아니다.




「신인 가수 슬기, 무대 위에서 혼절」


「한 번이 아니다?! 비운의 신인 여가수」


「부풀어 있던 기대, 결국 검증되지 않은 채로······」


「쇼인가?! 그녀의 잇따른 사고들」


「루시퍼의 무패 행진에 처음으로 걸린 브레이크」




선정적인 헤드라인들.


그중에서도 한두 개는 슬기의 눈에 바로 꽂혔다.


자신이 겪었던 이전 사고도 슬쩍 언급하고 있는 기사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벌써 조사를 마친 건가?


몇 개를 클릭해서 봤더니 기사 밑에 달린 댓글들의 반응들도 장난이 아니었다.




「헉; 많이 다친 거 아닌가요? 슬기찡ㅠ」


「아놔. 정말 노래 그렇게 잘하는지 진짜」


「확인해 보려고 했는데.」


「ㅇㅇ. 나도 생방송이라 기대하고 있었음.」


「······위에 둘 사이코패스야 뭐야; 지금 사람이 죽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아니, 그런데 정말로. 그나저나 루시퍼 소속 연예인 중에 이렇게 일이 안 풀린 연예인이 있었나요? 기사 보니까 사실 이 신인, 전에도 한번 데뷔 무대를 가질 뻔했었다던데, 그때도 같은 사고가 ㄷㄷㄷㄷㄷ」


「소오오오오름」


「조작 아니야? 라이브 생방이라 튄 걸지도. 뮤직비디오, 음원, 그렇게 다 차례대로 연달아서 흥행 대박이 났는데, 사실은 그게 본실력이 아니라 기계로 만진 거지. 이렇게 분위기 다 띄워 놨는데 실제로는 허접한 실력이라 들키면 욕먹으니까 도망친 거. ㅇㅇ」


「;;; 이 무슨;;; 아니, 암만 그렇다고 그거 면피하자고 조명을 자기 머리 위에 떨어뜨립니까;;;」




설핏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루시퍼 자체에 대한 지독한 골수팬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슬기로 인해서 회사의 이미지가 실추될까 봐 아예 대놓고 욕을 하거나, 그보다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염려하고 있는 댓글들도 조금씩 인터넷상에 올라오고 있었다.








인터넷 기사들과 댓글들을 읽고 있는 사이.


병실의 문이 드르륵 열리며, 방금 이곳에 도착한 청웅이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슬기. 몸은 좀 어때? 어디 다치진 않았어?”


“청웅 대표님. ······죄송해요. 저 때문에 회사 이미지가······.”


“음? 그냥 사고가 일어난 건데, 왜 사과해? 전혀 미안해할 거 없어.”


“그렇지만······.”


“하하. 됐어. 겨우 그런 거로. 인터넷 기사들이라면 전혀 신경 안 쓰니까 걱정하지 마. 우리가 널 모르나? 최초의 기회는 분명 은후 님이 제공했지만, 결국에 넌 정당하게 네 능력으로 우리 회사에 들어온 거야.”


“······.”


“네가 정말 실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조만간 확실히 보여 주면, 지금은 함부로 지껄이고 있는 저 시끄러운 녀석들도 곧 입을 다물겠지.”


청웅의 말에 슬기가 덮고 있던 담요를 꼭 쥐었다.


“그게······ 힘들지도 몰라요.”


“음?”


슬기는 나라를 잃은 것처럼 침통한 얼굴이었다. 벌어지지 않는 입을 겨우 열어 현재 자신의 상태에 대해 그에게 설명했다.


“무대 공포증이 생긴 것 같다고?”


“정확하게는 무대 위에, 천장에 고정되어 있는 조명들이요.”


“그랬군. 전에 겪은 사고 때문에 그런 건가. 그럼 당장은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긴 힘들겠네.”


“저도 이번 일이 있고 나서야 알게 되었어요.”


“흠. 뭐, 꼭 그런 무대가 아니라도 가수가 노래할 곳은 많으니. 우선은 게릴라 형식으로 길거리 공연을 해서 그 장면들을 촬영한 영상을 여러 매체로 퍼트리는 방식으로 실력을 입증해도 되는 거고.”


“······.”


슬기는 힘없는 얼굴로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잠시 살피다 청웅이 물었다.


“슬기, 한 가지만 물어보자.”


“네.”


“너, 그럼 이제 무대 위에는 오르기 싫어진 거니?”


슬기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청웅과 눈을 맞추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심장 부근에 가져다 댄 뒤에 말을 잇는다.


두근두근 뛰는 힘찬 박동이 손바닥에 전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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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취중진담 24.08.29 15 0 11쪽
49 취중진담 24.08.29 15 0 12쪽
48 취중진담 24.08.29 16 0 11쪽
47 두 번째 약, 절벽 위의 꽃 24.08.29 13 0 12쪽
46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9 11 0 11쪽
45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8 13 0 12쪽
44 실력 24.08.28 13 0 12쪽
43 음. 어째 험난할 거 같지? 24.08.28 15 0 13쪽
42 훈련이라는 이름의 꽁냥꽁냥 24.08.28 13 0 11쪽
41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40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39 독종 24.08.27 15 0 12쪽
38 능력 개화, 훈련이라는 이름의 스킨십 24.08.27 16 0 11쪽
37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7 0 12쪽
»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5 0 11쪽
35 무대 공포증이 있는 여가수 24.08.27 16 0 12쪽
34 트라우마 24.08.27 15 0 11쪽
33 Supernova, 드디어 무대 위로 24.08.27 14 0 13쪽
32 백귀야행 24.08.27 15 0 13쪽
31 백귀야행 24.08.27 16 0 12쪽
30 이걸론 아직 끝난 게 아니지 24.08.27 19 0 12쪽
29 전기 ××구이 24.08.27 17 0 11쪽
28 전기 ××구이 24.08.27 19 0 13쪽
27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26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25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6 0 12쪽
24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6 0 12쪽
23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0쪽
22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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