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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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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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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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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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룡의 각성 능력

DUMMY


송일권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각성자가 맞다고? 네가 사용한 건 무공이라면서?”


정룡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것도 맞고 각성자도 맞아. 각성자로서의 능력은 따로 있거든.”

“···돌아오면서 각성한 거냐?”

“아니, 무림에 떨어졌을 때부터 쓸 수 있었어. 아마 게이트에 빨려 들어가면서 각성한 게 아닐까 싶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랬다.

이제껏 자신만이 지닌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그게 각성자로서의 능력이었다.


‘내가 각성자가 아니었다면······.’


십중팔구 무림에서 죽었겠지.

설령 운 좋게 살았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강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각성 능력이 아니었다면 스승님께 무공을 배우지도 못했을 테니까.


정룡이 자신의 능력을 되돌아보는 사이.

송일권도 골몰히 생각에 잠겼다.


“게이트에 빨려 들어갔을 때 각성한 거라고? 그럼······.”


각성자가 처음 나타난 것은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고 대략 한 달이 지난 후였다.


최초의 각성자, 애셔 그레이(Asher Gray).

이제는 폭풍우(Rainstorm)란 이명으로 더 유명한 S급 각성자.


사실 애셔 그레이가 지닌 ‘최초의 각성자’라는 타이틀에는 이견이 분분하다. 단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게 그였을 뿐 그보다 빨리 각성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조차 게이트가 나타난 이후에 각성했음을 주장했을 뿐이다.


반면 정룡은?


공식적으로 몬스터 게이트 사태가 알려진 것은 정룡이 실종되고 며칠이 지난 후였다.

한데 정룡은 말하고 있었다.

자신이 실종된 것은 게이트에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고, 이미 그때 능력을 각성했던 것 같다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잘못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처음 게이트가 나타난 날짜도, 처음에 각성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그렇구나. 네가 최초의 각성자였어······.”


입 밖으로 생각을 내뱉자.

송일권은 문득 소름이 돋았다.


‘그럼 이 녀석 얼마나 강한 거지? 설마 S급인가?’


능력을 빨리 각성했다고 꼭 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스스로 최초의 각성자임을 주장한 이들은 하나같이 괴물 같은 능력자들이었다.


송일권이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혹시 네 능력이 뭔지 알려줄 수 있어?”


헌터 등록과 능력을 밝히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개인에 따라 능력이 무엇인지 묻는 걸 무례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며 조심스럽게 묻자.


정룡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숨길만한 능력도 아니었다. 다만 조그마한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음. 알려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의 능력은 쌍둥이 형제의 불이나 바람처럼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타인이 들었을 때 사기 치는 게 아니냐고 의심할만한 것이랄까.


“우선 첫 번째는······.”


그렇게 서두를 뗐을 때였다.


“자, 잠깐만.”


송일권이 급히 손을 들며 되물었다.


“첫 번째라니? 능력이 하나가 아니야?”

“두 갠데?”

“···알았어. 말 끊어서 미안하다. 계속 말해.”


말은 그리 했지만 뭐 이런 녀석이 다 있냐는 생각이 표정으로 드러났다.


‘다중 능력자가 없는 것도 아니긴 하다만.’


당연하게도 극히 드문 케이스였다.

송일권은 하나만 들어도 놀랄 이야기를 한꺼번에 들으니 머리가 아팠다.


그라거나 말거나 정룡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첫 번째 능력은 감각동화야.”

“···감각동화? 말만 들어선 잘 모르겠는데.”


대충은 알아듣겠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보아온 능력처럼 한 눈에 와 닿지는 않았다.


정룡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자신의 능력은 한 단어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풀어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첫 번재 능력, 감각동화(感覺同化).


이 능력은 상대방의 시각, 청각과 같은 오감(五感)은 물론 근골(筋骨)과 신경계(神經系)를 포함한 신체의 모든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었다.


사실 감각이라곤 했지만 그마저도 정확한 명칭은 아니었다. 신체의 감각을 넘어 상대방의 내공과 심상마저도 엿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정룡은 무림계에 있을 적 이 능력으로 뭇 고수들의 감각을 훔쳐낼 수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몸을 다루는지, 어떤 식으로 무공을 펼치는지, 또 내공을 다룰 때는 어떤 순서로 혈도를 자극하는지.


덕분에 그는 상대방이 펼치는 무공의 형(形)만 보고도 그 안에 담긴 오의(奧義)를 깨달을 수 있었고, 그 때문에 무림공적이 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했었다.


“다음은······.”


두 번째 능력은 성장증폭(成長增幅)이라 명명했다.


이 능력 또한 직관적으로 확인이 가능한 종류가 아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여 신체를 성장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룡은 이 능력으로 지난 20년에 걸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를 빚어냈다. 그가 내공 한 줌 없는 주먹질로 몬스터를 때려잡을 수 있는 이유였다.


‘그래도 내공을 되찾을 필요가 있긴 해.’


송일권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몬스터는 저마다 마력장벽이란 걸 갖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마력장벽의 단단함은 몬스터의 등급과 비례하여 강해진다. D급 정도 되면 총으로 죽이기가 힘들고 C급 이상은 아예 불가능. 언제까지고 맨몸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다행이라면 몬스터를 죽일 때마다 소량이나마 내공이 회복된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자연지기는 아니었는데 신기하단 말이지.’


몬스터를 죽이면 나오던 희끄무레한 빛.

분명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내공과는 다른 기운이었다. 한데 몸에 흡수되면 영약을 복용한 것처럼 내공으로 치환되어 자리 잡았다. 마치 게임에서 경험치를 얻고 레벨업을 하는 느낌이랄까.


정룡이 능력에 대한 설명을 마치자.

골몰히 생각하던 송일권이 물었다.


“용아, 혹시 그 무공이란 거 가르칠 생각은 없냐?”

“···엉?”

“물론 공짜로 가르쳐달란 말은 아니야. 네가 익힌 무공이 많다면서? 그걸 판매하는 거야. 그럼 이능이 없는 일반인들도 몬스터와 싸울 수 있게 되잖아? 헌터의 숫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거지.”


송일권은 정룡의 각성 능력보다 무공이라는 잿밥에 관심이 더 많았다.

사실 무공의 보급은 그와 같은 헌터의 입장에선 직업적 희소성을 낮추는 일이었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도 무공 보급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했다.

하여, 그는 적극적으로 정룡을 설득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룡은 대번에 고개를 저었다.


“불가.”

“···그러지 말고 좀 더 생각해보면 안 될까? 헌터가 늘어나면 보육원 사람들도······.”


더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거야.

그리 말하려던 송일권이 말을 흐렸다. 말을 하고 보니 보육원 사람들을 이용해 정룡을 압박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무의식적으로 정룡을 바라보던 한빛보육원 사람들도 괜히 고개를 돌렸다.


어색한 정적.


정룡은 머쓱한 얼굴로 다시 말했다.


“판매하기 싫다는 게 아니야. 불가능하다는 거지.”

“불가능하다고?”

“그래. 이쪽 세상 사람들은 무공을 익히는 게 불가능한 몸이거든.”


말 그대로 불가능하다.

그 이유인 즉, 이쪽 세상의 사람들과 무림계 사람들의 신체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무공을 익히는 데 적합한 몸이 아니야. 애초에 무림에서도 아무나 무공을 익히지 못했고.”


이쪽이나 저쪽이나 전반적인 신체 구조는 동일하다. 똑같은 생김새에, 직립보행을 하며 물건을 다루는 영장류. 뭐 하나 다를 것 없는 인간이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봤을 때의 이야기다. 세밀하게 파고들면 전혀 다르다. 양쪽 모두 원류는 같으나 발단된 방향성이 달랐다.


정룡은 그 기준을 단전(丹田)으로 삼았다.


무림에서는 인간의 중심을 단전이라 칭한다. 그리고 단전은 크게 상단전, 중단전, 하단전으로 구분한다.


무림의 인간은 주로 하단전이 발달했다.


반면 이쪽 세계의 인류는?


하단전 대신 상단전이 발달해 있다. 이는 귀환 후 ‘감각동화’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헌터는 일반인보다 상단전이 특히 더 발달해 있어.”


송일권과 쌍둥이 형제. 그리고 뒤늦게 수습을 하러 학교에 왔던 헌터들을 통해 확인한 바였다. 헌터란 상단전이 크게 열린 사람들이고, 현 인류가 ‘각성 능력’이라 부르는 공능은 상단전을 통해 발휘되는 것이었다.


반면에 하단전은 무림계와 비교할 게 못되었다. 저쪽에서 무공에 자질이 없다 평 받는 일반인보다도 말이다.


‘하단전만 문제도 아니지.’


내공의 통로인 혈도가 빈약하다. 억지로 내공을 받아들이고 운용하다가는 혈도가 터지거나 곧바로 주화입마에 빠질 터였다. 또 무공을 펼쳐야하는 신체능력이 저조하다. 이쪽 세계에서 운동 좀 한다하는 사람? 무림계에서 접객을 하는 점소이보다도 못했다.


그렇다고 이쪽 세계의 인류가 열등하다는 뜻은 아니었다. 상단전이 발달해서 그런지 평균적인 지능이 더 높은 느낌이었으니까.


발달된 기관이 다르다.

성장해온 방향성이 다르다.


그럼 의문이 하나 든다.

정룡은 어떻게 무공을 익혔는가.


“내가 무공을 익힐 수 있었던 건 내 능력 덕분이야.”


감각동화와 성장증폭.

이 두 가지 능력은 연계하여 사용했을 때 진정한 효과를 발휘한다.


정룡은 감각동화로 무림인의 신체구조를 알아내고, 성장증폭으로 근골격과 신체전반의 성장 방향성을 결정했다.


이 능력이 아니었다면 정룡이 무공을 익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명을 들은 송일권은 고개를 푹 숙였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여겼는데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니.


정룡은 상심한 친구를 보며 멋쩍은 얼굴로 위로했다.


“뭐··· 무공에 적합한 사람도 있긴 할 거야. 무림에도 상단전이 발달한 술법사들이 있었으니까.”


혹시 모르는 일이다.

이쪽 세상에도 상단전 대신 하단전이 발달하고, 동시에 혈도까지 크고 튼튼한 사람이 있을지도.

물론 아주 드물겠지만 말이다.


“그, 혹시 네 성장증폭을 다른 사람한테 써주면······?”


미련이 남은 송일권이 그리 물어보았으나.


“다른 사람한테는 적용이 안 되더라고.”


무림에서 시도를 안 해봤겠는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사실 적용이 돼도 무공을 보급하는 건 불가능하다. 단번에 효과를 보는 능력이 아니니만큼 항상 그 대상을 곁에 두고 지속적으로 능력을 사용해줘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 리가 있나.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한테 사용할 수 있으면 우리 하랑이한테 먼저 해줬지. 그치, 하랑아?”

“우응?”


꾸벅꾸벅 졸던 하랑이가 고개를 들었다. 졸면서 흘린 침이 입가에 흥건했다.


정룡은 실실 웃으며 하랑이의 입가를 소매로 닦아주었다. 이 아이한테 성장증폭을 써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아주 튼튼하게 자랄 텐데.


그리 생각할 때였다.


“···어라?”


순간 정룡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거 왜······.’


적용이 되지?’

아쉬운 마음에 괜스레 사용해본 능력이 하랑이에게 적용되었다.


*


원래 세상으로 돌아와서 능력이 한 단계 발전한 걸까?

아니면 몬스터를 죽이고 흘러들어온 기운이 영향을 미친 걸까.


‘상단전이 미세하게 커진 것 같기도 하고.’


아주 미세한 차이라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후에 몬스터를 처리하며 다시 확인해볼 필요성이 있었다.


아무튼 하랑이에게 능력을 사용해 줄 수 있다는 것은 희소식이었다. 잔병치례 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저도 퇴근할게요.”

“내일 봬요,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유리야, 내일 또 놀자!”


송일권, 이현주 부부와 박미진, 안동우 모자가 인사했다.


“아, 맞다. 용아, 내일 적합 검사하고 헌터 등록하러 갈 거니까 준비하고 있어.”

“어어, 고맙다. 조심히 가라.”


그렇게 네 사람이 보육원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강우와 송아영이 들어왔다. 두 사람의 나이는 18세로 한빛보육원의 장남, 장녀였다.


그 중 노강우는 정룡과 안면이 있었다.


“저, 정호 삼촌?!”


그를 발견한 노강우가 귀신을 본 사람처럼 기겁했다. 그에 정룡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땡. 실종됐던 정룡 형입니다.”

“···느에?”


노강우의 표정이 괴상해졌다.


한데, 그런 노강우를 바라보는 정룡의 표정도 점점 요상해지긴 마찬가지였다.


‘···여기 있었네?’


하단전이 발달하고 혈도가 튼튼한 별종이.

노강우는 무공을 익히는 데 적합한 신체를 갖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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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코랄 큐브 NEW +1 4시간 전 297 19 11쪽
16 코랄 큐브 +2 24.09.18 803 34 11쪽
15 코랄 큐브 +2 24.09.17 1,101 34 11쪽
14 첫 번째 무인 +2 24.09.16 1,361 39 13쪽
13 단련된 무인의 등 +2 24.09.15 1,544 42 10쪽
12 화이트 큐브 +2 24.09.14 1,747 45 9쪽
11 화이트 큐브 +2 24.09.13 1,923 39 12쪽
10 등급 측정 +2 24.09.12 2,189 47 12쪽
9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1 24.09.11 2,340 47 15쪽
» 정룡의 각성 능력 +1 24.09.10 2,580 48 13쪽
7 나 각성자 맞는데? +2 24.09.08 2,780 51 11쪽
6 약속할게 +1 24.09.07 2,868 55 13쪽
5 학교의 영웅들 +1 24.09.06 2,903 49 11쪽
4 학교의 영웅들 +2 24.09.05 3,104 43 13쪽
3 우리 집 24.09.04 3,358 50 16쪽
2 조카딸이 생겼다 24.09.03 3,515 50 14쪽
1 귀환 24.09.02 3,491 4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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