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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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千
작품등록일 :
2024.09.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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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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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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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큐브

DUMMY


크르르륵.


시체 늑대가 입가를 쭉 찢으며 웃었다. 어째서인지 녀석은 바로 달려들지 않고 정룡 일행을 빤히 응시하고만 있었다.


잠깐의 대치 상황.

불편한 정적을 깬 것은 정룡의 외침이었다.


“피해!”


그리 소리친 정룡이 선율을 품에 안고 뛰어 올랐다.


“꺅?!”


돌발 상황에 선율이 새된 소리를 내는 순간.


콰득, 츄르르르륵!


두 사람이 있던 자리의 땅이 갈라지며 웬 촉수 같은 것들이 튀어나왔다.


송일권의 발치에도 촉수가 뚫고 올라오긴 마찬가지. 다행히 송일권은 정룡의 말에 제때 반응했다.


“이게 뭔 패턴이야!”


송일권이 촉수를 피하며 기겁했다. 시체 늑대가 촉수를 사용하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다.


촤악! 츄르르르륵!


촉수는 한두 개로 끝나지 않았다. 시체 늑대의 부패한 가죽 틈에서 혈관다발이 튀어나와 꿀렁거렸다. 저것이 촉수의 정체였다.


촤악, 푹푹푹푹푹!


끝이 날카롭게 변한 촉수가 송곳처럼 찔러왔다. 지면에 구멍 자국이 즐비했다.


촉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났다.


송일권은 기민하게 움직여 촉수들을 피했지만 결국 수십 갈래까지 늘어난 공격을 모두 피하기는 무리였다. 촉수가 송일권의 발목을 휘감았다.


“이거 놔, 똥개 새꺄!”


거칠게 욕설을 내뱉은 송일권이 능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뿌득, 콰드득!


팔 골격이 뒤틀리며 변화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피부가 두꺼워지며 뻣뻣한 체모가 자라났다.


송일권이 갈고리처럼 구부린 손을 크게 휘두르자.


써걱!


촉수가 날카로운 검에 베인 것처럼 잘려나갔다.


“뭔 촉수에서 피가 튀어?”


송일권이 더럽다는 듯 손톱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어느새 그의 손톱은 짐승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자라나 있었다.


정룡은 그 모습을 보고 휘파람을 불며 감탄했다.


“진짜 늑대인간 같네.”


농담으로 했던 말인데 진면목을 보니 정말 울X린이 따로 없었다.


송일권이 그를 등지며 말했다.


“용아, 선율이 좀 지키고 있어라. 내가 처리할게.”

“응? 혼자서 하려고?”

“괜히 너희가 나섰다간 다쳐. 저거 어떻게 된 건지 몰라도 지금 D급, 아니 C급에 가까워졌어.”


명백히 강자가 약자를 지켜주겠다는 듯한 태도.


“···허.”


황당함에 헛웃음이 나왔다.


‘언제는 얼마나 강한 거냐고 호들갑을 떨더니.’


등급 측정에서 E급이 떠서 그런가? 어째 태도가 싹 바뀌었다.

물론 그게 자신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선의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았지만, 무림의 절대자로 군림했던 그로서는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이내 정룡은 피식 웃으며 선율을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이참에 실력 좀 보지 뭐.


그때 하선율이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오, 오빠. 그, 손 좀······.”

“응? 아, 미안.”


촉수를 피한다고 허리에 둘렀던 손이 아직 그대로였다. 그는 선율의 허리에서 손을 떼고 송일권을 구경했다. 어느새 양다리까지 변형한 송일권이 거칠게 날뛰고 있었다.


‘오, 제법.’


조금 전과는 움직임이 아예 달라졌다.


눈에 띄게 향상된 근력.

그리고 칼날처럼 날카로운 손발톱.


송일권은 사방에서 짓쳐들어오는 촉수를 화려한 몸놀림으로 피하고 잘라냈다. 변화한 겉모습처럼 짐승 같은 움직임이었다.


‘어디 보자.’


정룡은 능력을 사용해 송일권의 감각을 자신에게 연결시켰다. 변화한 근골격과 신경계를 비롯한 신체정보가 느껴졌다.


감각동화로 연결한 송일권의 신체는 놀라울 정도로 기묘했다. 이게 과연 사람 몸이 맞나 싶을 정도. 흡사 종족 자체가 변한 느낌이랄까. 피부의 질감부터 예민해진 오감과 본능적인 육감까지 짐승의 그것과 같았다.


이쯤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각성자의 초능(超能)은 그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다.

더불어 정룡은 어제 송일권에게 했던 말을 정정했다.


이쪽 세계 인류는 무공을 배울 수 없다.

설령 그게 각성자라 하더라도.

그 이유인 즉 하단전과 혈도가 빈약하여 무공을 감당할 수 없는 몸이기 때문이다.


한데 신체를 변형시킨 송일권은 어지간한 일류 고수에 비견될 정도로 뛰어났다. 또한 상단전을 이용하는 매커니즘도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각성자의 능력은 분명 상단전의 기운을 외부의 기운과 공명시켜 발현하는 것이었을진대, 늑대인간이 된 송일권의 전신에는 무림인과 같은 내공순환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무공을 가르쳐볼만 하겠어.’


물론 여전히 보급은 불가능할 것이다. 근육과 골격은 물론 혈도마저도 인간과 달랐기 때문. 이런 경우에는 그가 옆에 붙어서 맞춤형으로 무공을 개량하고 가르쳐야 했다. 소수면 모를까 전체를 대상으로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핏!


그때 돌덩이 하나가 선율을 향해 날아들었다.

송일권과 시체 늑대의 전투 여파로 날아온 파편이다.


정룡은 대충 손을 휘둘러 파편을 쳐냈다. 종종 그와 선율을 노리고 날아드는 촉수도 파리 쫓듯 내저은 손짓에 튕겨나갔다.


개 중 하나는 금나수(擒拿手)를 이용해 움켜쥐고 잡아당겼는데.


“이야, C급일지도 모른다더니 엄청 질기잖아?”


놀랍게도 촉수는 쉽게 찢어지지 않았다. 인간의 한계를 한참 초월한 그의 힘으로도 말이다.


“이게 마력 장벽인가?”


촉수에서 물리적인 힘과 반발하는 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일종의 호신기(護身氣)처럼도 보였는데, 감각동화를 사용해보니 본질이 달랐다. 이건 기술이라기보다 몬스터라는 것들이 지닌 종의 특성처럼 보였다. 기술이 아니기에 다른 종은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룡은 손에 기를 두르고 촉수를 찢어냈다. 알아볼 건 다 알아봤다. 마침 전투가 슬슬 끝나가고 있었다. 촉수를 모조리 피하고 잘라낸 송일권이 시체 늑대의 지척가지 도달했던 것이다.


“이제 죽어, 똥개 자식아!”


송일권이 짐승처럼 으르렁대며 손톱을 휘둘렀다. 원래 입이 거친 녀석이 아니었는데 저러는 걸 보면 변화 능력이 성격적인 부분에도 조금 영향을 끼치는 듯했다.


그렇게 마무리가 되는 줄 알았는데.


“케헹! 깨애애앵!”


몸체가 도려내진 녀석이 깨갱 소리를 내며 연기를 뿜어냈다.


푸쉬이이익─!


황갈색 연무가 사방을 물들였다.

정룡은 반사적으로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선율의 입과 코를 막았다.


‘이건 시독(屍毒)?’


일반적인 시체가 내뿜는 것보다 독성이 강했다. 징그럽게 생긴 놈이 공격도 생긴 대로 했다.


‘일권이 녀석은 어디······.’


그때 입과 코가 막힌 선율이 정룡의 손을 툭툭 쳤다. 그러나 정룡은 고개를 저으며 손을 떼지 않았다. 자신이 기로 보호해주지 않으면 독에 피해를 입고 말 터였다.


하지만 선율이라고 생각이 없어서 풀어달라고 한 게 아니었다. 답답함에 미간을 찌푸린 그녀가 손을 마주 모았다. 그러자 예의 그 따스한 빛무리가 일어났다.


츠츠츠츠츠.


희끄무레한 빛무리가 선율의 몸을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그를 본 정룡의 눈이 크게 뜨였다. 선율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도가(道家)와 불가(佛家)계열 심공의 정순함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내 치유와 정화의 기운을 담은 선율의 빛이 황갈색 연무를 밀어냈다.


과연, 재능이 있다더니.


정룡은 씩 웃으며 선율을 품에 안아들었다.


“오, 오빠?”

“일권이 녀석한테 가자. 그 놈 죽을라.”

“아, 응!”


이미 태을정관으로 위치를 찾았다.

송일권은 연무를 뒤집어쓰고 떨어져나갔다가, 중독된 상태 그대로 다시 시체 늑대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크윽!”


송일권이 신음을 뱉었다. 그의 얼굴색은 황달이 걸린 것처럼 노래진 상태였다.


‘빨리 죽여야 돼.’


조금이라도 빨리 처치해야 정룡과 선율을 구할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중독된 몸을 돌보지 않고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시체 늑대를 향해 돌진할 때였다.


“야, 그만하고 가서 치료나 받아.”


불현 듯 정룡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니 홀연히 나타난 정룡이 멱살을 잡아왔다.


“저기 선율이 있다.”

“뭐, 뭐? 으악?!”


송일권은 그대로 선율이 있는 방향으로 내던져졌다.

대신 시체 늑대 앞에 선 정룡이 손가락을 나란히 모아 관수를 만들었다.


촤라라라라락!


그런 정룡을 향해 촉수다발이 날아들었다.

수십 갈래로 나뉜 촉수가 사방팔방을 점하고 송곳처럼 찔러온 순간.


풍뢰사보(風雷四步).

일보(一步), 유월(柳䬂).


정룡의 몸이 신기루처럼 흔들렸다.

흡사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와 같은 움직임.

수십의 촉수다발이 목표를 잃고 허공을 배회하거나 애꿎은 땅에 내리꽂혔다.


다음 순간 정룡의 손이 뻗어졌다.


무극신창(武極神槍).

삼식, 일련(一聯).


일련은 초고속 찌르기이자 끊임없이 이어지는 연격이다. 정룡은 연격을 이어가기보다 한 번의 일격을 선택했다.


관수(貫手)가 하나의 창이 되어 빛살로 화하자.


“지랄··· 저 놈이 어떻게 E등급이야.”


뒤에서 송일권의 허탈함 섞인 욕설이 들렸다.

시체 늑대의 머리통이 통째로 날아간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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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코랄 큐브 NEW +2 14시간 전 481 27 11쪽
15 코랄 큐브 +2 24.09.17 932 32 11쪽
14 첫 번째 무인 +2 24.09.16 1,222 38 13쪽
13 단련된 무인의 등 +2 24.09.15 1,418 40 10쪽
» 화이트 큐브 +2 24.09.14 1,621 44 9쪽
11 화이트 큐브 +2 24.09.13 1,783 38 12쪽
10 등급 측정 +2 24.09.12 2,051 46 12쪽
9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1 24.09.11 2,203 46 15쪽
8 정룡의 각성 능력 +1 24.09.10 2,432 46 13쪽
7 나 각성자 맞는데? +2 24.09.08 2,632 49 11쪽
6 약속할게 +1 24.09.07 2,722 53 13쪽
5 학교의 영웅들 +1 24.09.06 2,753 47 11쪽
4 학교의 영웅들 +2 24.09.05 2,955 41 13쪽
3 우리 집 24.09.04 3,199 48 16쪽
2 조카딸이 생겼다 24.09.03 3,344 48 14쪽
1 귀환 24.09.02 3,307 4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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