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핸드로 너클볼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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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왼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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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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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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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3화 삼촌은 언어 인류학자다

DUMMY

인정한다.

생각이 너무 짧았다.

야구를 계속한다는 플랜A와 다른 길을 모색하자는 플랜B.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둘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야구를 포기한다는 것에 대한 집중 때문인지 시야가 무척이나 좁았다.


‘미국이라...’


막내 삼촌은 미국으로 가게 되면 한국에 있는 것보다는 선택지가 무척이나 넓어질 것이라고 말을 했다.

물론 내가 열심히 한다는 가정하이지만 그저 한국에서 야구를 하러 대학을 가는 것보다는 훨씬 더 좋은 선택일 거라는 삼촌.

난 삼촌의 말을 듣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고?

나도 알고 부모님도 알고 친구들도 알고 감독님도 알고 다 아는 불편한 사실.

내가 프로를 갈 가능성이 무척이나 낮다는 것이다.

세상일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는 하지만 그저 조그마한 미련을 남기고 싶지 않아 한 내 선택의 끝이 어렴풋이 내 머릿속에 상상이 갔었기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혹시 모르잖아.’


사람이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혹시라는 단어가 바로 떠올려졌다.

미국이라면 혹시 모르지 않을까?

인프라 자체가 다른 미국이기에 나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기에.


어쨌든.


미국으로 갈 형편이 안 되면 모를까.

이미 막내 삼촌이 아주 터를 잘 닦아 놓은 상황.

물론 부모님이 무리는 좀 하시겠지만 집안이 휘청거릴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내 생각정리가 끝날 무렵.


‘도전해 보자. 고율. 한국에서 깨지는 것보다는 미국에서 깨지는 게 조금 더 폼 나잖아.’


난 가슴이 살짝 두근거린다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시간은 흘러 추석은 끝이 나고 다시 시작된 일상.


“안쪽에도 먼지 있잖아요. 겉에만 닦지 말고 구석구석 봐요.”

“알았어. 잠시만.”

“난 사골 좀 보고 올게요.”

“알았다니까. 여기는 내가 할 테니까 주방이나 신경 써.”

“알았어요.”


고가네 설렁탕집은 오픈 준비로 무척이나 분주했다.

언제나처럼 같은 일상.

그러나 테이블을 닦고 있던 진환의 표정은 썩 마음 편해보이지는 않았다.


‘하아.. 너무 멀지 않나?’


당연히 그 이유는 아들인 고율 때문.

너무나 갑작스럽게 유학을 결정했다.

집에서 무척이나 먼 대학을 가겠다고 했을 때도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바다 건너 미국이라니.

진환은 떠나도 너무 멀리 떠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항상 내 품안에만 있을 줄 알았던 아들이었는데.

진환은 시간이 참 야속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인상을 쓴 채 테이블을 닦기를 계속했고.


잠시 후.


“왜 아침부터 인상을 쓰고 있어요.”


진환의 앞에 아내인 미현이 나타났다.


“왜긴 왜야. 율이 때문이지. 너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유학 결정했잖아.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아이고. 걱정도 팔자야. 율이 이미 다 컸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어련히 알아서 잘 할까.”

“아니 당신은 아들 걱정도 안 돼?”

“유난 좀 떨지 말아요. 그리고 미국 가서 영어라도 제대로 배워오기만 해도 먹고 사는데 문제없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시간 좀 지나다보면 가업 이으면 그만인데.”

“미국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알아? 인종차별도 있고. 총도 있고. 그리고 또 뭐더라. 아! 마약도 있고.”

“당신 닮아서 율이가 위험한 짓 하겠어요. 왜 걱정을 사서 해요.”

“아니 나 닮은 게 뭐 어때서!”


자신을 닮았다는 말에 발끈하는 진환.

그 말에 미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했다.


“율이 눈물 많은 게 누구 때문인데요? 당신 옛날에 내가 헤어지자고 할 때마다 울면서 우리 집 앞에 찾아온 거 기억나요? 또 겁은 많아서. 율이 데리고 놀이동산 갔을 때 놀이기구도 제대로 못타고.”

“아니. 그건..”

“그나마 율이가 나 닮아서 강단 있어서 다행이지.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말아요. 미국 가는데 아무도 없으면 모를까 진수 도련님도 있는데 뭔 걱정이에요.”

“.....”


괜한 호들 값 떨 필요 없다는 아내의 말.

진환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사실 자신을 많이 닮은 자신의 아들.

율이가 운동을 하겠다는 말을 할 때 바로 오케이를 한 것도 여린 성격을 조금이라도 고쳤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만두더라도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지만 매번 집에 돌아와 자신들 몰래 혼자 울던 아들이 아직까지 야구를 한다는 건 악착같은 아내의 성격을 닮아서라고 생각하곤 했다.


어쨌든.


아내의 잔소리에 할 말이 없어진 진환.


“주방은 준비 끝났어? 난 화장실 좀 청소하고 올게.”


대화 주제를 바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리 아들 얼굴 보기 힘드니까 그런 거지.’


결국 속마음을 내뱉지 못한 채로....


*****


고율의 야구 유학 준비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뭐 사실 준비라는 게 거창한 건 아니지만 유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꽤나 무거웠기에 고율의 일상은 꽤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 가장 힘을 쏟은 건 영어.

삼촌을 통해 대학 부설 어학원에 들어가기로 결정이 되었기에 일단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회화에 집중을 했다.


그런데.


“율~ 진도가 생각보다 빠르네. 조금 더 실용적인 걸 배워도 될 거 같아. 미국도 사투리가 있는 거 알지? 남부면 엄청 심하다고. 그러니까 그 쪽 자료도 줄 테니까 틈틈이 공부하라고.”


‘이것도 재능인가?’


평소엔 잘 몰랐지만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다보니 나름 나한테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집안 유전자라는 게 진짜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삼촌은 언어 인류학자.

인류학자가 뭔지도 잘 모르고 언어학자랑 언어 인류학자 차이를 잘 모르기는 하지만 언어 습득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고 말을 한 삼촌.

아무래도 그 재능이 나한테도 있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래서 국어랑 영어 성적이 좋았나?’


좋으면 좋았지 나쁜 건 아니었기에 그렇게 학원 원어민 선생님과의 수업은 계속되었고.

운전면허.

운동.

친구들과의 추억 등등.

여러 일들 또한 병행하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장학생?”

“네.”


내 유학에 가장 관심을 보이신 감독님.

내 얼굴을 볼 때마다 진행사항을 물어보셨다.


“삼촌 말로는 유학생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 장학생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현실적으로 볼 때 가장 좋은 선택인 거 같아서 그 쪽으로 집중하려고요.”

“그러면 일단은 어학원으로 가는 건가?”

“네. 가장 중요한 게 영어라서. 그리고 운동은 아카데미 많다고 들어서 크게 문제는 없을 거 같아요.”

“나쁘지는 않는 거 같네.”


차라리 잘 됐다고 말을 하는 감독님.

대화를 하실 때마다 잘 될 거라고 응원을 하신다.


“내 제자 중에 메이저리그를 노리는 놈이 있다니 하하하.”

“네?”


실없지만 이상한 농담을 하시며.


*****


정신이 없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해가 지나 2009년이 되자 유학을 간다는 것이 실감되었고.

구정이 지나고 졸업식까지.

난 여유라는 단어를 느낄 새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2월 말.


[Sportsman's Paradise]


‘와아~ 멋있네.’


루이지애나 주에 위치한 배턴루지 메트로폴리탄 공항.

공항에 도착한 난 공항 위 쪽 크게 걸린 문구를 보고 드디어 미국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긴 비행시간으로 인해 꽤나 지쳐있었지만 저 문구를 보고 있자니 힘이 솟는다는 것을 느낀다.


어쨌든.


“율아!!”

“삼촌!!”


날 마중 나온 삼촌을 만날 수 있었고.


“오는 데 힘들지 않았어?”

“삼촌이 한국 올 때 얼마나 힘든지 이제야 알았어요.”

“하하. 너도 이제 내 고충을 알겠네. 그것보다 빨리 한국으로 전화부터 하자. 계속 전화 오는데 참..”

“알겠어요.”


‘분명 아빠일 거야.’


공항을 벗어나기도 전에 난 집에 전화를 했다.

사실 부모님도 처음엔 오신다고 했지만 비행기 값을 아껴 나에게 더 투자하는 게 좋겠다는 엄마의 결정에 홀로 비행기에 탄 나.

분명 아빠가 전화를 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삼촌이 건네주는 휴대폰을 받았다.


잠시 후.


“스포츠가 그 스포츠가 아니라고요?”

“그래.”


전화를 끝낸 뒤 집으로 가는 길.

공항에서 보았던 문구에 나름 감동을 받았다는 말을 하는데 삼촌이 스포츠가 그 스포츠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베턴루지라는 도시가 스포츠로 유명한 도시라 들었기에 당연히 야구나 축구를 뜻하는 줄 알았는데...

낚시나 사냥을 뜻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게 의미하는 게 뭔지 난 창밖의 풍경을 보며 알 수 있었다.


‘아니.. 주도라면서...’


루이지애나 주의 주도인 배턴루지.

생각보다 너무 시골 느낌이 강하다.


“시내 쪽은 그래도 높은 건물 있어. 그리고 있을 건 다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 네.”


내 표정을 읽었는지 어색하게 웃는 막내 삼촌.

나도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티비가 문제야.. 티비가..’


난 미국에 대한 환상이 약간은 깨졌고.


“도로 표지판 모르는 거 있으면 바로 바로 물어. 며칠은 내가 같이 다니지만 앞으로는 혼자 운전해야 하니까.”

“네.”


난 삼촌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들으며 집에 도착을 했다.


...

.....

.......


그리고.


본격적인 내 미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


열심히 준비를 했고 적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헬로우? 헬로우? 헤이!)


‘아니. 무슨...’


미국에 도착한 둘째 날.

난 심각한 문제에 직면을 했다.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벌써 전화만 6번째.

운동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는 삼촌의 말을 너무 전적으로 믿은 것 같다.

아니. 검색을 너무 소홀히 한 내 잘못이긴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다시 검색을 좀 해야 할 거 같은데.’


인프라가 좋긴 좋은 미국.

그러나 나한테 맞는 아카데미를 찾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근처 아카데미에 전화를 해 보았지만 내 수준에 맞는 클래스가 없었고.

그나마 피칭 전문 아카데미에선 내가 언더 핸드. 아니 서브마린이란 말을 듣자마자 돈을 2배 이상 부른다.

또 무슨 시설 이용료니 뭐니 하며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비용.

운동할 곳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직접 부딪히는 게 좋겠어.’


검색은 검색이고 아직 내 영어 수준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느꼈기에 삼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게 다시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았고.

난 삼촌이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3월이 되었다.


‘아무래도 시설만 이용하는 게 제일 좋을 거 같은데..’


늦은 밤 방 안에 있던 난 인상을 쓴 채 여러 자료들을 보고 있었다.

2시간 거리까지 찾아 본 아카데미들.

그나마 가격도 적당하고 시설도 꽤 괜찮은 한 아카데미를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코칭을 받기엔 가격도 가격이었지만 코치진 중 적당한 경력을 가진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놈의 서브마린.

미국이라면 뭐 좀 다를 줄 알았는데...


‘운도 좀 안 좋고.’


미국에서 서브마린 코칭으로 유명하신 분이 5시간 거리에서 피칭 아카데미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너무나 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삼촌이 그 분과 통화를 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왔다.

유명한 피칭 아카데미에서 순회 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한다.

7월 달에 배턴루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코칭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아.. 뭔가 좀 내 생각과 다르네..’


희망을 안고 온 미국.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차라리 정석적인 코스를 밟을 걸 그랬나...’


보통은 기숙형 아카데미를 선택해 야구 유학을 하는 것이 보통.

너무 희망어린 시선으로 미국을 바라본 것이 약간은 후회되었다.


순간.


똑똑~


들려오는 노크 소리.


“네.”

“아직 안 자고 있었어?”

“생각이 좀 많아져서요. 하하...”


삼촌이 내 방으로 들어오자 난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무슨 고민? 운동 하는 거 때문에?”

“그냥 그것도 그런데... 내일부터 어학원 가니까 그것도 좀 걱정되고...”

“율아.”


말을 얼버무리자 조용히 내 이름을 부르는 삼촌.

조용히 웃으며 내 어깨를 한 번 두드리신다.


“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봤어야 했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문제가 생기면 풀면 그만이야. 삼촌이 누군지는 알지?”

“네?”

“인류학자라고 말했잖아.”


‘무슨 말이야?’


뭔가 좀 뿌듯한 표정으로 인류학자라고 지칭하는 삼촌.

난 이해를 할 수 없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삼촌을 쳐다보았고.


“조금만 기다려. 삼촌이 멋진 해결법 가지고 올게.”


난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삼촌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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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5화 너클볼을 숨김 NEW 8시간 전 178 4 12쪽
15 014화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1 24.09.18 425 6 12쪽
14 013화 용병 고율 +2 24.09.17 528 5 11쪽
13 012화 할아버지의 너클볼 24.09.16 731 9 11쪽
12 011화 피아노 24.09.15 803 6 12쪽
11 010화 본격적인 시작 +3 24.09.14 834 7 14쪽
10 009화 사나이 고율 +3 24.09.13 856 9 11쪽
9 008화 지팡이의 용도 +2 24.09.12 875 8 14쪽
8 007화 잔디 깎는 소년 +1 24.09.11 905 11 15쪽
7 006화 인연의 시작 +1 24.09.10 939 12 16쪽
6 005화 도대체 마이크가 누구야? +2 24.09.09 979 12 15쪽
5 004화 LSU Tigers +1 24.09.08 1,013 15 12쪽
» 003화 삼촌은 언어 인류학자다 +2 24.09.07 1,061 20 13쪽
3 002화 두 마리 토끼 +3 24.09.06 1,107 16 12쪽
2 001화 허치 상(The Hutch Award) +3 24.09.05 1,250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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