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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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千
작품등록일 :
2024.09.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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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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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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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큐브

DUMMY


화이트 큐브 앞을 지키고 있던 사람이 신원을 확인했다. 전국의 큐브는 헌터 협회에서 관리하며 각 큐브마다 관리자가 있다.


“협회 소속 헌터님이셨군요. 송일권 님 외 두 분 확인했습니다.”


관리자가 옆으로 비켜서고 송일권이 큐브 앞으로 나섰다.


“큐브에 마력을 흘려보내면 입장할 수 있어.”


직후, 정룡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갑자기 송일권의 모습이 사라졌던 것이다.


“신기하네. 어디 그럼 나도.”


정룡이 내공을 끌어올리며 손을 뻗었다. 그에 긴장한 얼굴로 지켜보던 선율이 흠칫거리며 얼른 손을 내밀었다.


“가, 같이 가!”


*


눈을 한 번 깜빡이자.


“와, 이거 진짜 신기하네.”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어느새 그는 풀과 나무가 무성한 숲에 들어와 있었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허나 신기함도 잠시.

정룡은 돌연 눈살을 찌푸렸다.


‘이 기분 나쁜 느낌은······.’


불현 듯 무림에 있을 때가 떠올랐다.

알 수 없는 거부감. 마치 배척받는 느낌이 엄습했다. 무림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불쾌한 기분이었다.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은 정룡만이 아니었다. 그를 뒤따라 들어온 선율도 표정이 안 좋았다.


먼저 큐브에 입장해 있던 송일권이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기분 더럽지?”

“···원래 이런 거야?”

“어, 다들 똑같아.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몬스터들이 사는 곳이라 그런 거라고 추측하고 있어.”

“쯧.”


정룡은 혀를 차며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불쾌하긴 했지만 딱히 문제될 건 없었다. 그저 기분이 더러울 뿐이지.


이내 정룡 일행은 숲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숲 지형이니까 고블린이나 코볼트 정도가 나올 거야. 놀도 몇 마리 있을 거고.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으니까 조심해.”


경험자인 송일권이 앞장섰다. 그는 익숙하게 수풀을 헤치고 나아갔다.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그런지 제대로 된 길이 깔려 있지 않아 지형이 다소 험했다.


후위는 정룡이 맡고 중앙에는 선율을 배치했다. 몬스터와 싸운 경험이 없는 선율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나중에 몸 쓰는 법이라도 알려줘야겠네.’


본격적으로 무공을 익히진 못하겠지만 최소한의 호신술 정도는 익혀둘 필요성이 보였다.


그때 수풀이 흔들리며 돌연 무언가 튀어나왔다.


진녹색 피부를 가진 소형 몬스터.

일전에 본 적 있는 고블린이었다.


“키에엑!”


수풀에 숨어 있던 녀석이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펄쩍 뛰어오른 놈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송일권은 여유롭게 대처했다. 일순간 그의 골격이 뒤틀리는가 싶더니 공중에 뛰어오른 고블린의 목줄을 움켜쥐고 땅에 처박았다.


“켁, 케에엑······.”


땅에 처박힌 고블린이 괴롭게 신음하며 버둥댔다. 송일권은 고블린을 죽이지 않고 붙잡아뒀다.


“그게 네 능력이야?”


정룡이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송일권의 팔은 어느새 다른 신체부위에 비해 더 비대하고 공격적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송일권이 고개를 끄덕이며 왼쪽 팔을 들었다. 순간 마력이 집중되며 평범했던 팔이 반대쪽 팔과 같이 변모했다.


“내 능력은 변화계야. 지금은 일부만 변형한 거고, 여기서 더 능력을 쓰면 양 다리까지 변형 가능해. 팔에 털도 나더라.”

“뭐 늑대인간 같은 거냐? 내가 생각했던 거랑은 좀 다른데.”


아무래도 각성자의 능력은 생각보다 더 다양한 모양이었다. 쌍둥이 형제를 보고 불이나 바람을 일으키는 초능력만 상상했는데 말이다.


송일권은 근처에 있는 넝쿨을 찢어서 고블린을 포박했다. 그리고 선율에게 물었다.


“선율아, 마력탄 사용할 줄 알아?”

“어, 어? 아니, 그냥 능력만······.”


고블린이 보고 당황하던 선율이 기 죽은 투로 답했다. 기초교육 과정을 거친 적 없는 그녀로서는 이름만 들어봤을 뿐이었다.


송일권이 차분하게 말했다.


“마력탄이 마법계 헌터의 기본 기술인 건 알지?”

“응. 인터넷에서 봤어. 그리고 나 같은 치유계도 마법계의 한 갈래라고 들었어.”

“맞아, 잘 알고 있네. 그럼 능력을 사용해볼래?”

“어, 응.”


선율이 손을 내밀고 능력을 발현했다. 그녀의 손끝에 어슴푸레한 빛무리가 맴돌았다. 어쩐지 따스함이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손에 집중된 기운 느껴지지? 그게 마력이야. 그걸 손바닥 바깥으로 뭉친다고 생각해봐. 보통 강화계 헌터보다는 마법계 헌터가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야.”

“알았어.”


선율이 눈가를 좁히며 자신의 손을 응시했다. 손끝을 맴돌던 빛무리가 외부로 이동할 듯 말 듯 일렁거렸다.


“좋아, 잘 하고 있어. 첫 시도에 그 정도면 재능 있는 거야. 계속 해봐.”

“응!”


두 사람을 지켜보던 정룡은 흥미가 돋았다. 생전 처음 보는 방식의 내공운용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내 ‘감각동화’를 발현하여 선율과 연결했다.


‘이런 느낌이구나.’


선율의 상단전이 어떤 식으로 마력을 운용하는지 느껴졌다. 하단전에 내공을 쌓아 신체를 통해 발현하는 무공과는 꽤나 상이한 사용 방식이었다.


물론 정룡도 각성 능력이 있는 만큼 알고 있긴 했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능력 발현을 확인하는 건 또 다른 느낌이었다.


‘치유계라고 했었지? 염공이나 빙공계열 심법을 익힌 것처럼 기에 특질이 있네.’


그와는 상단전에 쌓인 기의 성질부터가 달랐다. 특별한 심법을 익힌 것도 아닌데 기에 타고난 특질이 있는 게 신기했다. 그러고 보면 쌍둥이 형제도 저마다 지닌바 기의 특색이 강했었다.


‘어디 나도.’


정룡은 감각동화를 해제하고 선율이 하던 방식 그대로 상단전의 기를 끌어냈다. 무공처럼 체내의 기를 혈도에 돌리는 게 아니라 상단전을 외부의 기와 공명시켜 발현하는 방식이었다.


우웅!


“오, 됐다.”


손아귀에 탁구공만한 구체가 만들어졌다. 날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전방에 있는 나무를 향해 손을 뻗자 구체가 날아갔다.


퍼억!


적중당한 나무기둥이 파이며 구체가 사라졌다.


정룡은 아쉽게 입맛을 다셨다. 생긴 건 기공을 펼쳤을 때와 흡사한데 위력은 그에 훨씬 못 미쳤다. 맨주먹으로 치는 게 더 효율적일 것 같았다.


혼자 아쉬워하고 있는 정룡을 보며 송일권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걸 왜 네가 해?”


열심히 연습하고 있던 선율은 울상을 지었다.


“나 역시 헌터에는 재능이 없는 걸까···?”


송일권이 시무룩해진 선율을 위로했다.


“아냐, 선율아. 너 정도면 충분히 재능 있어. 오히려 첫 판정에 D급 힐러면 길드에서 모셔가려 할 걸. 저 놈이 이상한 거야.”


정룡은 괜히 눈꼬리를 긁적였다. 졸지에 나쁜 놈이 된 기분이었다.


*


송일권의 말대로 선율은 재능이 있었다. 그것도 무척 뛰어난 편이었다.


선율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마력탄을 만들었고, 이어서 날려 보내는 데에도 성공했다. 심지어 마법계에 속한 헌터여서 그런지 정룡이 날린 구체보다 위력이 조금 더 강했다.


송일권이 감탄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역시 재능 있다니까? 큐브 나가기 전까지 한 번이라도 날릴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각성자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쉬운 일이다. 하지만 마력을 다루는 건 엄연히 기술의 영역이었다. 마력을 다루는 재능이 없는 사람은 마력탄을 날리는 데 몇날며칠이 걸리기도 했다.


다만 선율로서는 별로 와닿지 않는 칭찬이었다. 첫 시도에 바로 마력탄을 생성하고 사출까지 성공한 사람이 옆에 있었던 탓이다.


정룡은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를 위로했다.


“나야 저쪽에서 이십 년을 굴렀잖아. 마력이나 내공이나 똑같은 건데 당연히 잘 다룰 수밖에.”

“으음. 그것도 그러네. 아무튼 나 열심히 할 거야. 내가 우리 애들 지켜야지.”


기운을 되찾은 선율이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했다. 사실 힐러인 그녀가 전면에 나설 일은 없겠지만 아무튼 의욕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일행은 포박해둔 고블린을 처리하고 다시 이동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얼마 안 가 막다른 길이 나왔다. 정확히는 길이 끊겨 있었다.


“벽?”


분명 지형 상 숲길이 이어져야 했다. 한데 반투명한 벽이 인위적으로 길을 끊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벽은 앞길만 막고 있는 게 아니라 천장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랬다. 놀랍게도 천장이 있었다.


반면 태양과 구름은 없었다. 애초에 저걸 하늘이라고 불러야할지 의문이다. 큐브 안은 흡사 공간을 뚝 잘라서 떼어놓은 것만 같은 세상이었다.


정룡이 또다시 위화감을 느끼는데, 송일권이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럴 리가 없는데.”

“뭐가?”

“몬스터가 없어. 별로 넓은 공간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안 마주칠 수가 있나? 그리고 원래 몬스터는 먼저 공격해오는 편이거든.”


외계에서 온 몬스터는 지구의 생명체에게 무조건적인 공격성을 갖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그만큼 생명체를 보면 무작정 죽이려 달려들곤 했다.


한데 별로 넓지도 않은 공간에서 처음에 마주친 고블린을 제외하면 몬스터를 볼 수가 없었다. 원래라면 진즉 고블린이든 놀이든 나타났어야 했는데.


“큐브 마력량을 봤을 땐 적어도 열 마리는 넘게 있어야 정상이야.”

“일단 좀 더 돌아다녀 볼까?”

“그래야지. 몬스터 다 안 죽이면 나가지도 못해.”


큐브를 나가기 위해서는 안에 있는 몬스터를 전부 죽여야 한다. 애초에 큐브 속 공간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무력만 있다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이 잡듯이 숲을 뒤지면 몬스터를 찾을 수 있을 터.


그리 생각하며 수색을 시작했을 때였다.

문득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윽. 이게 무슨 냄새야.”

“아으으. 음식물쓰레기보다 더 지독한 것 같아.”


송일권과 하선율이 코를 부여잡았다. 그만큼 지독한 악취였다.


악취는 점점 더 진해졌다.

무언가 이쪽으로 다가온다는 뜻.


힐러인 선율을 중앙에 두고 정룡과 일권이 주변을 살폈다.


“저쪽에서 온다!”


먼저 몬스터를 발견한 것은 정룡이었다. 예민한 감각이 몬스터의 위치를 포착했다.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한데 몬스터를 식별한 일행의 표정이 구겨졌다. 늑대의 모습이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몰골이었기 때문이다. 늑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썩고 부패한 가죽 사이로 내장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시체 늑대? 그런데 왜 저렇게 커?”


몬스터의 정체를 알아본 송일권이 기겁했다. 본래 시체 늑대는 F급 몬스터로 일반적인 늑대보다도 약한 몬스터였다. 한데 눈앞의 시체 늑대는 도대체 어디 숨어있던 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몸집이 컸다.


뛰어오는 시체 늑대를 경계하며 대비하는데.


콰앙!


갑자기 펄쩍 뛴 녀석이 나무둥치에 머리를 박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 그 이유는 부스럭거리며 들어 올린 놈의 주둥이에서 찾을 수 있었다.


“키엑, 크에엑······.”


으적, 꽈드득!


“···몬스터가 몬스터를 먹었어?”


송일권이 황당하다는 투로 말했다. 지난 1년간 여러 큐브를 클리어했지만 이런 현상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단순히 먹고 끝이 아니야.”


그리 말하는 정룡의 눈이 푸르게 빛났다.

태을정관(太乙靜觀).

본질을 꿰뚫어 보는 제갈세가의 비전 안법이었다.


“저 녀석 강해졌어. 더 이상 F급 몬스터가 아니야.”


고블린을 포식한 시체 늑대의 마력이 증가했다. 태을정관으로 살펴본 놈의 마력량은 어제 본 E등급 몬스터 놀보다 훨씬 강대했다.


세 사람은 이제야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츄르릅.


시체 늑대가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듯 촉수처럼 생긴 혀를 날름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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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귀환했더니 조카딸이 생겼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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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코랄 큐브 NEW +1 4시간 전 296 19 11쪽
16 코랄 큐브 +2 24.09.18 803 34 11쪽
15 코랄 큐브 +2 24.09.17 1,101 34 11쪽
14 첫 번째 무인 +2 24.09.16 1,361 39 13쪽
13 단련된 무인의 등 +2 24.09.15 1,544 42 10쪽
12 화이트 큐브 +2 24.09.14 1,747 45 9쪽
» 화이트 큐브 +2 24.09.13 1,923 39 12쪽
10 등급 측정 +2 24.09.12 2,188 47 12쪽
9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1 24.09.11 2,340 47 15쪽
8 정룡의 각성 능력 +1 24.09.10 2,579 48 13쪽
7 나 각성자 맞는데? +2 24.09.08 2,779 51 11쪽
6 약속할게 +1 24.09.07 2,868 55 13쪽
5 학교의 영웅들 +1 24.09.06 2,903 49 11쪽
4 학교의 영웅들 +2 24.09.05 3,104 43 13쪽
3 우리 집 24.09.04 3,358 50 16쪽
2 조카딸이 생겼다 24.09.03 3,514 50 14쪽
1 귀환 24.09.02 3,491 46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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