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세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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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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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운명

DUMMY

게임 시간도 벌써 40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XX년 월드 챔피언십의 우승자를 정하는 결승전도 이제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분명 이번이 마지막 한타가 되겠지.

그런 중요한 순간에, 유선은 팀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몰려오는 다섯 명의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SGD의 마지막 생존자는 유선 혼자입니다. 그런데 적은 다섯이에요! 못 막아요, 이거 못 막습니다! SGD 여기서 무너지는 겁니까!"

"아무리 최정상급 플레이어라고 해도 대회에서 1대5는 버겁죠. 하지만 이겨내야 해요. 팀원이 전부 부활할 때까지 60초, 버텨내야 합니다!"


사실 이미 한차례의 폭풍은 지나간 뒤였다.

그 결과로써 기다리는 것은 한타라고 부르는 것도 무색한 너무나도 일방적인 폭력이다.

보통 사람의 감각이었다면 직전에 벌어진 대규모 전투에서 패배했을 때 포기하고 항복을 눌렀을 거다.

하지만 유선은, 귀환을 눌렀다.


"유선 선수, 체력 회복을 마치고 중앙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 포탑 하나는 내주어야 할 것 같은데요?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버티는 게 좋아 보입니다. 어차피 코어만 파괴되지 않으면 지지는 않으니까요."

"맞습니다. 내 줄 건 내 주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게 맞겠죠."

"하지만 판단하는 건 유선 본인입니다.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 말씀 드리는 순간, 유선 선수 다섯 명을 상대로 돌진하고 있습니다!"


유선은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달랐다.

자신을 믿고 있었기에 그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결코 만용이 아닌, 뛰어난 실력에서 비롯된 것임을 그는 이번 경기에서 몸소 보여주었다.


해설자를 포함한 모두, 심지어는 적 팀까지도 유선이 무모하게 다섯을 상대로 덤벼들지는 않을 거라 예상했다.

그 예상이 패착이었다.

유선은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유선에게는 아직 무너지지 않은 포탑이 있었고, 포탑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플레이어 한 명분의 역할을 수행해낸다.

물론 적팀이 침착하게 유선을 먼저 처리한 다음 천천히 포탑을 철거하는 방법을 채택했다면, 유선으로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을 거다.

하지만 적팀은 유선을 과소평가했고, 그렇기에 유선을 무시한 채 포탑을 먼저 철거하는 전략을 앞세워 전진했다.

그 결과 유선은 혼자 받았어야 할 다섯 명분의 피해량 대부분을 포탑에게 전가시킨 상태에서 안정적인 공격을 할 수 있었고, 공식 경기에서 혼자 다섯을 상대한다는 괴물 같은 업적을 세울 수 있었던 거다.


"유선 선수, 궁극기를 사용해 적 진영을 흐트러트리고 있습니다!"


유선이 플레이하는 캐릭터는, 초반에 약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전형적인 왕귀형 캐릭터였다.

특히 궁극기는 최고 레벨 달성 시 재사용 대기시간이 수 초 단위로 확 줄어들고, 사용할 때마다 피해량이 중첩되는 형식이라 극후반에서 발군의 성능을 자랑했다.

오죽하면 궁극기만 바라보고 이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유저도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만큼 뛰어난 숙련도를 요구하는 캐릭터였지만, 지금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서 이 게임을 가장 잘한다고 평가받는 유선이다.

그에게 실수란 있을 수 없었다.


다섯 명이 포탑을 치느라 집중해 있을 때를 노린다.

강한 살상력을 가진 만큼 피해 범위가 매우 좁은 궁극기는, 적이 한자리에 모여 있을 때를 노리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려웠다.

사용하는 순간 적에게 돌진하게 되기 때문에, 한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역으로 사용하는 쪽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었다.

프로 수준이 되면, 딜러들은 절대로 뭉치지 않는다.

자기들이 동시에 죽으면 게임의 판도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로라고 해서 완벽한 것은 아니기에, 기회는 반드시 온다.

그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가 유선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결정적인 이유였다.


유선이 궁극기를 사용하자, 순식간에 적 다섯 명의 체력이 절반 이하로 내려갔다.

물론 유선의 캐릭터가 궁극기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유선은 남은 스킬들을 활용해 적의 딜러를 자르는 데에 성공했다.

이로써 적의 창은 꺾였고, 이걸로 게임의 판도는 완전히 뒤집혔다.


"아, 어떻게든 포탑은 파괴했지만 피해가 너무 막심합니다! 딜러가 잘렸어요! 이제 딜이 안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유선 선수를 막을 수가 없게 됩니다! 데미지가 없어요!"

"이어지는 유선 선수의 궁극기. 남은 적은 단 둘! 이대로 정말 해내는 건가요?"

"트리플킬, 쿼드라킬, 펜타, 펜타킬!!!"


기적은 일어났다.

단 한순간의 판단의 차이로 적은 이길 수 있는 게임을 졌고, 유선은 쓰러져가는 SGD를 일으켜 세웠다.

유선이 전무후무한 정상급 플레이어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야, 언제 봐도 미쳤네. 역시 유신인가."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아침 일찍부터 등교한 몇몇 학생들이 교실에 모여 앉아 유선의 결승전 영상을 돌려보고 있었다.

유신, 그것은 결승전 이후 유선의 뛰어난 기량을 칭송하기 위해 일부 팬들이 붙인 별칭이었고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를 유신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세계 1위의 플레이어를 추앙하기 위해 그들은 신(神)이란 칭호를 붙이게 된 것이다.


각국의 신화 속 영웅이나 그에 준하는 실존 인물들을 플레이어블 캐릭터(PC)로 하는 AOS 게임, 신세계대전.

그 게임은 출시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몇 년만에 같은 장르의 게임을 벗어나 모든 장르를 불문하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게임으로 등극했다.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게임의 정상에 오른 유선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가 되었고, 이제는 세간에서 프로게이머가 아닌 연예인으로 통하기도 했다.


"이번에 국가대표로도 선출됐잖아."

"유신 아니면 미드 할 사람이 없긴 하지."


때는 바야흐로 대 평화의 시대. 지속적인 기술의 발전과 고도화되는 무기들로 인해 인류는 이제 전쟁을 일으키면 그 즉시 지구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되는 것을 막고자 인류는 세계적으로 연합하여 전쟁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고, 이를 어기거나 어길 의향만 내비치더라도 그 국가는 다른 모든 연합국을 상대해야 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전쟁이 없이는 내부로부터 억압되는 힘을 발산할 기회가 없었고, 그것은 곧 국가의 내부로부터의 붕괴를 초래하거나 대규모 혁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넘쳐나는 기운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럴 때 눈에 들어온 게 신세계대전이었다.


전 세계에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과 각국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게임 자체의 특징은 전쟁이라는 시스템을 대치하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연합국은 신세계대전의 개발사와 협업하여 게임의 시스템을 그대로 가상 현실로 옮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신세계대전 VR이다.

신세계대전 VR의 등장은 폭발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기존의 신세계대전 유저들까지 새로운 VR 게임으로 유입되면서 기존의 것은 구 신세계대전이라 부르고 이제는 '신세계대전'은 그 VR 게임을 칭하는 호칭이 되었다.

그리고 유선은 올해 최초로 개최되는 신세계대전 공식 대회의 대한민국 대표로서 참가하게 되었다.

신이라고까지 불리는 명실상부 현존 최고의 플레이어가 대표 자격을 얻게 될 거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현수 걔도 진짜 아쉽겠다. 어떻게 VR 런칭하기 바로 직전에 나락엘 가냐."

"현수? 아, 그 아마추어?"

"아마라니, 그래도 실력은 프로급이었는데. 랭킹 1등 찍었던 거 모름?"

"랭크랑 대회랑 같냐? 어디 비빌 걸 비벼야지."


현수는, 구 신세계대전에서 유명했던 한 플레이어의 이름이었다.

아직 유선이 프로게이머로 데뷔하기 전, 그의 라이벌이라 불리며 자주 비교될 정도로 현수는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모두가 둘이 1세대 프로게이머로 등극할 거라 확신하고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프로가 된 것은 유선 혼자뿐이었다.

실력이 부족했던 건 아니었다.

현수는 인성이 부족했다.


"욕하다 나락 간 새끼를 왜 빨아? 그런 애들 보면 이해가 안 되네."

"그래도 실력만 보면 진짜 아쉽기는 했지. 현수였으면 결승 때 1대5 펜타킬이 아니라 그냥 혼자서 게임 끝냈음."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유신이니까 저렇게 했지, 어떻게 현수가 그거보다 더 잘함?"

"둘이 공식적으로 붙은 적 없지 않나? 둘이 뜨면 누가 이기냐?"

"당연히 유신이 이기지."

"궁금하긴 하네. 이번 세계 대회에서 서로 붙었으면 재밌었을 텐데."

"되겠냐."


실제로 그 학생들뿐만 아니라 현수를 아는 골수 팬들은 은근히 현수와 유선, 둘 중에 누가 더 잘하는지를 궁금해 했다.

과거 일반인들 사이에서 랭킹 1위까지 올라섰던 현수, 그리고 현재 프로들 중에서도 가장 폼이 좋다는 유선.

과연 그 둘이 붙으면 누가 이기는가?


"야, 너는 누가 이길 것 같냐?"


학생 중 한 명이, 뒤에서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흘려듣고 있던 학생에게 말을 걸었다.


"몰라."


그는 그 대화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인지 질문을 받고도 퉁명스럽게 대답하며 다시 고개를 책상 바닥에 엎을 뿐이었다.


"쟤는 게임 얘기만 하면 저러더라."

"몰라, 별로 안 좋아하나 보지."


신세계대전이 아무리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고 해도, 그건 게임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나 통하는 말이었다.

물론 게임 그 자체를 잘 모르거나 싫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었기에, 그의 시원찮은 반응도 학생들 사이에서 그렇게 큰 화젯거리가 되지는 못했다.


그 뒤로도 유선이 이기느니 현수가 이기느니 하는 생산성 없는 이야기가 지속되다가, 어느샌가 선생님께서 들어오시고 학생들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방과 후가 되자,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같이 게임을 하러 갈 인원을 구하고 있었다.


"야, 너도 같이 가자. 오늘은 내가 특별히 버스 태워 줌."

"지랄 노, 어딜 브론즈가 말을 걸어?"

"아, 어제 실버로 승급했다고."


브론즈는 게임에서 제일 낮은 등급을 의미했다.

실버는 그 다음인데, 사실상 그 둘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평범한 학생들의 등급이란 대개 그런 법이었다.


물론 그런 것에 관심이 별로 없는 학생 한 명은, 오전에 질문을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그들의 대화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곧장 집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몰랐다.

다름 아닌 바로 그가 현수라는 사실을.

그도 그럴 것이, 현수는 분명 유명한 선수이기는 했지만 프로게이머로서 데뷔하지는 못했기에 대외적으로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철저하게 게임을 잘 모르는 척만 해도, 실력을 알지 못하니 그들은 그가 현수인 것을 알아차릴 도리가 없었다.


현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컴퓨터를 키고, 게임을 실행했다.

플레이하는 게임은 물론 신세계대전.

프로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가 게임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


물론 한국에서 온갖 비난을 받으며 오명을 입고 프로의 세계에서 쫓겨난 그가 평범하게 게임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부계정을 파든 뭘 하든 요즘 세상에는 어차피 금방 들킨다.

현수는 더는 한국에서 게임을 할 수가 없게 된 거다.

그래서 그는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를 선택했다.

정확히 말하면 서버를 바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서버까지 찾아가며 현수가 게임을 하는지 안 하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현수가 도망친 곳은 일본 서버였다.

북미나 중국 서버는 한국인 유저들도 많이 서식하는 곳이어서 아무래도 들킬 위험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일본은 다른 국가에 비해 신세계대전이라는 온라인 게임이 크게 유행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서버 내 대부분의 유저가 자국민이어서 현수가 정체를 들킬 일은 없었다.

그래서 오늘도 현수는 일본 서버에서 게임을 한다.


게임을 접속하면 몇 년이나 봐와서 익숙한 화면이 뜬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친구 창에 모르는 사람이 등록되어 있었던 거다.


현수는 어디까지나 정체를 들키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에 친구 요청을 하는 일이 없었고, 요청이 와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친구 창에 등록되어 있는 저 사람.

현수는 저런 사람에게 친구 요청 권유를 받은 기억도 없었고, 그걸 허락한 기억은 더더욱 없었다.


"누구야?"


그 유저에게서 메시지도 와 있었기에 클릭해서 대화창을 열었다.


-안녕, 현수야.


그 유저로부터 도착한 메시지는, 현수 자신을 향한 인사였다.

그 유저는 이 계정 주인이 현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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