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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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千
작품등록일 :
2024.09.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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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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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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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나 각성자 맞는데?

DUMMY


현재 한빛보육원에 소속된 아이들은 총 6명이다.


현재 나이 18세 장남 노강우와 장녀 송아영.

쌍둥이 형제 김지훈과 김지호.

초등학생인 10살 한유리.

마지막으로 정룡의 딸이 된 4살 정하랑.


번외로 박미진의 아들인 10살 안동우도 있다.


엄밀히 말해 안동우는 보육원 소속이 아니었지만 사실상 같은 소속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학교가 끝나면 언제나 한유리를 따라와 보육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안동우는 척 보기에도 한유리를 좋아하고 있었다.


“유리야, 이 색연필 128색이다? 내가 엄청 아끼는 건데 너는 특별히 빌려줄게.”

“정말? 그래도 돼?”

“응! 우린 단짝이니까!”

“고마워. 대신 내가 너 그려줄게.”


한유리가 연필 하나를 곧게 세우고 안동우를 바라봤다. 어디서 본 건지 화가를 따라하는 듯했다.

그에 마냥 좋다고 최대한 멋있어 보이는 포즈를 취하는 동우였다.


두 아이를 지켜보던 어른들이 쿡쿡 웃음을 흘렸다. 올망졸망 귀엽게 생긴 아이들의 행동을 보고 있으니 한낮의 그 소란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한편 박미진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휴, 동우 저 녀석은 내 속도 모르고.”


박미진은 수년 전 몬스터에게 남편을 잃은 바 있었다.

그런지라 이번에 하나 남은 아들마저 잃게 되는 줄 알고 놀란 마음이 아직까지도 진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용아, 정말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정말······.”

“에이, 아니에요, 누나. 제가 갔을 때는 이미 하교했었어요.”

“그래도 고마워. 그렇게 난리쳐서 미안하고.”

“전 괜찮으니까 저기 동우 좀 보세요.”

“응? 우리 동우가 왜?”


조금 전만 해도 모델을 하고 있던 동우가 뒤에 와있었다.

동우가 색연필을 들고 말했다.


“엄마, 이번엔 내가 엄마 그려줄게! 엄마가 모델 해!”

“뭐어? 유리가 동우 그려준다고 하지 않았어?”

“동우가 힘들대요.”

“···모델 힘들어. 나도 그릴 거야.”


그 말에 결국 헛웃음을 흘리고 마는 박미진이었다. 얘가 정말 자기 속을 알긴 아는지.

그러면서도 박미진은 결국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모델이 되고 말았다.


그 모습에 선율이 깔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용이 오빠, 애들은 참 신기한 것 같아.”

“응?”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잖아.”

“그러게.”


정룡은 작게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에서도 아이를 낳는 것 같았다. 자식을 키워야 비로소 인생의 2막이 시작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 그 충족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작게 미소를 짓자.

품에 안겨 있던 하랑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아빠 기분 좋아? 그럼 하랑이도 좋은데.”


네 살짜리 어린애가 말하는 것도 어찌 이리 예쁠까.

정룡은 절로 새어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하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아빠는 하랑이가 웃는 걸 보면 기분이 막 좋네?”

“헤헤. 하랑이도 아빠 웃으면 좋아.”


그리 말한 하랑이가 가슴팍에 얼굴을 폭 묻었다.

정룡이 친아빠와 닮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갑자기 없어질까 두렵기 때문인지.

한 번 품에 안긴 하랑이는 정룡의 곁을 떠날 줄 몰랐다. 학교에서 돌아온 동우와 유리가 인사를 해도 그랬다.


“호칭은 그냥 아빠로 정리한 거야?”


옆에 있던 선율이 작게 속삭였다.

모를 때야 나중에 천천히 알려줄 요량으로 아빠라고 부르게 놔뒀지만, 지금 하랑이는 정룡이 친아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제는 호칭을 고쳐야 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정룡은 고개를 저었다.


“하랑이가 싫어하면 모를까 좋다는데 고칠 필요가 있을까 싶네.”


어차피 처음 하랑이를 봤을 때부터 결정했다.

비록 자신이 생물학적 친아빠는 아니지만, 그보다 더 한 사랑으로 친딸처럼 키우겠노라고.


“조만간 정식으로 절차 밟아서 입양도 할 거야.”

“그렇구나. 그럼 혹시 보육원에서는······.”


선율이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물었다.

정룡이 원한다면 당장 하랑이를 데리고 보육원에서 나갈 수도 있었다. 돈도 문제가 아니었다. 정호 부부가 모아둔 돈이 있었으니까.


정룡은 잠시 고민하다가 머쓱한 얼굴로 선율에게 말했다.


“그, 자신만만하게 말해놓고 좀 그렇지만··· 보육원에 계속 있어도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건 무리였다.


당연하지만 그는 아이를 키운 경험이 없다. 그런 그가 마음만 앞세워서 보육원을 나간다고 하랑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또 앞으로 헌터 일을 할 생각인데 그 동안 하랑이는 어떡한단 말인가. 결국 어린이집에 하랑이를 맡겨야 할 텐데 그럴 거면 한빛보육원을 두고 그럴 이유가 없었다.


여러모로 생각해 봐도 하랑이를 데리고 나갈 게 아니라 그가 보육원에 들어와서 함께 사는 게 맞았다.


다행히 선율은 단번에 정룡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물론이지. 오빠 방도 따로 내줄게.”

“방을? 그래도 돼?”

“응. 어차피 방도 남거든.”

“아, 인원이 많이 줄어서 괜찮겠구나.”


과거 한빛보육원은 인원수가 30명에 가까운 중규모 보육원이었다.

반면 지금 있는 아이들이라고는 6명이 끝.

보육원 규모에 비해 인원이 적으니 한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덕분에 정룡에게 방 하나쯤 내주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


정룡을 포함한 어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하랑이를 제외한 아이들은 잠시 쌍둥이 형제에게 부탁해 놓은 상태.


송일권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뭐하다 온 거냐?”


지난 10년간 정룡의 행적.

보육원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였다. 갑작스런 몬스터 사이렌 때문에 중단된 이야기이도 했다.


정룡은 이렇게 서두를 뗐다.


“음. 10년 전, 저녁 찬거리를 사오던 길이었어.”


눈이 내리던 1월 겨울.

그 날 정룡은 돌연히 나타난 검은 구멍에 집어삼켜졌고, 그대로 낯선 세계에 불시착했다.


난데없이 떨어진 무림.

말도 통하지 않고 상식도 다른 이세계.


거기서 겪었던 고난과 수모.

살아남기 위해 굴렀던 밑바닥 인생.

생명의 은인인 스승님을 만나 무공을 배우고 고향으로 되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한 여정.


그 모든 과정을 상세히 말하자면 삼일밤낮을 지새워도 부족하다. 또한 자세히 말하기에는 너무나 힘들고 괴로운 과거였다.


하여 정룡은 적당히 축약하여 지난 10년, 아니 20년간의 삶을 말해주었다.


괴롭고 힘든 부분은 최소한으로.

스승님과 사형, 사제를 만난 이후의 시간은 가능한 즐거운 모험담처럼 살려서.


그렇게 이야기하기를 대략 1시간이 되었을 쯤.


“···해서 모두의 도움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거야.”


정룡이 머쓱한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리며 이야기를 끝맺었다.


“음, 아무래도 좀 믿기 힘들죠?”


어색하게 웃는 정룡.


솔직히 그는 이들이 자신의 말을 모두 믿어줄 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나.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황당무계한 이야기다. 미친놈 취급만 하지 않아도 고마울 일이었다.


한데 이야기를 듣는 내내 모두의 반응은 생각과 조금 달랐다.


예상했던 대로 놀랍고 황당하다는 듯, 또 의문어린 시선은 당연히 있었으나, 의외로 진중한 태도로 한 마디도 끊지 않고 그의 얘기를 들어주었던 것이다. 덕분에 짧게 이야기하려던 것이 1시간이나 이어지고 말았다.


그마저도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말을 조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구나, 용아.”

“아이고, 열일곱 살짜리 애가 그런 고생을. 어휴, 어휴우. 그런 줄도 모르고 만날 경찰서만 들락거렸으니······.”


이야기를 마친 후의 반응도 예상 못한 것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룡의 손을 매만지며 연신 다행이라 되뇌이는 어머니, 최영자.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다 아프다는 듯 가슴께를 두드리며 한숨짓는 박미진 여사.


“너 엄청 고생했구나······.”


동갑내기 친구 이현주도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두드려왔다.


“흑, 어쩐지 밥을 그렇게 먹더라니. 뭐 더 먹고 싶은 거 없어?”


하선율은 아예 눈물까지 흘리며 이리 말했다. 앞으로 정룡의 끼니는 자신이 책임질 테니 무엇이든 말만 하라고.


반응이 이러하니 오히려 당황스러운 사람은 정룡이었다. 이런 황당한 얘기를 의심 하나 없이 믿어주는 건 전혀 예상하치 못했기에.


의문을 풀어준 사람은 송일권이었다.


“다른 세계라니 좀 황당하긴 한데··· 몬스터랑 초능력자도 있는 마당에 못 믿을 거 있겠냐?”

“···그런가?”

“물론 네 얘기여서 믿는 것도 있지. 정호 형 두고 그렇게 말없이 사라질 놈이 아닌 걸 다들 아니까.”


정호와 정룡 형제가 서로를 얼마나 끔찍이 아꼈는지 이 자리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세계에 떨어졌었다는 얘기가 납득됐다.


“난 뭐 어디 납치라도 당한 줄 알았어. 아니, 납치당한 게 맞긴 한가? 그게 다른 세계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만.”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송일권이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너 같은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야. 드물지만 몬스터에 휩쓸려서 돌발 게이트에 떨어진 사람들이 있거든. 물론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지만··· 너처럼 갑자기 나타날지도 모르겠네.”


그 말에 정룡은 회의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돌아오기 힘들 거야.”


몬스터에 휩쓸렸는데 살 수 있는가.

그건 둘 째 문제다.

무사히 살아서 자신처럼 무림에 떨어졌다고 해도 그 후가 문제였다. 자신만 해도 얼마나 갖은 고생 끝에 돌아왔던가.


돌아올 방법을 알아내는 것도 문제고, 돌아오기 위한 재료를 수급하는 것도 문제다. 아니, 그 전에 말도 안 통하는 세계에서 생존한는 것부터가 지옥 같은 난이도다.


설령 운 좋게 살아서 방법을 찾고 모든 재료를 모았다고 해도 마찬가지.


차원문을 열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차원을 넘어가는 과정마저도 안전이 전혀 보장되지 않은 도박이었다. 그 자신 또한 어렴풋하지만 몸이 통째로 분해될 뻔한 기억이 있었다.


“흠. 그렇구만······.”


송일권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그는 문득 무언가 생각이 나서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잠깐만. 너 그럼 몬스터랑 싸울 때 각성 능력이 아니라 무공이란 걸 사용한 거냐?”

“응? 뭐 그렇지?”


무공이 맞긴 하다. 내공 하나 사용하지 않은 반쪽짜리지만.


“뭐야, 그럼 각성자도 아닌데 그놈들을 혼자 쓸어버렸던 거라고?”


그리 말한 송일권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각성자도 아닌 사람이 몬스터를 쓰러트렸다. 이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결코 작지 않았다.


‘대중들에게 무공이란 걸 보급할 수 있다면?’


세계는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다.

헌터란 곧 몬스터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

각성자가 아니라도 개인이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다면 그게 곧 헌터다.


그때 정룡이 픽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나 각성자 맞는데?”

“뭐?”


이건 또 뭔 소리야?

송일권은 물론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도 정룡을 바라보며 눈을 끔뻑였다.


작가의말

내일은 예비군 때문에 연재가 힘들지도 모릅니다만...

가능한 폰으로라도 틈틈이 집필하여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블랙홀치우 님 후원금 감사합니다.

문피아에서 연재를 시작하고 처음 받는 후원금이라 각별하네요.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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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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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코랄 큐브 NEW +1 4시간 전 297 19 11쪽
16 코랄 큐브 +2 24.09.18 803 34 11쪽
15 코랄 큐브 +2 24.09.17 1,101 34 11쪽
14 첫 번째 무인 +2 24.09.16 1,361 39 13쪽
13 단련된 무인의 등 +2 24.09.15 1,544 42 10쪽
12 화이트 큐브 +2 24.09.14 1,747 45 9쪽
11 화이트 큐브 +2 24.09.13 1,923 39 12쪽
10 등급 측정 +2 24.09.12 2,188 47 12쪽
9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1 24.09.11 2,340 47 15쪽
8 정룡의 각성 능력 +1 24.09.10 2,579 48 13쪽
» 나 각성자 맞는데? +2 24.09.08 2,780 51 11쪽
6 약속할게 +1 24.09.07 2,868 55 13쪽
5 학교의 영웅들 +1 24.09.06 2,903 49 11쪽
4 학교의 영웅들 +2 24.09.05 3,104 43 13쪽
3 우리 집 24.09.04 3,358 50 16쪽
2 조카딸이 생겼다 24.09.03 3,514 50 14쪽
1 귀환 24.09.02 3,491 4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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