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1,428
추천수 :
1
글자수 :
431,031

작성
24.08.27 11:45
조회
16
추천
0
글자
12쪽

백귀야행

DUMMY

“으억. 큭큭큭.”


서류에 붙은 허종우의 사진을 보았을 때부터 청웅은 웃음이 터졌다.


“햐, 오랜만에 이 새끼 얼굴을 또 보네.”


“너도 아는 놈이냐?”


“응. 몇 년 전에 우리 회사 신인들을 건드리려고 개수작을 부렸었거든. 이놈이 재수가 더럽게 없었달까. 어떻게, 찍어도 하필 우리 애들을 찍어서.”


당시의 일이 다시 생각이 난 모양인지, 청웅이 킬킬 웃으며 말했다.


“더 걸작인 건 그 찍은 애 중 한 명이 또 루나였어. 된통 혼이 났지. 덕분에 내가 따로 더 나설 필요도 없었고. 그땐 그렇게 일이 얼추 마무리됐었는데.”


루나라.


분명 이무기 요괴가 이쪽 세계에서 그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다.


성격이 더럽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정말 괴팍한 일족인데, 허종우가 그녀에게 당했었다고 하니, 그것참 쌤통이었다.


“아 참, 맞다. 거기다 이 녀석 아버지가 또 루나의 엄청난 팬이거든. 그 집안이 리조트 쪽으로 주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항상 루나를 광고 모델로 썼어.”


너무 웃다가 눈에 눈물까지 맺힌 청웅이 말을 이었다.


“그때 루나가 눈물 연기를 열연하면서 이놈 아버지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다 일러 버렸거든.”


그로서도 워낙 골 때리는 일이었던 모양인지 청웅은 허종우에 관해서 아직까지도 상당히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안 좋은 행실로 잔뜩 찍혀 있던 참에 확 폭발했던 모양인지, 집안 망신 다 시킨다면서 이 자식 이거 바로 의절당하고 집에서 쫓겨나던데.”


“······.”


“큭큭. 뭐, 그래도 어디 가서 굶어 죽지는 말라고 건물 몇 채는 쥐여 주긴 했지만, 부자지간인데도 진짜 그 뒤로 다신 얼굴 한번을 안 보더라고.”


“놈이 이번엔 슬기를 건드리려 했다.”


“허얼? 은후 님. 설마······ 그래서 죽였어? 그럼 마녀들이랑 좀 복잡해지는데.”


“······아직 살아 있다.”


“어휴, 용케 참았네.”


당연히 허종우를 죽였을 것이라 예상하고 묻는 청웅을 보며 은후는 내심 뜨끔했다.


자신의 성향, 사고방식을 저 푸른 곰 요괴 또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 그나저나 이놈 보게. 제 버릇 남 못 준다더니, 또 그 짝인가.”


“슬기는 내가 이 녀석을 없애는 것도, 그로 인해서 마녀들과 충돌하게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최소한 이 녀석이 다시는 그녀에게 쓸데없는 짓을 못 하도록 조처를 하고 싶다.”


“흐음. 아 참,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걸 말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있지, 이번 건도 그렇고, 이참에 슬기 양의 능력을 깨워 보는 건 어때?”


“능력이라.”


“잠재되어 있는 힘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산신의 피를 이었으니 뭐가 나오든 적어도 제 몸 하나 지킬 정도는 되지 않겠어? 그럼 슬기 양을 동방 차원에 데려가도 은후님 조금은 안심될 거 아니야.”


“그렇군.”


좋은 생각이었다.


사용자인 주체가 완전히 망각하고 있는 힘을 깨우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지라 당장에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묘안은 묘안이다.


나중을 위해서도 조만간 슬기의 능력을 깨우는 훈련을 시작하는 게 옳을 듯싶었다.


“흠, 그나저나 이 새끼를 어떻게 족쳐 줄까.”


톡톡.


검지로 책상을 두드리며 청웅이 고민했다.


그렇게 잠시간 골몰하고 있을 때, 갑자기 대표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더니 누군가가 안으로 씩씩거리며 걸어 들어왔다.


루시퍼의 전속 작곡가 이현수였다.


“야! 청웅, 이 개자식아!”


시뻘겋게 물든 얼굴로 그가 악에 받친 듯 외쳤다.


“너! 이 새끼! 너! 어? 네가 나 도와준다며! 다시는 귀신한테 안 시달리게 해 준다며! 그렇게 사람을 꾀어서 데려와 놓고 대체 이게 뭐야! 오기 전만 못하잖아! 오히려 더 심하잖아! 내가 네 노예야? 노예냐고!”


당장에라도 바닥에 드러누워서 시위할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언제나 존칭을 고수하던 그의 말투도 반말로 바뀌어 험악해졌다.


그러나 사실 이건 특정 시기마다 늘 있어 왔던 일.


그랬기에 청웅은 바로 눈앞에서 애타게 동동 발을 구르는 이현수의 모습을 보고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청웅은 그 특유의 느긋하고 나른한 얼굴로, 불을 뿜는 공룡처럼 빽빽거리고 있는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청웅의 입가에 피식하고 미소가 걸려 있었다.


살짝 호를 그리며 휘어진 두 눈이 ‘어휴, 귀여운 놈’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루나가 와서 바짝 쪼던?”


“으악! 그 미친 여자 이름은 꺼내지도 마! 이미 노이로제란 노이로제는 걸릴 대로 죄다 걸렸으니까!”


이현수는 이제 거의 발광을 했다.


루나의 이름을 들었을 때는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기까지 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가 다시 청웅에게로 후다닥 달려왔다.


“청웅아, 아니 대표님! 응? 제발 나 좀 살려 주라.”


그리고 이제는 무릎을 바닥에 꿇으며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제발! 응? 내가 이렇게 빌게. 진짜 많이 안 바랄 테니까, 나 올해 딱 1년만, 아니, 아니다. 딱 6개월만, 아, 아니! 딱 한 달 만이라도 저것들 좀 떼어 내 주라. 응? 응? 제발! 1년에 한 달씩만이라도 자유롭게 해 줘! 아니, 해 주십시오!”


이현수에 눈에 물기가 차올랐다.


당장에라도 펑펑 눈물을 흘릴 것만 같다.


저 자존심 강한 남자가 이토록 약해진 모습이라니.


그동안 자신과 루나가 너무 심하게 굴었던 걸까. 청웅은 아주 살짝 반성했다.


그동안은 이현수가 항상 저렇게 화를 내다가 제풀에 지쳐서 포기하고 돌아가는 그런 패턴이 반복되었었기에, 이런 모습은 청웅도 처음 보았다.


“흐응.”


여기서 더 바짝 쪼면 이번엔 진짜 펑, 하고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


청웅은 이참에 이현수를 조금 쉬게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아.”


그래서 그 말을 꺼내려고 했는데, 마침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청웅은 힐끔 은후를 보다가 피식 웃고는 다시 이현수에게 말했다.


“알겠어. 쉬게 해 주지. 흠, 좋아. 한 6개월 정도는 푹 쉬다 와. 이번엔 해외로 오랫동안 여행 나가도 내버려 두도록 하지. 루나도 너 잡으러 안 가게 내가 막아 줄게.”


“저, 정말? 정말입니까?”


“그래, 그래. 그동안 조금 고생하긴 했으니까.”


조금?


지금까지 자신이 해 온 숱한 고생은 결코 조금이 아니었다!


이현수는 그 말을 정정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저 변덕스러운 청웅이 금세 태도를 바꿀까 봐 그에 관해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지금도 혹시나 또 말을 바꿀까 싶어 재빨리 인사를 하고는 도망치듯이 그곳을 빠져나갔다.


“저, 정말 갑니다? 어? 정말 가요? 지금 바로 가니까? 네?”


“그래, 그래. 잘 다녀와.”


후다닥 뛰쳐나가며 외치는 그를 향해 청웅이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이현수가 사라진 그 자리에는 여기까지 함께 쫓아왔던, 그의 무수한 스토커 귀신들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청웅이 이미 잠시 쉬게 해 주겠다며 공언을 했으니, 자신들이 이현수를 쫓아가고 싶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괜히 따라갔다가 그의 심기를 거스르기라도 한다면, 최악의 경우엔 강한 요괴의 힘으로 자신들이 완전히 소멸될 수도 있었으니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긴 한데. 흐음, 괜찮겠어. 이거 재밌겠는데. 킥.”


“무엇이 말이냐?”


청웅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있지, 은후 님. 허종우 골려 주는 거, 이 아이들을 이용해서 해 보는 게 어때?”


영문을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은후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청웅이 상상만으로도 웃겨 죽겠는지 피식 웃으며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흠.”


은후가 턱을 쓰다듬으며 이현수의 귀신 중 하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일백에 가까운 귀신들이 마치 군기가 바짝 든 군인들처럼 각을 잡고서 일렬횡대로 쭉 서 있었다.


흐트러짐이란 일절 허용되지 않는 그런 각이다.


그리고 은후와 청웅은 그들의 앞을 천천히 지나가며 귀신들의 외모를 하나씩 차례대로 품평했다.


멈칫.


그러다 절단된 자신의 목을 소중히 꼭 끌어안고 있는 어느 귀신 앞에서 은후의 걸음이 멈추었다.


은후가 말했다.


“이봐, 너.”


─흑흑, 흐윽으윽?(네, 넵?)


머리 없는 귀신은 평소처럼 서럽게 우는 목소리로 답했다.


“넌 그리 무섭게 생기지 않았구나.”


제 외양이 저 요마왕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귀신은 황당했다.


자신도 이 동네에선 한가락 하는 외모인데, 저 요마왕의 기준엔 이게 대체 뭐가 무서우냐 싶은가보다.


─흑흑, 흑흑흑흑. 흑흑흑흑흑!(제, 제가 그래도 인간들 사이에는 먹히는 외모입니다! 요괴의 시각으로 판단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거참, 인간들은 별걸 다 무서워하는구나. 사실 내가 보기엔 너뿐만이 아니라 다들 별론데.”


─······! 흑, 흑흑. 흑흑흑흑. 흐윽, 흐으으윽!(······! 호, 혹시 저희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여기 있는 애들 말고, 제 다른 친구들이라도 더 불러올까요? 제가 귀신들 사이에선 마당발이거든요. 진짜 끝내주는 애들 잔뜩 알고 있어요!)


“그래?”


─흑! 흑흑!(네!)


목 없는 귀신은 솔직히 요마왕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잘 몰랐다.


그러나 청웅의 성격이 지랄맞다는 것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그들에게 밉보일까 싶어, 그는 다른 귀신들을 대표해 최선을 다해 답했다.


덥석.


은후가 귀신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알겠다. 그럼 부탁하지.”


─흑! 흑흑!(넵!)




보름달이 뜬 서울의 밤.


별들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어두운 밤하늘에 홀로 덩그러니 떠 있는 달이 더욱 고고해 보였다.


“영민 오빠, 나 아이스크림 사 줘! 응?”


“으, 오늘 정말 너무 덥다. 그렇지? 좋아, 아이스크림 정도야 내가 쏘지.”


“응, 응!”


20대 초반의 커플이 데이트를 마치고 여자 친구를 집으로 데려다주는 도중.


아이스크림을 사기 위해 그녀의 집 근처에 있는 편의점 안으로 막 들어가려 할 때였다.


“어?”


여자 친구 쪽이 먼저 무언가를 발견했다.


하늘에 떠 있는 달 주위로 흐릿한 잔상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눈을 깜빡이고 비볐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다시 하늘을 보았다.


“어? 어? 어? 오, 오빠! 저거 봐. 저거 뭐야?”


“음? 지희야, 갑자기 왜 그래?”


지희가 영민의 옷자락을 꼭 잡아당겼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어서 보라고 재촉했다.


“대체 뭐가 있길······.”


“카메라! 카메라!”


여자 친구가 가리킨 하늘에서 무언가를 목격한 영민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돌처럼 굳어 버렸다.


지희는 허겁지겁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 앱을 켰다.


찰칵. 찰칵.


“와! 씨! ······대박!”


처음엔 사진으로 찍다가 빠르게 동영상으로 전환해 다시 이어서 촬영을 했다.


그리고 그 무언가가 저 너머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그 과정 전부를 영상으로 담아 두었다.


“와! 와! 대박이야, 오빠! 이, 이거 뉴스 기자들한테 팔까? 아니면 나 요즘 시작한 유투에 올릴까? 우와! 응? 오빠? 어? 오빠?”


지희는 촬영한 영상을 확인하며 옆에 있던 영민을 붙잡고 흔들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그에게서 대답이 없자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오, 오빠? 정신 차려, 오빠!”


영민은 눈알이 전부 뒤집혀 흰자위만을 내놓고선 그 자리에 선 채로 기절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1 도련님의 친우 24.08.31 13 0 12쪽
50 취중진담 24.08.29 16 0 11쪽
49 취중진담 24.08.29 15 0 12쪽
48 취중진담 24.08.29 16 0 11쪽
47 두 번째 약, 절벽 위의 꽃 24.08.29 13 0 12쪽
46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9 11 0 11쪽
45 마녀 특제 전설의 페이셜 스킨케어 24.08.28 13 0 12쪽
44 실력 24.08.28 13 0 12쪽
43 음. 어째 험난할 거 같지? 24.08.28 15 0 13쪽
42 훈련이라는 이름의 꽁냥꽁냥 24.08.28 13 0 11쪽
41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40 뭐? 드라마? 24.08.28 15 0 12쪽
39 독종 24.08.27 15 0 12쪽
38 능력 개화, 훈련이라는 이름의 스킨십 24.08.27 16 0 11쪽
37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7 0 12쪽
36 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24.08.27 15 0 11쪽
35 무대 공포증이 있는 여가수 24.08.27 16 0 12쪽
34 트라우마 24.08.27 15 0 11쪽
33 Supernova, 드디어 무대 위로 24.08.27 14 0 13쪽
32 백귀야행 24.08.27 15 0 13쪽
» 백귀야행 24.08.27 17 0 12쪽
30 이걸론 아직 끝난 게 아니지 24.08.27 19 0 12쪽
29 전기 ××구이 24.08.27 17 0 11쪽
28 전기 ××구이 24.08.27 19 0 13쪽
27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26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7 0 12쪽
25 쓰레기는 자근자근 밟아 준다 24.08.27 16 0 12쪽
24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6 0 12쪽
23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0쪽
22 누구의 사주인가 24.08.27 18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