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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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千
작품등록일 :
2024.09.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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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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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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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할게

DUMMY


몬스터가 죽으면 그 사체를 처리하기 위해 수거반이 온다.


송일권이 담배를 하나 물며 말했다.


“연락했으니까 금방 올 거야. 아, 대신 수수료는 좀 떼이니까 알아두고.”

“신기하네. 몬스터 시체 처리반이라니.”


들어보니 그것도 일종의 직업이라고 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게 변해 있었다. 주로 몬스터와 관련된 쪽으로.


“이렇게 된 거 좀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가자. 나도 곧 근무 끝나거든.”

“여기서 농땡이 치겠다는 거구만?”

“어허, 농땡이라니. 현장 감독이라고 하자. 그리고 이 정도는 괜찮아. 어제부터 밤 샜더니 피곤해 죽겠다.”


우스갯소리처럼 말했지만 실제로 송일권은 현장 감독이 맞았다.

그의 헌터 등급은 C급.

헌터협회에 소속된 각성자 중에서는 중견급에 해당하는 등급이었다.


정룡은 일처리를 기다리는 동안 송일권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일권아, 헌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내가 지금 뭐 아는 게 없다.”

“···그간 뭐 하고 살았냐? 일단 몸은 건강해 보이는 것 같다마는.”

“그건 이따 말해줄게. 어차피 보육원 사람들한테도 말해야 하니까. 일단 헌터에 대해서나 좀 알려줘 봐.”

“쯥. 알았다.”


고개를 내저은 송일권이 설명을 시작했다.


사건은 대략 10년 전.

정룡이 사라진 날로부터 얼마 후 발생했다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전 세계에 몬스터 게이트(Monster Gate)라 명명된 검은 구멍이 나타났다.


게이트는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 무작위로 생성됐다. 그리고 게이트 안에서 생전 본 적 없는 각양각색의 괴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세계는 혼란에 빠졌고 많은 사람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갔다. 몬스터의 등장으로 각지에서 시가전이 펼쳐졌고, 총탄이 빗발치며 매캐한 화약 냄새가 도시를 물들였다.


몇몇 국가에서는 총이 통하지 않는 괴물을 처리하기 위해 인명피해를 감수하고 화력이 강한 미사일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 나날이 지속되던 중 등장한 것이 ‘각성자’였다.


창작물에서나 보던 초능력을 지닌 각성자.

그들이 몬스터 처리에 투입되었다.


일정 등급 이상의 몬스터에게는 물리적인 공격이 잘 통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각성자의 존재가 날이 갈수록 중요해졌다.


“물리적인 공격이 안 통한다고?”

“정확히는 ‘마력이 담기지 않은’ 공격. 뭐, 그것도 아예 안 통하는 건 아니지만.”


높은 등급의 몬스터일수록 강력한 ‘마력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마력장은 마력이 담기지 않은 물리공격을 무효화시킨다.


달리 말해, 마력장을 무효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물리공격이라면 유의미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 때문에 등급이 낮은 몬스터는 총으로도 충분히 죽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D급 몬스터만 돼도 개인이 죽이기가 힘들어져. 여럿이서 집중사격을 해야 잡을 만하고, C급부터는 총으로 죽이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지.”


총이 아니라면 미사일급의 화력을 가용해야 된다는 말인데,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그런 무기를 사용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돌고 돌아 각성자다.

결국 효율의 문제였다.


엄밀히 말해 각성자 하나하나는 현대과학무기보다 화력이 뒤떨어지지만, 몬스터를 처리하는 데에는 훨씬 효율적이었으니까.


이 때문에 D급 헌터부터 슬슬 몸값이 뛰기 시작한다. C급부터는 아예 단위가 달라지고, A급쯤 되면 국가 차원에서 앞다퉈 모셔가려 할 정도였다.


“그래서 C급 몬스터였으면 억대라고 한 거구나.”

“그렇지. 헌터한테 돈을 아무리 쏟아 부어도 몬스터 처리할 때마다 미사일 쏘는 것보단 싸게 먹히니까. 마정석 값도 있고.”


마정석은 새로운 천연 자원이다. 전기와 석유를 대체할 수 있음은 물론 헌터들이 사용하는 무기와 방어구의 주 재료 중 하나이기도 했다.


정룡은 자신이 없는 동안 세상이 바뀌었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10년의 시간 공백.

무림에 있다가 돌아온 그의 입장에선 본래의 지구가 아니라 또 다른 이세계에 온 기분이었다.


“아무튼 헌터 등록은 관리청에 가서 하면 돼. 내일 비번이니까 내가 도와줄게.”

“땡큐. 그런데 나는 어느 정도 나오려나? 등급.”

“글쎄다? 내가 싸우는 걸 직접 본 게 아니라서··· 뭐 최소 D급은 나올 거다. 혼자 놀 7마리에 고블린 17마리를 쓸어버렸으니.”


그리 말했으나 송일권은 내심 정룡의 등급이 D보다 높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었다.


‘몬스터 스물세 마리를 혼자 처리하고도 전혀 지친 기색이 없어. 나랑 동급이거나 그보다 더 높을지도.’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권이 삼촌. 여기 금연이에요.”

“으엑. 삼촌 지금 학교 안에서 담배 피우는 거예요? 현주 이모한테 다 일러야지.”


쌍둥이 형제, 김지훈과 김지호였다.


“아차차, 미안하다. 학교인 걸 깜빡했네. 이거 몬스터만 보면 담배가 마려워서 참.”


송일권이 민망한 얼굴로 급히 담뱃불을 껐다. 그리곤 지훈과 지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너희 학교는 다 끝난 거야?”

“네. 오늘은 이제 하교하래요. 종례 끝나니까 선생님이 삼촌한테 가보라던데요?”

“삼촌이 부른 거예요?”


쌍둥이들의 질문에 송일권이 싱긋 웃었다. 그러다 돌연 표정을 무섭게 굳히며 쌍둥이의 어깨에 둘렀던 팔을 조였다.


“이 녀석들, 너희 몬스터랑 싸웠다면서?!”

“으아악! 아파! 아파요, 삼촌!”

“켁! 헌터가 중학생한테 이래도 돼요? 신고할 거야!”

“신고는 이 자식들아. 내가 협회 소속인데 어디 신고하려고? 어? 그리고 아파? 몬스터한테 처맞으면 더 아파! 아니, 아픈 걸로 안 끝나!”


일견 장난스럽지만 진지함을 담고 있는 말이었다.

쌍둥이 형제도 송일권의 마음을 알기에 순순히 사과했다.


“삼촌, 죄송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알았으니까 좀 풀어줘요! 진짜 죽어!”

“짜식들, 알아들었다니까 이번만 봐준다.”


팔뚝을 푼 송일권이 씩 웃으며 쌍둥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잘했다, 이 녀석들. 너희가 사람을 살린 거야.”

“삼촌······.”

“치. 다 때려놓고 당근 주네.”

“하여간 지호 이 녀석 입, 입. 내가 때리긴 언제 때렸다고?”


송일권도 쌍둥이가 왜 괴물과 싸웠는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한 명의 사망자가 나왔을 터였다.


정룡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혼낼 건 혼내고, 칭찬할 건 칭찬하고.

어린애들 다루는 솜씨가 아주 능숙했다. 그러고 보면 학교 다닐 때도 송일권을 따르는 후배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때 송일권에게서 풀려난 쌍둥이 형제가 정룡에게 다가와선 예의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아깐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정룡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세웠다.


“둘 다 멋있더라. 불이랑 바람을 다루던데, 연계가 좋았어.”

“아, 감사합니다.”

“흐흐.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좀······.”


대답하는 것에서도 성격이 보였다.

먼저 대답한 쪽이 형인 김지훈. 바람을 다루는 능력자다. 나중에 대답한 쪽이 동생인 김지호. 불을 다루는 능력자였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일권이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과장되게 혀를 찼다.


“이 짜식들이, 벌써 헌 삼촌은 버리고 새 삼촌한테 가는 거냐? 새 삼촌이랑은 같이 산다 이거지? 어린놈들이 약아빠져가지고.”


그 말에 쌍둥이 형제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눈을 끔뻑였다.


“새 삼촌이라뇨?”

“같이 산다는 게 뭔 소리에요?”


되묻는 아이들에게 송일권이 어깨를 으쓱이며 턱짓했다.

정룡은 씩 웃으며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한다, 얘들아. 삼촌 이름은 정룡이고, 하랑이 아빠야.”

““네에?!””


형제가 한 목소리로 깜짝 놀랐다. 두 사람도 한빛보육원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름이 정룡이고 정하랑의 아빠라면······.


“오랜만이다. 그치?”


두 사람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


일이 마무리 되고.

정룡은 학교를 내려와 한빛보육원으로 향했다. 그 옆에는 송일권과 쌍둥이 형제도 함께였다.


보육원 정문이 보일쯤 김지호가 신기하단 눈으로 정룡을 힐끔 쳐다봤다.


“진짜 같이 왔네······.”


그 말을 들은 정룡이 픽 웃음을 흘렸다.


“그럼 그게 거짓말일까 봐?”

“아, 아뇨. 그냥 좀 신기해서요. 하랑이 아빠라고도 하니까······.”

“뭐, 알다시피 친아빠는 아니야.”

“······.”


김지호는 두 살배기 갓난아기일 적부터 한빛보육원에서 자랐다.

지금 그의 나이는 16세.

14년 전부터 한빛보육원에 있었으니 적어도 6살 때까지는 정룡과 안면이 있단 뜻이었다.


‘솔직히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나이도 어렸고 시간도 많이 지나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고’ 쯤의 어렴풋한 기억이 떠오를 뿐.


하지만 정룡의 형인 정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정호가 해마다 보육원에 들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육원의 막내인 하랑이의 사정도 아주 상세히 알고 있었다.


한편 김지훈은 몰래 정룡을 살피며 내심 납득했다.


‘어쩐지 정호 삼촌이랑 닮았다 싶더라니.’


덩치가 좀 더 크고 나이가 어릴 뿐이지 보면 볼수록 닮은 얼굴이었다. 하랑이가 아빠라고 착각하는 것도 납득이 될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보육원에 도착하자.


“자기!”

“용이 오빠!”


아이들을 돌보고 있던 현주와 선율이 벌떡 일어나서 달려왔다. 현주가 자신의 남편인 송일권의 품에 안기고, 선율은 정룡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다친 곳은 없어?”

“그럼. 걱정 말라고 했잖아.”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선율이 버럭 소리쳤다.

그에 정룡보다도 쌍둥이 형제가 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지훈이 동생에게 귓속말을 했다.


“와, 나 율이 누나가 저렇게 소리치면서 화내는 거 처음 봐.”

“형만 처음이겠냐?”

“누나가 정룡 삼촌 좋아하는 것 같지?”

“딱 보면 모르냐?”


귓속말이라지만 안 들릴 수가 없는 목소리였다.

화내다 말고 얼굴이 새빨개진 선율이 쌍둥이를 홱 돌아봤다.


“너희드을··· 이번에 몬스터랑 싸웠다면서? 일권 오빠한테 다 들었어.”

“엑. 삼촌?”

“아, 삼촌! 그걸 그새 일렀어요?!”


쌍둥이가 찔끔한 얼굴로 송일권을 탓했지만 그는 아내와 애정행각을 나누느라 바쁜 와중이었다.


꼼짝없이 혼나게 생기자 김지훈이 얼른 최영자에게로 달려갔다.


“어, 엄마! 하랑이 이리 줘요.”

“으응?”

“하랑아, 저기 아빠 왔다, 아빠!”

“···아빠?!”


최영자의 품에서 슬슬 졸고 있던 하랑이 아빠라는 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김지훈이 방패처럼 하랑이를 내밀었다. 김지호도 뒤에 숨긴 마찬가지였고.


“아빠! 아빠아!”


하랑이가 연신 아빠를 외치며 짧은 두 팔을 허공에 휘저었다.


선율은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고, 정룡은 쌍둥이 형제의 행동이 우스워서 큭큭거리며 하랑이를 받아들었다.


“우리 하랑이, 할머니 말 잘 듣고 있었어? 아빠가 금방 온다고 했지?”


품에 꼭 안긴 하랑이가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웅. 하랑이 말 잘 들어써. 그런데 마니 우러써.”

“아이고, 많이 울었어? 아빠 금방 온다고 했는데 왜 울었어.”

“아빠 안 올까바. 무서워서 우러써.”

“에이, 아빠가 왜 안 와. 우리 하랑이가 여기 있는데.”


그리 말하며 등을 토닥이자.

하랑이가 더욱 정룡의 품으로 파고들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작은 아빠는, 하랑이 진짜 아빠 아니니까. 하랑이 진짜 아빠도 안 와쓰니까.”


진짜 아빠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니 정룡도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랑이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


정룡은 말문이 막혀서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알고 있었다고?’


어린아이니까. 그래서 형과 닮은 자신을 아빠라고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세 살이란 어린 나이에 아빠를 잃었으니 충분히 그리 생각할 만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어린아이는 언제나 어른의 예상보다 앞선다. 이 네 살배기 아이는 어른들의 생각보다 상황을 훨씬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아빠?”


혹시나 사라지는 건 아닐까 겁먹은 눈으로 올려다보는 하랑이.

정룡은 쓰게 웃으며 하랑이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걱정 마. 아빠는 꼭 돌아오니까.”

“약속이야?”

“응, 약속할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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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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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코랄 큐브 NEW +2 14시간 전 484 27 11쪽
15 코랄 큐브 +2 24.09.17 933 32 11쪽
14 첫 번째 무인 +2 24.09.16 1,224 38 13쪽
13 단련된 무인의 등 +2 24.09.15 1,419 40 10쪽
12 화이트 큐브 +2 24.09.14 1,621 44 9쪽
11 화이트 큐브 +2 24.09.13 1,783 38 12쪽
10 등급 측정 +2 24.09.12 2,052 46 12쪽
9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1 24.09.11 2,205 46 15쪽
8 정룡의 각성 능력 +1 24.09.10 2,432 46 13쪽
7 나 각성자 맞는데? +2 24.09.08 2,633 49 11쪽
» 약속할게 +1 24.09.07 2,722 53 13쪽
5 학교의 영웅들 +1 24.09.06 2,753 47 11쪽
4 학교의 영웅들 +2 24.09.05 2,956 41 13쪽
3 우리 집 24.09.04 3,200 48 16쪽
2 조카딸이 생겼다 24.09.03 3,345 48 14쪽
1 귀환 24.09.02 3,308 4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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