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재벌집 데릴사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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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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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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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재벌집 데릴사위가 되었다. 02

DUMMY

이혼 후 재벌집 데릴사위가 되었다. 02






퇴사한다고 회사에 말한 지 하루가 지났다.

다음 날 출근한 나는 김 사원에게 인수인계를 마쳤다고 이야기하자 박 부장은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박 부장이 데리고 간 곳은 바로 회사 옥상이었다.

옥상에 도착한 박 부장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 한 모금.

하얀 연기를 내뿜은 뒤 그는 나를 불렀다.


"차 과장."

"네. 부장님."

"혹시 연봉 때문에 그러는 거면···."

"아닙니다. 제가 남들보다 조금 받는 것도 아닌데요."

"정말 어떻게 안 되겠어? 함께한 정도 있는데."

"김 사원이 저보다 더 잘할 겁니다."

"하아···. 그래, 알겠다. 내일까지만 나와. 일은 안 해도 되고 그냥 김 사원 하는 일 좀 봐주다가 퇴근해."

"감사합니다."

"아냐. 그동안 내 꼬장 받아주느라 고생했다."


박 부장의 사과에 나는 속으로 놀랐다.

고집스러운 박 부장조차 함께한 시간은 무시할 수 없는 듯했다.


"그동안 많이 배웠습니다. 부장님은 부디 퇴사하시지 말고 임원 자리까지 올라가세요."

"그래, 자식아. 나중에 연락할 테니 술이나 한잔하자."

"네."


박 부장은 내게 먼저 들어가라고 이야기했고, 그는 담배를 하나 더 꺼내 피웠다.

혼자서 돌아오자 사람들이 내게 다가왔다.


"차 과장님. 진짜 그만두시는 거예요?"

"뭐···. 그렇지."

"다른 회사로 가시는 건 아니죠?"

"그런 거 아니야. 진짜 좀 많이 지친 것 같아서 그래."

"그럼 언제 퇴사하시는 거예요?"

"내일까지만 나오기로 했어."

"내일이요?"


내일까지 나온다는 소식에 그동안 함께 지냈던 직원들이 크게 당황한 듯했다.

잠깐의 정적 후 한 사원이 손을 들고 외쳤다.


"안 되겠다. 내일 차 과장님 송별회 해요."

"그래요! 송별회 해요."

"차 과장님 송별회는 괜찮으시죠?"


많은 직원이 먼저 송별회를 해준다는 말에 그동안 회사 생활을 나쁘지 않게 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 그러자."


송별회를 하기로 정해졌지만, 이 자리에 없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바로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박 부장이었다.

나는 괜히 팀에서 따돌려지는 그가 안쓰러워졌다.

물론 다 자업자득이었지만, 마지막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 주었기에 이 정도는 챙겨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 부장님도 데리고 가자."

"네? 부장님도요?"

"그래. 너희 너무 부장님 따돌리는 것도 안 좋아."

"네···."


박 부장도 함께 데리고 가자는 말에 직원들의 표정이 안 좋아졌지만, 나는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박 부장이 담배를 다 피웠는지 사무실로 내려왔다.


"부장님."

"왜?"

"내일 제 송별회를 하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십니까?"

"송별회? 당연히 되지. 시간이 없어도 내야지. 차 과장 송별회인데."

"저 대리라니까요."

"뭐 어때! 내일이면 퇴사하는데."


박 부장은 흔쾌히 내 송별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가 참여하겠다는 말에 주변 사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은 물론 비밀이었다.


그렇게 다음 날 아침.


퇴사하는 날이라 그런지 그 어느 때보다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없던 힘도 솟아나는 기분이었다.


"이 지옥철도 당분간은 볼일 없겠어."


출근 시간의 서울의 전철은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은 매우 가벼웠다.


"다들 좋은 아침입니다."

"좋기는···. 너만 좋겠지!"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박 부장의 말이 더는 비꼬거나 기분 나쁘게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아쉬운 마음에 한마디라도 더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부장님도 이혼하시면 퇴사하십시오. 그럼 제 기분을 아실 겁니다."

"됐어. 우리 막내가 이제 초등학교 들어갔어. 벌 때까지 벌어야지."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그래···. 시간 참 빨라. 자네 신입으로 들어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말이야."


박 부장과 대화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중간중간 창밖을 보기도 했고, 주변 동료들이 일하는 모습도 관찰했다.

그러다 우연인지 아니면 필연인지 김 사원과 눈이 마주쳤다.

평소라면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렸겠지만, 오늘은 퇴사하는 날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사원에게 다가갔다.


"물어볼 거 있어?"

"아···. 아니요!"

"나는 또 나 쳐다보길래 모르는 거 생긴 줄 알았는데."

"아···. 그 모르는 게 있긴 해요."

"뭔데?"

"그게···. 혹시 이상형이 어떻게 되세요?"

"이상형?"


일과 전혀 관계없는 질문이었지만, 역시 퇴사의 힘은 대단했다.

그녀를 꾸짖는 대신에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글쎄···. 그런데 이혼남 이상형은 왜? 여자라도 소개해주려고?"

"아! 죄송해요."

"아냐···. 뭐, 궁금할 수도 있지. 이혼남의 이상형이."


나는 앞에서 허둥지둥 당황하는 김 사원을 보며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

과거 자신도 사원이던 시절 종종 저렇게 당황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적인 질문은 이따가 회식 자리에서 하도록 하고. 모르는 건 생기면 말해."

"네···. 죄송합니다."

"됐어.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인데 뭐."


늘 길게만 느껴지던 근무시간이 오늘따라 잘만 흘러갔다.

어느새 자리를 정리하고 퇴사 준비를 마치니 퇴근 시간이 되었다.


진짜 끝이네···.


사원증도 회사에 제출하면서 나는 이제 이 회사의 직원이 아니었다.


"뭔가 후련하기도 한데 허전하기도 하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어때? 복귀할래?"

"됐습니다. 얼른 가시죠."


마지막 출근을 마치고 동료들과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송별회 장소에 도착했다.


"내가 오늘 특별히 부사장님의 법인카드를 받아왔다는 말씀. 부사장님이 돈 걱정하지 말고 소고기 먹으라고 하셨으니까. 오늘 마음껏 마시고 먹자."

"오!"


박 부장이 웬일로 소고깃집을 예약했더니만 다 이유가 있었다.

평소 회식은 무조건 삼겹살 아니면 닭갈비였다.


"이모! 여기 소주랑 맥주 쫙 깔아주세요."

"네~"


본격적으로 회식이 시작되고 내 송별회라 그런지 상석에 자리를 양보하는 박 부장이었다.


"자, 한잔 받아.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앞으로는 다 잘 풀릴 거야."

"감사합니다."


박 부장을 시작으로 직장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내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차 과장님. 정말 감사했어요. 진짜 저 차 과장님 아니었으면 진작 그만두었을지도 몰라요."


일에 대한 센스는 뛰어나지만 꼼꼼함이 부족한 최 대리.


"과장님. 제 마음 아시죠? 나중에 연락해도 받으셔야 해요."


반대로 꼼꼼함은 뛰어나지만, 행동력이 부족한 박 사원.

이외에도 시키는 일은 잘하지만, 수동적인 이 사원.

체력이 부족한 박 대리.

말수가 적은 오 사원.


여러 사람이 주는 술을 받다 보니 어느새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차례인 김 사원이 다가와 내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그저 완벽하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김 사원.

그녀는 내게 술을 따라주며 나를 불렀다.


"과장님."

"왜?"

"그때, 업무적으로 모르는 거 있으면 연락해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그럼 개인적으로는 연락하면 안 되는 건가요?"

"..."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그런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김사원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마치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뭐···. 그건 자유지."

"정말이죠?"


모호한 내 대답에도 기뻐하는 김 사원을 보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미친놈···.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서둘러 고개를 저은 후 술잔을 비웠다.


"잠깐 화장실 좀."


그리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정신 차려. 너는 이혼남이야."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거울을 보며 다시 한번 내 현실을 자각했다.


"후우···. 정신 차리자. 차진혁."


짝짝.


뺨을 양손으로 두 번 때린 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돌아갔다.


"아! 최 과장님! 혹시 취하셨어요?"

"약간?"

"뭐야? 왜 이렇게 약해지셨어요. 나이를 드셔서 그런가?"

"뭐?"

"하하하하."


내가 자리로 돌아오자 이미 다들 술기운이 올랐는지 한층 가벼운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오랜만에 한 번 달리셔야죠. 혹시 쫄?"


한 남자 대리가 내게 마법의 단어를 이야기했다.

남자라면 참을 수 없는···.

쫄?


"너희 내일 출근인데 감당할 수 있겠냐? 나는 이제 백수라고."

"제 간이 과장님보다 튼튼할걸요?"

"오냐. 오늘 한 번 달려보자."


어딘가 껄끄러운 김 사원보다는 확실히 남자 직원들이 편했다.


"부장님! 내일 지각하는 사람들 확실히 혼내주셔야 합니다."

"걱정하지마. 내일 지각하는 놈들은 경위서 제출 각오해라."


그 뒤로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부어라 마셔라.

마지막인 만큼 내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눈을 떴을 땐 내 방 침대였고, 내 옆에 김 사원이 누워있었다.

그것도 속옷만 입고 있는 채로.


X발···. X 됐다.


순간 머릿속에 드는 수만 가지 생각.


나는 서둘러 어제의 기억을 되짚었다.


"분명···."


남자 직원들과 술을 진탕 마시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과열되었다.

이혼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그러나 그 분위기가 오래가지는 않았다.

내일 출근을 위해 한 사람 두 사람 돌아가기 시작했고, 어느새 남은 사람은 나와 김 사원 뿐이었다.

잔뜩 취한 나는 비틀거리며 택시를 잡으려 했고, 그런 나를 김 사원이 옆에서 챙겨주었다.


"과장님."

"대리라니까···."

"많이 취하셨어요."

"그러게. 많이 취했네."


내게 말을 거는 김 사원의 목소리가 사근사근해서 저절로 눈이 감길 뻔했다.


"차 대리님."

"왜?"

"혹시 저 불편하세요?"


갑자기 울상이 되어 묻는 김 사원.

그 모습을 보면 나는 잠시 고민하다 솔직하게 대답했다.


"글쎄···. 불편하긴 하지."

"네? 왜요? 제가 뭐 잘못했어요?"

"아니. 다 내 잘못이지. 이혼남에다가 이제는 백수인데."


술에 취해서 속마음에 있던 것들을 곧이곧대로 다 입 밖으로 내뱉었다.


"대리님이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요."

"아냐···. 내 잘못이야. 내가 더 잘생기고 내가 더 능력이 있어서 돈을 잘 벌었으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 아니, 애초에 결혼하지 않았으면···."

"대리님···."


나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는 김 사원을 보자 또다시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러니까 자꾸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오해하게 되잖아."

"네? 무슨 오해요?"

"네가 이혼남인 나한테. 이혼한 지 일주일도 안 된 나한테 관심이 있어 보이잖아. 그럼 네 소문만 안 좋아져."

"그거 오해 아니에요."


오해가 아니라는 말을 들은 내 표정이 어땠었는지 떠올리려는 순간.

옆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내 쪽을 향해 돌아누운 김 사원이 눈을 비비며 입을 열었다.


"으음···. 일어나셨어요?"

"저···. 그···. 김 사원."

"소현이라고 부르기로 했잖아요."


이제 자다가 막 일어난 그녀였지만, 미모는 여전히 눈부셨다.

하지만 그녀의 눈부신 외모를 감탄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서둘러 사과를 건네려 했다.


"소현아. 사실은 내가 기억이 좀···."

"저 책임져 주실 거죠?"


김 사원.

아니, 이제는 김소현이라고 불러야 할 여자의 말에 내 몸은 바짝 얼어붙어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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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 후 재벌집 데릴사위가 되었다. 02 +2 24.08.28 5,301 6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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