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할 도련님의 화살이 수상할 정도로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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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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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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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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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비밀 (1)

DUMMY

“대답해라. 왜 그런 거지? 네 대답 여부에 따라, 목을 벨 수도 있다.”


프로노움의 소백작, 엘리스의 검이 베릭의 목에 닿았다.


현재 이곳은 지옥의 바깥, 서부 입구.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성인식이 중단된 상태였다.


“소백작! 아무리 그래도 목을 베겠다니!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베릭의 가문, 베르인 자작가의 기사단장이 소리쳤다. 그러나 검을 뽑아 들지도 못하고 뒤에서 짖어대는 모습은, 엘리스에게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잠시 소리 나는 쪽으로 시선을 던진 엘리스가 다시 베릭을 추궁했다.


“말해라. 네놈 탓에 유아캘린서와 데이지가 던전에 갇혔다. 왜 밀었지? 누군가 사주했나?”


히, 히끅-


살을 파고드는 서늘한 검날의 감촉, 겁에 질린 베릭이 딸꾹질했다.

그러나 뭐라도 답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릴 것 같은 엘리스의 무감정한 얼굴에, 베릭은 악! 소리쳤다.


“아, 아닙니다! 저는 그저······ 그저······.”

“그저?”

“데, 데이지 그 개자······ 아니 그 녀석을 조금 겁주려고······.”

“겁을 주기 위해 절벽 위에서 데이지를 밀었다? 그 허약한 녀석을?”


엘리스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녀의 피는 차가울 것이 분명했다.


“······그건.”


베릭이 서둘러 덧붙이려던 찰나, 어쩐지 엘리스가 검을 거두었다.


“그건 말이 되는군.”

“······예?”


베릭의 머리가 멍해졌다. 그때 엘리스가 베릭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본래 못난 놈은 우상에게 독주를 권하는 편이지.”

“······?”

“이 녀석을 연행해라, 조사는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 직후, 협회에서 직접 진행할 것이다.”

“소, 소백작님. 소백작님!!”


베릭을 일별한 엘리스는 몸을 돌려 황궁의 평가관에게 다가갔다.

그곳 옆엔 혼절한 공작 부인이 있었다. 유아가 포탈로 빨려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곧장 정신을 잃은 것이다.


엘리스가 평가관에게 물었다.


“그 녀석들을 구할 방법은 없나?”

“······강제로 포탈을 개방하는 수는 있습니다만, 그것도 최소 5일 정도는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비용이 조금······”

“5일이라.”


엘리스는 생각에 빠졌다. 돈이야 상관없다. 저 지옥에서 조난 당한 이들의 가문은, 제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돈이 많은 곳이니까.

그리고 아무리 지옥에서 돈이 없어 죽는 이가 많다고 해도, 구할 수 있다면 구하는 게 맞았다.

다만······.


“조금 아슬하군.”


그 아이들에겐 식량이 없다고 한다. 또한 몬스터로 가득한 던전에서는 가만히 숨죽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뭉텅뭉텅 깎여나간다.

그런데 이번이 첫 지옥 공략인 햇병아리들이 이 상황에서 잘 버틸 수 있을까?

유아는 몰라도, 분명 데이지는 안될 것이다. 그 비리비리한 녀석은······.


웅성웅성—


주위에 소란이 일었다. 또 다른 사건이 생긴 건 아니었다.

다만 지금까지 몇 번이고 이런 경험이 있었으니, 엘리스는 익숙하게 옷무새를 정돈했다.


“오셨습니까. 몬스테리아 가주 대리님.”


이번 손님은 바로, 데이지의 누이이자 이 땅의 주인, 캔들레인의 가주 대리였다.


“······프로노움 소백작님.”


다행히 공작 부인과는 달리, 그녀는 혼절하지 않았다. 그저 굳은 얼굴로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강인한 여성인걸까. 아니면 데이지를 그다지 아끼지 않는 걸까.

겉보기에 너무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뭐가 됐든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엘리스가 정중히 입을 열었다.


“전령을 통해 말씀드린 그대롭니다. 데이지는 현재, 지옥 내에 있는 던전에 낙오되었습니다.”

“함께 들어간 평가관은 없는 건가요.”


그 물음에 엘리스는 사죄의 말을 건네야 했다. 모험가 협회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로서.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인, 황궁 평가관과 나눈 대화를 전달했다.


“다만, 지옥 1층은 던전 포탈을 강제로 개방할 수는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시지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몬스테라아가 그에 무언으로 답했다.


여전히 굳은 표정. 엘리스는 그녀의 속마음을 당최 알 수 없었다.

알겠다는 걸까. 아니면, 이참에 가문의 짐덩이인 데이지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걸까.


아무튼 불쌍한 집안이다. 나에게 못지않은.


“그럼 이만.”


엘리스가 포탈 개방을 준비하기 위해 떠나고, 그와 함께 몬스테리아로 쏠린 시선도 거두어졌다.


몬스테리아의 고개는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돌아갔다. 바로, 동생을 밀어버린 원흉, 베르인 자작가 쪽으로.


그러나 그때, 한 사내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몬스테리아는 그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봤다. 애초에 식구였다.


“······델론트 경.”


지옥 내에서 데이지를 수행하던 기사 중 한 명. 그러나 그와 함께 있어야 할 다른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

몬스테리아가 의문스럽게 바라보자, 그 이유를 델론트가 속삭였다. 신성으로 막을 쳐서, 주위의 그 누구도 듣지 못하게.


“마델 경이 도련님과 함께 던전에 들어가셨습니다.”

“······마델 경이?”

“예. 다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뜻밖의 소식, 몬스테리아가 남몰래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델 경이 함께라면······ 걱정할 필요는 없겠네요.”

“맞습니다. 언제든 도련님과 유아 아가씨를 모시고 나올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별다른 연락이 없는 이유는······.”

“저 때문이군요.”

“······.”


델론트가 침묵했다.

나쁜 일은 아니었다. 몬스테리아가 데이지의 수행기사인 그들에게 내린 명령—


-데이지의 변화를 두 눈으로 관찰하고 보고할 것.


수행 기사 마델은 지금이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기회라 판단한 것이었다.


“알겠어요. 델론트 경, 이 일은 우선 함구하도록 하세요. 이브로쉐 공작가 쪽엔 언젠가 제가 따로 전할 테니.”

“받들겠습니다.”

“하아아—”


상황을 정리한 몬스테라아는 그녀답지 않게 감정을 드러냈다. 이곳이 외부라는 것도 잊은 채, 주먹을 앙 쥐었다. 파르르- 손이 떨린다.

그리고는 천천히 발을 돌려 백작저로 향했다.

데이지에게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됐으니, 이곳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자리를 뜨며 몬스테리아는 생각했다.

올 때는 천근만근 무거웠던 발걸음이, 이제는 어쩐지 가벼운 것 같다- 고.


그러나, 그녀는 간과했다.


“······저저, 제 동생이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도 미련 없이 돌아가는 것 좀 보시게.”

“냅두게. 캔들레인 대리도 그간 맘고생 많이 했을 게야. 제 못난 동생 뒤치다꺼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나? 백작도 지옥에 들어가서 몇 년째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는데. 의지할 곳 없이 혼자서 참······ 대단한 여자지. 오히려 칭찬을 해줘야 해.”

“쯧쯧. 공작가만 불쌍하게 됐지.”


그녀의 행동이, 타인의 시선엔 어떻게 보일지를.




***




“······이게 끝이에요?”


유아캘린서가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뭘 기대한 걸까. 겨우 1층 지옥에서 나온 영혼의 파편인데.


“이건 뭐, 티도 안 나는데······. 진짜 이능 발현된 거 맞아요? 나 속고 있는 거 아니야?”

“시끄럽다.”

“뭐요? 내가 뭘 얼마나 시끄러웠다고.”

“쉿.”


나는 어쩔 수 없이 검지를 들이밀어 그녀의 입을 막았다. 그러자 그녀가 뒤로 펄쩍 뛰었다.


“아악! 어딜 손 데요! 우리 이제 그런 사이 아니라니까! 착각하지 마! 친한 척 하지 마!”


다만 효과는 확실했다. 그녀는 멀찍이 내게서 물러나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니, 두 팔로 몸을 감싸안고 커다란 눈으로 나를 째릿, 노려보고 있었다.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는 것 같은 모습.

뭐가 됐든 조용만하면 된다.


으어어어—


덕분에 나는 유령 우는 소리만을 배경음 삼으며 몸속을 관조할 수 있었다.

이질적인 기운이, 내 몸속을 유영한다.


······이런 기분인가. 확실히 저주라는 편법을 통해 몬스터의 이능을 담았으니, 그리 자연스러운 조화는 아니었다.

체내의 신성이 이능을 에워싸고 언제든 척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만 이게 저주와는 또 다른 기운이라 우선 경계만 하는 듯하고.

일단 문제는 없다는 뜻.


“······비데레 디아볼롬.”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얻은 영혼 파편, 라인 고스트에게서 얻은 이능의 이름이다.

종류는 패시브 버프류.

일전의 궁사 아르민이 사용한 액티브 스킬 [난사]와는 다른 개념이었다.


“······허.”


즉, 지금.


나는 버프를 온몸에 휘두르고 있다는 뜻이다.


정식 명칭, [비데레 디아볼롬].

게이머들의 용어론, [악의 감지]

효과는, 악신의 기운을 파악하는 것.


조금 허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내 신궁의 핵심 이능을, 너무 터무니없이 이른 시점에 얻어버렸지 않나.


“······뭐해요? 뭐 보여요?”


그녀 말 그대로였다. 나는 허공을 이리저리 눈으로 살피고 있었다. 물론 정말 보이는 건 아니다. 다만 내 주위로 퍼져있는 몬스터들의 위치가 느껴진다.

위치뿐 아니라, 어느 정도로 강대한 기운을 가졌는지, 몇 마리인지, 그리고 약점이 어디인지 등.

이 패시브는, 자신과 같은 기운, 즉 ‘마’의 기운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직은 그 범위나 정확도가 그리 뛰어나진 않지만······.

그건 성장시키기 나름이니까.


“이제 가지.”

“가요? 어딜?”


어디긴, 당연히.


“보스 잡으러.”


나도 이 소름 끼치는 던전을 조금이라도 빨리 탈출하고 싶다.




***




“시킨 거 다 준비했어요.”


나는 보스몹을 잡기 전, 그녀에게 몇 가지 사전 준비를 시켰다.

성인식의 정석대로라면 다 함께 잡아야 맞는 일이지만, 그건 당연히 하나의 방법에 불과하다.

나는 솔로 플레이로도 이 던전의 보스를 잡아본 적이 있다. 이유는, 당연히 영혼 파편을 얻기 위해.


거기다, 일반 마법사 기준으로도 실력이 뛰어난 유아캘린서와 함께니······.

자신이 있었다.


사실 기죽을 필요도 없었다.

실패하면 죽기밖에 더 하겠나?


이미 돌이킬 수 없다.


“바로 시작하지.”


휘이잉—


내 말이 끝남과 동시,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내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천천히 땅에서 발이 떨어지고, 몸이 점차 상승하더니, 어느덧 던전의 보스가 있는 낡은 성채가 한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때요. 괜찮아요?”

“그래. 이대로만 해라.”


유아캘린서의 마법이었다. 현재의 나는 보스몹, 프린세스 밴시를 회피할 기동력이 전무했기에, 그녀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흐윽. 흑. 흐윽. 흑.


공중을 유영하며 성채로 다가가자, 뚜껑이 날아가 버린 성의 중심부에, 흐느끼며 울고 있는 처녀 귀신이 보였다. 언뜻 사람처럼도 보이지만, 저것은 분명 몬스터였다.


그리고.


흐윽······ 흑?


저것과 눈이 마주쳤다.


‘역겹군.‘


끔찍한 몰골이다. 입가가 잔뜩 찢어진 채 귀에 닿아있다니. 오늘 밤은 악몽을 꿀 것 같다.

다행인 점은, 어두컴컴하여 너무 디테일하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

물론 패시브 [악의 감지] 덕에 사냥에 무리는 없었다.


끼, 끼에에에에에에에——


나를 발견한 밴시가 귀를 붙잡고 소리쳤다. 마치 소름 끼친다는 듯 몸을 바들바들 떨어낸다.

······근데 소름 끼치는 건 내 쪽이다. 나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공포 영화 하나 못 보는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이었단 말이다.


아무튼 어둠 속에서 프린세스 밴시의 섬뜩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활을 꽉 쥐며 주위를 날카롭게 살폈다. 유아캘린서가 주문을 외워 빛을 밝혔다. 화악.


“불 꺼라.”


그러나 이건 내가 주문한 게 아니다.

나는 저 귀신의 몰골을 자세히 보고 싶지 않단 말이다.


틱. 다행히 빛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다만 확실히 해둬야겠지.


“시키지도 않은 짓 하지 마라.”

“······.”


나는 한순간의 불씨로 멀어버린 눈을, 암순응시킨 후 다시 말했다.


“가지.”


내가 중얼거리자 그녀가 즉시 반응했다. 강력한 바람이 나를 감싸며 밴시의 후방으로 이동시켰다.

귀신의 뒤통수를 내려다보니, 약점이 일순 번뜩였다. 또한 느껴졌다.


산발이 된 머리카락, 찢어발겨진 드레스, 그 주변을 맴도는 음산한 기운.

내 신성이 자동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외부의 악한 기운을 밀어냈다.


‘저곳인가.’


가슴 중앙, 그러니까 등의 중앙. 그 어림쯤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점.


그곳이 바로 목표 지점이었다.


“포그!”


유아가 다시 주문을 외우자 안개가 피어올랐다.

뿌옇게 퍼진 안개가 밴시의 시야를 가렸다. 나를 향해 날아오려던 밴시가 주춤하는 게 느껴졌다.


다행히도 내겐, 몬스터의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었다. 불과 한 시간 전에 얻은.


꾸드득—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화살을 꺼내 재빨리 시위를 당겼다.

내 신성이 활과 화살에 흘러 들어간다.


“······놓치지 않는다.”


투웅.


밴시가 안개를 해치고 나온 순간, 나는 화살을 날렸다. 빠른 속도—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성장이었다.


끼에. 끼에에에에엑!!!


밴시가 마구 비명을 지르며 빛나는 화살을 피하려 했지만, 내 화살은 정확히 가슴을 관통했다.


허나 서로에게 안타깝게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밴시는 분노에 차 나를 향해 돌진했다. 사람의 형태지만, 유령.

달리기보단 날아서.


지금부터는 유아캘린서가 잘해주어야 한다.

나는 유아의 조종에 몸을 맡기고, 활을 쏘는 데 집중했다.

역시 메인 캐릭터라는 걸까. 내 몸을 능숙하게 조종하면서도, 틈틈이 화염 마법을 사용해 밴시의 시야를 방해했다.


나이스 어시스트.


나는 불어오는 바람의 움직임에 맞춰 밴시의 공격을 피해냈다.

밴시의 날카로운 손톱이 내 어깨를 스쳐 지나간다.


‘······아슬했다.’


몸의 온도가 일순 서늘해졌다. 저 몬스터와 닿으면 멀쩡히 걸어서 나가지 못할 거란 것이 체감되었다.


꾸드득—


나는 피가 차게 식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번 화살을 준비했다.


······아쉽다.

나약한 신체, 부족한 신성, 아쉬운 숙련도.

이 세 가지 탓에, 나는 이제야 두 번째 화살을 준비한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상관없다.


“······악의 졸개 놈.”


내게는 보였기 때문이다.

반쯤 조각이 나버린, 녀석의 심장이. 신성에 극도로 취약한 녀석의 육신이.


‘심장. 그래서 가슴 중앙이 약점이었나.’


게임과는 달리, 꽤나 지엽적인 섬세함이었다.

······허나 방심해선 안 된다.

다음에 터져나갈 심장이, 내 것이 될 수도 있기에.


나는 마지막 남은 신성의 한 방울까지, 화살에 밀어 넣었다.


파앙—


커다란 파공음이 내 귀를 때리며 마지막 화살을 쏘았다.

밴시의 심장을 화살이 정확히 격추했다. 밝은 빛을 발하며 유령의 형체를 관통했다.


끄으. 끄으으. 끄으으으으으으!!


프린세스 밴시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서서히 사라진다.


······.


······.


······던전이 다시 고요에 젖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그러나 조금 애매한 것도 사실이다······.


몸의 기운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탓일까.


삐이—


시야는 서서히 흐릿해지며, 속이 울렁거린다.

또한 격렬히 들끓어 오르는 분노.


정말 던전이 적막에 빠진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정신을 잃고 있는 것인지,

대저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애매하다.


“······이지! 데이······. ······.”


귓가에 스치는 유아캘린서의 음성도 현실인 건지, 아니면 환청인 건지, 그것조차 정확히 판가름이 안 될 정도로······.


‘아.’


죽어라.


전부.


제발.


[ 레벨이 올라갑니다. +1 ]


띠링-


[ 성인식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


-보상

: 생존 / 캔들레인 가문 잔류

: 에피소드 코인 +1




***




소백작 엘리스를 필두로 모험가와 마법사 그리고 사제들이 포탈을 강제 개방할 준비를 하는 중,

개별적으로 인원을 뽑아 인근을 수색하던 진행자 세이버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음?“


익숙한 공간의 일렁임, 찬란한 빛.


“저, 저건!”


세이버의 사고가 그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판단도 하기 전, 그의 몸은 이미 달려가고 있었다.

그가 수정구에다 대고 소리쳤다.


“여, 여기는 섹터 7, 여기는 섹터7! 두 분의 귀환을 확인했습니다! 지원 바랍니다!”


그리고 그 길목의 끝엔.


“괘, 괜찮으십니까! 아, 아니지. 이제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신을 잃고 쓰러진 한 명의 남자와, 의식은 있지만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한 여자가 존재했다.

세이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기적 같은 생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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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성인식 (1) 24.09.09 59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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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챔 유저 24.09.05 11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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