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핸드로 너클볼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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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왼팔
작품등록일 :
2024.09.0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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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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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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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화 너클볼을 숨김

DUMMY

이틀 후.


‘.... 욕심인가?’


낸시의 성화로 추가적인 검사를 위해 병원에 입원을 한 토마스.

잠시 베드에서 일어나 창밖을 보고 있었다.

알고는 있었다. 꼬맹이를 가르친다는 건 잠시의 유희라는 걸.

하지만 즐거웠다.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자신에게 아직도라는 말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생각했다. 최소 2~3년은 충분히 꼬맹이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나 자신의 계획과 달리 자신의 병은 너클볼처럼 종잡을 수가 없다.

자연스레 욕심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토마스.

이틀 전 자신의 손을 잡는 꼬맹이의 얼굴을 떠올리자 씁쓸한 미소가 지어진다.


어쨌든.


‘계획을 많이 수정해야겠어.’


꼬맹이에게 등대가 되어주겠다고 한 자신이었다.

또한 그걸 철석같이 믿고 있는 꼬맹이.

책임감도 책임감이었지만 꼬맹이를 실망시키고 싶지가 않다.


자신이 가르쳤던 선수들만 해도 수백.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만 평가해 줄 세운다면 꼬맹이가 당연 1등이다.

우연한 인연이 필연으로 이어진 이상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자신의 마지막 제자일 것이 분명한 꼬맹이.

토마스는 정석이란 단어를 버리기로 결심했다.


‘너클볼... 그게 인생이지.’


결국 자신은 그 결과를 보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 과정은 너클볼의 움직임처럼 아름답길 기대한다.


‘바쁘게 움직여야겠어.’


토마스는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시간은 자신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혹여 기다려준다 해도 그건 하늘의 뜻.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결과는 온전히 꼬맹이의 몫.

자신의 역할은 그저 씨앗을 최대한 많이 심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은 토마스.

조용히 뒤돌아 비틀거리며 베드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일주일 후.

농장에 위치한 실내 연습장 안.


‘다른 일이 있으신가?’


잠시 쉬는 시간.

자리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던 난 코치님의 얼굴을 떠올렸다.

최근 병원에 갔다 오신 뒤로 연습장에 나오시지 않는 코치님.

컨디션이 안 좋아서라기보다는 무척이나 바빠 보이셨다.

서재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코치님.

이유가 궁금했지만 평소보다 굳어 있는 코치님의 표정을 보았기에 난 훈련에나 집중하고 있었다.


“고! 다 쉬었으면 다시 시작하고.”

“네. 알겠습니다.”


‘집중하자. 고율.’


순간 들리는 에디의 목소리.

난 궁금함을 뒤로 한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기에.


“계속해서 컷 패스트볼로 가자고. 저번 경기에서도 컷 패스트볼이 흔들리니까 경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잖아. 존슨 씨 말대로 중심을 제대로 잡아야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난 다시 투구 플레이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고.


그리고.


그날 저녁.


“뼈대만 잡아 놓은 거야. 앞으로 네가 살을 붙여야 해. 그리고 오늘부터 일기도 써.”

“일기요?”

“그래.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오늘 했던 훈련을 다시 복기한다는 마음으로 쓰면 돼.”

“그런데 이건 뭐에요?”

“일단 살펴봐.”


얇은 서류 뭉치를 하나 나에게 주시는 코치님.

그러면서 일기 이야기를 꺼내신다.

일기야 그렇다 치더라도 서류 뭉치가 궁금했던 난 바로 서류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계획표인가?’


여러 주제가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는 서류.

살펴보니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해 놓은 서류인 것 같다.


‘뭐지?’


그동안 계획의 단편만을 알려주셨던 코치님.

난 의아한 표정으로 코치님을 쳐다보았다.


“언제까지 내가 널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 앞으로 최대한 빨리 진도 뺄 거니까 그렇게 알아.”

“네? 그게 무슨...”

“순서대로 뭘 배우겠다는 생각은 버려. 일단 배울 건 다 배워놓고 습득하는 걸로 하자고.”

“.....”


이상한 말을 하시는 코치님.

아니. 슬픈 이야기를 하시는 코치님.

난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딱!


“왜 안 피해?”

“그럼 피해요?”


순간 날아오는 지팡이.

난 피하는 것을 선택하는 대신 코치님을 쳐다보는 것을 선택했다.


“코치님이 저번에 그랬잖아요. 사나이 되기 전까진 옆에서 가르쳐주신다고. 그런데...”


딱!


다시 날아오는 지팡이.


“이놈아. 누가 죽는데! 이걸 그냥.”


코치님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신다.


“네 놈 메이저리그 마운드 올라가는 거 보고 죽을 거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

“그런데. 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게 인생이야. 어중간하게 중간에 이상해지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괜찮아서 그런 거야.”

“그러기엔 너무 뜬금없잖아요. 병원 갔다 오신 뒤로 이러니까..”


코치님의 갑작스런 모습에 내 의구심은 당연했다.

누가 봐도 떠날 사람처럼 행동하시는 코치님.

난 약간은 불안한 눈빛으로 코치님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토마스가 그러는 건 불안해서 그런 거야.”


어느새 나와 코치님 곁에 오신 낸시 할머니.

할머닌 내 옆에 앉으시며 조용히 내 손을 잡으신다.


“병원에서도 괜찮다고 했어. 그러니까 괜찮아.”


오해는 하지 말라는 할머니.

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괜한 소리는. 그냥 쉽게 생각해. 잊어버리기 전에 다 알려주려고 그러는 거니까 정신 차리고 똑바로 따라올 생각이나 해.”


뭐가 못마땅하신지 인상을 쓰시며 언성을 높이시는 코치님.


‘그래. 할머니도 괜찮다고 하시니까.’


코치님의 그런 모습에 난 그제야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어쨌든.


앞으로 많은 것이 변할 것이라는 코치님.

실제로 많은 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


“코치님. 이건 너무 현대 야구에 동떨어진 거 아닐까요?”

“잔말 말고 그냥 따라 해. 네가 진짜 투수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바꿔. 그런데 그전엔 아니야.”

“요새 누가 이걸 해요?”

“보스턴 레드삭스의 폴 버드가 하고 있잖아. 그리고 또 누구였더라...”

“.....”


‘진짠가?’


코치님의 말씀대로 선후가 바뀐 지도를 하고 계시는 코치님.

오늘은 옛날 투수들이 할 법한 와인드업에 대해 알려 주고 계셨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선발로 뛸 땐 이 와인드업을 사용하라는 코치님.

팔을 파닥거리는 것을 알려주시는데... 참...

그러나 실제로 지금도 누군가는 하고 있다는 코치님의 말에 난 잠시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디셉션에 대해선 고민을 많이 해야 해. 여기서 어떻게 발전해나갈 지는 네 몫이야. 한계에 부딪혔을 때 극복할 수 있는 한 방법일 수 있어.”

“...네.”

“몇 번만 더 해보고. 적을 거 있으면 빨리 적어. 물어볼 거 있으면 바로 묻고.”

그렇게 하루는 올드패션드 와인드업이란 걸 배웠고.


...


“연락처는 없는데요?”

“시대가 많이 변했잖아. 그거 작성한 지가 오래돼서 그래. 알아보는 건 네 몫이야.”

“그런데 코치님이 있는데 이게 꼭 필요할까요? 그리고 코치님 말씀처럼 시대가 많이 변했잖아요. 이게...”

“그냥 알고만 있으라는 거야. 네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 필요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나중에 지도자 생활을 할 때 내 이름 말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너무 먼 이야기 아니에요?”

“멀긴. 시간 가는 거 금방이야. 잊어먹지 말고 꼭 잘 챙겨 놓으라고.”

“네...”


또 어떤 날은 여러 이름이 적힌 명단을 받기도 했다.

나름 코칭의 대가라 불리는 사람들이라고는 하는데...

이걸 받을 땐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코치님이 없을 때를 대비하라는 말씀 같아서...


...


그리고.


“컨트롤을 한다는 생각은 버려. 잡아둔다고 표현하는 게 맞아.”


코치님은 나에게 너클볼을 알려주시기 시작했다.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시며 연습장이 아닌 거실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신 코치님.


“오버와 사이드 같은 경우는 회전을 아예 없앤다고 목표를 삼는 게 맞지만 언더 스루는 아니야. 아무리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져간다고 해도 회전이 걸릴 수밖에 없어. 특히 너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 회전이 걸릴 거야.”


어느새 언더 스루 너클볼에 대해 설명을 하고 계셨다.


“그러면 안 좋은 거 아니에요?”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잡아두기가 좋다는 거야. 내 경험상 안정성은 훨씬 좋았어. 그리고 움직임이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것도 또 달라. 이게 그러니까.”


다른 때와 달리 호기심이 많아지는 오늘.

난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코치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잠시 후.


“진짜 말 많은 놈이었다고. 뭐. 지금도 그렇지만.”


어느새 과거 이야기까지 흐른 너클볼 이야기.

필 니크로와의 추억까지 나에게 알려주신다.

필 니크로와 같은 팀에서 뛰었다는 것을 몰랐던 난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코치님.”

“응? 왜?”


그건 그렇고 코치님의 이야기가 끝나자 난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질문을 꺼냈다.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 건데. 너클볼러가 되진 않아도 위닝샷으로 너클볼을 쓸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코치님의 말로는 나름 안정성도 훌륭하고 움직임도 나쁘지 않다는 언더 스루 너클볼.

중요한 순간 쓸 수만 있으면 코치님 말처럼 멍청한 짓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을 했기에.


하지만.


“가능은 하지. 이론적으로는.”

“네?”

“내가 전에도 말했지. 난 너클볼러이기도 했고 너클볼러가 아니기도 했다고. 폼이 달라지는 건 뒤로하더라도 다른 구종과 던지는 감각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너클볼이 주 구종이 되지 않는 이상 불필요한 가정이야. 잠깐의 속임수로 한 번쯤은 던질 수 있어도 위닝샷? 힘들어.”


불필요한 생각이라는 코치님.

다행히 지팡이는 날아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래도 시도는 한번 해 봐. 전에 말했듯이 도전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니까.”

“네? 진짜요?”


내 예상과 다르게 이상한 말을 하시는 코치님.

난 궁금한 표정으로 코치님을 쳐다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 한계에 부딪혔을 땐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으니까.”


‘괜히 기대했네..’


무언가 특별한 방법이 있나 했지만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내시는 코치님.

난 잠시 기대했던 마음을 바로 접어버렸다.


그리고.


“그런데 한계에 부딪혔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에요? 추상적으로는 이해가 가는데... 요새 이 표현을 많이 쓰시는 것 같아서요.”


난 다시 한번 궁금한 점을 물었다.

최근 들어 한계에 부딪혔다라는 표현을 많이 들었기에.

나중에. 언젠가는 같은 말을 붙이시며 항상 표현하셨던 표현.

머리로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기에.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넌 하나만 생각하면 돼.”


내 말에 뭐 그리 쉬운 질문을 하냐는 코치님.


“네 몸뚱어리 생각하면 딱 티가 날 거야. 만약 네가 그날을 겪는다면 너한테 한계가 왔다는 거야. 몸이 진짜로 긴장한 거니까.”

“코치님!”


미소를 지으시며 이상한 농담을 던지신다.

그날을 겪으면 한계에 부딪힌 거라니?

진짜 코치님의 농담은 재미가 없다.


‘차라리 너클볼을 숨기라고 하시지. 참.’


그렇게 코치님의 재미없는 농담 속 또 하루가 지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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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4화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1 24.09.18 425 6 12쪽
14 013화 용병 고율 +2 24.09.17 527 5 11쪽
13 012화 할아버지의 너클볼 24.09.16 731 9 11쪽
12 011화 피아노 24.09.15 803 6 12쪽
11 010화 본격적인 시작 +3 24.09.14 833 7 14쪽
10 009화 사나이 고율 +3 24.09.13 856 9 11쪽
9 008화 지팡이의 용도 +2 24.09.12 875 8 14쪽
8 007화 잔디 깎는 소년 +1 24.09.11 904 11 15쪽
7 006화 인연의 시작 +1 24.09.10 938 12 16쪽
6 005화 도대체 마이크가 누구야? +2 24.09.09 979 12 15쪽
5 004화 LSU Tigers +1 24.09.08 1,013 15 12쪽
4 003화 삼촌은 언어 인류학자다 +2 24.09.07 1,060 20 13쪽
3 002화 두 마리 토끼 +3 24.09.06 1,106 16 12쪽
2 001화 허치 상(The Hutch Award) +3 24.09.05 1,249 17 13쪽
1 000화 프롤로그 +5 24.09.05 1,336 1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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