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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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千
작품등록일 :
2024.09.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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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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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DUMMY


평범한 삶이었다.


아니, 정정한다.

평범보다 못하다 해야 옳겠다.


정룡의 부모님은 그가 5살 때 모두 죽었다.

빌어먹을 음주운전에 의한 뺑소니였다.


정룡은 그 길로 보육원에 입적했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친인척 하나 없는 고아 출신이었기 때문에 그를 맡아줄 다른 보호자가 없었다. 부모에 이어 자식까지 보육원 출신이 된 것이다.


세상이 원망스러웠고 삐뚤어질 동기도 충분했다.

흔히 말하는 불량청소년이 될 법한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정룡이 잘못된 길로 들지 않은 것은 모두 한 사람 덕이었다.


친구이자 부모가 되어주었던 형.


정룡이 생각하기에 자신의 형은 여러모로 특출 났다. 용모가 빼어남은 물론 성적도 우수했으며 운동까지 잘했으니 누구나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었다. 무언가 하나에 집중했다면 뭐가됐든 대성했을 것이다.


그런 형이 자기 때문에 삶을 희생했다.


충분히 명문 고등학교에 갈 수 있는 성적으로 공고에 진학했고, 어지간한 대학쯤은 골라갈 수 있었음에도 취업반을 희망했다.


20살이 됐을 적에는 보육원에서 정룡을 데리고 나와 독립했다. 아침부터 낮 동안은 죽어라 일했고, 저녁에는 10살짜리 어린 동생을 키웠다.


당시의 정룡은 어린 나이였지만 형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형은 그에게 친구이자 부모였으며 존경스러운 멘토였다. 그런 형을 닮고자 노력한 덕에 자칫 엇나갈 뻔했던 사춘기를 무탈하게 넘길 수 있었다.


그렇게 17살이 되던 해였다.


‘이제 나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어.’


고등학생부터는 알바로 고용을 해주는 곳이 몇몇 있다. 큰 도움은 안 될 테지만 조금이라도 형에게 보탬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정룡이 형에게 보탬이 되는 일은 없었다.


하얀 눈이 내리던 겨울.

저녁 찬 거리를 사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


일렁─


불현 듯 새카만 구멍이 정룡을 집어삼켰다.


*


무림에 떨어지고 20년이 지났다.


그리고 20년이란 세월은 17세의 평범한 소년을 한 사람의 무인(武人)으로 바꾸기에 차고 넘치는 시간이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났어.’


어느덧 정룡의 삶은 21세기의 지구보다 무림에서 보낸 시간으로 더욱 짙어졌다.


약 20년 전.


그는 난데없이 새카만 구멍에 집어삼켜져, 연고도 없는 세상에 내던져졌다. 하여 살기 위해 바라지도 않던 무인이 되었고, 까딱하면 목이 날아가는 칼날 속에서 살았다. 역겨울 정도로 피비린내가 배인 삶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되돌아갈 방법을 찾았다.


천마신교의 비술.

그리고 비술을 발동시키기 위해 모은 무림맹과 사도련의 술사들.


“앞서 말씀드렸지만,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도 가시겠습니까?”


신교의 제사장이 말했다. 명백히 말리는 어투였다.


실상 그를 말리는 사람은 제사장만이 아니었다. 천마신교는 물론 무림맹과 사도련 또한 그가 이곳에 남아 자신들의 품으로 오기를 바랐다.


그러나 정룡은 그 모든 제안을 거절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했다.


“말했잖아. 여기는 내 세상이 아니라고.”


원래 세상보다 무림에서 보낸 세월이 더 길어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고향이 그리웠다. 이 세계에서 맺은 인연이 적지 않았음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고향을 향한 열망은 커져만 갔다.


지독한 향수병인 걸까.

아니면 자신이 본래 이 세계에 없던 이방인이기 때문일까.


이유가 무엇이 됐든 확실한 사실은 더 이상 여기서 살아갈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이곳에 남는다면 육신이 죽기 전에 정신적으로 메말라버릴 것 같았다.


“시작해줘.”


술사들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공명하듯 울려 퍼진 주문을 따라 거대한 법진이 하얗게 명멸했다.


화르륵-!


선천팔괘(先天八卦)에 자리한 여덟 개의 영단이 타올랐다. 하늘을 덮을 듯 막대한 영기가 휘몰아치며 중앙에 위치한 매개(媒介)로 향했다.


중앙에 놓인 물건은 정룡의 것이었다.


스마트폰.


이제는 단 하나 남은 원래 세상의 물건이었다.


쩌저저적!


영기에 휘감긴 스마트폰이 잘게 쪼개지며 파편으로 화했다.

이윽고 파편은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일렁-


법진의 중앙이 일그러지며 공간이 열렸다.

일견 불길하게 보이는 새카만 구멍.


그러나 정룡은 환희에 찬 눈으로 그 불길한 구멍을 바라봤다. 20년 전 자신을 집어삼켰던 그것이 확실했다. 저 구멍이야말로 차원을 넘어갈 수 있는 문이 틀림없었다.


‘드디어 돌아갈 수 있는 건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움직였을 때였다.


“정 대협!”


뒤에서 목 매인 소리가 들렸다.


“···조심히 가세요.”


한 여인이 물기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림맹주의 손녀였다. 그녀의 입가에는 애써 환히 지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녀 외에도 배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무림을 구해줘서 고맙소.”

“···뭘 봐? 돌아가고 싶다며. 빨리 꺼져.”

“거기 가서도 잘 지내야 돼, 사제.”

“아쉽군. 딸아이와 이어주고 싶었는데.”


무림맹주.

차기 사도련주.

동문 사형.

천마신교의 교주.


무림에서 맺은 인연들이 저마다의 말로 그를 배웅하고 있었다. 이내 한 마디씩 쏟아낸 그들이 포권을 취했다.


정룡 또한 두 손을 마주 모았다.


“잊지 못할 겁니다.”


다시는 보지 못할 인연들을 눈에 아로새겼다.

인사를 마친 정룡은 이내 그들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갈 시간이었다.


*


- 외차원의 존재를 감지했습니다. 식별, 6지구 무림계.

- 차원방벽을 가동합니다. 이물질을 제거합니다.

- 실패.

- 차원방벽의 레벨을 높입니다.

- 실패.

- 외차원의 존재가 지닌 힘이 너무 강력합니다. 게이트를 생성하여 격리시킵니다.

- 이상 발견.

- 이물질의 영혼을 확인. 재식별.

- 7지구, 01번 각성자.

- 본차원의 존재임을 확인. 공격 중지. 격리 중지.

- 01번 각성자가 지닌 독소물질을 제거.

- 강제 제거 시 시스템 피해 및 01번 각성자의 생명 위험 예상.

- 최선의 방법. 협조.


···

···

···

···

···


[가이아 시스템이 제안합니다.]

[7지구에 진입하시겠습니까?]

[온전한 상태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6지구의 독소물질을 제거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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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코랄 큐브 +2 24.09.18 803 34 11쪽
15 코랄 큐브 +2 24.09.17 1,100 34 11쪽
14 첫 번째 무인 +2 24.09.16 1,361 39 13쪽
13 단련된 무인의 등 +2 24.09.15 1,544 42 10쪽
12 화이트 큐브 +2 24.09.14 1,747 45 9쪽
11 화이트 큐브 +2 24.09.13 1,922 39 12쪽
10 등급 측정 +2 24.09.12 2,188 47 12쪽
9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1 24.09.11 2,340 47 15쪽
8 정룡의 각성 능력 +1 24.09.10 2,579 48 13쪽
7 나 각성자 맞는데? +2 24.09.08 2,779 51 11쪽
6 약속할게 +1 24.09.07 2,868 55 13쪽
5 학교의 영웅들 +1 24.09.06 2,903 49 11쪽
4 학교의 영웅들 +2 24.09.05 3,104 43 13쪽
3 우리 집 24.09.04 3,358 50 16쪽
2 조카딸이 생겼다 24.09.03 3,514 50 14쪽
» 귀환 24.09.02 3,491 4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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