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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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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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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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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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랄 큐브

DUMMY


큐브에 내공을 불어넣자 풍경이 바뀌었다.

지형은 일전에 경험했던 숲.

여전히 신기했지만 이것도 두 번째인지라 곧장 자세를 잡고 사주를 경계했다.


‘일단 주변엔 없군.’


정룡은 창대를 어깨에 걸친 채 걸음을 옮겼다.


몬스터는 대체로 지구의 생물체를 보면 적의를 띠고 선제공격을 하는 습성이 있다. 이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고 들었다.


‘이번엔 내공을 좀 아끼면서 실험해봐야겠어.’


화이트 큐브에서 싸웠을 때는 독을 내뿜는 놈이라 단번에 처리하기 위해 내공을 한 번에 몰아 썼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킬 사람도 없으니 적당히 조절해가며 어느 정도의 내공을 써야 마력장벽이 뚫리는지 확인해볼 생각이었다.


E급 몬스터까지는 맨손으로도 죽일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C급에 준한다던 변종 시체 늑대는 맨손으로 처리하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D급은 어떨까.


그렇게 계획을 짜며 나아가기를 5분 정도.


“뭐야, 벌써 끝이라고?”


숲길이 끝났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곤 거대한 절벽 하나뿐이었다.


큐브의 특성 중 하나는 공간 일부를 뚝 떼어 놓은 듯 전체면적이 좁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공간은 지나치게 좁았다. 지난번에 들어갔던 화이트 큐브보다 등급이 두 단계나 높았음에도 말이다.


‘절벽 너머에 뭐가 있나?’


깎아지른 듯한 경사의 높다란 절벽.

일반적으로는 절대 오를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경사였다.


정룡은 하는 수 없이 최소한의 내공만 사용하여 경공을 펼쳤다. 바람결을 따라 그의 몸이 절벽의 좁은 틈 사이사이를 밟고 나아갔다.


그렇게 절벽을 오르던 정룡은 문득 이질감을 느끼고 벽을 발로 찼다. 다시 땅에 내려온 그가 물끄러미 절벽을 응시했다.


태을정관(太乙靜觀).

제갈세가의 비전 안법을 사용한 정룡의 눈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태을정관은 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삿된 흐림을 꿰뚫는 눈이다. 절벽을 감싸고 있는 이질적인 기의 흐름이 보였다.


그 중심을 꿰뚫어보듯 응시하자.


“동굴?”


뒤틀린 풍경이 사라지고 거대한 동굴이 보였다.

그저 가파른 절벽인 줄 알았던 석벽의 정체가 드러났다.


‘진법이랑 비슷해 보이는데.’


진법(陳法)이라 함은 음양오행과 선천, 후천팔괘에 입각하여 사물을 특정한 방식에 배치함으로써 기의 흐름을 뒤틀어 만드는 일종의 술법이다.


눈앞의 동굴 또한 진법을 펼친 것처럼 기가 뒤틀려 있었다. 심지어 시각과 촉각 등 사람의 오감까지 속이고 있어 어지간한 기감으로는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정룡은 작게 혀를 차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라는 몬스터는 안 나오고 왜 이딴 게 있는 건지. 나름 인터넷으로 자료조사를 했는데도 이런 건 들어본 적이 없었다.


다행이라면 단순한 눈속임 외에는 다른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약한 진법 중에는 상대를 착란에 빠트리거나 영원이 미로 속을 헤매게 만드는 종류도 있다. 그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한데 동굴이 깊어질수록 함정이 나오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푹 꺼지는 땅.

구덩이 아래 날카로운 칼침이 빽빽하게 솟아있었다.


“뭐 이런 원시적인······.”


정룡은 경공을 펼쳐 간단하게 구덩이를 빠져나왔다.


이후로도 함정이 나왔다.

갑자기 옆에서 화살이 날아든다거나 커다란 바위가 떨어져 내리는 방식이었다.


“나오라는 몬스터는 안 나오고. 하아.”


정룡은 짜증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함정을 하나씩 부숴나갔다. 꿩 대신 닭이라는 생각으로 몬스터를 죽여 조금이나마 내공을 얻을까 했는데 함정만 주구장창 나와대니 짜증이 치밀었다.


*


거대한 공동.

동굴의 주인은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어떤 존재가 환영마법을 간파하고 동굴 안으로 침입한 탓이었다.


‘뭐, 뭐지? 설마···?’


다른 건 몰라도 입구에 건 환영마법은 쉽게 간파할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동족, 혹은 대륙을 파괴한 그 녀석들 정도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았다.


그는 탐지마법을 사용해 침입자의 위치를 살폈다.


침입자는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동시에 중노동을 하며 만들어 놓은 함정들이 죄다 박살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까지 도착하고 말 터였다.


‘젠장! 역시 함정마법들을 해제하는 게 아니었는데!’


뒤늦은 후회였다. 그리고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력을 최대한 줄여야만 그 위기를 피할 수 있었으니까.


침입자가 지척까지 다가온 게 느껴졌다.

이제 싸우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었다. 그는 두려움에 몸이 덜덜 떨렸지만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냥은 죽지 않겠다. 나는, 나는 긍지 높은······.’


결연하게 다짐한 그의 눈이 붉게 번뜩였다.


*


드디어 길고 길었던 동굴이 끝을 드러냈다.

정룡은 빛이 새어나오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이번에야말로 몬스터가 나오길 바라면서.


동굴을 나가자 거대한 공동이 나왔다.

천장까지 높이가 족히 20m는 될 것 같았다.


“···아무것도 없잖아?”


문제는 이토록 넓은 공동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 뭐가 있긴 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 몇 개가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대체로 팔찌와 반지 따위의 귀금속들이었다.


“아니, 몬스터는 대체 어디······.”


그리 불만스럽게 중얼거렸을 때였다.

돌연 뒤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이 느껴졌다.


순간 거대한 불덩이가 날아들었다.


정룡은 창을 내밀어 무극신창의 유일한 방어 초식을 펼쳤다.


4식, 열괴(捩乖).


창술의 기본인 란나찰의 란(攔)과 나(拿)의 묘리를 극한까지 끌어 올린 기술. 열괴는 그 이름처럼 기의 흐름을 비틀고 어그러뜨려서 상대의 공격을 튕겨 내는 초식이었다.


콰아아앙!


튕겨나간 불덩이가 벽면에 부딪치며 폭발했다.


정룡은 창을 곧추세우고 정면을 응시했다. 속으로는 송일권을 향해 욕설을 내뱉으면서였다.


‘송일권 이 새끼, 코랄 큐브는 C급 몬스터가 최대라면서?’


하지만 눈앞의 몬스터는 도저히 C급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우선 10m를 넘는 거대한 몸집이 그러했다.

놈의 머리에는 뿔이 나 있었고, 등에는 박쥐와 같은 날개가 돋아나 있었으며, 악어와 닮은 주둥이에서는 숨을 내쉴 때마다 시뻘건 불길이 넘실거렸다.


정룡이 욕설을 내뱉으며 소리쳤다.


“드래곤이 여기서 왜 나와!”


가장 강한 몬스터가 나온다는 블루 큐브에서도 드래곤이 나왔다는 정보는 없었다. 저런 게 왜 코랄 큐브에 있단 말인가.


욕이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일단 살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했다. 드래곤이 꼬리로 바닥을 내리치자 돌연 지면이 송곳처럼 변하며 찔러왔기 때문이다.


공격을 피한 정룡은 창을 꽉 움켜쥐었다. 무림에서도 저런 거대한 생물을 상대로는 싸워본 적이 없었다. 300년 묵은 호랑이도 저것보단 훨씬 작았다. 거대한 몸집이 주는 압박감이 대단했다.


그러나 정룡은 쉽게 절망하지 않았다. 부조리한 상황에서 싸우는 것은 익숙했다. 무신이라 불리기 전에는 언제나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싸워온 정룡이었다.


“오냐, 어디 한 번 해보자. 드래곤 쯤 되면 내단 하나는 있겠지.”


창을 움켜진 그가 보법을 밟았다.


풍뢰사보(風雷四步).

일보(一步), 유월(柳䬂).


정룡의 몸이 기묘하게 흔들렸다. 불덩이가 사방에서 그를 향해 날아왔지만 어느새 그의 몸은 신기루처럼 흩어진 상태였다.


불덩이를 모조리 피한 다음에는 지면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엄청난 열기와 함께 솟아오른 불길이 그를 집어삼키려 들었다.


허나 극에 달한 유(柔)의 묘리는 솟구치는 불길 속에서도 생로를 찾아냈다. 유월은 단순한 회피기가 아니라 진로(進路)와 퇴로(退路)를 만드는 보법이었다.


정룡은 언제나 후퇴하기보단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왔다. 그는 불길 속에서 발견한 두 가지 생로 중 전진하는 길을 택했다.


길을 결정한 그의 발걸음이 바뀌었다.


이보(二步), 질풍(疾風).


정룡의 발걸음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유월의 산들바람이 일순간 거세게 휘몰아치며 질풍으로 화했다.


‘가능하면 한 번에 죽여야 된다.’


일전에 C급 몬스터를 죽이며 내공을 흡수했지만 전력으로 무공을 펼치기엔 턱도 없었다.

이미 내공의 삼분지일이 소모된 상황.

기회는 많지 않다.


한순간에 드래곤의 턱밑까지 도약한 정룡이 창을 아래로 늘어트렸다.


2식, 승룡(昇龍).


창에 흑백색 기가 휘감겼다. 늘어트린 팔이 급격히 솟아오르며 창을 내질렀다. 정확히 드래곤의 턱을 향해서였다.


그때 드래곤이 고개를 비틀었다.


쐐애애애애액─! 꽈드득!


‘젠장!’


정룡은 욕설을 내뱉으며 드래곤의 턱을 차고 땅에 내려섰다. 턱을 꿰뚫으려 했는데 타점이 빗겨나갔다.


그러나 공격이 의미 없었던 것은 아니다.


크아아아아아악!


뿔이 부러진 드래곤이 괴성을 토했다. 고통스러운 듯 마구잡이로 날뛰는 통에 지면이 갈라지고 벽이 부서졌다.


“동굴 다 부서지겠다, 도마뱀 새끼야!”


어느새 뒤로 돌아간 정룡이 허공에 뜬 채로 팔을 뒤로 젖혔다.

마지막 기회.

내공을 모조리 끌어다 써서 단 한 순간만 강기(罡氣)를 만들어냈다. 억지로 만든 강기라 오래 유지할 수 없다. 단번에 끝내야 했다.

일격필살의 각오로 투창식을 전개했다.


무극신창(武極神槍).

7식, 유성(流星).


*


인간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환호했다.

생각했던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무리 약해졌어도 인간쯤은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그게 틀린 생각이란 걸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내 마법을 튕겨내?’


창에 흑백색 오러가 둘러져 있었다.

최소 익스퍼트(Expert)급의 강자.


그래도 괜찮았다.

더 강한 마법을 사용하면 되니까.

설령 공격당한다 하더라도 저 정도 오러로는 자신의 비늘에 흠집을 내는 게 전부였다.


그리 생각했으나 인간은 계속해서 그의 예상을 벗어났다.


생전 본 적도 없는 신묘한 움직임.

마치 환영 마법을 쓴 것처럼 몸이 잔상을 남기며 늘어졌다. 그것도 모자라 블링크 마법이라도 사용한 듯 한순간에 턱밑으로 다가오기까지.


심지어 오러 양이 적다고 얕봤던 창의 위력은 그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급히 머리를 틀어 피하지 않았으면 뿔이 아니라 턱이 꿰뚫릴 뻔했다.


그래도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드래곤의 생명력은 고작 턱을 뚫린 정도로 죽을만큼 나약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이건 아니지!’


창에 오러블레이드가 맺혔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한줌밖에 안 되는 마력으로 오러블레이드를 만든단 말인가.


그러나 눈앞에 있는 것은 현실이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창에 맞으면 죽는다. 살아남아도 최소한 치명상이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위대한 레드 일족의 유일한 생존자.

300살 된 헤츨링 베르하이겐은 태어나 처음으로 인간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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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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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코랄 큐브 NEW +1 4시간 전 303 19 11쪽
» 코랄 큐브 +2 24.09.18 806 34 11쪽
15 코랄 큐브 +2 24.09.17 1,103 34 11쪽
14 첫 번째 무인 +2 24.09.16 1,363 39 13쪽
13 단련된 무인의 등 +2 24.09.15 1,546 42 10쪽
12 화이트 큐브 +2 24.09.14 1,749 45 9쪽
11 화이트 큐브 +2 24.09.13 1,923 39 12쪽
10 등급 측정 +2 24.09.12 2,190 47 12쪽
9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1 24.09.11 2,341 47 15쪽
8 정룡의 각성 능력 +1 24.09.10 2,580 48 13쪽
7 나 각성자 맞는데? +2 24.09.08 2,780 51 11쪽
6 약속할게 +1 24.09.07 2,868 55 13쪽
5 학교의 영웅들 +1 24.09.06 2,904 49 11쪽
4 학교의 영웅들 +2 24.09.05 3,106 43 13쪽
3 우리 집 24.09.04 3,361 50 16쪽
2 조카딸이 생겼다 24.09.03 3,518 50 14쪽
1 귀환 24.09.02 3,493 4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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