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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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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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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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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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측정

DUMMY


정룡은 등급 측정을 위해 송일권의 차에 탑승했다.

하랑이는 보육원 교사들에게 맡겨둔 상태.

마음 같아서는 하루 종일 하랑이와 함께 있고 싶었지만 등급 측정 이후 몬스터 사냥을 할 생각이어서 데리고 나올 수가 없었다.


‘오늘도 울었지.’


왜 그런지 이유를 알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일찍이 부모를 잃은 경험이 있는 아이다. 그 때문에 자신이 눈앞에서 사라지려 하면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래도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일례로 ‘엄마’ 역할을 하고 있는 선율은 잠시 떨어져도 서럽게 울지 않는다. 그 이유인 즉 다시 곁으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터였다.


물론 그때까지 계속 서럽게 울 하랑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지만 말이다.


그때 뒷좌석에 있던 선율이 말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응?”

“하랑이 말이야. 오빠 입장에선 하랑이 사정을 아니까 마냥 안타깝겠지만··· 조금만 가볍게 생각해봐.”

“가볍게라니?”


선율은 어린이집을 예로 들었다.


“어린이집에 애들 등원시킬 때 떨어지기 싫다고 얼마나 매달리는지 알지?”

“그야 뭐.”


자식이 있는 부모라면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등원할 때마다 떨어지기 싫다며 세상 서럽게 우는 아이. 그 모습에 가슴이 아파 퇴근 후 허겁지겁 데리러 가면, 막상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굳이 아이가 있지 않아도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적에는 한 번쯤 경험했을 일이었다.


“하랑이한테는 오빠랑 떨어지는 게 그런 일인 거야. 물론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하지 않을까?”


확실히 그랬다. 관점을 조금 바꾸어 생각하니 너무 진지하게 생각했나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그리고 미진이 언니가 있잖아. 무려 20년 넘게 보육교사로 일해 온 전문가가.”

“오··· 갑자기 걱정이 하나도 안 되는데?”

“그치?”

“응. 고맙다, 선율아.”


새삼 하선율이 달라 보였다. 어렸을 때는 스치기만 해도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던 울보였는데 말이다.


그때 송일권이 말했다.


“그건 그렇고, 정말 선율이 너도 몬스터 잡으러 같이 갈 거야?”

“···응.”


선율이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다.

송일권이 운전대를 톡톡 두드리며 되물었다.


“갑자기 왜? 지금까지 생각 없었잖아.”


놀랍게도 하선율은 각성자였다. 심지어 아직 각성 1년차인 송일권보다도 각성 시기가 빨랐다.


하선율이 지금까지 각성자임을 드러내지 않고 헌터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몬스터가 무서워서.


특별한 일은 아니다. 능력을 각성했더라도 몬스터와 싸우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많으니까. 당연하게도 헌터는 타직종에 비해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헌터 일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거부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정룡은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 언제나 사람의 능력과 성격적 기질이 일치하지는 않는 법이다. 무림에서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무(武)에 대한 재능은 있지만 그와 별개로 목숨을 내놓고 사는 무림인(武林人)에는 어울리지 않았던 친구.


바로 정룡의 사제였다.


그의 사제는 뛰어난 재능을 타고나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인재였다. 동 나이 대는 물론이고 그 윗항렬에서도 적수를 찾기가 힘들었을 정도. 정룡 또한 자신보다 늦게 무공을 배운 사제에게 비무에서 몇 번이나 패하곤 했었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안타깝게도 그의 사제는 실전에서 본신무공의 절반도 채 발휘하지 못했다. 실전에 강했던 정룡과는 정반대의 성향. 물론 그럼에도 적수를 찾기 힘들었으나, 적은 그 격차를 노련함과 교활함으로 메웠다.


‘지혁이 그 녀석은 실전보다 면벽수련이 어울리는 녀석이었지.’


대종사의 자질을 갖고 있던 녀석이다. 무극문이 아니라 소림에 입적했더라면 72절예가 두 배로 늘어나지 않았을까.


그렇듯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안이한 마음으로 싸움에 임하는 것보단 아예 발도 들이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선율은 이미 단단히 결심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난 지금도 몬스터가 무서워. 하지만 이번 돌발 게이트 사태에서 느꼈어. 무서우니까 오히려 힘이 있어야 된다는 걸.”


불과 하루 전에 있었던 돌발 게이트 사태.


그때 선율이 가장 두려웠던 것은 학교에 있는 아이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각성자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너무 무력해서 지난날을 깊이 후회했더랬다.


결정적으로 헌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그 당시 망설임 없이 달려 나가던 정룡의 뒷모습 때문이었다. 그 날 자신에게 용기가 있었다면 함께 달려가지 않았을까.


선율은 여전히 몬스터가 두려웠지만 다부진 얼굴로 말했다.


“만일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 나도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 그리고 내 능력은 오빠들한테도 도움이 될 거야.”


*


헌터 등록을 담당하는 장소에 도착했다.


정룡은 접수를 하기 위해 품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송일권의 도움으로 빠르게 재발급 받은 것이었다.


‘협회 소속 C급 헌터쯤 되면 이런 것도 가능한가?’


조금 의아했지만 대충 넘어갔다. 그냥 개인적인 인맥 덕이라며 얼버무리는 게 자세히 말하고 싶진 않은 모양이었으니까.


이내 정룡의 차례가 되었다.


“여기 손을 올려주세요.”


안내원이 반투명한 수정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수정구 아래에 손을 넣는 기계장치가 있었다.


‘이게 마도구란 거구나. 신기하네.’


현대에는 ‘마력’이라는 새로운 물질이 나타난 이후 기존의 과학과 마력을 결합한 ‘마도공학’이란 학문이 등장했다.


고작 10년 밖에 되지 않은 학문.

연구 기간이 짧은 만큼 아직까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중에 있다.


그래도 쓸 만한 마도구가 몇몇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마력량을 측정해주는 마도구였다. 이를 통해 막 각성한 사람들의 등급 책정하고 들어갈 수 있는 게이트를 제한한다. 이 덕분에 헌터의 사망률이 많이 낮아졌다.


“가능한 만큼 마력을 주입해주시면 됩니다.”


정룡은 천천히 내공을 불러일으켰다. 그러자 수정구 위로 게이지와 알파벳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서히 올라가는 게이지와 그에 따라 점점 선명해지고 변화하는 알파벳. 인바디 측정이 떠오르는 방식이었다. 흡사 체지방률과 골격근량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묘한 시선들이 정룡에게로 몰렸다. 비단 정룡이라서 그러는 건 아니었고 으레 헌터들이 등급 측정을 하면 시선이 쏠리기 마련이었다.


다만 송일권의 경우에는 정룡이 어디서도 보지 못한 특이 케이스라는 걸 알고 있기에 사뭇 긴장한 표정으로 등급 측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디까지 올라갈까.’


보통 각성한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의 평균 등급은 F로 책정된다. 그 중 재능이 좀 있다 싶으면 E등급이고 D등급부터는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라는 평을 받는다.


그리고 첫 등급측정에서 C등급이 나오면 국가와 길드가 나서서 앞다퉈 영입하려 든다. 등급측정 마도구가 개발되고 난 이후 신인 각성자의 가장 높은 등급이 C였기 때문이다.


‘B? A? 아니면 설마 S?’


송일권이 긴장으로 마른침을 삼켰을 때였다.


삐빅!


등급 측정이 끝났다.

송일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등급 측정이 끝났기 때문이다.


“벌써 끝났다고? E등급?”


결코 낮은 등급은 아니다. 하지만 예상치보다는 훨씬 낮은 수치였다.


“기계 오류 아닌가?”


저도 모르게 이런 말까지 튀어나왔다. 그도 그럴 게, 정룡은 이미 놀과 고블린 수십 마리를 혼자서 쓸어버린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송일권의 강권에 정룡은 다른 창구에서 등급을 다시 측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정룡의 등급은 E등급이었다.


“이게 말이 돼?”


자기 등급을 측정한 것도 아니건만 정룡보다 더 아쉬워하는 송일권이었다.

정룡은 픽 웃으며 송일권의 등을 쳤다.


“말이 안 될 건 또 뭐냐. 애초에 말했잖아. 나 지금은 내공 다 잃었다니까?”

“아니, 그래도··· 참나, 넌 왜 이렇게 덤덤해?”

“그야 등급이 강함의 전부는 아니니까?”


정룡은 태연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였다.

등급이라고 해봐야 마력량을 측정했을 뿐 아닌가. 그런 건 참고의 기준이 될지언정 절대적인 강함을 판단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무림에서도 그랬다. 내공이 많다고 무조건 강하다면 다들 심법수련이나 하고 무조건 내공증진을 위한 영약만 찾아다녔을 것이다. 천하제일은 언제나 상단의 차지였을 테고.


하지만 ‘고수’라 함은 내공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그걸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기술적으로 다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지.


그런데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상단전에 있는 공력은 그대로 뒀네.’


무의식중에 하단전에 있는 내공만 주입해버렸다. 상단전에는 소모되지 않은 내공이 그대로 있었다.


‘뭐, 상관없나.’


어차피 이 조막만한 내공 더해봐야 한 등급 오르면 다행일 수준이다. 끽 해야 D등급이겠지. 헌터 등급을 올리는 방법이 마력 측정만 있는 것도 아니니 그것 때문에 세 번째 측정을 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됐고, 몬스터나 잡으러 가자.”


*


하선율은 D등급이었다.

그녀는 헌터등록을 안 했을 뿐 측정은 각성했을 때 진즉 했기 때문에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하고 바로 헌터등록을 할 수 있었다.


그 길로 정룡 일행은 몬스터를 잡기 위해 나섰다.


“가자. 큐브 예약해뒀어.”


몬스터 게이트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일전에 도덕산에 나타난 돌발 게이트.

무작위로 어딘가에 나타나 몬스터를 쏟아내고 사라지는 게이트다.


사실 돌발 게이트는 자주 나타나는 편이 아니다.

10년 전, 몬스터 출몰의 서막에는 세계적으로 돌발 게이트가 출현했지만 각성자가 등장하고 얼마 후에는 빠르게 그 수가 줄어들었다.


대신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통칭 큐브(Cube)라 일컫는 지정 게이트였다.


큐브 안에는 몬스터가 있고, 각성자라면 누구든 큐브에 입장할 수 있다. 그리고 일정 시간 내 큐브 안에 있는 몬스터를 처리하지 않으면 큐브가 폭발하며 몬스터를 쏟아낸다.


“큐브는 화이트, 옐로우, 코랄, 그린, 블루로 구분돼. 참고로 색이 진할수록 강한 몬스터가 들어 있어.”


더불어 색이 같다고 해서 그 안에 꼭 같은 몬스터가 있는 것은 아니다. 큐브 안의 지형도 제각각이고 몬스터도 종류가 다양했다.


‘거 참 이상하네.’


정룡은 송일권의 설명을 들으며 위화감을 느꼈다. 큐브의 구조가 참 기묘했던 것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는 몬스터와 게이트의 존재를 다른 세계의 ‘침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테면 외계인의 지구침략과 같은 것이다.


그 이유는 몬스터의 무조건적인 공격성과 더불어 큐브의 특성 때문이었다. 클리어하지 못한 큐브가 폭발하면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주변 지형이 ‘침식’당한다는 것이었다.


침식당한 공간은 지형적 특성이 바뀐다. 마치 다른 세계에 잡아먹힌 것처럼 말이다. 또한 그 안에서 평범한 인간은 살아갈 수 없었다. 각성자가 아닌 인간이 침식당한 공간 안에 있으면 확률적으로 알 수 없는 병에 걸려서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갔던 것이다.


하여 정부는 이를 ‘외계의 침공’으로 보고 있었다. 그 수단과 방법을 알 도리는 없었지만 말이다.


한데 의문이 든다.

이게 정말 외계의 침공이라면 왜 이런 구조인 것일까.


‘지나치게 친절해.’


그냥 돌발 게이트를 통해 몬스터를 통째로 쏟아내서 침공하면 되는 것 아닌가? 어째서 큐브라는 기물을 통해 유예기간을 주는 거지? 또 큐브는 왜 색깔별로 구분하여 위험도를 알려주는 거고.


정룡이 의문을 이어가는 사이.


“이쪽이야.”


큐브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허공에 떠있는 하얀색 정육면체 큐브.


가장 낮은 등급인 화이트 큐브(White Cub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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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코랄 큐브 +2 24.09.17 935 32 11쪽
14 첫 번째 무인 +2 24.09.16 1,226 38 13쪽
13 단련된 무인의 등 +2 24.09.15 1,421 40 10쪽
12 화이트 큐브 +2 24.09.14 1,623 44 9쪽
11 화이트 큐브 +2 24.09.13 1,787 38 12쪽
» 등급 측정 +2 24.09.12 2,053 46 12쪽
9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1 24.09.11 2,206 46 15쪽
8 정룡의 각성 능력 +1 24.09.10 2,433 46 13쪽
7 나 각성자 맞는데? +2 24.09.08 2,633 49 11쪽
6 약속할게 +1 24.09.07 2,725 53 13쪽
5 학교의 영웅들 +1 24.09.06 2,755 47 11쪽
4 학교의 영웅들 +2 24.09.05 2,958 41 13쪽
3 우리 집 24.09.04 3,202 48 16쪽
2 조카딸이 생겼다 24.09.03 3,347 48 14쪽
1 귀환 24.09.02 3,311 4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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