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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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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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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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영웅들

DUMMY


“헌터님! 위에 몬스터가 더 있습니다! 학교! 중학교 쪽이에요!”


고개를 끄덕인 정룡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언덕길을 올라가며 주변을 살폈다. 그 난리가 있었던 것치곤 핏물 하나 없이 깨끗했다.


‘시체는 없군. 일단 미진이 누나 아들은 무사한 것 같은데.’


여기까지 오는 중에 하교하고 있는 아이들을 봤다. 이곳에 시체가 하나도 없는 걸 보면 박미진의 아들도 그 무리에 있었을 확률이 높았다.


어느 정도 언덕길을 올라가자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괴물은 초등학교보다 중학교에 주로 모여 있었다.

중학교가 도덕산과 더 가깝다 보니 그 쪽으로 이목이 먼저 끌린 모양이었다.


반면 초등학교 앞에 있는 것은 못생긴 초록색 괴물 세 마리가 끝. 놈들이 학교 정문을 부수기 위해 몽둥이를 휘두르고 있었다.


“키엑? 캬아악!”


그를 발견한 괴물들이 몽둥이를 앞세워 달려들었다.

정룡은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고 마주 주먹을 휘둘렀다.


“크에엑?!”

“케륵······!”


퍼억! 뻑! 빠각!


한 주먹에 한 놈씩.

주먹에 얻어맞은 놈들의 머리가 반대방향으로 꺾이며 즉사했다.


이걸로 초등학교는 끝났다.

이제 괴물이 밀집되어 있는 중학교만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학교가 무슨······.’


막 귀환했을 때도 학교를 보긴 했지만 그때는 산에서 운동장을 내려다 본 것이었다. 가까이서 본 학교는 그가 기억하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정문은 금속으로 된 개폐문이 내려와 괴물들의 공격을 막고 있었고.

담장은 수차례 증축을 거친 듯 5m에 이르렀으며.

그 위에는 다시 담장길을 따라 원형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었다.


흡사 성벽과도 같은 모습.

명백히 적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외형이었다.


중학교에 도착하자.


“커헝! 크허엉! 끼잉!”


철조망에 걸린 괴물 몇몇이 버둥대는 꼬라지가 보였다.

담장을 넘어가려다 걸린 모양.


‘아직 안 뚫린 건가?’


아니다. 학교 안쪽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비명소리가 있었다. 몇 마리는 담장을 넘어가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때 개폐문을 두드리던 괴물들이 뒤를 돌아봤다.


“케륵?”

“크갸아악!”


정룡을 발견한 수십의 괴물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뚫기 힘든 문 대신 눈앞의 사냥감을 잡으려는 것이다.


정룡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들을 무시하고 무릎을 굽혔다. 경공을 사용하느라 남은 내공이 없었지만 괜찮다. 그의 신체능력은 오래전에 인간의 한계를 초월했으니까.


꾸우욱.


정룡의 허벅지가 순간적으로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용수철처럼 수축된 근육이 한순간에 팽창하며 힘을 쏟아냈다.


콰아앙!


지면이 패이며 몸이 하늘로 솟구쳤다. 철조망까지 5m가 넘는 담장을 단숨에 뛰어넘는 도약력이었다.


공중에 뜬 상태로 학교 안쪽을 바라보니.


“쿨럭. 이 변종 개새끼들이······.”

“지호야!”


괴물 세 마리와 대치하고 있는 학생 두 명이 보였다.

두 소년이 개머리 괴물로부터 쓰러진 여학생을 지키고 있었다.


“커허어엉!”


괴물이 울부짖으며 학생들을 향해 쇄도했다.

평범한 소년들이 반응하기엔 지나치게 빠른 속도였다.


‘안 돼! 늦었······!’


정룡이 속으로 기함하는 순간이었다.


화륵!


한 소년의 손에서 불꽃이 피어오르더니.


후우우웅!


또 다른 소년의 몸에서는 바람이 휘몰아쳤다.


화르르르르르륵─!


불꽃이 바람을 머금었다.

전방으로 쏘아진 불꽃이 일순간 확장하며 커다란 불길로 화했다.


“깨앵! 깨애애앵!”


달려들던 괴물들이 혼비백산하여 흩어졌다. 그 중 한 마리는 아예 불길에 휩싸여 타올랐다.


“허억! 헉!”

“끄윽······.”


이적을 발휘한 소년들은 힘이 다하여 주저앉았다.

그 순간 불길을 피한 괴물 두 마리가 쓰러진 소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허나 정룡이 소년들의 앞을 막아서는 게 먼저였다.


“고생했다, 얘들아.”


그리 말한 정룡이 손가락을 나란히 모아 관수(貫手)를 만들었다. 뒤로 젖힌 팔 근육이 기이하게 뒤틀렸다.


무극신창(武極神槍).

삼식(三式), 일련(一聯).


일직선으로 쏘아내는 초고속 찌르기.


파아아아아앙─!


공기가 터졌다. 그와 동시에 나란히 달려오던 괴물 두 마리의 머리통도 터져나갔다.


*


쌍둥이 형제.

김지훈과 김지호는 얼이 빠진 채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우와······.”

“미쳤다.”


갑자기 나타난 사내 한 명이 손을 앞으로 뻗자 괴물들의 머리가 일순간에 터져나갔다. 자신들이 고생고생해서 몬스터를 잡은 것과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얘들아!”


체육선생이 다급히 달려왔다.


“괘, 괜찮니? 다친 데는? 건물로 대피하라니까 어쩌자고 다시 가서······.”


놀란 마음으로 타박하던 체육선생이 말끝을 흐렸다. 무작정 나무라기에는 두 사람의 활약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동장에 있던 아이들을 건물로 대피시키는 중 낙오된 아이가 있었다. 두 사람은 자신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되돌아간 것이었다.


체육선생이 쓰러진 여학생을 등에 업었다. 다행히 여학생은 놀라서 기절한 것뿐 이렇다 할 상처가 없었다. 두 남학생이 막지 않았다면 죽었을 아이였다.


“얘들아, 일단 교실로 올라가자. 나머지는 헌터가 처리할 거야.”

“아, 네. 지호야, 가자.”

“어어.”


교실로 올라간 쌍둥이는 걱정하는 친구들을 뒤로하고 창문 밖을 바라봤다.


“와씨, 미친. 끝내준다.”


쌍둥이 형제 중 동생, 김지호가 거칠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자신들을 구해줬던 헌터가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어느새 담장 밖으로 나간 헌터가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콰앙! 콰아앙!


주먹과 발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몬스터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일격에 즉사한 건지 한 번 나가떨어진 몬스터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김지훈도 나지막이 감탄하며 눈을 빛냈다.


“움직임이 장난 아닌데.”

“신체 강화계인가? D급은 될 것 같아.”

“그 이상이지 않을까? 아까 우리 앞에서 놀을 죽였을 때 봤잖아.”

“···엄청났지.”


놀 두 마리를 한 번에 격살했던 일격.

마치 섬광을 쏘아내는 듯했다.

뒤에 몇 마리가 더 있었든 그 일격에 모두 죽지 않았을까.


허나 김지훈은 그 일격보다도 남자의 전반적인 움직임이 더 눈에 들어왔다.


‘나도 저런 식으로 움직일 수는 없을까?’


그의 각성 능력은 바람을 다루는 것이었다. 덕분에 다른 사람에 비해 가볍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한데 저 남자의 움직임은 그보다 훨씬 빠르고 자유로워 보였다.


감탄을 하는 사람은 쌍둥이 형제뿐만이 아니었다. 교실에 모인 학생들은 물론 선생까지도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담장 밖을 구경했다.


놀과 고블린은 각각 E급과 F급 몬스터.

몬스터 중에서는 최약체에 해당하는 등급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낮은 등급의 몬스터라도 무리를 짓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데 저 남자는 혼자서 몬스터를 학살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일방적이라서 공포에 질렸던 사람들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두려움에서 벗어났다. 이제 와서는 마치 영화를 감상하듯 남자의 움직임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외쳤다.


“헌터들이다!”


담장 밖, 언덕길을 달려오는 일련의 무리가 보였다. 헌터협회, 혹은 길드에서 보낸 헌터들이 분명했다.


허나 뒤늦게 도착한 헌터들이 할 일은 없었다.

남자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이미 모든 몬스터가 쓰러진 후였기 때문이다.


몬스터 사이렌이 울렸을 때만 해도 억겁처럼 느껴졌던 시간이 제자리를 찾았다.


*


기본적으로 몬스터의 사체는 해당 몬스터를 사냥한 헌터에게 귀속된다.


정룡이 사냥한 몬스터는 총 24마리였다.

E급 놀 7마리와 F급 고블린 17마리.


제법 많은 숫자였지만 안타깝게도 놀과 고블린의 사체는 쓸모가 없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다만, 어떤 몬스터든 돈이 되는 부위가 있다.

바로 마력을 품고 있는 마석이다.


한 가지 문제라면 정룡이 헌터협회에 등록은 고사하고 이제야 신분을 되찾은 몸이라는 것이었는데.


그마저도 우연찮게 해결이 되었다.

모두 정룡의 중학생 시절 절친이었던 송일권 덕분이었다.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은 송일권이 말했다.


“그걸 정말 용이 네가 다 처리했다고? 이 자식은 갑자기 나타난 것도 놀라운데 각성자가 되어있네······.”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 송일권.


그는 헌터협회에 소속된 국가직 헌터다.

말하자면 공무원인 셈.

하여, 담당 지역인 광명시에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것이었는데.


이미 몬스터는 모두 처리된 상태였다.

심지어 몬스터를 잡은 헌터가 10년 전 실종되었던 자신의 절친이라고 하니 심히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당황스럽기는 정룡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놀랍긴 내가 더 놀라운데? 현주 남편이 너였다니. 그런데 왜 말을 안 한 거지?”


결혼했다는 소식만 들었지 남편이 누구인지까지는 전혀 몰랐다. 이현주도 두 사람이 절친이었다는 사실을 뻔히 아는데도.


송일권이 씩 웃었다.


“내가 비밀로 해달라고 했어. 오늘 퇴근하고 보육원 들러서 놀래 줄 생각이었거든.”

“참나.”


정룡이 알만하다는 듯 픽 웃었다.

학창시절 이리저리 뺀질대던 송일권.

장난기 많은 성격은 나이를 먹은 지금도 여전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마석이란 게 돈이 된다는 거지?”

“어. 그런데 너무 기대는 마라. 놀이랑 고블린은 등급이 낮거든. 다 합쳐서 이백 정도?”

“뭐? 이백이나?”


기대말라더니 생각보다 훨씬 큰 금액이었다. 고작 저런 놈들 좀 때려잡았다고 이백이라니?


정룡의 반응에 송일권이 픽 웃었다.


“혼자 먹으면 나름 괜찮은 금액이지?”

“나름이 아니라 큰 거 아냐? 하루 만에 이백을 벌었잖아.”


아니, 하루도 아니다. 실질적으로 몬스터를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았다. 보육원에서 여기까지 달려온 시간을 포함해도 15분 남짓이었다.


‘15분 동안 벌어들인 수익이 200만원이라니.’


누군가의 한 달 월급을 15분 만에 벌었다.

한데 송일권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말하니 그 간극이 낯설었다.


그때 송일권이 말했다.


“만약 네가 잡은 몬스터들이 C급이었으면 억대로 벌어들였을 걸?”

“···일권아, 나 결정했다.”

“뭘?”

“뭐겠냐?”


당연히 헌터가 되기로 결심한 거지.

하랑이의 양육비 걱정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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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코랄 큐브 +2 24.09.18 805 34 11쪽
15 코랄 큐브 +2 24.09.17 1,103 34 11쪽
14 첫 번째 무인 +2 24.09.16 1,363 39 13쪽
13 단련된 무인의 등 +2 24.09.15 1,545 42 10쪽
12 화이트 큐브 +2 24.09.14 1,749 45 9쪽
11 화이트 큐브 +2 24.09.13 1,923 39 12쪽
10 등급 측정 +2 24.09.12 2,190 47 12쪽
9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1 24.09.11 2,341 47 15쪽
8 정룡의 각성 능력 +1 24.09.10 2,580 48 13쪽
7 나 각성자 맞는데? +2 24.09.08 2,780 51 11쪽
6 약속할게 +1 24.09.07 2,868 55 13쪽
» 학교의 영웅들 +1 24.09.06 2,904 49 11쪽
4 학교의 영웅들 +2 24.09.05 3,106 43 13쪽
3 우리 집 24.09.04 3,359 50 16쪽
2 조카딸이 생겼다 24.09.03 3,518 50 14쪽
1 귀환 24.09.02 3,493 4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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