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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8.31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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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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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작 (3)

DUMMY

어이가 없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죽고 나서 회색 화면이 뜬 이후로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아서 사망 정보를 확인해 봤다.

하지만 어디를 어떻게 봐도 이상한 게 없었다.

수치상으로는 그런데, 뭔가 상대가 쓰니까 더 세 보이는 느낌.

그런 느낌은 보통 자신보다 월등히 실력이 뛰어난 상대를 상대할 때 든다.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상대는 프로인 자신보다도 실력이 한 단계 위라는 건가?

프로보다 더 실력이 뛰어나다면, 신이라도 된다는 건가···


'저 녀석 분명 인터넷 방송 하는 애였지?'


그는 부활 대기 시간 동안 방송 플랫폼에 들어가 Yasuo라는 이름을 검색했다.

시청자 1천 명 남짓의 그저 그런 방송이 하나 나왔고, 그는 그 방송에 들어갔다.


"얘 맞구만. 도대체 뭐하는 애지?"


방송 내용을 보니 지금 방송하는 사람은 자신과 같은 게임에서 야마토를 하고 있는 그 녀석이 맞았다.

그는 들어간 김에 가장 싼 천 원짜리 음성 도네이션을 보냈다.


-Who are you?


프로인 자신조차 벽을 느끼는 실력의 소유자라면, 상대도 같은 프로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이 속한 일본 프로 팀에는 저런 사람이 없었으니, 아마 다른 나라 선수일 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현수는 상대방이 후원한 것을 알았지만, 보고도 모른 척했다.

이유는 당연히 한국인인 걸 들키지 않기 위해서다.


"대답하지 않겠다는 건가?"


같은 일본인 중에서 자신보다 이 게임을 잘하는 녀석이 있을 수는 없다고, 그는 일본 팀 대표로서 그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더 승부욕이 붙었고, 어떻게 해서든 이기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오기로라도 질 수는 없지."


그는 상대의 방송을 보면서 플레이하기로 했다.

상대의 방송을 보며 플레이하면 많은 이점이 생긴다.

상대방 정글러와 라이너의 위치, 그리고 상대 팀의 전략이나 전술 같은 것을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도 결국은 정보의 싸움이다.

적의 행동 패턴을 미리 안다면, 그보다 먼저 움직여서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상대의 방송을 엿보는 건 다소 비겁한 행동이긴 했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그에게는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부활하자마자 그는 라인으로 가지 않고 아군 정글을 도우러 갔다.

맵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방송을 보니 적 정글러가 무리해서 아군 정글 쪽으로 들어와 있었기 때문이다.

아군 정글을 기습할 작정인 듯했지만, 그걸 뒤를 잡아 역으로 잡아낸다면 방금 전 죽어버려 생긴 손해를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아군 정글 근처에서 대기하다가, 아군을 덮치는 적 정글을 급습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 복병에 현수 팀 정글러는 저항하며 도망치려 했지만, 실패하고 손쉽게 상대에게 킬을 내주게 되었다.


-뭐야, 어떻게 알았어? 시야 없었는데.


이 게임에는 설치하면 주위 시야를 밝혀주는 카메라 아이템이 존재했다.

이 주변에는 그 아이템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걸 현수네 정글러는 이미 확인했었고, 그래서 잠복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당황해 채팅을 친 것이다.


'아, 방플이네.'


방송을 보며 하는 플레이, 방플.

방송을 하는 게이머 누구나가 가장 짜증난다고 생각하는 행위였다.


아군 정글러 위치에 시야가 잡혀 있지 않았다는 사실 정도는 현수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위험 신호를 보내지 않은 거였다.

하지만 상대 미드 라이너는 부활하자마자 라인으로 오지 않고 적 정글에 간다는, 도저히 일반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상한 동선을 보여주었다.

마치 저기에 적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아는 것처럼.

이건 더 말할 것도 없이 방플이라고 현수는 확신했다.


현수도 방플을 성가시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렇게 개의치는 않았다.

방플을 한다는 건 결국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현수는 그래서 방플러를 '실력도 되지 않으면서 점수만 높은 버러지'라고 생각하며 경멸했다.

그에게 방플러는 비인가 프로그램, 이른바 핵을 사용하는 유저나 다름 없었다.


절대 질 수 없었다.

그건 서로가 서로에게 마찬가지였다.

현수에게는 방플이나 하는 애한테 질 수 없다는 생각이, 그리고 상대에게는 일본 대표로서의 자존심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황만 놓고 봤을 때는 현수네 팀이 더 불리했다.

분명 초반에 유리하게 시작했음에도 다른 라인이 전부 밀리고 있었기 떄문이다.

그나마 잘 하고 있었던 게 현수와 정글러였는데, 방금 정글러마저 죽어 버려서 완전 말려버렸다.

이 팀에 믿을 건 현수밖에 없는 셈이었다.


현수는 아군 정글러를 잡고 개선한 상대 미드 라이너와 다시 대치했다.

아군 정글러가 약간이나마 저항했던 덕분에 상대의 체력이 조금 깎인 게 현수에게는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이었다.


현수는 계획을 바꿨다.

원래는 천천히 버티면서 무난하게 이길 생각이었는데, 혼자서 게임을 캐리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게 느긋해져서는 안 되었다.

우선 최대한 빠르게 라인전을 박살내고, 다른 라인에까지 직접 개입해 더욱더 빠르게 패시브 스택을 쌓는다.

그리고 나서 혼자서 다섯을 상대한다, 그것이 현수의 새로운 계획이었다.

말로 하면 너무 당연한 얘기고 쉬운 말처럼 들리지만, 그걸 실제로 해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특히나 이런 상위권 유저들을 상대로는 더했다.


하지만 그것이 멈춰 설 이유는 되지 못했다.

둘로 변한 야마토는, 순식간에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2스킬인 매혹을 사용해 분신을 만들어낸 거였다.


상대로서는 어느 쪽이 본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한쪽은 라인전과는 하등 관계없는 왼쪽 정글 쪽으로, 다른 한쪽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기에 당연히 다가오는 쪽을 본체라고 멋대로 판단했을 뿐이다.

왼쪽으로 사라진 분신은, 그냥 스킬을 잘못 쓴 것이거나 정글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용도 정도일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한 번 정글이 오기도 했었고, 방금도 근방에서 같은 팀 정글이 당하는 것을 봤으니 의심하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


아쉽지만 그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판단은, 당연하지만 현수가 스킬을 잘못 썼을 리는 없으니까 아니다.


두 번째 판단 역시 틀렸다.

왜나하면, 그쪽에는 정글 몹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군 정글이 잠복하고 있을 때 아주 잠깐이지만 미니맵을 통해 그쪽 정글 몹이 이미 모두 처리되어 있다는 걸 현수는 알 수 있었다.

아주 찰나의 시간이라 라인전에 집중하고 있으면 못 볼 만도 했지만, 현수는 그런 사소한 정보 하나까지 절대로 놓치는 일이 없었다.


거기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나면, 상대 정글의 동선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상대는 이미 위쪽 정글을 다 돌았고, 다음은 아래쪽으로 내려갈 거다.

그러지 않고 바로 다시 미드로 올 수도 있었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이미 한 번 미드에 왔다가 호되게 털린 이후, 다른 걸 다 포기하고 다시 미드에 온다?

낮은 실력대의 게임이었다면 당시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복수하기 위해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기는 프로급 실력대의 유저들이 게임하는 곳이다.

상대가 성공률 낮은 도박을 위해 아래쪽 정글을 도는 걸 포기하면서까지 미드에 올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두 번째도 틀렸다는 거다.


그렇다면 현수는 왜 그렇게 스킬을 쓴 걸까.

상대는 자신에게 달려든 쪽의 야마토에게 공격을 했고, 보기 좋게 매혹에 걸렸다.

그제야 그는 이쪽이 본체가 아니라 분신이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리고 동시에 상대가 왜 스킬을 그렇게 썼는지 알게 되었다.


"이 새끼가, 나를 놀려?"


그는 상대 야마토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해 매혹이 끝나자마자 본체를 따라 왼쪽으로 달려갔다.

방플까지 할 정도로 열이 바짝 올라 있었던 탓에,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했던 거다.


상대가 분명 자신을 속이고 왼쪽으로 달아난 것은 맞았지만, 그렇다고 뭐가 되는 건 아니었다.

상대는 아무 이유 없이 라인을 벗어난 거고, 그러면 그는 그냥 혼자 남은 라인을 수월하게 밀어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침착하게 생각했다면 그렇게 했을 거다.


현수는 왼쪽으로 달려가, 상대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근처 건물 사이로 들어가서 숨었다.

근처에는 아군 정글러가 대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부활하자마자 현수의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를 받고 현수 근처로 달려온 것이었다.

그나마 잘하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도움을 요청한 거였는데, 그가 현수의 생각을 이해해준 덕분에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둘은 멀리서 뒤늦게 달려오는 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달려든 것은 현수 쪽이었다.

아직 궁극기도 없는 야마토에게 질 리가 없다고 판단한 상대는 자신을 속인 야마토에게 복수하기 위해 현수가 놓은 덫으로 달려들었다.


상대가 스킬을 난사하며 달려들 때쯤, 대기하고 있던 정글러가 기습을 감행했다.


"아, 뭐야?!"


정글러가 날리는 스킬에 맞아 이동 속도가 감소된 그는 도망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혼자서 살아 빠져나가기는 틀렸다고 판단한 그는, 다급하게 미니맵을 살폈다.

하지만 같은 팀 정글러는 이미 아래쪽 동선을 짜서 밑으로 내려가 있는 상태였고, 탑까지 도망치기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아 망했네."


이대로 속절없이 죽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궁극기를 날렸다.

원래는 이렇게 허무하게 사용할 게 아니었다.

궁극기가 없으면 다음에도 야마토와 싸워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궁극기는 짧은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해서 도착 지점에 있는 적에게 강력한 데미지를 입히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도주용으로 썼기 때문에 데미지는 줄 수 없었고, 그는 그대로 꽁무니를 빼 멀리 도망갔다.

현수는 그 뒤를 쫓지 않았다.

이동기가 없는 야마토로는 저걸 따라가기도 버거웠고, 어차피 쫓아내는 것 자체가 애초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궁극기까지 뺄 수 있었으니 이미 예상한 것 이상의 이득을 본 셈이었다.


대신 현수는 정글러를 데리고 탑으로 갔다.

계획대로 적 미드를 귀환시키고, 다른 라인을 흔들어 놓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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