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치 흡수 특성 빨로 밑바닥에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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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마니
작품등록일 :
2024.09.04 16:03
최근연재일 :
2024.09.17 20:1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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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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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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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개화(1)

DUMMY

띠리리링~~


쓸쓸한 자취방에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쓰레기봉투와 스티로폼 상자가 가뜩이나 시끄러운 핸드폰 알람을 더더욱 크게 울리게 만들었다.


띠리리링~~~ 띠리링~~


보급형 핸드폰에 걸맞은 촌스러운 알람이 울린 지 1분이 지났을까.


“으음···.”


자취방의 주인인, 김수종이 몸을 뒤척이며 천천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뚝.


알람이 멈추고. 김수종이 몸을 일으켰다.


“하···.”


깊게 내지르는 한숨.


스윽.


김수종은 전역 후 제대로 쓰지 못하던 왼 어깨를 천천히 움직였다.


투두둑.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뭉친 뼈와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전역 후 수년간 듣지 못했던, 정말 반가운 소리였다.


“...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


김수종은 자신의 몸에 일어난 극적인 변화에 아직 얼떨떨함을 떨치지 못했다.


이틀 전.


그날은 분명 평소와 같았다.


비록 반병신에 불명예제대자라는 딱지를 달고 사는 하류 인생이었지만, 국가의 알선 덕분에 국영 군수기업 ‘애국화학’의 각성자용 방어구 제작 공장에 생산직으로 취직해 일을 마치고 돌아가던 때였다.


비록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행정직 놈들에게 ‘외팔이 병신’이라고 손가락 당하는 그런 삶이었지만.


그래도 애써 적응할만했다.


적어도 다른 운 없는 동기들처럼 뒤진 거나 다름없는 삶을 사는 건 아니었으니까.


시내버스에서 내린 뒤 터덜터덜 집으로 걸어가던 중, CCTV도 없는 길목 벽 쪽에 자리를 잡고 고개를 푹 숙인 엘프가 손을 벌린 채 구걸을 하고 있었다.


‘...’


잠시 엘프를 바라보던 김수종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하게 구겨진 만원 지폐를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저 변덕이었다.


약 30년 전, 지구에 ‘게이트’라는 것이 들어서고 그것을 통해 이곳으로 넘어온 이계의 존재들.


아름다운 외모에 긴 귀를 가진 그들을, 지구의 사람들은 창작물에서 본 따 ‘엘프’라고 불렀다.


능력이 출중한 몇몇 엘프들은 금방 지구의 지배자 그룹에 편입될 수 있었지만, 대다수는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해 천민자본주의의 바닥을 깔아주는 삶을 살았다.


범죄조직에 고용되어 칼받이가 되거나, 반반한 외모를 십분 활용해 몸을 팔거나.


그조차도 못할 정도로 마음이 무너진 자들은, 이렇게 구걸이나 하며 장생종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죽음을 기다리는 꼴이었다.


‘이 돈으로 도시락이라도 사먹으소.’


김수종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엘프 노인을 지나치려고 하던 때.


탁!!!


엘프 노인은 돌연 주름진 손으로 김수종을 붙잡았다.


‘너라면···. 구할 수 있겠군···. 우리의 고향을···.’


‘뭐?!’


구오오!!!!!


생뚱맞은 말을 지껄이던 노인의 몸에서 순간 빛이 일었다.


김수종은 그 자리에서 쓰러졌고, 우연히 길목을 지나치던 다른 사람의 신고를 받은 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실려 가게 되었다.


엘프 노인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

.

.

.

.



얼마 뒤, 병원에서 정신을 차린 김수종의 몸 상태를 확인한 의사는 말했다.


김수종의 몸속에 마나 하트가 형성되었다고.


각성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이다.


밤늦게 병원에서 퇴원한 김수종은 그 즉시 회사에 보고했다.


다음 날, 김수종은 공장이 아닌 애국화학 본사로 불려가 각성자 검사를 받았다.


30분 정도의 검사 끝에 김수종은 ‘예비 각성자’ 신분을 받은 채 본사 내 접견실에서 대기하다 한 사내를 만나게 되었다.


청와대 직속 기구인 ‘이계개발회의’ 소속 각성자, 장민수가 살가운 표정을 지으며 김수종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국가의 부름에 다시 응답하시겠습니까?’


‘당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습니다.’


‘...’


뜬금없기 짝이 없는 제안.


하지만, 김수종은 그런 무리한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임무를 마치지 못한 채 쫓겨난 그에게.


‘국가’의 부름이란 절대 끊을 수 없는 마약이었으니까.



.

.

.

.

.



“1시 전까지 본사에 도착해야 하니까···. 이제 일어나야겠지.”


스윽.


김수종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려 어제 본사로부터 받았던 메시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


[신의주 게이트에 파견될 특수목적 노동자 고용에 대한 면접 일정]


이 문자는 최근 6개월간 예비 각성자로 등록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송된 메시지입니다.


자세한 모집 요강은 하단에 첨부된 링크를 참조하십시오.


...


_______________________


“예비 각 성자라...”


김수종이 되뇌었다.


예비 각성자.


마나 하트만 만들어도 초인 소리를 듣기는 하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이들은 각성자가 아닌 각성자가 될 수 있는 ‘후보군’에 가까웠다.


진정한 의미의 각성자가 되기 위해서는 ‘특성 개화’라는 단계를 밟아야 했기 때문이다.


마나하트 보유자 중 일부가 가지게 되는, 상식 밖의 초능력.


작게는 순간적인 신체 능력을 강화하거나, 크게는 단신으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정도의 화력을 뽑아낼 수 있는, 창작물에서나 보던 힘을 실체화하는 능력을 일컬었다.


아무리 낮은 특성이라도 일단 얻게 되면 말 그대로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문제는, 이 특성이라는 걸 얻는 조건이 각 예비 각성자들마다 천차만별이라는 것이었다.


‘개화 조건이 무엇인지는 어떻게 알게 되는 건가요?’


‘어느 순간, 머릿속에 의문의 목소리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게 될 겁니다. 그 조건을 만족시키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와 함께 말이지요. ’


‘사람에 따라서는 무리한 조건 때문에 각성자가 되길 포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요. 저는 다른 이들보다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씁쓸함이 느껴지는 장민수 각성자의 말이 떠오른 김수종이었다.


치카치카···


김수종은 세면대 앞에 서서 양치질을 했다.


‘특성 개화고 뭐고 간에, 일단 면접에 붙는 거부터 걱정해야지.’


귀하디 귀한 전국의 예비 각성자들을 모으는 일이니 어지간한 귀책사유가 아닌 이상 붙는다고는 하지만, 김수종은 절대 마음을 가볍게 먹지 않았다.


군인으로 살면서.


아니 그 이전에, 게이트에 휘말려 소중한 가족들을 잃은 후부터.


그에겐 ‘절대’라는 말은 사치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






20xx년의 지구의 모습은 새천년의 사람들이 기대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냉전 시대 이전부터 쌓여온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디지털 시대의 도래 이후 새로이 생겨난 갈등들과 융합하여 사람들은 행복보다는 불행을 입에 달며 살아갔다.


갈등은 분열을 낳았고, 분열은 사회를 천천히 좀먹어갔으며, 결국 지구 전역에 크고 작은 유혈사태가 일어나기까지 했다.


차근차근 멸망을 향해 달려가던 지구의 문명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이해를 할 수 없는 미지의 존재가 도래했을 때 이념을 내려놓고 서로 손을 잡는데 거리낌이 없는 존재 아니겠는가.


혼란스러운 20xx년의 지구에도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미지의 존재가 등장했으니.


그것이 바로, 이계행성 간 상호 비통제 출입구역.


통칭 ‘게이트’였다.


“텍사스와 시베리아에 열린 ‘첫 침공’ 당시 제국의 이계인들과 그들이 키우던 짐승들은 지구의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도륙 냈지요. 우리 ‘장이족’ 또한 그런 제국의 손아귀를 피해 지구까지 흘러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빌어먹을 제국 놈들.”


기다란 귀를 가진 엘프 강사가 애국화학 본사에 있는 정훈교육실에서 침을 튀기며 열변했다.


합격 통보 후 일주일 뒤에 모여 약 보름간 진행되는 공식 업무 교육 기간.


금일은 3일차 오후의 정훈교육 시간이었다.


살인 전과와 편집증적 사고방식에 의해 탈락한 단 한 명의 사내를 제외하고, 김수종을 포함한 49명의 예비 각성자들이 애국화학 본사에 모여 눈앞에서 펼쳐지는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희생 끝에 ‘첫 침공’을 막아낸 이후로, 인류의 안보는 게이트에서의 웨이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막냐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케케묵은 갈등은 뒤로 묻어둘 정도의 충격이니 이해가 가는 변화이지요.”


띡!


지이잉~~


생수로 목을 축인 강사가 리모컨을 눌러 정훈실의 스크린을 펼쳤다.


스크린에는 ‘첫 침공’에 관련된 여러 시청각 자료들이 늘여져 있었다.


열병기의 수준은 지구의 18세기 후반 정도에 머물렀지만, 지구에는 없는 ‘마공학’이라는 기술을 활용한 마법들과 지구의 사납게 생긴 마수를 동원한 리케 대륙의 패권국가, 메아트 제국 군인들의 모습.


그런 제국에 의해 짓밟힌 지구인들의 시체.


힘을 합쳐 압도적으로 발전된 열병기와 초창기의 각성자들 동원해 몰아내는 지구의 군인들.


폐허가 된 텍사스의 도심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힘깨나 쓰는 나라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성명을 하는 사진이 청강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기존의 유명무실해진 UN 대신 게이트 웨이브를 막아내기 위한 ‘지구연합군’의 유지를 위해 창설된 국제기구.


구세계 복원 연합(Old-world Restoration Union)을 상징하는 깃발이 초대 협회장인 조나단 스미스에 의해 펄럭이고 있었다.


“구세계 복원 연합은 마공학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장이족과의 협력을 통해 게이트에 관한 연구를 진행, 단 2년 만에 게이트에 대한 부분적인 통제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했지요.”


강사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청강인들을 둘러보았다.


‘새로운 땅’에 대한 제국의 집착은 상상 이상이었고, 지구에는 매년 열 개 가까이 되는 크고 작은 새로운 게이트가 열려 이것을 통제하는데 또 인력과 자본이 들었다.


불공평하기 짝이 없는 소모전이 이어지는 상황.


새로운 해결책이 절실했다.


“제국군 포로를 심문한 결과, 제국의 주요 침공 루트인 일렬의 게이트 군집이 형성된 리케 대륙 남부는 사실상 무주공산에 가깝다는 정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바로 이때, 초대 협회장인 조나단 스미스가 말했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선수를 쳐서 리케 대륙 남부로 진입하면 어떨까.


딸깍.


강사가 리모컨을 눌러 스크린에 영상을 틀었다.


영상에는 지금은 완전히 자리를 잡은 지 10년이 넘은 리케 대륙 내 지구인들의 전초기지, ‘인류의 도약’이 제국군에게 공격 받고 있는 모습이 드러났다.


투박한 콘크리트 기지 곳곳에 배치된 군용 인공지능에 마공학적 요소를 접목한 탄두 - 마법 요격 체계, ‘메이지즈 돔’이 설치되 제국군의 원거리 공격을 무마했고.


기지로 진입하려는 제국군 기사들을 각성자들이 각자의 특성을 발동하며 적들을 막아섰다.


그리고.


그런 각성자들 곁에 붙어 현장에서 함께 싸우거나, 섬세하기로 악명높은 각성자들의 장비들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화면에 드러나며 영상이 종료되었다.


“여러분들은 특수목적 노동자, 즉 ‘서포터’로서 각성자들을 도와 ‘인류의 도약’이 할당한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오로지 애국심 하나만으로 이 자리까지 와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강사는 마지막으로 청강자들을 돌아보며, 고개를 숙임과 동시에 한마디 말을 남겼다.


“모두 몸 성히 다녀오십시오. 당신들이 진정한 용사입니다.”


짝짝짝짝짝짝


수고하셨습니다!!


퇴장하는 강사에게 청강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짝짝짝


김수종 또한 분위기에 맞춰 박수를 쳤다.


그와 동시에.


띠리링!


<<특성: ‘경험치 흡수’를 습득하기 위한 퀘스트가 해금되었습니다.>>


<<습득 조건: 일주일 동안 악몽을 꾸기.>>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 뭐?”


머릿속에서 딱딱하기 짝이 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특성 개화의 조건이 해금된 것이다.


김수종 스스로도 전혀 기대하지 않은 타이밍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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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데이타 스톤(1) 24.09.17 18 1 12쪽
11 마나와 칼(3) 24.09.16 30 1 12쪽
10 마나와 칼(2) 24.09.15 42 1 12쪽
9 마나와 칼(1) 24.09.13 51 0 12쪽
8 rewind(2) 24.09.11 62 1 13쪽
7 rewind(1) 24.09.10 76 1 13쪽
6 첫 임무(3) +2 24.09.09 93 2 12쪽
5 첫 임무(2) 24.09.08 101 3 13쪽
4 첫 임무(1) 24.09.07 135 3 12쪽
3 특성 개화(3) 24.09.06 162 4 13쪽
2 특성 개화(2) 24.09.05 171 3 12쪽
» 특성 개화(1) 24.09.04 26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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