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할 도련님의 화살이 수상할 정도로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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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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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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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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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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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식 (4)

DUMMY

3일 차, 실전 과제.

1일 차의 깃발 찾기와, 2일 차의 몬스터 사냥을 합친 과제라 볼 수 있다. 무려 5일짜리의.


“각 조장에게 드린 쪽지에는 몬스터의 이름이 적혀있을 겁니다. 이번에도 총 8마리입니다. 녀석들을 사냥해서 마석을 채집해 오시면 됩니다. 루팅기는 다들 받으셨죠?”


네- 대답이 나왔다.


“데드라인은 아시다시피 마지막 날 정오까지입니다. 참고로 한, 두 개 정도는 못 찾아도 됩니다. 각자 평가 점수가 있으니 성인식에서 탈락되진 않을 겁니다.”


물론, 최종 점수는 박하겠지만.


“마지막으로······ 아 그래, 잠은 베이스캠프에 와서 자도 되고, 알아서 야영하셔도 됩니다. 몬스터는 과제에 필요한 녀석들 외엔 미리 제거해 뒀으니 안심하시고, 또······ 정해진 범위에 나가시면 안 되는 건 말 안 해도 아시죠? 무슨 일 있으면 수정구로 본부에 연락하시면 됩니다.”


네-


“목소리 좋습니다. 그럼 출발하실까요?”


네-


이 대답을 끝으로 마지막 실전 과제가 시작됐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5일 차.

우리는 이번에도 동맹을 맺었고, 다른 연도의 성인식보다 약 하루 정도 빠르게 7번째 몬스터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찌찍? 찍?


“저게 그······.”

“랩터 마우스에요. 머리에 달린 뿔이랑, 옆구리의 날개가 미약한 마기를 품고 있어서 하급 마법 재료로 수요가 있는 몬스터죠.”


베릭의 혼잣말에 유아캘린서가 대답했다.


“그, 그렇군요!”


베릭이 감동한 듯 호들갑을 떨어댄다. 유아캘린서가 제 말에 대답해 줄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막상 유아캘린서는 별생각이 없어 보이지만.


“워낙 몸이 약한 종이라서, 따로 알려진 약점은 없어요. 그렇다고 사냥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요.”


그녀의 말 그대로다.

랩터 마우스는 약하다. 다만, 가장 빠르게 녀석을 잡는 방법은 공식처럼 정해져 있다.

전위의 기사들이 저 거대한 햄스터의 발밑을 교란. 마법사나 사수 등 원거리 딜러들이 녀석의 날개뼈를 공략한다.

저 날개는 비행 용도가 아닌 일종의 라이프 배슬이다. 즉 본체라는 말.

지옥에는 라이프 베슬을 가진 몬스터들이 꽤나 많은 편이라, 굳이 약점으로 분류하진 않는다. 단지 ‘공략법’으로 정리할 뿐.


그렇다면 어떤 게 약점인가? 굳이 예를 들자면.


“꼬리.”

“네?”

“랩터 마우스는 꼬리가 약점이다. 정확히는 꼬리에 파묻혀있는 붉은 종양을 터트리면 녀석의 움직임이 멈추지.”


내 갑작스러운 말에 모두가 인상을 찌푸린다. 하지만 그 누구도 태클을 걸진 않았다.


“뭐지? 할 말 있나?”

“이······ 이.”


항상 무턱대고 트집 잡던 베릭조차도 그저 조용히 이만 갈았다.


“······당신의 지식은 꽤 유용하긴 했죠. 나름대로 성인식 준비는 꽤 했나 보네요.”


유아캘린서의 말이었다. 실전 과제가 시작하고 3일, 꽤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내가 종종 뱉은 게임 지식 덕에 나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주 살짝, 사알짝 형성됐다.


“좋아요. 그럼 다들 포지션 확실하게 인지하셨죠. 꼬리는 제가 틈이 생기면 노려볼게요.”


찌지지직?


우리가 진을 조합해 랩터 마우스의 둥지에 다가가자, 거대한 햄스터가 코를 킁킁대며 우리를 살폈다. 다행히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개체인 듯하다.

염소의 뿔과, 박쥐의 날개 달린 햄스터라.

악마 코스프레를 한 햄토리 같다. 분명 한국에서도 먹혔을 만한 큐티—한 비쥬얼.


“먼저 간다!”


하압!


베릭이 기합을 내지르며 햄스터에게 달려갔다. 그 뒤를, 녀석의 따까리 3명이 뒤따랐다.

그들의 검에 얇게 덧씌워진 불투명한 막.

끼리끼리라고, 모두가 기사 지망생이었다.


찌지지지직!!!


햄스터가 괴성을 내지르며 앞발을 휘둘렀다. 멀리서 보면 아주 짧은 다리를 휘젓는 꼴이지만, 녀석의 크기가 거대하다 보니 리치가 그리 짧진 않았다.


“하아아아앗!”


베릭이 선두에서 햄스터의 팔을 막았다. 쿵. 햄스터의 복슬복슬한 팔과 이쑤시개 같은 검이 접촉한 결과, 거대한 충격음이 울렸다.


몇 차례나 겪은 전투지만, 확실히 괴물들이 사는 세계다. 내가 살던 우주의 물리 엔진이 작동하지 않았다.


촤악, 촥!


베릭이 햄스터의 팔을 마크하면, 따까리들이 하체를 공격했다. 휘두르는 족족 몬스터의 몸에 상처가 나며 허공에 혈선이 그려진다.

이대로만 가도 무난하게 햄스터를 잡을 순 있겠지만······.


“······윈드.”


최적화된 공략법이 있으니 그걸 따르는 게 옳겠지.

그게 평가 점수가 좋게 나올 거고.


휘이이잉—


내 옆에 있던 유아캘린서가 바람 마법을 사용했다.

거센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왔고, 고도를 높여 악마 쥐의 상체를 밀어낸다. 그 틈을 파고들어 베릭이 더 악랄하게 햄스터를 코너로 몰았다.


“우리도 가죠.”

“그러지.”


나와 함께 유일한 궁수인 아르민이 조심스럽게 햄스터의 등 뒤로 이동했다. 햄스터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였다.


“내가 우익을 노리겠다. 네가 좌익을 맡아라.”


이미 몇 번이나 궁수로서 합을 맞춰본 우리다. 나는 그녀에게 간단하게 지시했다.


파앙! 파앙! 파앙!


즉시 옆에서 파공음이 들렸다. 아르민은 숙련된 궁사로, 빠른 연사가 가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사.”


영혼의 파편을 먹은 그녀는 이능(스킬) - ‘난사’를 사용할 수 있었다.


후두두두두—


도저히 불가능한 속도로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팔이 기계처럼 내려갔다 올라가기를 반복한다.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기지 않는 광경이다.


무수히 쏟아진 화살이 햄스터 날개에 닿자, 쨍!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려 퍼졌다.

화살촉이 긁은 건지, 새빨간 불씨가 튀어 오르고, 찍! 찌이이익! 고통스러운 햄스터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햄스터가 고개를 돌려 등 뒤의 우리를 포착했고 뒷발을 움직였다. 그러나 데미지가 많이 쌓인 건지,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는 듯했다.


그때였다.


콰아아앙!!!


우리 건너편, 그러니까 햄스터의 등 뒤에서 뜨거운 화염이 치밀었다.

햄스터의 꼬리가 불타오른다. 내가 말한 약점이다.

녀석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뒤돌아 다시 마법사를 바라봤다.

느릿느릿. 녀석의 움직임이 굼뜬다.

다시 내 옆의 아르민의 손이 움직인다. 왼쪽 날개가 어느덧 거의 괴멸되어 있었다.


꾸드득—


이제 내 차례다. 나는 시위를 당겨 활대를 수축시켰다.

나는 옆의 궁사처럼 활을 빠르게 쏘지 못한다. 신체가 연약한 탓이다. 그리고 그녀는 난사라는 이능을 가지고 있지 않나.


그래도, 나는 나만의 승리 공식이 존재한다.


나에겐, 그녀가 없는 신성이 있다.


우우웅—— 신성의 빛이 한번 반짝인다. 내 몸이 빛에 물든다.


우우웅——— 신성의 빛이 한 번 더 반짝인다. 내 활이 마찬가지로 빛에 번뜩인다.


우우우우웅——— 마지막으로 백금빛의 아우라가 반짝이고, 화살이 하얗게 물들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아르민이 활 쏘는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봤다.

라이벌 의식, 뭐 그런 건가. 건전한 경쟁은 언제나 환영이다.

······데이지는 그딴 경쟁은 없다고 속에 나를 마구 긁어대지만, 무시한다.


“지금.”


나는 꼬리가 태워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녀석을 향해,


퉁.


활을 쐈다.


사전에 얘기한 대로, 기사들과 유아캘린서는 이미 햄스터 주위를 벗어난 상태였다.


쒜에—————엑


이젠 보지 않아도 안다.


“명중.”


데이지는 천재다.

까직. 돌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라이프 배슬이 떨어졌다.


“조심해!”


그때 베릭이 나를 향해 외치며 달려들었다.

고개가 갸웃 돌아간다.

뭐를 조심하라는 거지? 설마 저거?

겨우?


거대한 햄스터가 쓰러지며 흩뿌려지는 흙 잔해.

녀석이 그것으로부터 나를 지키며 옆으로 밀었다.


얘가 갑자기 왜 이러나- 라는 의문 이전에.

······저런 건 하나도 안 위험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 순간.


후두둑.


내 몸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보호하는 것 치고는 너무 쎄게 밀었는데······.


“······미쳤군.”


그러나 나는 보고 말았다. 절벽 위, 나를 내려다보는······.


“일부러 민 건가.”


씨익, 만족스럽게 미소 짓고 있는 녀석의 모습을.


“그러게, 적당히 까불지 그랬어. 한숨 푹 자고 일어나. 치료받고 깨면 다 끝나······. 어? 저거 뭐야.”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녀석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이번에는 또 뭘까.



슈우우우욱.



······내 몸이 빨려 들어간다.


덥썩. 하얀 무언가가 위에서 내 손을 잡았지만, 그것도 나와 함께 빨려 들어갔다.


처음 경험하는 기묘한 감각. 그러나 나는 이게 뭔지 직감했다.


······인스턴트 던전.


마지막 몬스터가 있는 곳이었다.




***




제국 서부, 캔들레인 저택.

가주 대리 몬스테리아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귀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가문의 가솔들을 이끌고 저택의 정문으로 향했다.


도착하자 보이는 정체불명의 마차 한 대. 투박했다. 그러나 그를 에워싸고 있는 기사들의 기도는 범상치 않았다.

아니, 매서웠다. 평범한 메이드가 그들과 눈을 마주하자, 오싹. 오금이 저릴 정도로.


달칵. 마차의 문이 열리고, 안에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부드러운 밤하늘을 녹여낸 듯한 머리가 폭포같이 내려와 그녀의 허리에 닿아있다. 우아했다. 같은 여자인 몬스테리아마저 그렇게 생각했다.


“······헬레나 저하.”


몬스테리아가 저보다 어린 여인에게 허리를 숙였다.


“오랜만입니다. 몬스테리아.”


마차에서 내린 그녀 또한 반갑게 그녀를 반겼다. 허나 느낄 수 있었다. 서로에게 흐르는 묘한 기운은 예전 같지 못했다.


언제부터였나.

아마, 3년 전, 그날부터······.

그렇게 생각한 몬스테리아가 몸을 틀어, 안쪽으로 손짓했다.

어찌 됐든 귀한 손님. 밖에다 세워둘 수는 없다.


“우선 안으로 드시지요. 차가 준비되어 있으니.”

“사양치 않겠습니다.”


가주의 집무실로 들어온 두 여인은 마치 지난달에도 본 것처럼 행동했다.

그간 잘 지냈느냐. 요즘은 무엇을 하고 지내느냐. 며칠 전 신문을 통해 들었다, 혼담이 오가고 있다고, 축하한다- 대화에 막힘은 없었다.

둘 사이가 그만큼 격의 없다는 건 아니었다. 어색함을 숨기기 위해 연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녀들은 실상 근 2년 만에 본 것이었다. 헬레나가 성인식을 치렀던 2년 전에 본 게 마지막이었다.


달칵-


한창 떠들던 몬스테리아는 김이 폴폴 올라오는 차를 홀짝- 마시곤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물었다.


“저하. 소식은 들으셨겠지요.”

“네. 들었습니다. 데이지가 성인식을 치르고 있다고.”


그녀와 캔들레인이 어색해진 건 이 때문이었다.


데이지.

유아와 마찬가지로, 헬레나 또한 데이지의 오랜 친구였다.

사교계에는, 데이지와 헬레나가 연인관계가 아니냐는 풍문이 돌 정도로 가까웠다.

소문이 사실이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도 없었을뿐더러, 이제와서는······.


푸석해진 분위기, 헬레나가 캔들레인에 온 이유를 말했다.

아주 정중하게.


“잠시 캔들레인에 신세를 져도 되겠습니까? 성인식이 끝나고 유아만 잠시 만나고 가겠습니다. 함께 지옥에 가자고 약속해서.”


몬스테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어찌 거절할 수 있겠어요. 저하께서 캔들레인의 저택에서 머물다 가시는 게 그리 낯선 일은 아니죠.”

“······.”


낯선 일이 아니다.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에, 헬레나가 침묵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참. 이번에 유아가 성인식 준비를 열심히 한 것 같던데, 저하께서 조언이라도 해주신 건가요.”


자칫 어색해질법도 한 분위기, 몬스테리아가 능숙하게 대화를 이었다. 그녀와 공통 분모가 있다면, 유아와 친하다는 것.

헬레나도 이어지는 주제에 안도를 느꼈다.


“아닙니다. 유아 그 아이. 혼자 힘으로 해내고 싶다면서 들을 생각도 안 하더군요. 어떻게 보면 미련스럽지만······ 한편으로는 기특합니다.”


몬스테리아가 그 말을 받았다.


“2년 전의 저하를 보는 듯한 모습이죠.”

“예? 저는 왜······.”


눈을 땡그랗게 뜨는 공주의 모습에, 몬스테리아가 푸흐- 실소를 흘렸다.


“안면인식 마법을 걸고, 신분을 숨긴 채 성인식에 임하지 않았습니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성인식에 그리 진중하게 임하다니, 대충 할 법도 했는데.”

“······남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뭐, 그건 판단하는 이들이 몫이지요. 제 감상은, 저하가 느꼈던 것처럼 기특하다 정도가 되겠네요.”


몬스테리아가 어깨를 으쓱였다. 헬레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는 늘 그랬다. 칭찬에 약했다. 물론 마냥 좋아한다기보단, ‘겨우 이런 것에 만족하면 안 된다. 나는 더 잘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더 가까웠다.


“이제 성인식이 5일 차이니······.”


몬스테리아가 달력을 보며 운을 띄었다.


“이제 슬슬 6번, 7번 몬스터를 잡을 때가 되었겠네요.”

“그렇습니다. 7번 몬스터를 잡으면······.”

“포탈이 열리지요.”


헬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겁니다. 포탈이 열리는 위치만 잘 걸리면 말이죠. 그리고······.”


몬스테리아가 말을 멈추고 턱을 괴었다. 그녀의 팔꿈치 옆엔 어느새 식어버린 차가 파동에 일렁이고 있었다.


“마지막 몬스터는 전통적으로 신성에 취약한데······ 다행히 이번 기수에는 성기사가 있긴하니까요. 정석대로만 하면 금방 끝날 겁니다.”


말을 마친 그녀가 눈동자를 돌려 찻잔을 들여다보았다.

뭉게구름이 유영하는 파란 하늘이 찻잔에 비쳐, 둥근 달을 그려내었다.


“성기사라함은······.”


헬레나의 의문에, 몬스테리아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




“······윽.”


아프다. 더럽게 아프다. 죽을 것같이 아프다.

나는 쓰라린 등의 통증을 참아내며 상체를 세웠다. 욱씬-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여긴······.’


내 앞으로는 아주 허름한 성이 하나 서 있었고, 그 주위로는 듬성듬성 높은 언덕과 숲이 우거져 있었다.

익숙한 곳이다. 성인식의 하이라이트 ‘귀신의 집’.


7번 몬스터인 랩터 마우스는 일종의 스위치였다. 녀석을 사냥하면 이 인스턴트 던전, 귀신의 집으로 향하는 포털이 열리는데, 이곳의 보스가 마지막 8번 몬스터였다.


여기까지는 사실 별문제 되지 않는다. 성인식을 클리어하기 위한 당연한 루트였다.


다만 문제는.


‘둘 뿐인 건가.’


내 옆에 기절해 있는 유아캘린서가 보인다. 포털을 통과한 건 그녀와 나뿐인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가.

이유는 간단했다.


“버러지 같은 놈이······.”


랩터 마우스가 죽는 순간, 베릭이 나를 절벽 아래로 밀어뜨렸다. 그러나 우연치 않게 내가 떨어진 곳으로 포털이 생성되었고, 유아캘린서는 파티원인 나를 구하려다 함께 이곳으로 휩쓸린 거지.


쌔액- 쌔액-


······다행히 유아캘린서는 잠에 든 것처럼 보인다. 아기처럼 몸을 웅크린 채 숨을 쌕쌕인다. 숨이 들락날락, 그녀의 흉통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나를 싫어하는 그녀가 나를 구한 이유는.


“내가 보스 공략의 핵심이라서.”


8번 몬스터, 귀신의 집 보스.

프린세스 밴시.


녀석은 고스트 형태의 언데드로, 과거 악신 군단의 졸개였던 만큼 특히나 신성 공격에 취약하다.

다만 그 외엔 높은 방어력을 가지는데, 절대적이진 않지만, 우리의 수준에선 ‘절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사제의 버프가 없으면 일반 기사들은 무력해진다.


우리 파티에서 신성을 품고 있는 건, 내가 유일. 그러니 유아캘린서는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절벽으로 몸을 던져 나를 구한 것이다.

······지독한 목표 의식이었다.


우으어어어어어—


바라본 하늘은 어두웠다. 이곳은 늘 밤이었다.

즉, 언데드가 활동하기 좋은 곳. 곳곳에서 유령의 한 맺힌 곡소리가 들렸다.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포탈 덕분인지, 아니면 몸에 내재된 신성 덕분인 건지, 절벽에서 떨어진 것 치곤 몸이 멀쩡했다.

유아캘린서도 멀쩡한 것을 보면, 아마 전자인 거겠지.


“······살아야 한다.”


나는 절대 망각하지 않을 목적을 심장에 새겨넣었다.

상황 파악은 끝냈으니, 이젠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의외로 상황은 절망적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잘됐군.”


······내가 찾던 영혼의 파편을 얻을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생겼다.

하긴,

목숨이 걸릴 만큼의 리스크를 졌으면, 그만큼의 리턴도 커야 하지 않겠나.

그게 게임이고, 던평인데.


“으앙.”


그때 유아가 울음을 터트렸다.

몬스터의 습격인가?


나는 급히 몸을 돌리며 화살을 장전했다.

그러나 내 화살촉 너머로 보인 건······.


“추웡······ 이불 덮어줘······. 5분만 더 잘래······. 음먀······.”


“······.”


쏴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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