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치 흡수 특성 빨로 밑바닥에서 인생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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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마니
작품등록일 :
2024.09.04 16:03
최근연재일 :
2024.09.17 20:15
연재수 :
1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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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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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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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임무(1)

DUMMY





김수종이 처음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부유감’이었다.


지구와 거의 흡사하다고는 하지만 묘하게 이질적인 기후, 땅에서 피어오르는 진한 흙냄새.


풀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새와 곤충의 울음소리.


담당 지휘관인, 레베카 라르손의 배려로 차량의 창문을 열고 바깥을 구경하던 김수종은 느낄 수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리케 대륙은, 긍정적인 의미로 참 가벼웠다.


도시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시골에 귀농한 청년의 감상이 이런 것이었을까.


명색이 만주에서 군복무를 했다고 했지만, 단단하게 굳힌 콘크리트 속에 숨어있는 중공군들만 때려잡았지 이런 풍경은 익숙지 않았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놈이 운치를 알아봤자 얼마나 알겠냐.’


남이 보면 참 우습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김수종의 그런 센치한 감정은 오래가지 못했다.


끼익!


김수종을 태운 차량이 인파가 가득한 비포장도로 앞에 정차했다.


벌컥!


레베카와 김수종이 차량에서 내렸다.


레베카를 알아본 한 군인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충성! 레베카 중령님을 뵙겠습니다!”


“수고하네. 지금 무슨 상황이지?”


“원주민들이 몰래 게이트를 건너겠답시고 움직이다 정찰 자산에 의해 발견, 다급히 부대를 이끌고 이들을 통제 중이었습니다. 심문 결과 ‘하르시우’ 보호구역 너머에서 살고 있던 소규모 부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꿀꺽.


한 원주민 일행이 김수종과 눈을 마주치고는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낯선 복장에 알록달록한 머리카락 색이, 마치 중세판타지 만화에나 나올법한 외모였다.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찾아왔더라···”


예상외의 상황에 레베카의 근심이 깊어졌다.


“...”


김수종은 눈앞의 치안대의 외견을 훑었다.


과거 UN군 병사처럼 하늘색 헬멧에 방탄복을 착용하고 있었고, 왼쪽 팔에 ‘치안유지’라는 단어가 적힌 완장을 차고 있었다.


예비 각성자, 혹은 각성자로 보이지는 않았다.


“하르시우 보호구역이 무엇입니까?”


김수종의 물음에 레베카가 답했다.


“아, 이제 막 전입해 온 자네는 좀 생소할 수 있겠군. 근 몇 년간 제국이 대륙 남부의 여러 부족을 포섭하고 있다는 건 강우혁 대원님께 들었지?”


“... 그걸 어떻게.”


“자네를 우리 부대에 넣겠다고 하니까 강 대원님이 아주 신신당부를 하더군. 유능하고 책임감 넘치는 친구니 옆에서 많이 도와주라고 말이야. 다른건 몰라도 인맥 하나는 잘 뒀구나 싶었네.”


“...”


“너무 그렇게 인상 쓰지 말게. 강 대원님 아니었으면 자네는 우리 부대가 아니라 기밀부대에 끌려가 아무도 알아봐 주지 못하는 그림자 같은 삶을 살아야 했을 거야.”


자네는 여러모로··· 시선을 끌게 됐으니.


김수종의 표정을 읽은 레베카가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김수종과 강우혁 간의 복잡한 관계는 본인들 스스로가 헤쳐나가야 할 문제였으니까.


“아무튼, 제국이 흔드는 당근에 홀라당 넘어간 부족들도 있지만, 반대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적대 관계 덕분에 절대 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부족들도 우리에게 협력하고 있다네. 그중에서 가장 큰 부족이, 하르시우 평원 근방에 자리를 잡은 두몽케 부족이고. 우리는 그들과 손을 잡았네.”


서로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말이야.


철컥!


레베카가 돌연 옆구리의 권총집에서 리볼버 권총을 꺼내 뒤편의 원주민에게 겨누었다.


“!!!”


경비대들이 정신없는 틈을 타 도망치려던 원주민 청년의 얼굴이 거무죽죽해졌다.


“{죽기 싫으면 멈춰라.}”


레베카의 목에 붙어 있던 통역기에서 약간은 어눌한 제국어가 들렸다.


“크흑···”


“저놈을 포함한 세 놈은 포박해 본부 교도소로 보낼 준비를 하도록. 바쁘겠지만 고생 좀 해라.”


“예! {이리 와라!} {거기 너희들도 양 손을 머리에 얹고 무릎 꿇어!}”


레베카의 명령에 치안대 여럿이 달라붙어 소란을 일으키려던 원주민을 붙잡았다.


“{하르시우로 가기 싫어···}”


“{흑흑··· 어머니···}”


“...”


붙잡힌 원주민들의 울부짖음에 옆에서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원주민들 또한 우울함을 감추지 못했다.


“저들은 왜 하르시우 보호구역으로 가길 꺼리는 겁이니까?”


레베카가 답했다.


“하르시우에 먼저 자리를 잡은 두몽케 부족이··· 다른 부족의 원한을 꽤 많이 사서 말이야. 본인들은 필요한 일이었다고 잡아떼는데 뭐 어쩌겠는가.”


아쉬운 쪽이 최선보다는 그다음 악을 선택할 준비를 해야지.


휘리릭!


레베카는 마치 서부극의 카우보이처럼 리볼버를 멋들어지게 돌리며 총을 다시 권총집에 넣었다.


“너무 그렇게 걱정 안 해도 되네. 하르시우는 그래도 ‘자애의 여신’이라는 소리를 듣는 여자 때문에 두몽케 부족도 대놓고 패악질을 저지르지는 못하니까.”


“자애의 여신이라면···”


덜컥.


도로의 원주민 행렬이 점점 줄어들자, 다시금 차량에 올라탄 레베카가 마지막 말을 맺었다.


“저들이 믿는 토속신앙의 ‘성녀’를 칭하는 말일세. 힘 싸움 좀 하자고 신의 선택을 받은 여자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자네도 어서 타게.


무심함이 느껴지는 레베카의 말에, 김수종 또한 차량으로 다가갔다.


레베카의 말대로 괜한 걱정일지도 모른다.


당장은.






*****






30분 정도를 더 달린 끝에, 김수종을 태운 차량은 목적지인 ‘인류의 도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실제로 두 눈으로 본 ‘인류의 도약’의 첫인상은 웅장함 그 자체였다.


수만 명은 거뜬히 수용 가능해 보이는 본부는 한눈에 봐도 두꺼운, 철조망을 두른 기지 외벽은 잦은 제국의 침공에 대비해 매우 실전적이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으며.


출입문을 관리하는 군인들 또한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채 기지 앞을 지키고 있었다.


최소 예비 각성자 이상으로 보이는 초인들이었다.


“충성! 1선 전투지원대장님의 신원을 확인했습니다! 인류를 위해 나아가십시오!”


“인류를 위해 나아가세.”


약간 촌스러움이 느껴지는 구호를 나눈 군인이 기지의 출입문을 열었다.


끼기긱···!!


묵직한 쇳덩이가 움직이는 소리는 오랜만에 들어도 참 적응하기 힘들었다.


부으응~~


김수종은 기지 내부를 찬찬히 훑었다.


말끔한 군복을 입은 사내들이 연병장에서 구령을 외치며 훈련을 하는 모습.


단정한 똑 단발을 한 인도계로 보이는 여성이 사복을 입은 채 부대 내 숙소, BOQ로 향하는 모습.


그리고, 도로 곳곳에 세워져 있는, 상단에 태양광을 닮은 판을 얹은 작은 기둥들까지.


여러 부대 건물들 또한 보이긴 했지만, 한눈에 바로 들어온 것은 대충 이랬다.


“‘오벨리스크’를 제외하면 자네가 복무하던 기지와 큰 차이는 없네.”


“오벨리스크?”


“자네 눈앞에 지나가는 저 허여멀건 한 기둥들을 말하지. 리케 대륙의 대기 중 마나를 포집해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인류의 도약이 에너지에 관해서는 90% 이상의 자급률을 갖추게 만든 인류의 복덩이지.”


대기 중 마나 함유량이 부족한 지구에서는 못 써먹긴 하지만.


“그렇군요···”


그렇게 한창 김수종과 레베카가 기지를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끼익.


온 벽을 흰색으로 칠한 한 거대한 건물 앞에서 차량이 멈추었다.


“인류의 도약의 심장, ‘블랑 헥사곤’일세. 기지에서 가장 높으신 분들이 이곳에서 주로 근무하지. 인류의 도약은 각 부대의 자율성이 여타 군사기지보다 아주 강하지만, 인사에 관련된 업무는 블랑 헥사곤이 전체적인 조율을 담당하고 있네. 결속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지.”


또각.


레베카가 차량 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수고 많았네 조나단. 부대는 우리가 알아서 찾아갈 테니 자네는 며칠 푹 쉬게나. 내가 위에 잘 말해놓지.”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중령님.”


부르릉~~!


김수종과 레베카를 태워다 준 차량이 멀어졌다.


“안으로 들어가세. 연합군 인사부은 여기서 한참을 걸어가야 하니까.”


“예 알겠습니다.”


“한눈팔지 말고 잘 따라오도록. 블랑 헥사곤의 내부는 생각보다 복잡하다네.”


털컥.


끼이익···


블랑 헥사곤의 문이 열렸다.


건물 내부는 아주 소란스러웠다.


거대한 기지의 주요 행정업무 대부분을 처리하는 곳인 만큼, 부서끼리 대화를 나누는 소리, 간이 컴퓨터의 타자를 두드리는 소리, 파쇄기에 종이가 갈리는 소리가 뒤섞였지만, 업무 자체에 차질이 있어 보이진 않았다.


무질서 속 질식사라고 해야 할까.


똑똑똑.


6분 정도 더 걸어가, 레베카는 굳게 닫힌 한 방문에 앞에서 노크했다.


“소장님. 레베카 중령입니다.”


“들어오게.”


끼이익···.


레베카가 문을 열자, 방 안에는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남성이 군복을 입은 채 서류를 휘갈기고 있었다.


연합군 제3 야전 사단장이자 레베카의 상관인, 윌리엄 브로디 소장이었다.


사삭! 삭!


클래식함이 느껴지는 만년필을 끄적여 서류작업 하나를 끝낸 윌리엄이 고개를 들었다.


“두 달 만에 보는군. 항상 고생이 많네.”


“고생이라고 해봤자 소장님만 하겠습니까.”


“하하. 그사이 아부가 늘었군. 그래··· 옆의 잘생긴 사내는 자네 남자친구는 아닐 거고.”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 1선 전투지원대에 전입을 오게 된 서포터, 김수종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통역기가 없이도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는군.”


“현역 시절에 다국적군과 관계를 맺을 일이 있어 급하게 배웠었습니다.”


“하하하. 토마스 대령의 보고서를 읽긴 했지만 실제로 보니 더 마음에 드는군! 서 있지 말고 이리 와서 앉게! 레베카 자네도.”


“소장님이 말씀하신다면···”


김수종과 레베카는 상관, 윌리엄 브로디 소장의 권유를 이기지 못한 채 의자를 끌고 와 그의 업무용 테이블 앞에 앉았다.


험상궂은 외모에 비해 잔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바쁘신데 죄송하지만, 김수종 부대원의 행정 절차에 대한 지휘관 최종 결재가 필요해 찾아왔습니다. 결제 부탁드립니다.”


“물론 해줘야지. 서류 이리 줘 보게. 이 자리에서 바로 해주지.”


윌리엄은 레베카가 건넨 서류를 대충 훑고는 그 즉시 만년필로 결제를 마쳤다.


부하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느껴졌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감사할 일이 뭐 있나. 오히려 내가 자네에게 미안하지. 아, 굳이 따지자면 자네 부대가 내 앞으로 달아놓은 외상값이 좀 많이 나와···.”


부우웅···!!!


윌리엄의 가슴팍에서 진동이 울렸다.


장성급 장교만 사용 허가를 받은, 리케 대륙 내의 모든 전황을 보고 받을수 있는 ‘인트라폰’이었다.


“... 작전부장이 왜?”


잠시 실례하지.


띡!


윌리엄이 자신의 주위에 마나로 방음벽을 친 채 전화를 받았다.


“...!”


전화 내용을 듣자 표정을 와락 구긴 윌리엄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쳤다.


“@##$!!!”


“%%$$···!”


띠딕!


탁!!!


인트라폰을 책상 내던진 윌리엄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베카를 바라보았다.


“... 자네 부대 앞에 임무가 내려왔네. 큰 건을 마치고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 이들을 불러들이다니, 내 사과하지.”


“괜찮습니다. 소장님. 무슨 임무입니까?”


레베카의 물음에 윌리엄의 입이 열렸다.


“본부 서북부의 오그람 언덕에서 긴급구조 신호가 잡혔네. 미확인 몬스터 무리가 파이어니어 각성자가 호위하던 보급 차량을 공격하고 있다더군. 모든 부대원을 동원해서라도 꼭 구해내라는··· 본부 총사령관님의 명령이 떨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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