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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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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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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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이라는 이름의 꽁냥꽁냥

DUMMY

아무리 자신을 곤란 속에서 빼내려고 한 제스처라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소처럼 거의 반쯤 안긴 자세가 되자, 슬기는 놀라서 동그랗게 뜬 눈으로 멀뚱멀뚱 그를 쳐다보았다.


시끄럽게 떠들고 있던 기자들도 순간 입을 다물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치 동시에 집단으로 최면에 걸리기라도 한 사람들처럼.


뭐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기는 힘든데, 저 둘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기류가 또 어째 묘했기 때문에.


“······야, 찍어.”


“네?”


“빨리. 빨리!”


뒤편에서 누군가가 소곤거리며 그렇게 말하는 것이 얼핏 들렸다.


찰칵!


찰칵, 찰칵!


그것을 시작으로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또 정신없이 터지기 시작했다.


“······.”


말없이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은후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한 손으로 슬쩍 내렸다.


검은 유리에 가려져 있던 그의 날카로운 눈매가 조금씩 밖으로 드러났다.


기분이 나빠진 그의 미간은 지금 무척이나 사납게 구겨져 있었다.


“······히익. 히끅.”


정면에서 그의 눈빛을 보고 만 한 카메라맨이 어깨를 들썩이며 깜짝 놀라더니 갑자기 급하게 숨을 들이켜고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그러든지 말든지 은후는 이 귀찮은 인간 놈들을 떨쳐 내기 위해 자신의 기운을 발산하며 꺼지라고 한마디 하려고 막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것을 기민하게 눈치챈 청웅이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어허! 어서 슬기를 안전하게 데려가라고, 은 매니저!”


그러더니 은후의 등을 힘껏 치며, 여전히 슬기를 제 품에 꼭 안고서 절대로 놓지 않고 있는 그를 그 상태 그대로 밴 안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아하하하. 이런, 이런. 기자님이 오늘따라 유독 힘이 넘치시네. 자세한 사항은 저희 회사 홍보부에서 따로 자료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우리 예쁜 신인, 앞으로도 좋은 기사만 써 주세용.”


능청스럽게 윙크를 하며 손을 흔든 청웅이 자신도 잽싸게 몸을 빼내 밴에 탑승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안에 타자 미리 시동이 걸려 있던 차는 지체 없이 곧바로 출발해 자리를 벗어났다.


차창 밖으로 허탈한 표정을 짓는 기자들이 보였다.


제대로 된 인터뷰를 따지 못했기 때문에 불만이 가득한 모양이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청웅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어휴. 아무것도 모르니까 저러고 있지. 내가 너네 생명의 은인이다, 은인.”








흑아는 루시퍼에서 지급해 준 스마트폰을 꺼냈다.


사실은 받은 지 며칠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조작이 미숙하다.


기계라고 분류되는 것들은 뭐든지 간에 동방 차원에서 나고 자란 자신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물건이었다.


그나마 기민하고 감이 좋아 배우는 게 빠른 까닭에 처음과 비교하면 많이 늘긴 늘었지만, 아직 능숙하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자신과 같은 날에 이것을 건네받았던 도련님은 이미 중앙 차원의 인간만큼이나 스마트폰 사용이 능숙해졌다.


하여간 정말 괴물 같은 도련님이다.


청웅이 매니저 업무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처음엔 좀 복잡하고 어려워도 금방 익숙해질 거라며 틈틈이 익혀 두라고 신신당부를 했었다.


익숙해지면 재밌을 거라고도 했는데, 흠. 아직은 잘 모르겠다.


흑아는 너무 힘을 주어서 스마트폰을 부숴 버리지 않게 나름 조심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터치스크린을 콕콕 눌렀다.


모바일 웹을 열어서 입력창을 누르고 또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키판을 눌러 글자를 입력했다.




「슬기 매니저」




검색 버튼을 누르자마자 기사들이 주르륵 쏟아져 나왔다.


차례대로 들어가 보니 하나같이 대문짝만한 사진들이 가장 먼저 나타났다.


훤칠하고 날카로운 인상의 매니저가 슬기를 낚아채듯이 자신이 있는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험하게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당연히 기사마다 댓글창들도 난리가 났다.




「······꺄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앆!!」


「오빠!!!!!!!!」


「나도 가져요! 날 가져가!! 어서 와서 당장 가져가란 말이야아아아아대ㅑㅓㄹㅁ댜러이ㅏ!!!」


「······왕자님♥」




등등의 댓글을 단 사람들은 아무래도 인간 여성들인 것 같고.




「어머, 형아♥」


「어멋! 어멋! 나보다 더 탄탄한 근육이라니♥」


「크으. 하, 한 번만이라도 저 눈에 심장이 찔리고 싶어라. 형님♥」




어디로 보나 동성의 냄새가 물씬 풍겨 나오는, 특이 취향을 가진 몇 남성들.


이 두 종류를 빼고는 인간 남자 놈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의 도련님을 향해 중앙 차원의 육두문자로 보이는 글자들을 열심히 날리고 있었다.




「저런 씨발라먹#$@%^&**」


「으아악 슬기야아아!!&^%」


「으앙대!!!!^%#%$#%*&」




물론 사이사이 슬기를 욕하는 여인네들도 꽤 있었지만, 그보다는 은후 도련님을 추종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여인들의 숫자가 월등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실력 검증은 안 하고 벌써 얼굴 반반한 매니저랑 놀아난다고 그녀를 깎아내리는 뉘앙스의 댓글은 남녀를 불문하고서 전부 입을 모아 말하고 있었고.


“어휴.”


흑아는 한숨이 나왔다.


이거 괜찮으려나.


은후 도련님과 자신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요괴다.


암만 뒤에서 뭐라고 말한들 인간들의 가십 따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아니, 사실은 귀도 안 가렵다.


그렇지만 슬기는 아닐 테지.


그녀가 과연 이런 모욕을 견딜 수 있을까?


청웅이 미리 언질을 주었기에 앞으로 그녀에 대한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올 거란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 세상이 그녀에게 보이고 있는 반응들은 인간 여자인 그녀가 견디기에는 상당히 가혹해 보였다.


문득 슬기가 걱정된 흑아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아까부터 호신술을 가르쳐 주겠다며 그녀의 옆에 꼭 붙어 있던 은후도 함께 보였다.


“······.”


순간 흑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


훈련······ 한다며!


호신술 알려 준다며!


아니, 지금 저게 훈련인가?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다정하게 꼭 붙어 있지 않은가.


은후와 뭔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슬기의 얼굴도 어두워 보이기는커녕, 현 상태에 대해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있는 것처럼 멀쩡해 보였다.


“······씨잉.”


바로 전까지 슬기를 한껏 걱정한 자신이 불쌍해졌다.


그리고 알콩달콩한 두 사람을 보자 뭔가 잔뜩 항의하고만 싶었다.


그렇지만 꾹 참았다.


정말 꾸우우욱.


자신은 도련님의 충성스러운 수하니까 말이다.




“알겠느냐?”


“어······ 음······ 저기, 그러니까······.”


험악한 얼굴을 하고서 은후가 물었다.


슬기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며 떨리는 눈동자로 그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힘이 영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운가 보구나. 다시 가르쳐 줄 터이니 잘 보거라.”


그러면서 은후는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현재 그가 뿜어내는 흉흉한 기세에 비해 의외로 무척이나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 그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원인은 슬기가 아니었다.


슬기로 인해 비롯되는 주변의 다른 것들이었지.


예를 들어서 전에 그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던 기분 나쁜 여기자라든가.


그 후로도 계속 자신들을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방송국 관련자들이라든가.


어딜 가나 슬기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수군수군 뒤에서만 이야기하는 인간들이라든가.


그들 전부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질 같아서는 하루살이처럼 귀찮게 구는 그놈들은 싹 다 쓸어버리고, 그 인터넷 서버인지 뭔지를 다 박살내 버리고 싶은데, 옆에서 자꾸만 그런 자신을 극구 말린다.


흑아와 마녀 가은은 물론이고, 이번에는 청웅까지도 가세해서 설득했다.


사실 그놈들이야 뭐라고 하든지 조용히 무시하고 그저 하고 싶은 대로 일을 강행하면 되었다.


그런데 거기서 또 슬기까지 한목소리로 말려 대니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대신 타협안을 찾았다.


그녀가 이어서 제대로 훈련을 받기로 한 것이다.


원래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힘을 훈련하면서 호신술도 가르치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드라마 건 제안이 들어오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버렸다.


그래서 당분간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려고 했는데, 이건 뭐 도저히 안 되겠다.


도무지 불안해서 살 수가 있나.


언제 어디서 뭐가 나타나 그녀를 괴롭히고 곤란하게 만들어 댈지, 무엇이 함부로 또 그녀에게 손을 댈지.


동방 차원에서라면 모를까, 이곳 중앙 차원에서는 은후 자신이 그녀를 보호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곳에서 그가 지켜야 할 시스템 규칙들 탓이었다.


그 때문에 더 짜증이 났지만.


도대체 슬기는 왜 이렇게나 연약한 걸까.


그것만 생각하면 은후는 심장 부근이 막 갑갑해졌다.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그것을 슬기에게 드러내지는 않을 거지만.


그녀가 온전한 요괴였다면 참 간단했을 일이다.


그런 별 볼일 없는 것들 따위 단번에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여하튼, 때문에 슬기는 최소한 하루에 한 시간씩 꼭 은후와 훈련을 하기로 했다.


그리고 촬영 스케줄이 잡혀서 어딘가로 이동을 해야 할 때나 자신의 차례를 기다려야 할 때도 틈틈이 가르침을 받기로 했다.


지금도 이도진, 흑아와 함께 <청춘, 나빌레라>의 감독, 그리고 작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팅 약속 장소인 룸 형식의 카페에서 그들이 오기 전까지 호신술을 배우는 중이었다.


은후가 가르쳐 주는 호신술은 슬기가 알고 있던 일반적인 것과는 무척 달랐다.


우우우웅.


은후가 의지로 힘을 움직이자 주변의 공기가 낮게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몸에서 은은한 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자, 내 팔을 잡아 보거라.”


“네.”


은후의 지시에 따라 슬기는 그의 팔을 덥석 잡았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미끄덩.


분명 아무것도 없는데 은후의 온몸에 오일을 발라 놓은 것처럼 그를 잡으려 한 슬기의 손이 훅 미끄러져 나온 것이다.


“우와.”


슬기가 탄성을 질렀다.


은후는 이것이 자신의 기운을 몸에 둘러서 상대를 튕겨 내는 것이라 했다.


슬기 역시 이제 자신의 힘에 막 눈을 뜬 상태이니 그가 방금 한 것처럼 몸에 보호막을 두를 수 있단다.


그녀가 본디 완전한 요괴로 태어나고 요괴로 자랐다면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겠지만, 인간으로 자란 탓인지 영 쉽지 않았다.


“잘 보았느냐? 이번엔 내가 네 팔을 잡을 터이니, 내 손을 튕겨 내 보아라.”


“네.”


은후가 덥석 하고 슬기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았다.


그때부터 슬기가 끙끙거리며 은후의 손을 뿌리치기 위해 애를 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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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도련님의 친우 24.08.31 13 0 12쪽
50 취중진담 24.08.29 16 0 11쪽
49 취중진담 24.08.29 16 0 12쪽
48 취중진담 24.08.29 16 0 11쪽
47 두 번째 약, 절벽 위의 꽃 24.08.29 13 0 12쪽
46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9 11 0 11쪽
45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8 13 0 12쪽
44 실력 24.08.28 13 0 12쪽
43 음. 어째 험난할 거 같지? 24.08.28 15 0 13쪽
» 훈련이라는 이름의 꽁냥꽁냥 24.08.28 14 0 11쪽
41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40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39 독종 24.08.27 15 0 12쪽
38 능력 개화, 훈련이라는 이름의 스킨십 24.08.27 16 0 11쪽
37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7 0 12쪽
36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5 0 11쪽
35 무대 공포증이 있는 여가수 24.08.27 16 0 12쪽
34 트라우마 24.08.27 15 0 11쪽
33 Supernova, 드디어 무대 위로 24.08.27 14 0 13쪽
32 백귀야행 24.08.27 15 0 13쪽
31 백귀야행 24.08.27 17 0 12쪽
30 이걸론 아직 끝난 게 아니지 24.08.27 19 0 12쪽
29 전기 ××구이 24.08.27 17 0 11쪽
28 전기 ××구이 24.08.27 19 0 13쪽
27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26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25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6 0 12쪽
24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7 0 12쪽
23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0쪽
22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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