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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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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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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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DUMMY

“오르고 싶어요. 너무너무. 당장에라도 무대 위에 서고 싶어요. 그리고 목이 터져라 실컷 노래하고 싶어요. 이건 진심이에요. 정말로 그런데······. 그래서 더욱 믿을 수 없었어요.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덥석.


순간 슬기의 머리에 크고 따뜻한 무언가가 내려앉았다.


슬기가 앉아 있는 침대 바로 옆에 내내 서 있던 은후다.


그의 커다란 손이 슬기의 작은 머리를 농구공 잡듯이 덥석 잡았다.


쓰담쓰담.


그러고는 다정한 손길로 슬기의 보드라운 머리를 쓰다듬는다.


자신을 위로하는 건가?


익숙하지 않은지 그 일련의 동작들이 솔직히 조금은 어색하게 보였지만, 슬기는 우울했던 기분이 한결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그럼 같이 치료해 보자.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네가 그렇게 오르고 싶어 하니까 난 분명 머지않아 조만간 완치될 거라고 생각해.”


“······감사합니다.”


심장에서 무언가가 왈칵하고 올라온다.


그것이 머리까지 치솟아 오르다가 눈을 타고 세상 밖으로 툭 터져 나올 것만 같다.


자신을 진심으로 믿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이토록 든든한 거구나.


“그리고 들어 주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슬기는 이들에게 민세영과의 관계에 대한 것들을 전부 털어놓기로 했다.


“아, 어쩐지 그때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진다 싶더라니. 사실 너무 미약해서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슬기의 이야기를 듣고서 조금 전 사고에 관해서 다시금 떠올린 흑아가 그렇게 말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기운들에 민감한 요괴이다 보니 그때 그는 나름 어떠한 변화를 포착하긴 했었던 모양이다.


단지 평소처럼, 그것이 자신과 은후를 위협할 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이후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듯했다.


보아하니 은후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였던 것 같고.


“슬기.”


“네?”


가만히 슬기를 내려다보다가 은후가 물었다.


한쪽 입가에만 슬쩍 웃음을 머금고서.


“그 민세영이라는 여자, 지금 어디에 있지?”


“······.”


은후의 미소를 본 슬기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킨다.


섬뜩하다.


저건 절대로 살인자, 아니 학살자의 웃음이다.


도박을 싫어하는 슬기였지만, 이건 내기를 해도 좋을 정도로 확신할 수 있었다.


민세영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려 주면 당장 칼부림이 날 것이 틀림없었다.


그 정도로 지금 은후가 짓고 있는 웃음이 무서웠다.


바로 며칠 전에 있었던 허종우 건은 여기 갖다 댈 거리도 아니었다.


그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잔혹하고 처참한 결과가 나오겠지.


“은후, 거, 걱정해 줘서 고마워요. 그렇지만 이번 복수는 제가 직접 하고 싶어요.”


“허락할 수 없다. 넌 지난번에도 그랬다가 그 허종우라는 놈에게 큰일을 당할 뻔하지 않았느냐.”


“그때랑은 조금 달라요. 저, 정말 이번 일은 원한이 깊거든요. 그 여자한테.”


처음 얼굴에 큰 상처가 생겼을 때, 슬기는 단지 심증만 가지고 있었을 뿐인데도, 넘치는 증오와 원망에 한없이 마음이 짓눌려 민세영을 죽일 생각까지 했었다.


가장 어두웠고 침잠해 있었던 시기.


그땐 매일 부엌과 방을 오가며 칼을 쥐었다 놓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었다. 얼마나 진심으로 갈등했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은후를 만난 이후로 민세영을 용서한 것도 아니다.


절대로.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번 두 번째 사고로 인해서 복수심은 더욱 활활 불타고 있었다.


“······.”


슬기의 말을 들은 은후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음, 어째 입술이 댓발 튀어나온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슬기는 손을 내밀어 양손으로 은후의 한 손을 꼭 쥐며 애원하듯 말했다.


스륵.


“네? 제발요? 제가 먼저 해 보고 정 안 되겠으면 꼭 은후한테 바로 도움을 요청할게요. 응?”


슬기가 필살기를 썼다.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애절하고도 앙큼한 눈빛 발사’ 스킬을 사용하자 은후가 흠칫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답했다.


그 장면을 전부 목격한 청웅이 뒤쪽에서 배꼽이 빠져라 낄낄거리며 웃었고, 흑아는 또 어이없다는 눈으로 자신의 도련님을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너무 웃어서 어느새 눈물까지 글썽이게 된 청웅이 손으로 그것을 쓱 훔치며 말했다.


“일단 슬기는 많이 놀랐을 테니까 푹 쉬도록 해. 진정이 되면 바로 게릴라 콘서트를 해 보자. 그리고 흠. 사람들 시선을 당분간 다른 곳으로 돌리려면 은후 님을 좀 이용해야겠네. 은후 님, 그래도 되지?”


“슬기를 위한 거라면 상관없다.”


씨익.


청웅이 그 특유의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지.”




슬기를 안심시키고 청웅은 다시 루시퍼로 왔다.


“홍홍홍, 룰루, 루룰루, 루루루우.”


의미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가락을 콧노래로 계속 흥얼거리며, 그는 방정맞게 깡충깡충 뛰면서 온 복도를 누비고 돌아다녔다.


그러다 루시퍼의 홍보실 앞에 도착해서야 상큼하고 발랄했던 걸음을 멈추었다.


“수진 씨잉, 자리에 있지이잉?”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청웅이 큰 소리로 한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가장 구석 자리에 놓인 한 책상에서 부스럭거리는 인기척이 들렸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저절로 카오스를 연상시키는 풍경의, 홍보실 내에서도 가장 지저분한 자리.


그곳의 주인인 듯, 만리장성처럼 높고 두텁게 둘러싸인 잡동사니와 서류 더미들 뒤에서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여자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네에?”


반쯤 감긴 눈. 목 아래까지 내려오려고 하는 짙은 다크서클. 기운 없이 힘 빠지는 목소리.


어쩐지 유체 이탈을 시도하려는 듯, 그녀의 혼이 이미 머리 위에 반쯤 걸려 있는 것만 같은 착시 현상마저 보일 정도다.


“무슨 일이세요, 대표님?”


살짝 내려온 안경을 고쳐 쓰며 그녀가 물었다.


청웅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수진 씨,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해 줘야겠어!”




타그닥.


탁탁타닥.


타각타각타각타각.


키보드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강수진의 손가락들.


그 움직임이 너무도 현란하고 리드미컬해서 마치 춤을 추고 있는 것만 같았다.


“······헤헷.”


한껏 집중해서 컴퓨터 모니터에 코를 박고 있던 수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조금 전의 반쯤 감겨 있던, 죽은 동태처럼 썩은 눈빛을 하고 있던 사람과 동일인물이라고 도저히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어서 강수진의 입가가 부들부들 떨리더니 헤실거리며 웃는다.


바보 같은 웃음.


그러나 본인은 현재 자신이 어떤 식으로 웃고 있는지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꽃미남, 하악. 잘생겼엉. 너무 좋당.”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입술.


그녀의 뒤쪽에서 청웅은 뿌듯한 얼굴을 하며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달칵, 달칵.


키보드만 현란하게 두드리는 줄 알았더니 마우스를 클릭하는 속도도 장난이 아니다.


현재 그녀가 편집해서 만들고 있는 것은 하나같이 전부가 은후에 관한 영상과 자료들이었다.


“우히힛.”


청웅은 아까 생방송 도중 카메라에 찍혔던 영상을 입수했다.


바로 은후가 영화 <보디가드>의 한 장면처럼 터프하게 슬기를 번쩍 안아 들고서, 떨어지는 조명을 잽싸게 피하는 모습이 담긴 그것을.


그리고 그것이 지금 강수진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강수진의 취미는 꽃미남 꽃미녀 연예인들을 덕질하는 것이다.


또한 그녀에게는 그들과 관련된 자료들을 열과 성을 다해서 정말 환상적으로 기가 막히게 잘 다듬어서 뽑아내는 능력이 있었다.


덕분에 선남선녀들이 유독 많은 루시퍼, 이곳의 홍보실에서 업무를 보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천직이었다.


이번에 청웅은 그녀에게 은후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비록 그가 정식으로 데뷔한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강수진이 덕질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로 아름답고 고귀한 피사체임은 틀림없었다.


강수진은 단번에 은후의 매력 속으로 퐁당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그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염시킬 것이다.


“얼추 다 준비되었어요!”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들뜬 숨을 내쉬며 강수진이 그렇게 말했고, 청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지시를 내렸다.


“그래? 그럼 시작하자.”


“네!”


그렇게 잠시 후, 한창 슬기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 커뮤니티들에서, 곧 한 가지 새로운 이슈에 관한 기사와 댓글들이 거의 동시간대로 빠르게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혹시 보셨어요? 슬기 매니저. 완전 존잘이던데 ㄷㄷㄷ」


「루시퍼 매니저들 훈남 많기로 유명한 건 진즉 알고 있었지만, 이건 그냥 정말 톱 연예인 급ㅇㅇ」


「오잉? 저 아직 못 봤는데 혹시 링크 있으신 분 쏴 주셈.」


「포탈 여기 http://www.starphoto.com/abc=2439 ······음, 함 보세영.」


「헐? ㄷㄷㄷ 포토샵? ㄷㄷㄷ」


「···정말 매니저 맞아요? 루시퍼 신인 배우 아니에요? 저건 그냥 배우 얼굴인데;;; 그것도 톱 급;;」


「이건 아까 사고 당시 영상인데 이것도 http://www.youtwo.be/64GA2bc4de」


「헉. 뭐야; 왜 조각상이 막 움직이고 있어;;;」


「모야 모야」


「어떡해······. 나 우리 원반 오빠뿐인데. 아, 안 되는데. 이러면. 으아아, 흔들린다아아아아!!!」


「어? 이 사람 슬기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그 사람 아님? 에이, 그럼 배우 맞네. 낚시 즐.」


「ㄴㄴ. 매니저 맞음. 뮤직비디오 찍을 때 무슨 사고가 나서 상대 배우가 펑크 냈는데 그걸 매니저가 때운 거.」


「헐?!」


「으아아아아아악. 은혜로우신 미남이시여!!!」


「······결심했어. 평생 루시퍼 광신도로 뼈를 묻겠다. 내가 누울 곳은 여기다.」




여기저기에 마른 장작과 작은 불씨를 옜다, 하고 던져 주자 전부가 각각 다른 커뮤니티였음에도 불구하고 활활 타오르는 불길의 거셈은 완전히 같았다.


저 존잘은 뉘시냐. 매니저다. 헐? 누구의? 신인 가수 슬기. ······이 무슨 복을 자루째로 쓸어 담은 계집애, 전생에 나라를 삼세번 구했나, 등등.


은후가 슬기를 구하는 그 전체 과정이 깨끗하게 찍힌 영상이 유투에 오르자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이미 상당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유명 아이돌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뷰수와 맞먹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슬기의 뮤직비디오 뷰수와도 비슷한 조회수를 보이고 있었다.


거기다 영상 밑에 달리는 댓글에서는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대체 저 남자 누구냐’고 한결같이 묻고 있었다.


은후의 미모가 그렇게 세상 밖으로 널리 이롭게 퍼져 나갔다.


곧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슬기의 실력에 대한 의심과 루시퍼의 앞날에 대한 쓸데없는 염려보다는 새롭게 나타난 어느 미남자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강하게 일었다.


그렇게 애초에 청웅의 계획대로 사람들의 관심이 완전히 은후쪽으로 돌아간 셈이다.




“청웅이 당분간은 그냥 푹 쉬는 게 좋겠다는구나.”


다음 날 아침.


병원에서 함께 하루를 지낸 은후가 슬기에게 자신이 받은 연락을 전했다.


“네? 그럼 게릴라 콘서트는요?”


“그것보다 더 좋은 다른 것을 계획하고 있다던데. 그래서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그렇구나.”


휴식의 시간이 주어졌지만 슬기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또 데뷔 무대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이 새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날은 다시 더 미루어졌다니.


살짝 어깨가 축 처지고 시무룩한 얼굴의 슬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은후가 입을 열었다.


“잘되었다. 이참에 네 능력이나 깨워야겠다. 호신술도 좀 가르치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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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도련님의 친우 24.08.31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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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취중진담 24.08.29 16 0 11쪽
47 두 번째 약, 절벽 위의 꽃 24.08.29 13 0 12쪽
46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9 11 0 11쪽
45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8 13 0 12쪽
44 실력 24.08.28 13 0 12쪽
43 음. 어째 험난할 거 같지? 24.08.28 15 0 13쪽
42 훈련이라는 이름의 꽁냥꽁냥 24.08.28 13 0 11쪽
41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40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39 독종 24.08.27 15 0 12쪽
38 능력 개화, 훈련이라는 이름의 스킨십 24.08.27 16 0 11쪽
»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6 0 12쪽
36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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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트라우마 24.08.27 14 0 11쪽
33 Supernova, 드디어 무대 위로 24.08.27 14 0 13쪽
32 백귀야행 24.08.27 15 0 13쪽
31 백귀야행 24.08.27 16 0 12쪽
30 이걸론 아직 끝난 게 아니지 24.08.27 1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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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전기 ××구이 24.08.27 19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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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0쪽
22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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