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일천千
작품등록일 :
2024.09.02 18:54
최근연재일 :
2024.09.18 23:44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5,075
추천수 :
687
글자수 :
85,575

작성
24.09.15 23:32
조회
1,419
추천
40
글자
10쪽

단련된 무인의 등

DUMMY


시체 늑대가 쓰러졌다.

뒤에서 지켜보던 송일권은 아연실색한 얼굴로 정룡의 등을 바라봤다.


“지랄··· 저게 어떻게 E등급이야.”


어떤 E등급이 일격으로 C급에 준하는 몬스터를 쓰러트린단 말인가. 협회에서 근래 최고의 유망주라 평가 받는 자신도 그렇게 드잡이질을 해댔는데.


물론 그 혼자서도 쓰러트릴 수는 있었다. 야수화 상태가 되면 재생력과 면역력도 올라가서 이 정도 독은 시간만 있으면 몰아 낼 수 있다.

사실 이렇게까지 고생한 것도 생전 처음 보는 공격 패턴 때문이었다. 다른 C급 몬스터였다면 오히려 더 쉽게 처리했겠지.


하지만 일격으로 쓰러트리는 건 어림도 없었다.


저런 게 가능하려면 최소한 몬스터보다 한 등급은 더 높아야 한다. 애초에 E급의 마력량으로 C급의 마력 장벽을 저리 간단히 뚫어버리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마력을 잃고 약해졌다더니.’


무림이란 곳에서 가장 강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곳으로 귀환하며 모든 마력을 잃었다고 들었다. 그 때문에 등급 측정에서도 E급이 나온 것이고.


그래서 등급보다 강하다고 해봐야 D급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직접 눈으로 확인한 정룡의 강함은 그 이상이었다.


송일권은 불현 듯 언젠가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 헌터의 강함은 마력량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불과 수 년 전까지 헌터 등급은 마력 측정만으로 매겨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능력의 기술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며 마력량 외의 요소가 부각되었고, 이에 따라 협회는 헌터 등급 책정 방식을 개편했다. C등급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그에 준하는 실적을 올려야 하도록.

그 필요성의 산 증인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E급밖에 안 되는 마력량으로 C급 몬스터를 잡은 정룡이 그러했다.


그렇게 정룡에 대한 평가를 높이는 송일권이었지만.


“아, 내공 진짜······.”


정작 당사자인 정룡은 못마땅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고작 무공 몇 개 사용했다고 내공이 바닥을 드러낸 탓이었다. 이래서야 일격의 위력은 몰라도 지속적인 전투에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당분간 큐브 좀 돌아야겠어.’


일단 E급 몬스터까지는 내공 없이도 처리할 수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등급이 낮은 화이트와 옐로우 큐브 위주로 클리어하면 될 듯했다.


*


큐브를 클리어하면 밖으로 나가는 게이트가 나타난다.

세 사람은 시체 늑대의 사체에서 마석만 뽑아낸 후 게이트로 들어갔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한 순간에 변하는 풍경.

여전히 신기해하는 정룡을 두고 송일권이 말했다.


“얘들아, 미안한데 돌아가는 건 너희끼리 해야겠다. 난 협회에 좀 들러야겠어.”

“변종 몬스터 때문에?”

“어. 이거 처음 보는 케이스라서 바로 윗선에 보고해야 될 것 같다.”


본래 색깔에 따라 안에 든 몬스터의 등급을 구분해왔던 큐브다. 한데 오늘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면 사망자가 급증할 수도 있었다.


“알았다. 우린 괜찮으니까 먼저 가라.”

“맞아, 우리 신경 안 써도 돼. 오늘 고마웠어.”

“어어, 그럼 가볼게. 나중에 보자.”


송일권이 급히 차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짜식, 휴일인데도 바쁘네.”

“그러게. 현주 언니한테 일권 오빠 늦을 것 같다고 말해줘야겠다. 아, 맞다. 오빠, 디저트 가게에 좀 들르자.”

“응?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아니라 하랑이 때문에. 하랑이가 마카롱 좋아하거든. 그걸로 좀 달래주게.”

“아아.”


익숙하게 하랑이를 먼저 생각하는 선율이다. 과연 실질적으로 하랑이를 키워온 ‘엄마’였다.


두 사람은 색깔별로 마카롱을 산 후 보육원으로 향했다.


“아빠!”


문이 열리자마자 마루에 앉아있던 하랑이가 도도도도 뛰어왔다. 혹여 넘어지는 것은 아닐까 손을 뻗는데, 돌연 하랑이가 앗! 하는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니.

하랑이가 배꼽에 두 손을 포개고 꾸벅 고개를 숙였다.


“앙녕히 다녀와써요, 아빠?”

“헉.”


정룡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입을 틀어막았다.

이게 전국의 아빠들이 느끼는 기분인가? 치사하게 자기들만 이런 특권을 누려왔단 말인가?

혀 짧은 발음으로 앙증맞게 인사하는 모습이 그리도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정룡은 와락 하랑이를 끌어안고 볼을 부볐다.


“아이고, 우리 하랑이 아빠 기다렸어?”

“우응!”

“이렇게 똘똘하게 인사도 하고. 누가 가르쳐 줬어?”

“혀주, 현주 이모가. 이러케 하며는 아빠가 좋아한다고 했눈데. 아빠 좋아?”


정룡은 소꿉친구에게 처음으로 감사함을 느꼈다.


“엄청 좋지!”

“헤헤. 그럼 하랑이두 좋아!”


하랑이가 목을 꼭 끌어안았다.

이 맛에 전국 부모님들이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자식을 키우는 모양이었다.


둘의 모습이 부러웠던 모양인지 선율이 끼어들었다.


“하랑아, 엄마는? 엄마한테도 인사 해줘야지. 응?”


정룡은 얼른 하랑이를 품에 안고 일어섰다.


“엄마는 괜찮아. 그보다 우리 하랑이 아빠랑 그림 그리기 놀이 할까?”

“응! 그림 그리는 거 좋아. 하랑이가 아빠 그려주께!”


선율이 치사하게 그러기냐며 등을 찰싹찰싹 때려왔지만 괜찮다. 이게 바로 단련된 무인의 등. 아무리 구박을 받아도 아프지 않다.


오히려 제 손이 아팠던 선율이 마지막 수단으로 봉지를 들어 올렸다.


“엄마가 하랑이 주려고 마카롱 사왔는데!”

“마까롱?!”


하랑이가 눈을 번쩍 뜨며 정룡의 어깨너머로 팔을 허우적댔다. 마카롱은 많이 먹으면 이가 썩는다며 잘 사주지 않는 간식이었다.


“마까롱! 아빠, 내려죠, 내려죠! 나 마까롱!”

“······.”


정룡은 버둥대는 하랑이를 씁쓸한 얼굴로 내려주었다. 하랑이는 땅에 발이 닿자마자 선율에게로 달려갔다.


“마카롱한테 지다니······.”


비겁하다, 하선율. 정정당당하게 승부해라.

그런 마음으로 노려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약올림의 메롱 뿐이었다.


“그러게 누가 나 무시하래? 우리 하랑이, 마카롱 맛있어요?”

“우응!”

“엄마가 최고지?”

“웅! 엄마가 체고야!”


어느새 완전히 뒷전이 된 정룡은 애꿎은 마카롱만 노려봤다.


*


한빛보육원의 평화로운 저녁식사 시간이었다.

밥을 먹다말고 송아영이 말했다.


“저 헌터가 되려고요.”

“뭐? 윽, 콜록콜록!”


난데없는 선언에 사례에 걸리는 사람이 속출했다.

급히 물을 들이켠 노강우가 눈물을 찔끔 흘리며 송아영을 돌아봤다.


“헌터가 되겠다니 갑자기 무슨 말이야? 넌 각성자도 아니잖아.”

“얼마 전에 각성했어.”

“뭐? 대체 언제······.”


송아영은 황당해하는 노강우를 무시하고 최영자와 선율을 바라봤다.


“등급 측정도 받았어요. E급이래요.”


첫 측정에 E급이면 나름대로 재능이 있는 축에 속한다.

잠깐의 침묵 후.

보육원장인 최영자가 먼저 차분하게 말문을 열었다.


“축하 할 일이구나. 이런 세상에선 뭘 하든 일반인보단 각성자인 편이 좋으니. 하지만.”

“······.”

“각성했다고 바로 헌터가 되겠다는 건 조금 성급한 생각이지 싶구나. 아직 학교도 졸업하지 않았으니 좀 더 천천히 생각해 봐도······.”


송아영이 고개를 저어 최영자의 말을 끊었다.


“아뇨. 자퇴하고 바로 시작하려고요.”

“자퇴? 야, 너 미쳤어?”

“아, 아영아, 그래도 일단 학교는 졸업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넌 아직 성인도 아닌데······.”


노강우가 기겁하고 선율이 설득했지만 송아영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이었다.


“각성자 중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헌터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헌터는 만 16세만 돼도 법적으로 가능하고요.”

“야, 너······.”

“저도 생각해보고 하는 말이에요. 제가 공부를 엄청 잘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특출 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일찍 헌터업계에 발을 들이는 것도 미래를 위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큐브 숫자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시대이니 헌터의 숫자는 언제나 부족했다. 이 때문에 법이 개정되었고 미성년자도 능력만 있다면 헌터가 될 수 있었다.


다만 헌터는 명백히 타직종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직업이다.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보육원 사람들로서는 헌터가 되겠다는 그녀의 결정을 흔쾌히 지지해줄 수가 없었다.


“먼저 올라가볼게요.”


송아영이 작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어라 말해도 마음을 바꾸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아영아······.”

“야, 송아영!”


노강우가 허겁지겁 송아영을 따라 올라갔다.

그리고 선율도 뒤따라 올라가려는 때였다.

문득 쌍둥이 형제 중 동생인 김지호가 조심스레 손을 들며 중얼거렸다.


“저기, 저희도 헌터 아카데미 가려고 하는데요······.”

“헉. 바보야,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


김지훈이 다급히 동생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모두가 들어버린 후였다.


선율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 아예 머리를 짚었고, 최영자는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분위기가 가라앉은 식사자리.


그런 와중에도 연신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있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김치찜에 눈이 돌아간 정룡의 젓가락질이었다.


“와, 선율아. 너 진짜, 요리는 와. 우걱우걱. 김치찜에 삼겹살 넣는 건 누가 처음 생각했을까?”

“······.”

“끄윽. 율아, 밥 더 남은 거 있어?”


결국 참다못한 선율이 정룡의 등짝을 갈겼다.


“이 화상아!”


짜악! 찰진 소리가 났지만 아픈 쪽은 정룡이 아니었다.

선율이 울상이 된 얼굴로 제 손을 부여잡았다.


“아으, 등이 뭐 이리 딱딱해?!”

“율아, 너 그렇게 툭하면 사람 때리는 거 아주 안 좋은 버릇이다.”

“아, 진짜. 이 오빠 말이나 못하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 코랄 큐브 NEW +2 14시간 전 484 27 11쪽
15 코랄 큐브 +2 24.09.17 934 32 11쪽
14 첫 번째 무인 +2 24.09.16 1,225 38 13쪽
» 단련된 무인의 등 +2 24.09.15 1,420 40 10쪽
12 화이트 큐브 +2 24.09.14 1,621 44 9쪽
11 화이트 큐브 +2 24.09.13 1,784 38 12쪽
10 등급 측정 +2 24.09.12 2,052 46 12쪽
9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1 24.09.11 2,205 46 15쪽
8 정룡의 각성 능력 +1 24.09.10 2,432 46 13쪽
7 나 각성자 맞는데? +2 24.09.08 2,633 49 11쪽
6 약속할게 +1 24.09.07 2,723 53 13쪽
5 학교의 영웅들 +1 24.09.06 2,753 47 11쪽
4 학교의 영웅들 +2 24.09.05 2,956 41 13쪽
3 우리 집 24.09.04 3,200 48 16쪽
2 조카딸이 생겼다 24.09.03 3,345 48 14쪽
1 귀환 24.09.02 3,308 44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