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할 도련님의 화살이 수상할 정도로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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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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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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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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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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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비밀 (3)

DUMMY

난 이 여자가 누구인지 안다.


이름은 헬레나.

펠레스만 제국의 둘째 딸.

훗날, 지옥 9층 최전방에서 활동하게 될, 네임드.


즉, 내 랭킹 1등을 향한 항해에서, 오랜 시간 함께했었던 메인 캐릭터.

그리고 어쩌면, 이번에도.


“······.”


그런 그녀를 마주한 난, 무슨 까닭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술이 서로 딱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을 건네야만 한다.

게임과 달리, 그녀는 거대한 권력을 가진 ‘현실’의 제국 공주이기에.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러면 안 됐다. 안 그래도 데이지는 어디서든 밉보이는 존재.

황제의 총애를 받는 그녀에게 무례를 보였다간, 어떤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른다.


이번 지옥행에서 느끼지 않았나. 데이지의 과거로 인해, 결국 손해 보는 건 나라는 걸.

······지금부터라도 처신을 똑바로 해야 한다.


그렇게, 나는 떨리는 입술을 간신히 열었다.


“헬레나 저하를 뵙습니다.”


주륵-


흐르는 식은땀을 남몰래 훔쳐내며.

미친 듯이 난동 피우는 심장 박동을 겨우 무시한 채로.


‘······터무니없이 예쁘군.’


간단한 소감이었다.



***




갑작스러운 만남이었다.


이곳에 온 이상, 그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걸 예상하고 있었지만······.


‘정말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니.’


헬레나는 그렇게 스스로 되물었다.


왜냐하면,

수도 없이 이곳에 찾아왔던 과거가, 셀 수 없이 눌러 적은 편지의 문구가, 그럼에도 그를 만날 수 없었던 순간이.

그의 존재를 점점 허상처럼 비추었으니까.


“데이지.”


그녀는 나지막이 그 이름을 입에 담았다.

잠시 후, 이어지는 대화.


“헬레나 저하를 뵙습니다.”

“······제게 할 말이 없나요?”

“무얼 말씀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


정중하고도 젊잖은, 그리고 품위 있는 그의 말.

헬레나는 깨달았다.


아, 이 사람은 나를 이렇게 대하기로 마음먹은 것이구나.


마치 우리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를 남으로 대하기로,

그렇게 결정한 것이구나.


“······.”


씁쓸했다.


유아의 말처럼, 그에게 사과를 바라지는 않았다.

네가 나를 떠나버린 것에, 내 잘못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으니까.

더는 나를 보지 않고자 마음먹기까지, 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통증을 느껴야 했을지 짐작할 수 없으니까.


또한 슬펐다.


이제 다시는 네가 내게 보여줬던 모습을, 그 웃음을, 그 찬란한 곡선을, 볼 수 없을 것이어서.

훗날 너를 행복하게 해줄 다른 사람이, 한때 내가 그토록 바랐던, 내가 기억하는 너를 보게 될 것이기에.


하여 입을 열었다.


나는 너를 존중한다. 우리의 기억을 소중히 여긴다.

이제는 타인이 되어, 서로의 길을 나아가자.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 이별의 3년간, 무수히 되뇌었었다.


“데이지, 오랜만입니다.”


그래서 입을 열었다. 덤덤히. 지금 네가 그러는 것처럼.

나도 너를 과거의 데이지가 아닌, 그저 캔들레인 백작가의 일원으로 대하겠노라- 다짐하며.


“예. 가문엔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그가 물었다. 여기에 왜 왔냐고.


그 말에 헬레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건.”


말하려 했다. 이유를 대려 했다.


나는 그대를 보고자 온 것이 아니다. 유아를 만나기 위해, 성인식이 벌어지는 캔들레인에 어쩔 수 없이 온 것뿐이다.

그러나 하지 못했다.


순간, 스스로가 의심되어서. 범인처럼 느껴져서.


다 이겨냈다고 생각했건만,

아니, 실제로 모든 게 끝이 났건만,


‘정말 내가, 단지 유아를 보기 위해 온 것일까?’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저런. 얼굴이 뜨겁습니다.”


······아?

정신이 아찔해진다.


데이지의 얇고 흰 손이 이마에 닿았다. 눈동자를 올리니, 그가 뻗은 팔이 보인다. 손목을 장식하는 번개 같은 푸른 핏줄이 보인다. 피부에 닿은 손바닥은······ 거칠었다. 얼마나 노력한 건지, 궁수 특유의 굳은살이 손에 배어 거칠었다.


그리고.


차가웠다.

아니다. 내 이마가 뜨거웠다.

아닌가. 그대의 손이 내 열을 앗아가고 있는 것인가.

반대로, 그대가 나를 달아오르게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탁!


정신 차린 헬레나가 서둘러 그의 손을 쳐냈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저 방어기제였다.


제 거친 행동에 놀라며, 헬레나가 데이지를 바라봤다.


“······아.”


데이지가 발그래진 제 손을 쓰다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하. 제가 무례했습니다.”


그러고는 사과한다.


이럴 수가.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헬레나는 순간 제 머리의 온도가 빙하의 중심부까지 내려가는 기분을 경험했다.

극한으로 몰린 이성은 역설적으로 본래의 기능을 되찾았다.


······그래. 알겠다.


“아뇨.”


헬레나의 한쪽 손이 부드럽게 드레스의 치맛자락을 붙잡는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반대 손은, 가슴에 살포시 올려진다.

우아할 것이다. 기품 있을 것이다. 단아할 것이다.


이는 모두 연기였다. 모두가 바라는, 그린 듯한 제국 공주의 모습이었다.

실은, 과거의 네가 그토록 싫어하던. 가짜의 나였다.


“너무 놀라서 저도 모르게 그만.”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지금 우리는 하나의 극을 꾸며내고 있다.

우리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은 모두 비밀이 되어.


—언젠가 끝난 사이가 아닌, 아무 일도 없었던 사이.


네가 바라는 게, 그것 맞지? 헬레나의 시선이 달아오른 그의 손에 닿았다.


“많이 아프셨습니까. 데이지 공자.”


배우는 둘.

나와 너.


관객도 둘.

너와 나.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게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를 속여야 하는 장편극.


종막은, 우리가 죽을 때까지, 평생.


“저는 괜찮습니다만······ 저하께선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데이지가 물었다.


“아뇨. 저도 괜찮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헬레나가 답했다.


“다행입니다.”


데이지가 밝게 웃었다.


“······예. 정말 다행입니다.”


헬레나도 애써 웃었다.


그리고.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인식 통과한 것,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언제 지옥 공략을 함께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네. 기회가 된다면 꼭 함께하시지요.”


헬레나는 지난 3년을 지나쳤다. 그 긴 여행의 끝은 빈말로 가득했다. 실망스러웠다.


나는 우리의 재회를 어떤 방향으로 기대했던 것일까.


······모르겠다.


이제는 완전히 삭아 뼈대만 남아버린 감정에, 여전히 무겁기만 했다.




***




“어? 언니?”


유아는 홀로 산책하던 중 헬레나를 발견했다.

그녀는 정원의 구석에서 우두커니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뭐 하세요?”


조금 의아했다. 혼자 이런 곳에 있을 사람이 아닌데. 수행원들은 다 어디 간 거야?

······어? 얼굴은 왜 또 빨게.


언니의 얼굴이 빨갛다 못해 시커멓게 물들기 시작한다.


“언니? 언니!”


대답 없는 헬레나를 유아가 흔들었다.


“······아. 어, 유아구나.”


그녀는 정신이 멍해 보였다. 초점이 흐릿한 것 같다.


“무슨 일 있어요? 왜 그래요.”

“아냐. 아무 일도. 그냥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진짜요?”

“물론이지.”

“······으음. 알겠어요.”


유아는 그녀의 말이 의심됐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거라면 언니가 어련히 말해주겠지.

그때, 유아가 뭔가 생각난 듯, 소리 질렀다.


“아 맞다! 언니! 우리 지옥 공략 언제 갈까요? 네? 이제 저도 같이 갈 수 있어요! 언제가 편해요?”


쫑알쫑알-

만나자마자 삐약이처럼 떠들어대는 유아.

그에 헬레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뒤이어 곧바로 흠칫했다.


‘아.’


······스스로가 조금 우스웠다.

분명 지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이걸 보고 어떻게 안 웃을 수가 있겠니.‘


나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떠들어주는데.


헬레나는 잠식하는 감정을 가까스로 미뤄두었다.

이 또한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여기며, 유아와 함께 길을 거닐었다.

감내하는 건 자신 있었다. 3년을 그래왔으니까.


······그래도, 어떻게든 지난 3년의 끝은 봤으니까.


무겁기만 했던 마음은 어느새 차츰차츰 홀가분한 기분으로 치환되고 있었다.

꽉 막힌 속이 뚫리는 느낌이다.


“언니언니, 이짜나요—”


삐약거리는 말소리가 잠시 가득 찬 세상을 잊게 해주었다.


······나름 괜찮았다.


한편.


“어! 웃었다!”


그 휘어진 입에, 유아가 기쁜 듯이 소리쳤다. 역시 우리 언니는 웃는 게 가장 이쁘다.

오늘 하루 종일 웃게 해줘야지! 내가 노력해야지!


“어서 가요!”


유아는 헬레나의 손을 붙잡고, 저택 밖으로 나섰다. 거의 질질 끌고 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오늘, 달리는 마차의 바람은 시원할 것이었다.




***




정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의 호수.

그곳의 벤치에 앉아, 나는 헬레나를 떠올렸다. 그녀의 화사한 검은 머리가 떠오른다.


“정말 괜찮은 건가.”


내가 보기엔 아니었다.

아파도 한참 아파 보였다. 여전히 내 손엔 그녀의 이마에서 느꼈던 온기가 남아있는 듯했다. 아주 뜨거웠다.

물론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본인이 괜찮다는데.


그건 그렇고.


“큰일 날뻔했나.”


무려 제국 공주의 몸에 손을 대 버렸다.

데이지의 몸이 자동으로 먼저 움직였고, 순간 아차 싶었으나, 그땐 늦은 후였다.

이미 그녀의 체온이 내게 전해진 상황이었기에.


다행히 그녀가 괜찮다고 해서 망정이지, 문제 삼고자 하면 얼마든지 삼을 수 있는 일이었다.


‘······조심해야겠군.’


앞으로 메인 콘텐츠를 함께 끌어나갈 주요 캐릭터다.

가까이 지내기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관계’만큼은 사수해야 한다.


—9층의 40%를 깨기 위해선 그녀가 꼭 필요하니.


‘40프로라.’


이 세상 또한 게임 ‘던평’이 그랬던 것처럼, 지옥 9층 40%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내가 40.1%로 진행도를 갱신시켰으니, 불가능한 업적이라는 칭호를 받는 게 뜬금없는 일은 아니었다.

추측해 보자면, 그 일로 인해 내가 이곳에 빙의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건 먼 훗날 다시 고려할 일이다.


‘유아캘린서의 별채는 저쪽인가.’


나는 벤치에서 일어나 그녀가 머물고 있다는 별채로 향했다.

그녀에게 전할 말이 있었다.


‘고맙다고 말해야겠지.’


나를 싫어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으니.


절벽에서 떨어지는 나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진 것도 그녀고,

비밀 유지를 위해 마나의 맹세를 한 것도 그녀고,

나와 함께 던전의 보스를 잡은 것도 그녀다.


그녀 입장에선 모두 본인을 위해서 그런 것이었겠지만, 고마운 건 고마운 것.

던전에서의 모든 순간— 그녀가 있어 나는 살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께서는 현재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 시간 전쯤 산책하러 나갔다고 한다. ······그럼 나는 어딜 가지?


첫 에피소드인 성인식을 끝내고 나니, 목적성이 사라졌다. 이건 게임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퀘스트를 깰 수 있는 게 아닌, 이제는 한 사람의 인생이다. 내 인생이다.

그렇다면 난, 이제 뭘 해야 할까.


잠시 길 한켠에 서서 고민하니,


금세 답이 나왔다.


애초에 의미 없는 멍청한 사고, 답은 이 세상에 처음 떨어졌을 때와 같았다.


‘강해져야 한다.’


결국 살아야 하니까.


나는 다시 선명히 그려진 이정표를 따라, 걸었다.


목적지는 훈련장이었다.




······그리고 의식하지 못한 사이, 미친 듯 날뛰던 심장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져 있었다.




***




성인식이 끝나고 오일이 지났다.


유아캘린서를 비롯한 이브로쉐 공작가의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성인식 진행을 위해 모였던 인물들도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캔들레인 저택은, 예의 고요함을 되찾았다.


······참고로 유아캘린서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는 못했다. 타이밍이 영 안 맞기도 했고, 그녀는 이곳에 있으면서도 바빴다.


“여기, 이것 좀 빨아주겠나.”

“아······ 네. 도련님.”


나는 저택의 메이드에게 땀에 젖은 훈련복을 건넸다. 얼마나 땀을 흘린 건지, 하얀 소금기가 묻어나온다.


이렇듯 내 일상은 간단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식사를 거르고, 우선 늘 가던 훈련장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달린다. 대략 한 시간 정도, 틈틈히 쉬면서, 수분도 채워가면서.

그 후엔 사격장에 가 활을 쏜다. 세 시간 정도. 쉬지 않고.

그러면 점심시간이 찾아오는데, 그게 지금이다.


이제 샤워를 한 후,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 내도록 신성 적응 훈련을 하면 일과가 끝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5시 정도가 되는데, 그 이후는 유동적이다.

훈련을 더 할 때도 있고, 책이나 신문을 읽어 정보를 수집할 때도 있다.

물론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쉰 적도 있다.


아, 그리고 어지간하면 저택 사람들과 대화하지 않았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거나 그런 건 아니고, 이들이 여전히 나를 불편해하기 때문이다······.



—요즘 도련님이 술을 안 드시는 것 같은데, 참 다행 아닌가?

—그러니까. 저번에 술병으로 맞은 곳이 아직도 아려. 제발 이 상태가 오래갔으면 좋겠군.



—어머, 얘. 너 머리 많이 길었다. 언제 이렇게 길었대?

—에이, 왜 그래. 내 머리카락이 잘린 게 언제 적 얘기야?

—하긴 그래. 도련님이 네 머리채 잡고 칼질한 게 벌써 반년도 넘었네.



—성인식을 다녀오시더니 뭔가 분위기가 달라지신 것 같아. 예전엔 싸가지 없는 폭력배였다면 요즘은 그냥 싸가지만 없다고 해야 하나?

—어디 그게 성인식 때문이겠나? 그 전부터 뭔가 달라졌었지. 대충 한 달 전부터. 그래서 말인데, 도련님이 바뀐 것 있잖는가. 내 생각엔 유아 아가씨 때문이네.

—아가씨? 아가씨가 왜······.

—시기가 딱 맞잖는가!



······나를 불편해하는 게 천 번 백번 이해가 되었다.


요즘은 다만 내가 지극히 상식선에서 행동한 탓인지, 경멸까진 아니었다.

대충 느끼는 바로는, 두려움이었다.

저 자식이 언제 다시 미쳐 날뛸지 몰라- 따위의.


“······음?”


메이드에게 빨랫감을 건넨 나는, 그녀를 지나치다 우연히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건.”

“네?”


되물어오는 메이드를 무시하고, 그녀 허벅지 옆에 놓인 무언가를 집었다.


······손수건이었다. 기절에서 깨어나던 순간, 내 이마에 올려져 있던.

그날 당시, 그나마 내게 사람의 온기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게 해주었던.


“아, 그건 손님이 놔두고 가신 물건 같습니다. 제가 집사님께 말씀드릴 테니 가만 놔두시면 됩니다.”

“손님? 그게 누구지?”


나는 바로 물었다.


“그건 저도 잘······. 일단 저희 가문 것이 아닌지라······.”


메이드가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가만 보니, 그녀는 현재 반짇고리함을 꺼내어 손수건이나 수건 등을 기우고 있었다.


“······이건 저희 저택 근무자들이 사용하는 것들입니다. 주인님이 쓰는 물건들은 따로 잘 보관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그녀가 변명했다.


그녀의 말처럼, 고급품처럼 보이는 것들은 따로 보석 상자에 들어 있었고, 그녀가 기우고 있는 물건들은 평범한 나무상자에 쌓여있었다.

내 이마에 있던 것도 보석상자 안이었다.


“잠시 실례하마.”


나는 그녀 옆에 앉았다. 엇- 메이드가 당황하는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움직여 슬쩍 옆으로 떨어졌다.


“······줘보거라.”


나는 상체를 들이밀어 그녀 손에 들린 바늘과, 그에 묶인 실을 뺏었다. 손님 것 같다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곤색 배경에 은색의 수실로 그려진 한 송이의 작은 장미꽃. 다시 봐도 예뻤다.


“어, 어어- 도련님!”


그리고 나는, 그 손수건에 바늘을 쑤셔 박았다. 푹.


우우웅—

그것도 손가락 마디마디에 신성을 담아서.


당연히 이유는 있었다.

마침 새로운 훈련법을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부족한 신성 적응도와 손재주를 동시에 올릴, 좋은 방법을 찾은 것 같다.


“으, 으으-”


겁에 질린 메이드의 신음은 멘탈 단련에도 좋을 듯하다······.




그리고 이내.


“어, 어, 어······?”


그녀의 신음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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