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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왼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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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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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화 LSU Tigers

DUMMY

다음날.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Louisiana State University, LSU).


‘이 정도로 진심일 줄은 몰랐는데.’


고율과 어학원 앞에서 헤어진 진수는 교내를 걸으며 율의 얼굴을 떠올렸다.

형과 형수님이 말하길 율의 야구 실력이 썩 좋지는 못하다고 항상 들어왔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대학에 가서도 야구를 하겠다는 자신의 조카.

조카가 어릴 적 자신이 보내 준 브로마이드 덕분에 야구를 시작했다는 이유 때문일까 자신도 모르게 참견 아닌 참견을 했다.

처음 들어보는 대학 이름에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 진수.

한국 정서를 생각했을 때 아이비 리그는 아니더라도 그럴 듯한 대학은 충분히 입학 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조카에게 미국으로 오라는 권유를 했다.

야구라는 미끼를 던지기는 했지만 그저 미끼일 뿐.

그 부분에 대해선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카와 함께 아카데미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카는 야구에 너무나 진심이었다.

자신이 듣기엔 별거 아닌 일들도 조카는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사소한 정보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한 조카였다.

그래서 진수도 생각을 완전히 고쳐먹었다.

도전 그 자체에 집중을 하자고.


‘그럼 빚을 받으러 가볼까.’


자신은 인류학자.

아니 언어 인류학자.

한국에서야 마이너한 학문이고 그 안에서도 마이너인 언어 인류학자.

또 그 안에서도 마이너인 멕시코 원어민 언어를 전공으로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멕시코 커뮤니티에 몸을 담을 수밖에 없는 환경.

진수는 빚쟁이인 멕시코인 한 명을 생각하며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잠시 후.


LSU 애슬레틱 재정 위원회 사무실 한편.


“아이디어는 괜찮은 거 같은데...”

“부탁 좀 할게.”

“일단은 폴하고 이야기를 좀 해봐야 할 거 같아. 내가 아무리 힘을 쓴다고 해서 폴이 거부하면 답이 안 나와.”


약간은 애매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호세.

진수는 그런 호세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 이름을 꺼냈다.


“내가 마리아를 위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알고 있는 거지?”

“여기서 마리아 이름이 왜 나오는 거야?”

“난 정말 최선을 다 했다는 걸 알려주는 거지. 솔직히 예산 앞에서 이 정도 제안을 걷어차는 감독이 있다고? 난 네가 최선을 다 해줬으면 해.”

“하아.. 그래봤자 표 하나야. 그리고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말라고.”

“그런 눈이라니. 진정성이 보이는 것뿐이라고.”

“참 나. 마리아는 어떻게 네 밑에서 버틴 거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니까.”

“농담 좀 그만해. 내가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얼마나 인기가 좋은데.”

“그런 농담은 대학원생들한테만 통하는 거 알지?”

“그게 내가 교수를 하는 이유지.”


피식~


진수의 능청스런 대답에 피식 웃는 호세.


“빚은 빚이고. 술은 꼭 사라고.”


어떻게든 진수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며 다시 한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술자리는 늦어지면 안 되는 거 알지? 최대한 빨리 먹자고.”


호세의 미소에 진수도 미소로 대답을 했고.


“그런데 이번에 새로 펀딩 받는다면서?”

“여기서 그 소식은 어떻게 듣는 거야?”


둘은 대화 주제를 바꾸어 일상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그날 늦은 오후.


‘나중에 말 바꾸지는 않겠지?’


LSU 애슬레틱 재정 위원회 건물을 나온 폴.

LSU 야구팀의 감독인 폴은 잠시 뒤돌아서 건물을 바라보았다.

정규시즌이 시작되었기에 무척이나 바빴지만 재정 위원회의 실세인 호세의 미팅 요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현재 딱히 의논할 일 같은 건 없었기에 의아한 마음을 품은 채 호세를 찾은 폴.

그런데 굉장히 뜬금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학원에 새로 입학한 학생 한 명을 위해 파트타임 잡 하나를 만든다는 호세는 야구 팀 쪽에 자신이 힘을 실어준다는 제안을 하며 부탁 아닌 부탁을 하였다.

16개의 스포츠 팀이 존재하는 LSU.

호세의 제안은 예산에 있어 확실한 우군이 생긴다는 말이었기에 폴은 바로 커피를 한 잔 가져왔다.


어쨌든.


‘펜대만 굴려서 그런가? 이런 건 부탁할 일이 아니라 환영할 만한 일인데... 차라리 잘됐네.’


아무리 대학 야구 최고의 팀 중 하나인 LSU Tigers baseball team이었지만 선수 수에 비해 한참이나 모자란 스태프 수.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손 하나가 더 생긴다는 게 좋으면 좋았지 나쁜 건 아니었다.

다만 시설 이용이니 훈련 참관 등 학생의 편의를 봐준다는 조건이 붙긴 하였지만.


‘일반 학생 클럽 애들도 왔다 갔다 하는데 문제될 건 없지.’


부탁이 전혀 부탁 같게 느껴지지 않는 폴.


어느새.


‘훈련을 미끼로 좀 잡아 둘 수 있으려나?’


어떻게 하면 운 좋게 굴러들어온 돌을 그라운드에 오래 박을 수 있는지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폴은 다시 뒤돌아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고.

빨리 LSU Tigers baseball team 스태프 목록에 배팅볼 투수 한 명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


시간은 흘러 3일 후.


“대학 야구팀이요?”

“그래. 삼촌이 해결해 준다고 했잖아.”

“어...”

“왜?”

“그냥 좀 믿기지 않아서?”

“꿩 먹고 알 먹고라는 말 알지? 용돈도 벌고 운동도 할 수 있고. 또 돈 아낀 걸로 개인 레슨 좀 비싼 곳에서 받을 수 있잖아.”

“하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네.’


어학원 수업이 끝난 뒤 삼촌의 연구실에 도착한 난 약간은 황당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대학 야구팀에 배팅볼 투수라는 알바를 잡아왔다는 삼촌.

말이 배팅볼 투수이고 코치들을 따라다니면서 선수들 훈련을 도와주는 일이라고 한다.

또한 일하는 시간 이외에는 눈치껏 시설들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고.

삼촌이 큰 소리를 치며 해결해주겠다고 한 일이 이 일이라고 생각하자 약간은 어색한 웃음이 지어졌다.

인류학자와 대학 야구팀?

어떻게 연결 된 건지를 전혀 알 수 없었기에.


“내일 어학원 끝나고 행정팀가서 네 이름 말하면 서류 작성 도와줄 거야. 그거 끝나고 바로 알렉스 박스 스타디움으로 이동하면 돼. 그리고 거기 못 걸어가니까 꼭 차 갖고 가라.”

“남쪽 말하는 거죠? 타이거 경기장 밑에 쪽.”

“응. 표지판 잘 보고.”

“알았어요.”


대학 외곽에 위치한 알렉스 박스 스타디움을 이야기하는 삼촌.

평소 이동 길과는 반대편이라 학교 안내서에 나온 기억을 잠시 떠올리며 대답을 했다.


그리고.


“고마워요. 삼촌.”

“고맙긴 뭘.


‘너무 어색하네.’


자연스레 나온 고맙다는 말.

그런데 말을 꺼내고 나니 나도 그렇고 삼촌도 약간은 어색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참. 갈 때 마트 들린다고 했지? 시리얼 창고에 몇 개 있으니까 시리얼은 사지 말고.”

“알았어요. 저녁에 봐요~”


어색해서일까 바로 화제를 돌리는 삼촌.

나도 마트라는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연구실을 나왔다.


*****


다음날 오후.


‘이번에 새로 지었다는 건 들었는데.... 너무...’


난 알렉스 박스 스타디움 주차장에 도착을 하자 놀란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으로 대학 캠퍼스 남쪽을 지나 외곽으로 온 나.

풋볼 경기장이 엄청 큰 것은 실제로 보았지만 야구 경기장 또한 내 예상을 뛰어 넘는 크기였다.

아니 크기도 크기였지만 대학 야구에서 이 정도까지라는 생각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만 명은 넘게 들어올 수 있다고 했지?’


대학 야구에서 좌석 수가 이 정도라니.. 난 역시 미국이라는 말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미국 대학 스포츠가 유명하다는 것은 들었지만 모든 것엔 돈이 든다는 사실을 아는 나.

어떻게 이런 규모로 경기장을 짓고 유지를 할 수 있는 건지에 대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감탄은 잠시.

앞으로 여기가 내 첫 알바를 할 장소이자 날 단련시킬 곳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고.

난 LSU Tigers 야구팀 선장인 폴 마이니에리 감독님을 만나기 위해 힘차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리쿠르팅 랭크 2위라고. 너도 알다시피 !@$!%!^!#$%@#%...”

“하하... 네.”


‘조그만 천천히 말 좀 하시지..’


폴 마이니에리 감독님의 첫 인상은 무척이나 수다스럽다는 것이었다.

LSU Tigers 야구팀에 대한 애정이 강하신지 처음부터 야구팀 자랑을 시작하시는 감독님.

SEC 토너먼트 우승이니 23연승 기록이니 하는 것까지는 알아들었는데 점점 말이 빨라지시더니 점점 알아들을 수 없게 돼버린다.


그건 그렇고.


“흠흠.. 내가 말이 너무 많았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요점은 자네를 무척이나 환영한다는 거야. 특히 다른 쪼잔한 감독들과 달리 난 자네가 우리 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줬으면 좋겠어.”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러니까 파트타입 잡 스케줄에 너무 연연할 필요 없어. 서류 보내는 거야 그냥 대충 하면 되는 거고. 가장 중요한 건 자네가 훈련이 필요하다는 거 아니겠나? 그렇지 않나?”

“...그건 그런데.”

“그래야 선수단 안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거지. 코치들도 내가 이미 말을 해뒀으니까 잘 따라다니다 봐. 여기 온 이상 우린 이미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뭐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일 이야기를 하다 갑작스럽게 나오는 가족 이야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이게 된다.


어쨌든.


“일단 나가자고. 내가 알렉스 박스 스타디움 투어를 시켜주지.”

“네? 감독님이요?”

“그래. 가면서 코치들하고 인사도 하고 선수들하고 인사도 하고. 하하. 빨리 나가자고.”

“아.. 네. 알겠습니다.”


‘좋으신 분이네.’


감독님이 직접 날 데리고 투어를 해준다는 말에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던 내 감정은 어느새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

.....

.......


알렉스 박스 스타디움.

저번 달 새롭게 개장한 구장답게 엄청난 시설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라커룸.

여기가 메이저리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화스러웠다.

또한 미국의 한 스포츠 회사의 기부로 만들어진 퍼포먼스 센터는 생전 처음 보는 기구들로 인해 놀란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감독님과 함께 경기장을 둘러볼수록 참 마음에 드는 경기장.

난 계속해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니.

다시 한번 삼촌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친절한 감독님을 비롯해 미소로 날 반기는 코치님들까지도.


다만.


‘이래도 되는 거야?’


난 잠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구석이긴 하지만 라커룸 하나를 배정받자 의아한 표정을 짓는 선수들.

배팅볼 투수라는 말에 데면데면한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자신들의 영역에 내가 들어온다는 것을 알자 분위기가 약간은 이상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


감독님의 호의가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라커룸은 선수들의 영역.

이방인인 내가 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영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난 감독님을 찾아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자네가 선수들과 빨리 친해졌으면 하는 마음에 한 조치야. 경기할 때도 아니고 연습할 때 잠시 쓰는 건데 큰 문제는 없을 거야. 혹시 누가 무슨 이야기라도 했나?”

“그건 아닌데..”

“하하. 괜찮아. 괜찮아.”

“아.. 네. 알겠습니다.”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을 하는 감독님.

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빠르게 시간이 지나간 오늘.

난 눈칫밥 좀 먹으면 어떠냐 하는 생각과 함께 감독님 말처럼 사람들과 친해지면 괜찮겠지 하는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자기합리화는 개뿔.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심하게 어지럽혀져 있는 내 라커룸을 보고 있는 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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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10화 본격적인 시작 +3 24.09.14 832 7 14쪽
10 009화 사나이 고율 +3 24.09.13 855 9 11쪽
9 008화 지팡이의 용도 +2 24.09.12 875 8 14쪽
8 007화 잔디 깎는 소년 +1 24.09.11 904 11 15쪽
7 006화 인연의 시작 +1 24.09.10 937 12 16쪽
6 005화 도대체 마이크가 누구야? +2 24.09.09 976 12 15쪽
» 004화 LSU Tigers +1 24.09.08 1,011 15 12쪽
4 003화 삼촌은 언어 인류학자다 +2 24.09.07 1,059 20 13쪽
3 002화 두 마리 토끼 +3 24.09.06 1,105 16 12쪽
2 001화 허치 상(The Hutch Award) +3 24.09.05 1,248 17 13쪽
1 000화 프롤로그 +5 24.09.05 1,335 1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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