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할 도련님의 화살이 수상할 정도로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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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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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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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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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식 (1)

DUMMY

땅바닥에 가만히 앉아 생각한다.


‘혈이 뚫렸다.’


이런 표현이 맞을까? 아무튼 느껴보지 못했던 기묘한 감각이 선명히 몸에 새겨진다.


은은하게 빛나는 육신. 신성이 흐르는 흔적이다.

이어서 꿈틀. 온 전신에 퍼져 있는 기운이 한곳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말하자면 윗배 쪽.


그곳에 잠시 멈춘 기운이 내게 묻는다.

어디에 모일까요?


나는 답한다.

배꼽 아래로 3cm. 단전.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단전이라 하는 게 아니라, 성기사도 나름대로 기사다. 기운을 단전에서 운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으음······.”


그때 사소한 문제가 생겼다. 단전으로 내려가던 기운이 한가지 이질적인 기운과 마주쳤다.


또 다른 신성이었다.

내 신성은 아니고, 타인이 강제로 정착시킨 신성이었다.


저주, 악신의 축복을 억제하기 위해 교단에서 조치한 것이다.


“······.”


눈을 감고 가만히 지켜보자니, 타원형의 신성 내부에 시커멓고 찐득한 무언가가 뭉쳐져 있는 것이 관찰됐다.

쾅쾅. 당장이라도 빠져나가겠다는 듯 내부에서부터 신성의 벽을 두들겼다.

미세하게 아지랑이처럼 악신의 기운이 삐져나오는 것도 보인다. 신성이 냉큼 달려들어 다시 제 몸속으로 집어넣었지만.


‘괜찮군.’


저주.

······분명 몸속에 들어찬 종양 덩어리지만, 어쩐지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다, 내 무기가 될 녀석이다.


그렇게 겨우겨우 교단의 신성을 피해 배꼽 아래에 내 신성을 자리 잡게 했다. 녀석은 제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단전을 형성했다.

꾸물꾸물. 땅을 파는 아기 햄스터 같다.


“후우······.”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만화에서처럼 몸에 탁한 것이 나오지는 않았다.


주먹을 쥐었다. 다만 전에 없을 활력이 몸에 맴돈다.

이걸 제대로 다루려면, 신체 단련을 꾸준히 해야겠지. 이런 앙상한 팔뚝으로는, 그냥 걸어 다니는 비타민이다.


나는 옆쪽 벽에 세워둔 활을 들었다. 방에서도 충분히 자세 연습은 할 수 있었지만, 역시 사격장에 나오니 느낌부터가 달랐다.

뭔가 본격적인 느낌이랄까.


그렇게 차오르는 자신감을 느끼며 화살을 시위에 걸고 당겼다.

천천히. 독학으로 공부한 후, 처음으로 활을 쏴보는 거니까.

스탠스부터 앵커링까지, 공부하면서 처음 들어보는 사격 자세 구간을 능숙하게 구사한 후.


과녁을 조준했다.

저 멀리, 저번에는 놓쳤던 푸른 점이 다시 한번 내 시야를 채웠다.

작다, 그리고 멀다.


내가 이걸 맞출 수 있을까? 의심이 듦과 동시,

맞출 때까지 하면 되지, 스스로를 다독였다.


귀족 가문의 막내 도련님이면서도 활 하나 누구에게 편히 물어볼 수 없는 처지. 이방인인 나와 데이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괜찮다. 혼자 이겨내면 된다.

늘 그랬듯.

이것도 결국 던평이잖아.


꾸드득-


신성을 굳이 끌어올리지 않았음에도 영향을 받은 건지, 전보다 쉽게 시위가 당겨진다. 활대가 부서질 기세로 수축됐다.

휘이잉- 내 옷 무세를 단정히 해주는 끈이 휘날렸다.


바람을 계산한다? 대충 감으로 해본다.


······.


집중이란 걸까. 머리가 휘날리고 있음에도, 바람이 멎은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 숨을 쉬고 있는지조차 까먹는다.

아니, 분명 쉬지 않고 있다.

나는 숨을 참고······.


릴리즈—


시위를 놓았다.


파앙.


시위의 파공음과 함께 화살이 격발됐다. 눈을 질끈 감았다. 쒜에에엑- 선명히 들리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 다행히 전과는 달리 바닥으로 내다 꽂히지는 않았다.


퍼억!


이번에도 내 화살은 뭔가를 맞추긴 했다. 무엇을 맞췄을까. 설마 이번에도, 바닥? 그저 저번보다 멀리 있는 바닥말이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눈을 떴다. 아주 천천히, 왼쪽눈부터.

그리고 한쪽 눈으로 내 화살을 확인한 순간. 나는 나머지 눈도 뜨고 말았다.


“······명중.”


푸른 점을 정확히 꿰뚫었다.

독학······ 의 성과?


내친김에 한 번 더.


꾸드득— 파앙!


퍽!


······한 번 더.


한 번만 더······.


진짜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이건······.”


······모조리 다 명중이다.


나는 어떠한 확신을 느끼며, 홀린 듯이 손을 움직였다. 사로 우측에 비치된 화살통의 화살을 모두 소모했다.

결과는 당연히 명중.


알고 보니 나, 활쏘기의 천재인 걸까.

그럴 리가. 후우······. 허무히 숨을 내뱉었다.

이건, 데이지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다.


“······.”


나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가슴 속에서 복잡한 무언가가 소용돌이쳤다.


“······.”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아무렴 어떠할까.


살아남기 위한 첫 단추가,

차근차근 채워지는 듯하다.


그거면 됐다.




***




사격장을 빠져나오자, 우측으로 연결된 연무장이 보였다. 그리고 그 우측으로 작은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유아캘린서가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가 나온 건물은 바로 명상실. 보통 캔들레인의 사제들이 기도를 올리기 위해 사용하는 곳이나, 마법사인 그녀를 위해 잠시 내어준 곳이었다.

근데 궁금하다.


‘어째서 캔들레인에 머무는 거지?’


그녀는 성인식이 있는 날까지 캔들레인에서 머물다가, 함께 이동하기로 되어있다.

나는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공작가가 훨씬 시설이 좋고, 수련 환경도 쾌적할 텐데.

그런데 왜? 저 여자는 데이지를 싫어하지 않나?


굳이 추측해 보자면, 아무래도 캔들레인이 성인식 장소인 지옥 입구와 가까운 것이 아닐까.

정확히는 알아보지 않아 모르겠—


“······.”


눈이 마주쳤다.

나를 노려본다. 역시나 증오 따위의 감정이 가득했다.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더.

가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건 이해한다. 도련님이랍시고 모시던 놈이 다 내팽개치고 히키코모리 생활을 했으니까.

그러나 유아캘린서는 뭐지? 왜 데이지를 싫어하는 거지?

혹시.


“······맞았나?”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만, 일리가 있었다. 이런 판타지 세상에서 남, 여, 몬스터를 가려선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당신, 면담 통과했다면서요?”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그녀가 말을 걸었다.

그녀와 나누는 첫 대화다. 물론 얼마 전 식당에서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오가는 대화는 처음.


나는 어떤 식으로 그녀를 대하는 게 자연스러울까 고민하다, 그냥 편하게 말했다.

그녀와 데이지는 동갑의 동네 친구니까.


“그렇게 됐다. 담당 사제께서 나를 좋게 봐주시더군.”


조금 딱딱한 어투. 그녀가 데이지에게 가지는 감정을 생각하면 적당한 거 같다.


“······흥. 재수 없는 건 여전하네요.”


다행히 그녀는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듯, 본격적으로 내게 악담을 퍼부었다.


“그런데, 염치없이 세상 밖에 나올 생각은 어떻게 했대요?”


그녀의 동공이 손에 쥔 내 활에 닿았다. 그저 동공만 닿은 게 아니라, 눈꺼풀을 내리깔며, 나를 완전히 무시하듯.


“······되지도 않는 활까지 꺼내 들고.”


그리고는 휙휙- 내 몸 전체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스캔한다. ······기분 더럽다.


“왜, 예전처럼 검 들기는 무서워요? 재밌네요, 천재라 촉망받던 데이지가 이런 꼴을 하고 있다는 게. 뭐, 조금은 불쌍한 것 같기도 하고.”


하나하나 비수가 되는 말. 내 속에 잠들어있는 시커먼 녀석이 부글부글 시동을 걸기 시작한다.

그러나, 유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성인식까지 이제 일주일 남았는데······ 아, 혹시 뭐 그런 건 아니죠? 은둔 공자 데이지의 화려한 복귀식. 뭐 그런 거.”


그녀가 피식. 알만하네- 그런 표정으로 나를 비웃었다.

푸른색 마법사 로브를 입고 저러니, 뭔가 막연히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싸가지 없는 마법사를 목도한 기분이다.

물론, 이 여자만 그런 걸 수도 있지만.


“그런 거라면 빨리 접는 게 좋을 거예요. 알죠? 이제 당신 편은 없다는 거. 적어도 대륙 서부에는.”


그 말을 끝으로 그녀가 나를 지나쳤다. 퍽- 일부러 그런 것처럼 내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안타깝게도 내 몸이 더 허약했고, 나는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다.


본능적으로 그녀를 붙잡고 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조금 충격이다. 가문조차 나를 포기했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대륙 서부에 내 편은 없다.’


분명 서부 귀족 연합을 이르는 말일 터다. 그리고 이번 성인식은 서부 귀족 연합의 공동 성인식.


······데이지 이 녀석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 거지. 어쩐지 조금은 고될 것만 같은 예상이 든다.

허나.


“······상관없나.”


어차피 나는 직업 특성상 솔로 플레이를 주로 해야 한다. 귀족 인맥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내 본질을 잊어선 안 된다.


신궁.


······결국 이기는 건 나다.


나는 발을 움직여, 저택 본관으로 향했다. 씻고 조금 쉬어야겠다.

귀족으로 스타트해서 좋은 점. 청결함을 눈치 보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끝까지 뻔뻔하네.”


우뚝. 유아는 데이지를 지나치다,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봤다. 그곳엔 당당하게 걸어가는 데이지의 뒷모습이 보였다.


사과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럴 사람이었으면 처음부터 우리를 버리지 않았겠지.

언니를 그렇게 떠나 버리지 않았겠지.


그러나 왜 그랬는지, 왜 그랬어야만 했는지, 핑계 정도는 댈 줄 알았는데······.


“아예 없었던 일인 것처럼 나오겠다 이거지?”


하! 유아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저렇게 나오면,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한동안 떠나는 데이지를 노려보던 유아가 거칠게 몸을 돌렸다. 그때 눈앞에 문이 반쯤 열린 사격장이 보였다.


방금 전까지 데이지가 훈련하던 곳.

멸시에서 비롯된 호기심이 샘솟았고- 유아는 참지 못했다.

앙상한 팔, 관리 안 되어 푸석한 피부, 3년 간의 은둔생활. 결정적으로, 검에서 도망쳐 꺼내 든 활.


“그래, 지가 옛날에나 천재였지 언제까지 천재야?”


데이지의 망가진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졌다.


끼익.


유아는 성큼성큼 사격장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코웃음을 치며 내부를 확인했다.

······그곳엔 고슴도치처럼 무수히 가시 돋은 과녁이 존재했다.


“······.”


유아는 두어 번 동공을 떨다가, 쾅! 거세게 문을 닫았다. 뭐야, 여기 맞아?

서둘러 문에 달린 사로 번호를 확인했다. 데이지가 나온 곳이 맞았다.


“무슨······.”


이마에서 삐질삐질 땀이 새어 나온다. 로브의 소매를 손가락 끝으로 잡고 땀을 닦았다.

유아의 발은 어느새 다시 명상실로 향해 있었다······.


“······그래도 데이지는 데이지다 이거지?”


······확실히, 영 엉망은 아니네.

그러나 거기까지다. 저 정도 활 못 쏘는 사람? 내 주위엔 거의 없잖아? 우리 영지 산골에 있는 사냥꾼 한스도 저 정도는 쏜다고.


“······네가 3년간 얼마나 퇴보했는지 내가 직접 알려줄게.”


유아는 결연히 다짐하고, 명상실에 발을 들였다. 어두운 실내, 천장에 나 있는 작은 심볼 모양의 구멍. 그 틈으로 새 들어오는 햇빛.


유아는 바닥에 자리 잡고, 지팡이를 무릎 위에 올렸다.


지루할 것만 같던 성인식. 목표가 생겼다.




***




“······를 끝으로, 무사 귀환하라는 말씀을 전하며 성인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성인식 날이 되었다.

내 눈앞에는 단상에 올라 기념 축사를 마무리 짓고 있는 캔들레인의 가주 대리, 몬스테리아가 있었고, 주위로는 나와 함께 성인식을 치를 서부의 귀족 자제들이 있었다.

수는 나를 포함해 여덟. 수행과 참관을 합하면, 총인원은 백이 넘어가는 듯했다.


‘이게 지옥 입구.’


성인식 장소인, 1층 지옥으로 들어가는 포탈.


실제로 보는 지옥 입구는 게임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묘했다.

픽셀로 보이던 푸른 타원 대신, 일렁이는 기운과 공간의 일그러짐이 압도적인 공포를 전해준다.

그나저나······.


“지옥 입구가 여기였나.”


조금 놀랐다.

이곳은 캔들레인 영지내 ‘뒷산’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제국에 딱 9개 있는 지옥 입구 중 하나를, 캔들레인이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에서는 이 ‘서부 입구’를 분명 교단에서 관리했었는데, 아직은 캔들레인이 몰락하기 전이라 그런듯하다.


······그래서 유아캘린서가 캔들레인에 머무른 거였군. 같은 맥락으로 성인식 연설도 캔들레인의 가주대리가 했고.


“30분 간의 준비 시간 이후, 지옥에 입장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자가 외쳤다.


웅성웅성- 엄숙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수선해졌다. 참관석에 있던 수행원들은 각 가문의 도련님, 아가씨들에게 얼른 달라붙었다.


누구는 수행 기사의 시중을 받으며 갑옷을 갖춰 입었고, 다른 누구는 척 봐도 특수 효과가 가미된 검을 넘겨받았다.


“······.”


그러나 나는 없다.

이곳이 분명 캔들레인의 영지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없었다.


옆에서 주의 사항을 알려주며 보필해 주는 기사도, 번지르르한 무기를 손수건으로 닦으며 건네주는 사용인도.


그저 조금 떨어진 곳에, 명목상 나와 함께 지옥에 들어갈 가문의 기사 두 명이 기립해 있을 뿐이었다. 그것도 오가면서 몇 번 정도 마주친.


······조금 서럽다. 아무리 내다 버린 도련님이라 해도 성인식은 귀족의 필수 코스 아닌가? 가문의 명예와도 연관 있는.

남들 다 있는 곳에서는 조금 챙겨줄 법도 한데.


‘뭐, 나쁘진 않군.’


물론 기분과 별개로, 이런 편이 더 좋긴 했다.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오면, 내가 데이지가 아닌 게 들킬 것 같거든.

그렇게 합리화하고 있는데.


‘저자들은 또 왜······.’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교단의 사제들이 나를 향해 경멸을 보내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내 고개가 갸웃 돌아갔다.

귀를 집중하니 저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쯧, 저주받은 공자입니다. 이제야 눈에 안 보이나 싶었거늘.

—더러운 육신을 잘도 끌고 다니는군요. 윽, 조금 더 물러나시지요. 저주 묻습니다.


속닥속닥.

뒷담할 거면 안 들리게 잘하던지. 아닌가. 일부러 들으라고 그러는 건가.


아무튼 당황스러웠다. 전에 본, 초급 성기사 면담관은 분명 내게 살가운 태도를 보여줬건 거 같은데.

성직자라고 모두가 자애로운 건 아닌 듯하다. 아니면, 면담관이 독특한 거였나. ······그런 불안한 직감이 들었다.


그렇게 혼자 활만 쓰다듬으며 어색한 시간을 보내길 어느 순간.

벌써 30분이 지난 걸까. 사회자가 다시 한번 외쳤다. 지금부터 입장하겠습니다- 수행원분들은 부디 짐 잘 챙겨서 들어가십시오-


그 말에 유아캘린서와 그녀를 따르는 공작가의 수행 무리가 먼저 지옥으로 입장했다.

걸음걸이엔 자신감이 상당했다.

이곳까지 행차하신 공작 부인이 손을 흔들며 떠나는 유아를 배웅했다.


그 뒤로, 차례차례 다른 귀족가의 자제들도 입장한다. 나도 그쪽을 향해 발을 움직였고, 초라하지만 내 수행 기사 두 명도 내 뒤를 따랐다.

혹시나 싶어 옆을 봤는데, 몬스테리아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그냥 가자.’


배웅은 무슨. 기대도 안 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지옥 입구.

우리가 빨리 들어가 줘야, 일반 모험가들이 이 ‘서부 입구’를 사용할 수 있다.

고로 나는 빠르게 입구로 뛰어들었다. 이게 현대인의 뛰어난 사회성······.


컥—


순간 목젖이 쫄리면서 숨이 탁 막혀온다. 내 몸이 무언가에 의해 뒤로 넘어간다.


털썩. 꼴사납게 넘어져 버렸다. 내 연약한 육체는 힘도 못 쓰고 뒤로 쓰러졌다.


씹······. 욕이 나오려고 한다. 그러나 억울하게도 혀끝에서 걸려 욕조차 하지 못했다. 같잖은 품위 때문에. 뭐지,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그때 내 아래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가, 빠르게 사라졌다.

고개 들어보니.


“머저리 같은 새끼.”


크하하! 풋.

몇몇 어린놈의 새끼들이 웃으며 앞에 달려가고 있었다.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저 중 선두의 놈. 저놈이 내 목깃을 잡고 뒤로 넘겼다.


‘갈색 곱슬머리, 장검, 빨간 망토.’


······딱, 기억했다.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지옥 입구로 몸을 던졌다.


제 도련님이 습격당해 넘어져도 신경 쓰지 않는 수행 기사가 따라오든 말든······. 아, 기사들이 나를 제치고 먼저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내 몸은 입구로 빨려 들어갔고, 화악- 시야가 명멸하며, 내가 있는 장소가 바뀌었다.


띠링-


진행도가 갱신됩니다.


[1층 지옥 - 슬럼버]


순간 내 피가 차갑게 식었다. 조금 전 욱했던 감정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새삼 다시 한번 깨닫는다.

게임이 아닌, 현실 던전.


······나는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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