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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왼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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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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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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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화 두 마리 토끼

DUMMY

인천제일고 감독실 안.


‘음.. 지금쯤이면 상담을 하고 있겠지?’


인천제일고 감독 동식은 서류를 정리하던 중 우연히 시계를 확인하자 2주 전 고율의 담임으로 있는 후배에게 부탁한 일이 생각났다.

현재 야구부원 중 유일하게 명확한 진로를 정하지 못한 고율.

고율의 부모님과 상담도 하고 고율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봤지만 결론을 내기가 힘들어 후배에게 도움을 청했다.


‘도움이 좀 됐으면 좋겠는데.’


실력이야 논외로 치고 야구에 대한 열정만 보면 마지막 지점까지 끝까지 한 번 달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중에 후회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보다는.

하지만 문제는 고율이 생각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 문제였다.

물론 야구부원 한정으로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야구로 대학을 정하는 것보다는 공부로 대학을 정하는 것이 훨씬 수월한 것이 사실.

어디 산골짜기에 있는 대학보다는 그래도 이름 좀 들어본 대학에 들어가는 게 고율에게 있어서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현실적으로 프로를 노리는 것보다는 재수나 삼수를 하더라도 학벌을 높이는 게 고율의 인생에 있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기에.

그래서 야구 쪽으로만 아는 자신보다는 입시 쪽으로 도가 튼 후배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쨌든.


그렇게 동식은 고율의 얼굴을 떠올리기 잠시.


‘애매하다는 게 참.... 뭐 인생이란 게 다 그런 거긴 하지만.’


도움을 청한 이상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동식은 고율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지운 뒤 다시 보고 있던 서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잠시 후.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으니까 충분히 생각하고.”

“네. 선생님.”

“오늘 운동 열심히 하고.”

“감사합니다.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예정된 진로 상담이 끝이 나자 고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담임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감독님이 이야기하신 거였구나.’


교무실을 나와 창밖으로 보이는 운동장을 보니 감독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갑작스럽긴 했지만 친구들 모두 진로 상담 한 번씩은 했기에 당연히 의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한 진로 상담.

하지만 담임선생님의 말씀은 달랐다.

감독님이 따로 부탁을 했다고 한다.

시야를 좀 넓게 보는 것도 답 중의 하나라고.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프로를 노린다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여러 번 말씀하신 감독님이었다.

다른 학교 감독님들에 비해 나름 유하신 감독님.

냉정한 현실을 매몰차게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담임선생님을 통해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려고 그러신 것 같다.


‘모르는 건 아닌데...’


감독님의 생각이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대학이란 게 인생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지 반 친구들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어설프게 4년 더 야구를 하느니 지금이라도 제대로 공부를 시작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더 필요한 거 아닐까...’


야구부 생활을 하면서 항상 생각했다.

재능을 꽃 피우기엔 시간이 필요하다고.

노력도 노력이지만 아직 절대적인 시간을 채우지 못한 거 아닐까?

대기만성이란 말이 그런 말이니까.

아니면.

자기위안일 수도 있는 생각.

포기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두려워서일 수도 있는 생각.

결국은 패배자였다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아마 그래서 난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시간이 얼마 안 남긴 했네.’


벌써 9월이다.

입시를 생각하면 얼마 안 남은 생각.

이제 진짜 생각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담임선생님이야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그건 내가 야구를 하는 게 아니라 재수를 한다는 가정 하에 나온 말이다.

야구 대신 수능 공부를 하면서 새로운 꿈을 찾아보기엔 아직 시간이 충분하니까.

그러나 야구를 계속 하느냐 마냐의 선택 시간은 진짜 얼마 안 남았다.


‘난 야구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야구를 하는 날 좋아하는 걸까?’


결국 돌고 돌아 근본적인 질문에 다다른 나.

난 아무런 답을 생각 하지 못한 채 야구부 건물로 발길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

.....

.......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저 어릴 적 내가 야구를 하게 된 계기를 생각하며.


*****


그리고.

그날 저녁.


“평범한 게 제일 어려운 거야. 그리고 그것도 특별한 거고. 그러니까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


고가네 설렁탕 집 구석진 자리에서 난 아빠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집들과 다르게 우리 집은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다른 거 같다.

고민을 털어 놓았지만 엄마는 그저 어떤 선택을 하던 나중에 설렁탕이라는 가업을 이어받으면 된다는 말로 쿨하게 날 믿는다며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셨고.

아빠는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지으시며 내 앞에 자리를 잡으셨다.


“아빠가 제일 후회되는 게 뭔지 알아? 20대에 행복한 추억이라곤 네 엄마 만난 거 단 하나라는 거야. 그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일만 했다는 생각이 들거든. 아마 꿈이 없어서라고 아빠는 생각해. 성공을 하던 실패를 하던 꿈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우리 율이가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아빠랑 엄마 눈치 보지 말고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걸 선택해.”

“아... 네.”


‘왜 대화가 여기까지 온 거지?’


분명 질문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에서 시작했는데 언제나처럼 날 믿는다로 끝이 나는 답변.

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건 그렇고.


부모님이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 존중을 해주신다는 거에는 큰 고마움을 느꼈지만 왠지 모를 답답함에 난 부모님께 미안함을 가졌다.

시합에 찾아오셔도 나보다는 팀을 더 응원하셨던 부모님의 모습이 갑작스레 생각이 났고.


“저 먼저 올라갈게요.”

“그래. 배고프면 말하고.”

“네.”


난 결국 자리에서 도망치는 것을 택했다.


잠시 후.


‘딱히 후회는 하지 않는데.’


침대에 누워 공을 천장으로 보내며 내가 야구를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다 후회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자화자찬이기는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자부하는 나.

훈련 한 번 빠지지 않았고 추가 훈련에.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놀 때 난 공부를 했다.

훈련 범생, 공부 범생이라는 별명은 나에게 훈장이었다.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는 전혀 생각나지가 않는다.


다만.


‘재능이 조금 더 있었으면...’


세상이 불공평하다는 걸 알기에 그저 신경 쓰고 있지는 않았지만 재능에 대한 아쉬움은 날 항상 우울하게 만든다.

누구는 에이스라 불리고 누구는 그저 고만고만한 선수로 불리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세상이 좀 야속하다는 기분은 사라지지가 않는다.

그저 아직 재능이 꽃 피우지 않았다는 자기 위로 속 달려온 길.

포기라는 단어는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야구를 계속 한 나다.

그렇게 한참이나 누워 야구공을 던지며 생각을 계속했고.


‘야구라...’


난 오늘 담임선생님과 했던 진로 상담이 다시 생각이 났다.

야구라는 스포츠에는 선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담임선생님.

당연한 말이었지만 그 말에 난 내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야구를 사랑한다면 프런트 직원이든 트레이너든 선수가 아닌 다른 길을 모색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를 계속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라운드가 아닌 그라운드 밖에서의 나?

도저히 상상을 할 수가 없다.

내가 야구를 좋아한 건가?

아니면 그저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그저 야구라는 스포츠를 선택한 게 아닐까?

여러 질문들이 내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한다.


‘사춘기도 아니고 참...’


생각을 하면 할수록 답이 없는 질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둘 다 틀린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기에.


또한.


‘억지로 노력할 필요는 없는 거긴 한데...’


꿈이니 목표니 하는 거창한 단어.

그런 단어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는 이런 고민이 무척이나 사치처럼 느낄 수도 있었기에.


‘에휴. 모르겠다. 일단 고냐 아니냐부터 결정하자.’


눈꺼풀이 무거워지자 결국은 심플해졌다.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것은 야구를 계속 할 거냐 말 거냐니까.

그 길이 가시밭길이어도 웃으며 버틸 자신만 있으면 나의 20대는 나름 만족스러울 것이기에.

그렇게 난 어지러웠던 머릿속을 정리했고.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


추석.


명절이라는 생각보다는 설렁탕집 휴무일이라는 느낌이 더 강한 날이다.

또한 친가니 외가니 하는 다른 가족들을 볼 수 있는 날.

그러나 이번 추석은 작년과 달랐다.


“삼촌!!!”

“율아!!!”


아주 오랜만에 막내 삼촌이 추석을 맞아 한국에 왔다.

미국물을 먹어서일까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삼촌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막내 삼촌.

아빠를 비롯해 둘째 작은 아버지는 항상 그런 삼촌을 보고 혀를 차곤 했지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

난 그저 막내 삼촌 얼굴을 본 것만으로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키가 엄청 커졌네?”

“마지막에 본 게 중학교 때잖아요. 당연히 컸죠.”

“하하. 내 생각보다 많이 커서 그렇지. 한 190 되나?”

“농담 좀 하지 마세요. 183이에요.”

“그게 그거지. 임마.”

“8하고 9 차이가 얼마나 큰데요. 교수님이면 이런 데서 좀 정확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너 혹시 이과냐?”

“네?”

“응?”


오랜만에 본 막내 삼촌이었지만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그건 그렇고.

이과냐는 해괴한 질문을 하는 삼촌.

난 의아한 표정으로 삼촌으로 쳐다봤다.


“숫자에 집착하니까 한 농담이야. 모르면 그냥 웃어.”

“아...”

“아는 무슨. 일단 선물 가져왔으니까 좀 보고 있어. 난 어른들하고 이야기 좀 하고 올게.”

“네.”


‘미국식 농담인가?’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어른들이 모인 자리로 이동하는 삼촌.

난 미국 농담이 참 이상하다 하며 삼촌이 건네 준 선물을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형! 뭐야?”

“오빠 먹을 거야?”

“시끄러우니까 일단 방으로 가자.”


선물 소리에 나에게 다가오는 친척 동생들.

난 시끄러운 동생들을 이끌고 내 방으로 향했다.


*****


그날 저녁.


한편에선 어른들의 술자리가 이어졌고.

또 다른 한 편에선 아이들의 노는 소리로 무척이나 시끄러운 상황 속 난 삼촌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당연히 대화의 주제는 나.


“일단 야구 계속 해보려고요. 바로 그만두기엔 너무 아쉬워서..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했어요.”

“음...”


지방에 있는 한 대학 야구부에 진학하기로 한 사실을 삼촌에게 말하는 나.

삼촌은 그런 내 말을 듣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나마 가까운 데 가고 싶었는데. 컨택이 잘 안 됐어요. 기록이 너무 안 좋아서.”

“음...”

“그래도 지원은 꽤 잘 나온다 그래서 다행이에요.”

“음...”

“삼촌?”

“음...”

“삼촌!!!”

“잠깐만.”


혼자만 말을 하고 있으니 벽에 대고 말을 하는 기분이 들어 삼촌을 불렀다.

하지만 삼촌은 생각 중이라는 액션을 취하며 내 말을 잠시 가로막았고.


“율아.”


시간이 잠시 흐른 후 삼촌은 내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


“굳이 한국에서 야구할 필요가 있을까?”

“네?”

“네가 말하는 거 보면 그만두더라도 후회 없이 그만두겠다는 건데... 이왕 할 거면 한국보다는 미국이 좋지 않을까?”

“네?”

“굳이 한 마리 토끼만 잡을 필요가 있냐는 거야.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는 건데.”


이 날.


삼촌의 말로 인해 내 시야는 조금 더 넓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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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9 as*****
    작성일
    24.09.08 05:48
    No. 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g2******..
    작성일
    24.09.10 23:28
    No. 2

    잘보고갑니다 작가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6 dr******..
    작성일
    24.09.13 12:42
    No. 3

    고마움을... 답답함에... 미안함을 느꼈다.

    이런 글쓰기는 아주 안 좋습니다. 고마웠기에 답답해서 미안했다 라고 표현해야 어법에도 맞고요.

    영오식으로 명사형에 갖다 느끼다 라는 동시를 모조리 타동사처럼 쓰면 안 됩니다. 그냥 유행이 그렇다고 작가가 생각없이 따라하면 곤란하죠.

    표현에 신경 쓰시면 더 재미있는 글이 될 듯 합니다.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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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1화 피아노 24.09.15 804 6 12쪽
11 010화 본격적인 시작 +3 24.09.14 835 7 14쪽
10 009화 사나이 고율 +3 24.09.13 858 9 11쪽
9 008화 지팡이의 용도 +2 24.09.12 878 8 14쪽
8 007화 잔디 깎는 소년 +1 24.09.11 907 11 15쪽
7 006화 인연의 시작 +1 24.09.10 940 12 16쪽
6 005화 도대체 마이크가 누구야? +2 24.09.09 980 12 15쪽
5 004화 LSU Tigers +1 24.09.08 1,014 15 12쪽
4 003화 삼촌은 언어 인류학자다 +2 24.09.07 1,063 20 13쪽
» 002화 두 마리 토끼 +3 24.09.06 1,109 16 12쪽
2 001화 허치 상(The Hutch Award) +3 24.09.05 1,252 17 13쪽
1 000화 프롤로그 +5 24.09.05 1,340 1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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