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할 도련님의 화살이 수상할 정도로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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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작품등록일 :
2024.09.05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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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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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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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비밀 (2)

DUMMY

······프린세스 밴시를 잡은 다음 날.

구출된 유아는 캔들레인의 별채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었다.


“유아야. 정말 괜찮니?”


공작 부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러나 유아는 쓰게 웃을 뿐이었다.


“괜찮다니까요. 의사가 그랬잖아요. 단순 마력 탈진이라고.”


유아는 던전이 해제되고 지옥에 돌아온 직후, 몸이 굳어버리는 상태 이상이 발현됐다.

데이지는 기절해 버리고, 나는 몸이 안 움직이고. 이러다 큰일 나겠다 싶은 순간 때마침 성인식 진행 본부에서 구출하러 와주었다.

그렇게 옮겨져 캔들레인의 거처에서 치료받길 하루, 이제 걸어 다녀도 될 정도로 몸이 나았다.


“그나저나······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말 안 해줄 거니?”

“죄송해요.”


유아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던전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보스를 잡았는지 물어오는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다는 답변만을 내어놓았다. 제 가족에게도.


그런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데이지와 한 약속은.


“아니야. 유아야. 이제 정말 다 끝났어. 말해도 괜찮단다. 응? 엄마한테 말해봐. 엄마가 도와줄게.”


공작 부인이 따스하게 그녀를 타일렀지만, 유아의 대답은 같았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전 괜찮아요.”

“얘야······.”


공작 부인이 걱정과 미련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유아는 그 눈빛이 마음에 찔려서—

괜시리 미안해서—

반대편으로 고개를 슬쩍 돌렸다.


짹짹— 짹?


그제야 보이는 열댓 마리의 참새들. 쪼그마한 나뭇가지에 올라탔다가, 그대로 낙하해서 개울 물에 몸을 적셨다가, 다시 나무 위로 올라와서는 몸을 털고, 날개깃을 들어 부리로 긁었다가.

······귀여워.


지옥에 들어가 있었을 땐, 여기도 나름 괜찮은 것 같다고, 아무렇지 않다고 느꼈었는데······.

막상 나와보니, 밖이 그리웠던 것 같다.


‘역시 인간은 늘 살던 곳에서 살아야 해.’


다시 한번 모험가들의 노고에 고마워지는 듯했다. 애초에 귀족들의 성인식 자체가 그런 취지이기도 했고.


‘그 사람······.’


그렇기에 떠올랐다. 그 남자의 활약이.


이단이 될 거란 걸 알면서도, 망설임 없이 몬스터의 영혼 파편을 먹은 그 사람이.


······틀림없이 죽을 거라 생각했던 표류에, 기적 같았던 그 순간이.


유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어느새 모아진 무릎 사이에 고개를 묻었다. 하얗고 딱딱한 무릎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나는 살아있다.


‘밉긴 해도······.’


고맙다고는 말해야겠지.


유아는 그렇게 결심했다.


나는 그 사람과 다르게 도망은 안치니까.




***




“라인 고스트를 잡는다?”


몬스테리아의 집무실. 그녀는 수행 기사 마델이 건넨 수정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곳엔 은신한 마델이 직접 찍은 던전 내부 모습이 투사되는 중이었다.


“예. 두 분은 라인 고스트를 섬멸하셨습니다. 아마, 프린세스 밴시를 사냥하기 전 합을 맞춘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말이 되네요. 이건, 영혼 파편이고.”


몬스테리아가 화면 속 하나를 가리켰다. 그곳엔 원형의 구슬이 둥실거렸다.


“맞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두 분 다 영혼 파편을 흡수하지 못하는 분들이라······.”


신성을 다루는 성직자, 오러를 다루는 기사, 마나를 다루는 마법사는 영혼의 파편을 흡수하지 못한다.

너무도 상극의 기운이기 때문에.


“사라졌네요.”


화면 속 데이지가 수정구 렌즈를 등지고 영혼 파편을 가린 잠시 후, 구슬이 있던 곳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감쪽같이 사라졌다.


“루팅기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다만 도련님의 루팅기에는 파편이 없는 걸로 보니······ 아마 실패한 것 같습니다.”


즉, 파편을 인벤토리에 넣으려 했다가 실패해서, 그 반발로 사라졌다는 뜻.


“영혼 파편은 귀하지 않습니까. 그냥 버리고 가기보단 시도라도 한 것 같습니다.”


몬스테리아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건 딱히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다.

애초에 1층에서 나오는 몬스터의 영혼 파편.

물론 이능은 쓰기 나름이라지만 라인 고스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능은 그닥 전투에 도움이 되진 않았다.

끽해야 [악의 감지] 정도인데······ 그건 인간이 쓰기엔 마땅치 않았고.


몬스테리아가 조용히 수정구를 재생시켰다. 지금은, 어떻게 아이들이 보스를 사냥해서 탈출했는지가 중요했다.


“하······.”


영상을 끝까지 본 몬스테리아가 탄식했다.


“이게 말이 되는 건가요?”


마델이 고개 저었다. 자기가 직접 찍은 영상이지만, 이건 현실적이지 않았다.


“프린세스 밴시를 이제 막 성인식을 치르는 아이 두명이서 잡아내다니······.”


유아의 보조 마법, 그리고 프린세스 밴시의 약점을 정확히 캐치해낸 데이지의 궁술.


유아의 마법 실력이야 익히 알려져있지만, 실전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이건 마치, 유아에게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이르는 지휘자가 있는 듯한 마법 활용이 아닌가.


“쯧······.“


두 아이 간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가 너무도 궁금하다.

안타깝게도 수정구에는 대화가 녹음되진 않았다.

마델이 제 모습을 숨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멀찍이 거리를 둔 탓이었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데이지······.’


달칵- 달칵-


몬스테리아는 영상을 돌려 데이지를 주목했다.


데이지는 유아의 바람 마법에 의지해 공중을 헤엄쳤다. 그리고는 밴시의 공격을 회피하며 단 두 발의 화살을 쏘아냈는데······.

그 화살이 도착한 곳은, 프린세스 밴시의 약점이었다.


믿기지 않는다.


밴시의 약점은 가슴 부근이다- 라는 것이 알려져있기는 하지만, 그 약점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노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대략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크기. 숙달된 궁사조차 전투 상황에선 의도하고 노리기 어려웠다.


허나 데이지는 단 두 번의 사격을, 모두 약점에 박아 넣었다.


달칵- 달칵-


파앙-


끄에에에!!


다시 봐도 마찬가지다. 데이지는 유아의 마법에 몸을 맡기고, 신성을 한가득 담은 화살을 쏘았다. 그 화살은 정확히 프린세스 밴시의 가슴을 꿰뚫었고.

마치 약점이 어디인지 정확히 보인다는 듯이.


대체 어떻게—


“혹, 도련님께서 3년간 잠적하셨던 것이, 무언가를 준비하기 위한 게 아니었겠습니까.”


몬스테리아가 고개를 들었다.


“무언가를 준비? 무얼 말인가요?”

“······그건······.”


복귀 이후 잡은 활, 그리고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 뛰어난 사냥 실력.

3년간 방에서 갈고 닦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놀라운 건 맞지만.


“······거기까지만 하죠.”


비약이다.

그 아이가 저택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어떤 생활을 했는지, 적어도 캔들레인의 우리는 알지 않나?

무언가를 준비할 상황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그나저나 데이지는 어떻던가요.”

“도련님께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계십니다.”


몬스테리아가 타는 목에 물을 들이켰다.


“······알겠어요. 나가 보세요.”

“아가씨.”


그때 마델이 그녀를 불렀다.

아가씨.

약 3년 전, 지옥 공략을 떠난 가주 대신 가주 대리에 오른 이후, 잘 불리지 않는 호칭. 수십 년간 캔들레인을 지탱한 마델은 그녀를 그렇게 부를 자격이 있었다.

그가 진중하게 물었다.


“도련님을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몬스테리아가 고민하다, 머뭇머뭇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데이지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다르겠죠.”


데이지가 다시 제 모습을 세상으로부터 숨길지, 아니면 완전히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올지.

온전히 데이지의 몫이었다.

몬스테리아는 어떤 선택을 하든 제 동생을 지켜봐야만 했고.


그러나.

그럼에도 몬스테리아는 기대했다.


—이제 밖으로 완전히 나오기로 한 것이니.

—그렇습니다. 여태껏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누님.


데이지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리며.

너무 큰 기대는 더 큰 실망을 부른다는 걸 알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창문으로 다가갔다.


“아이들이 어째서 던전에서 있었던 일을 비밀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우리도 비밀로 하죠.”

“제 명예를 걸고, 여신께 맹세하겠습니다. 이 일이 저로 인해 새어 나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몬스테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생은, 내가 지켜야 한다.

후회로 가득한 지난 3년, 또 반복할 수는 없다.


‘······무언가를 준비했다.’


단호히 아니라 말했지만, 사실 몬스테리아는 자신이 없었다.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은 그 작은 골방에서, 데이지가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는······.


“······설마. 아니야.”


절레절레 고개를 저어 상념에서 겨우 벗어났다. 마델이 그녀를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서서히 눈이 떠졌다.

대략 한 달간 익숙해져 버린, 그리고 일주일 만에 보는,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금세 알 수 있었다.


내가 정신을 잃었었구나.


······결국 살아 돌아왔구나.


“큭.”


온몸이 욱씬거렸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몸에 남은 신성이 거의 없었다.


“······역시 신성 탈진이었나.”


화살에 남은 기운을 모조리 처박아서 그런 듯했다.


“······으음.”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상체를 세우자, 툭- 이마에서 뭔가 떨어져 내렸다.

곤색 손수건이었다. 은색 수실로 장미가 그려져 있는 고급품.

누군가 온 것인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건, 이 방에 나 외에 느껴지는 다른 온기가 없다는 것. 오랫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게 분명했다.

병시중, 병문안.

······기대하면 바보다.


데이지는 그런 존재니까. 데이지에게 허락되는 건, 이 주인 모를 얇은 손수건 한 장뿐이었다.


“······쯧.”


괜히 쓸쓸해진다. 내 인간관계도 아닌데, 아니, 애초에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이 데이지라는 녀석의 감정이 너무 절절히 느껴져 쓸쓸해졌다.


“······나가자.”


그래서였다.

나는 침대에서 벗어나, 화려한 로제트 무늬의 원목 문을 밀고 밖으로 나섰다.

이 낯선 땅, 아니 낯선 우주의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내 모습이 처량해서.


이것이 나와 데이지의 차이점일 것이다.


데이지는 불행에 빠져 방구석에 본인을 가둔 반면, 나는 이런 때일수록 더욱더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했다.


데이지의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게 달랐다.


문밖을 나온 나는 복도를 지나쳐, 쏟아지는 시선을 외면하고 저택 건물을 빠져나왔다.

외로움에 힘없이 푹푹 숙여지는 고개를 애써 들고, 목에 힘을 주었다. 절대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위이이이잉—


그 결과,

화창한 하늘, 푸르른 산맥, 그 아래에서 아름다움을 가꾸는 정원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눈부셨다.


그리고.


“······아?”


화사하게 뻗은 꽃의 길 속, 두 명의 여자가 존재했다.


“데이지.”


그중 나를 발견한 한 명의 여자가 다가왔다.

성인식을 치를 때 본 얼굴이다. 프로노움 백작가의 소백작, 엘리스. 이번 성인식에선, 모험가 협회의 간부로 참석했었다.


성인식은 끝난 게 아닌가? 그녀들은 아직 캔들레인에 머무르고 있는 듯했다.


“네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엘리스의 말이었다. 내게 성큼성큼 다가온 그녀가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저를?”

“그래. 성인식 결과를 내가 직접 말해줘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그녀는 말이 길어지는 걸 싫어하는 듯, 아주 짧게 설명했다.


나, 유아캘린서, 궁사 아르민, 그리고 연금술사 포른은 합격.

베릭과 베릭의 무리인 기사 4인방은 불합격.


불합격은 성인식을 다시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나 사고의 주도자였던 베릭은 3년간 성인식을 치를 수 없다는 조건도 달렸다고 한다.

귀족 사회에서 이 정도면, 사교계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징계였다.


“거기다 이브로쉐 공작가의 분노를 샀으니 본판은 그쪽이지.”


이브로쉐 공작가와 캔들레인에서는 베릭의 가문, 베르인 자작가에 공식적으로 항의를 넣는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서부턴 어른들의 영역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아쉽긴 해도······ 나름 괜찮나.’


베릭 그 자식을 교육하는 건 직접 하고 싶었지만, 이미 복수 대상이 나락에 가버렸다.

물론 이게 다 내가 살아 돌아온 덕분이니, 그걸로 복수한 셈 칠까.


그렇다고 용서한 건 아니다. 다음에 눈에 띄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혹독한 훈련을 해야겠네.


“그럼 나는 이만 가보지. 나중에 연락할 테니 기다려라.”

“연락 말입니까?”


······무슨 연락? 나한테? 왜? 그러나 답을 듣진 못했다.


“헬레나 저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정말 내게 이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이제껏 남았다는 듯, 엘리스는 서둘러 떠났다.

그녀가 넓은 보폭으로 사라지고, 그녀 뒤에 가려져 있던 또 한 명의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이윽고 완연히 그녀를 눈에 담은 순간,

나는 정지했다.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움직이는 건,

흔들리는 동공뿐이었다.


“······.”


밤하늘처럼 깊고 어두운 흑색 머리카락.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부드러운 머릿결. 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실크의 풍성한 검은 드레스. 까만 오닉스 귀걸이.


······오똑한 코, 검청의 동공, 다홍빛 입술.

창백하도록 투명한 피부.


무채색의 그녀는, 어느 하나 빼지 않고 아름다웠다.

······어느 하나 빼지 않고 아름다웠다.


둥둥- 둥둥- 둥둥- 둥둥-


미친 듯이 곤두박질치는 심장.


처음이다. 게임 캐릭터에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


왜일까, 대체 무엇이 다르길래.


“······.”


나는 해답을 찾지 못하고, 그녀와 눈을 마주해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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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할 도련님의 화살이 수상할 정도로 강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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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특종 (2) NEW 13시간 전 16 1 15쪽
13 특종 (1) 24.09.17 27 1 17쪽
12 아이들의 비밀 (3) 24.09.16 32 1 16쪽
» 아이들의 비밀 (2) 24.09.15 34 1 14쪽
10 아이들의 비밀 (1) 24.09.14 38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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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데이지 (3) 24.09.08 63 2 17쪽
3 데이지 (2) 24.09.07 71 2 15쪽
2 데이지 (1) 24.09.06 92 2 15쪽
1 원챔 유저 24.09.05 10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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