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핸드로 너클볼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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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왼팔
작품등록일 :
2024.09.0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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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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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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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12화 할아버지의 너클볼

DUMMY

생소한 경험이었다.

손 안에서 손끝으로 공이 움직여 나간다는 게.

찰나의 순간 긴 과정을 느낀다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어느 순간 확 달라질 거라는 코치님의 말엔 거짓이 1도 없었다.


다만.


‘이게 맞는 거야?’


내가 상상했던 공의 움직임과 괴리감이 느껴지는 내 포심 패스트볼.

언더핸드라면 당연히 뱀직구라 불리는 싱커성 무브먼트어야 하는데...


‘왜? 오른쪽이야?’


반대로 움직이는 내 공의 궤적을 보자 난 코치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코치님. 공 잡는 걸 좀 바꿔볼까요?”


당연한 질문이라고 해야 하나?

자연스레 튀어 나온 내 속마음.


“됐어. 그대로 가자고.”


그러나 코치님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했잖아. 장점을 살리는 게 최고라고. 힘 좀 붙고 조금 다듬으면 나중에 꽤나 볼만할 거야. 컷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잡고 시작하자고.”


내 표정과 다르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코치님.

무언가 생각이 있으신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신다.


‘집에 가서 물어봐야겠다.’


난 질문할 게 무척이나 많았지만 오늘 코치님의 컨디션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마리아노 리베로처럼 너도 언더스루 커터 하면 네 이름을 떠오르게 하라고.”

“.....”


‘마리아노 리베로처럼이라니...’


난 오랜만에 다시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고율 스타일도 그렇고 민망한 말을 스스럼없이 하시는 코치님.

다른 건 다 적응해도 이런 건 잘 적응이 되지 않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빨리 마무리 운동 시작해.”

“알겠어요.”


‘고율 커터? 이름도 이상한데. 워워~ 잊어버리자.’


내 얼굴을 못 보신 듯 다시 자리에 앉는 코치님.

나 또한 재빨리 등을 돌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그리고 그날 저녁.


[헛스윙~ 삼진. 데이비드 프라이스의 슬라이더. 오늘 무척이나 강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쳤습니다. 뒤로~ 뒤로~ 카를로스 고메즈 빠르게 뛰어갑니다. 그리고 점프! 잡았습니다.!]


[다시 한번 헛스윙~ 오늘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쓰고 있는 데이비드 프라이스입니다.]


티비에선 미네소타 트윈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고.


“투심 패스트볼이요?”

“그래. 투심.”


코치님과 난 가끔 티비에 시선을 두며 앞으로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힘을 제대로 쓰기 전까지 삼진 생각은 버려. 초반엔 무조건 땅볼을 노리는 쪽으로 가는 게 맞아. 일단 투 피치로 그라운드 볼 비율을 높이는데 집중할 거야. 어차피 구속 늘리려면 시간 걸리니까.”


수평 무브먼트에 집중을 해 그라운드 볼 비율을 높이자는 코치님.

다음 공으로 투심 패스트볼을 이야기하신다.

원래는 싱커를 생각하고 있었던 나였기에 뭐 그게 그거지라 생각하며 코치님의 생각의 동의를 했다.


다만.


“그건 그런데...”

“응? 왜?”

“쇼 케이스 생각하면 그래도 구종 한 두 개 더 연습해야 하지 않을까요?”


난 쇼 케이스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연도 11월에 있을 장학생 선발 쇼 케이스.

구종 2개만 갖고 가기엔 약간은 불안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 보니까 디비전2 이하 학교들이던데 재고 말게 뭐가 있어.”


그러나 학교 수준을 이야기하며 뭔 걱정을 하냐는 코치님.

그 정도 대학교야 그냥 문을 박살내며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니까요. 경쟁률 엄청 쌔단 말이에요.”

“그거야 네 생각이고.”


매번 쉬운 게 아니라고 해도 코웃음만 치시는 코치님.

당사자는 난데 나보다 더 자신감이 있으시다.


“어차피 그만 둘 대학교인데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

“아니...”

“티비나 봐. 그냥 볼 생각 말고 생각하면서 보고.”

“.....”


내가 이상한 건지 코치님이 이상한 건지. 참.

대학교 따위는 그저 스쳐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는 코치님이다.

이쪽으로는 코치님과 전혀 대화가 안 통한다고 생각하는 나다.


어쨌든.


야구를 보는 것도 교육이라는 코치님의 철학에 따라 난 대화를 멈추고 티비에 시선을 집중했고.


[프란시스코 리리아노가 내려가고 다음 투수가 올라옵니다. 너클볼 투수인 R.A. 디키....]


[너클볼 치고는 꽤나 빠른 구속입니다. 지금은 79마일을 찍었습니다.]


[1루에서 아웃~ 무실점으로 이번 이닝을 막아내는 R.A. 디키.]


“코치님 근데 너클볼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돼요? 안 써도 알고는 있어도 되잖아요.”


난 R.A. 디키가 던지는 너클볼을 보고 코치님을 쳐다보았다.

투수로서 호기심이라고 해야 하나?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은 꽤나 차이가 있다고 생각을 했기에.

또한 너클볼은 사나이 고율의 가슴을 울리는 공이지 않는가?

난 너무나 자연스럽게 너클볼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흡!”

“뭐하냐?”

“네? 하하...”


밑으로 손을 뻗는 코치님.

난 자연스럽게 머리 위로 손을 올렸지만 내 예상과 달리 지팡이는 날아오지 않았다.

지팡이 대신 리모컨을 잡은 코치님.

음소거를 하신다.

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조심히 손을 내리며 코치님을 쳐다보았고.


“여유 있을 때 알려줄 거야.”

“네? 진짜요?”


‘언제는 멍청한 짓이라며 그렇게 웃으셨으면서...’


난 살짝 당황을 했다.

잔소리를 들을 줄 알았지만 알겠다는 코치님의 반응이 무척이나 생소했기에.


어쨌든.


“경기나 계속 봐.”

“네.”


여유 있을 때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려주겠다는 코치님의 말에 난 다시 티비로 시선을 돌렸다.


...

.....

.......


[R.A. 디키의 하드 너클볼. 이번엔 헛스윙을 이끌어냅니다. 이번 겨울 필 니크로와의 만남 이후 완성도가 무척이나 높아졌다고 말을 했죠?]


‘젠장...’


토마스는 무척이나 기분이 안 좋았다.

R.A. 디키의 너클볼은 자신의 너클볼과 무척이나 유사했다.

당연히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어야 한다.

하지만 무슨 생소한 너클볼을 보듯이 하드 너클볼이란 말을 하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들.

그저 노히터 패배라는 기억 속 불운의 아이콘으로만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생각하자 울분이 터진다.


‘전화를.. 쯧. 아니다.’


같은 팀에서 뛰었던 필 니크로에게 전화를 할까 잠시 생각을 한 토마스.

순간 후배에게 무슨 추태냐는 생각에 바로 그 생각을 접었다.


어쨌든.


‘알려는 줘야겠어.’


때마침 들려오는 꼬맹이의 목소리.

평소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겠지만 기분이 별로여서일까.

자신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것보다는 꼬맹이에게 자신의 너클볼을 전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비록 실전에 쓰지는 않겠지만 꼬맹이도 시간이 흘러 지도자의 길을 선택한다면 누군가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멍청한 짓은 하지 않겠지?’


살짝 걱정은 되는 토마스였다.

그리고 슬쩍 꼬맹이의 얼굴을 확인한 토마스는 설마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며 다시 티비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


그리고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러 어느덧 6월 중순.

알렉스 박스 스타디움은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고 어수선했다.


“협상 어떻게 됐어? 200만 달러 이상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그냥 1년 더 할까?”

“지도자 제안 받았다면서? 대학원 가려고?”

“디트로이트에서 제안은 왔는데.. 고민이야.”

“에이전트는 뭐라고 하는데?”

“대학원은 가지마. 거긴 사람이 가는 곳이 아니라고.”


당연히 그 이유는 드래프트 일정이 끝났기 때문.

야구 명문답게 6명의 선수가 10라운드 이내에 지명이 된 LSU Tigers.

지명이 안 된 선수들도 논 드래프트 계약이니 대학원 진학이니 미래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한 알렉스 박스 스타디움이었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도 해야 할 것은 해야 하는 법.


펑!


“68.”


펑!


“70.”

펑!


“69.”


펑!


“70.”


“이번엔 괜찮았는데. 진짜 70마일 안 넘었어?”

“보여줄까?”

“됐어.”


‘정확하네. 그놈의 계획은... 무슨...’


난 타일러와 쉐인의 도움을 받아 구속을 측정하고 있었다.

극단적이란 표현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내 투구 폼.

당연하게도 구속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처음 60마일에서 시작한 구속이 어느새 70마일 근처까지 올라온 것을 보자 코치님의 계획대로라는 말에 약간은 소름이 돋는다.

이 정도에서는 이만큼 저 정도에선 저만큼이라는 코치님.

딱딱 맞아 떨어져나가는 게 살짝은 무섭기까지 하다.


그건 그렇고.


“나 타석에 서 봐도 돼?”

“왜? 쳐보게?”

“당연하지. 왜 무서워?”

“나 호랑이인 거 몰라?”

“새끼 호랑이?”

“내기 하자고. 앞으로 호랑이 앞에 새끼를 빼라고.”

“그럼 넌 밀크셰이크 사.”

“딜!” “딜!”


한번 붙어보자는 타일러.

몇 번 붙어본 것도 아니고 첫 승부에 내기를 받아들이다니.

승률 99%의 싸움이다.

아무리 잘났어도 생소함에 낯섦을 더한 나에게 첫 승부?

난 살짝 비웃는 표정으로 타일러를 바라보며 밖으로 나가자는 제스처를 취했고.


깡!

깡!

깡!


잠시 후.


“밀크셰이크 3잔 주세요. 얼마에요?”

“사이즈 큰 걸로 주세요!”

“.....”

“왜?”

“아니야. 큰 걸로 주세요. 얼마에요?”


난 한숨을 쉬며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

.....

.......


그리고.


그날 저녁.

알렉산드리아.


“무슨 타구가 총알인 줄 알았다니까요. 그리고 투심 패스트볼은 담장까지 맞았어요.”

“잘 맞았네.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

“그렇.. 네? 잘 맞아요? 그리고 뭘 틀리지 않아요?”


코치님과 오늘 타일러와의 승부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뭔가 잘못된 거 같아 이야기를 꺼냈는데 코치님의 반응이 이상하시다.


“타자가 치기 좋게 던지는 것도 재능이야.”

“아니. 그게 무슨...”

“어차피 실전에서 던질만한 공이 아니었잖아. 그런데도 타자의 스윙을 이끌어낸 거 보면 꽤나 재능이 있는 거라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모든 건 계획대로 가고 있으니까.”

“.....”


‘아니 설명의 방향이 조금 잘못되신 거 같은데...’


너무나 자신 있게 말씀을 하시는 코치님.

내 질문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리고.


“이제 슬슬 제대로 공 던질 준비하자고. 다음 주부터 훈련 파트너 올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훈련 파트너요?”

“그래. 언제까지 네트에만 공 던질 수 없잖아.”


훈련 파트너 이야기를 꺼내신 코치님.

훈련 때 호흡을 맞출 포수가 온다는 이야기를 하신다.

파트너라는 걸 아예 생각하지 못해서일까.


“누군데요? 혹시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난 밀크쉐이크 생각이 바로 없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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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5화 너클볼을 숨김 NEW 7시간 전 172 4 12쪽
15 014화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1 24.09.18 425 6 12쪽
14 013화 용병 고율 +2 24.09.17 527 5 11쪽
» 012화 할아버지의 너클볼 24.09.16 731 9 11쪽
12 011화 피아노 24.09.15 803 6 12쪽
11 010화 본격적인 시작 +3 24.09.14 832 7 14쪽
10 009화 사나이 고율 +3 24.09.13 856 9 11쪽
9 008화 지팡이의 용도 +2 24.09.12 875 8 14쪽
8 007화 잔디 깎는 소년 +1 24.09.11 904 11 15쪽
7 006화 인연의 시작 +1 24.09.10 937 12 16쪽
6 005화 도대체 마이크가 누구야? +2 24.09.09 978 12 15쪽
5 004화 LSU Tigers +1 24.09.08 1,013 15 12쪽
4 003화 삼촌은 언어 인류학자다 +2 24.09.07 1,060 20 13쪽
3 002화 두 마리 토끼 +3 24.09.06 1,106 16 12쪽
2 001화 허치 상(The Hutch Award) +3 24.09.05 1,248 17 13쪽
1 000화 프롤로그 +5 24.09.05 1,335 1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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