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맹 말단은 마신이어라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퓨전

새글

손연우
작품등록일 :
2024.09.06 13:51
최근연재일 :
2024.09.19 13:27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4,339
추천수 :
162
글자수 :
80,958

작성
24.09.11 17:35
조회
251
추천
8
글자
12쪽

날 도와

DUMMY

2



“······하긴, 금화 향주인 월영 루주가 사파들 목록들만 뽑아준 것도 의미심장하긴 했지.”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서진님의 무모한 시도를 막기 위한 걸 수도 있습니다. 하나같이 잔악하기로 이름난 사파들이었으니까. 상식적으로 그들이 연관되어 있지 않다는 게 더 이상하긴 하죠.>


“만약 너의 말대로 무림맹에 답이 있다면, 일단은 그 사파들에 대한 적개심을 유지하는 게 유리할지도 모르겠군.”


<그렇습니다. 위장은 생존에 중요한 거니까요.>


“결국 답은 복수를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는 거네. 그러려면 돈도 많아야 하고.”


기부금을 내서라도 어디든 들어가려면, 돈이 중요했다. 고용인들의 장례와 유족들에 대한 위로금을 치르느라, 수중에 있던 돈은 다 썼다.

일단은 장례식은 빠르게 정리하였다.

애초에 장례식엔 올 사람도 없었다.

삼년상도 치르지 않은 불효자식이란 불명예를 얻게 되겠지만, 개망나니로 일관성이 있었기에 크게 회자는 되지 않았다.

물론 평판은 더욱 나빠졌지만,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선 무공을 익히는 게 급선무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무공이 뚝 떨어질 일은 없었기에, 일단 아버지의 개인 비밀 금고부터 찾았다.

서가장은 그야말로 쑥대밭도 모자라 잿더미가 된 터라, 아버지의 개인 금고만이 살길이었다. 개인 금고는 강호제일이라 불리는 배금전장(拜金錢莊)에 있었다.

도성의 배금전장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최고의 귀빈이었던 서진은 평소 알고 지내던 부 장주부터 찾았다.

부 장주는 서진을 보자마자 인상을 굳혔다.


“서진 공자, 어쩐 일이시오?”

“아버지의 개인금고를 찾고자 왔지.”

“기관 장치를 푸는 암호문을 모르면 찾을 수 없소만, 알고 계시오?”


냉랭한 표정은 예전과 너무 많이 달라진 서진의 상황을 말해줬다.

예전엔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처럼 굴더니.

아마도 서가장주의 급사로 암호문을 모를 거라 생각했나 보다.


“알고 있으니, 안내하지.”

“······!”


소스라치게 놀란 부 장주는 바로 태도를 달리했다.


“······그, 그러셨군요! 서진 공자님께서 고인이 되신 서 장주님의 개인금고를 찾으시게요? 늦었지만, 삼고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사람이 너무 손바닥 뒤집듯이 휙휙 달라지는 거 아니오?”

“허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저희 배금전장은 최고 귀빈인 서진 공자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 뿐이지요. 자, 여기 앉아서 용정차라도 한 잔 하시며 쉬고 계시지요.”

“······.”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하지만 서진은 오히려 이런 속물들이 상대하기 편했다.

부 장주가 살갑게 웃으면서 우려온 용정차 한 잔을 마시면서, 여유롭게 다리를 꼬았다. 이곳 전장에선 돈이 곧 힘이자, 명패였다.


“아, 덥네.”


팔락팔락.

부 장주는 서둘러 부채마저 부치며, 어디 불편한 곳 없냐고 묻기까지 했다.


“마음이 불편하군. 아깐 차 한 잔도 안 내오더니. 다른 전장으로 가고 싶을 정도야.”

“허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다 하십니까? 우리 배금전장은 오직 서진 공자님 밖에 없습니다. 서진 공자님은 우리 배금전장의 빛과 소금 같은 존재 아니십니까?”


그러면서 연신 손바닥을 비벼댔다.


“흥! 내가 개인 금고의 돈을 모조리 찾아갈까 봐 걱정되나 보군. 요즘 중원전장 이율이 그렇게 좋다던데?”

“어이쿠, 무슨 그런 끔찍한 말씀을. 서진 공자님께선 절대 푼돈 따라가시는 분이 아니시라는 걸 믿고 있습니다.”

“그럼?”

“신뢰와 안전이지요!”

“글쎄.”

“어디 중원전장 같은 수준 떨어지는 곳이 감히 서진 공자님의 돈을 맡을 깜냥이나 되겠습니까? 이율은 맞춰드리겠습니다! 게다가 저희 배금전장은 오로지 서진 공자님의, 서진 공자님에 의한, 서진 공자님을 위한 곳입니다. 평생 귀빈으로 모시겠습니다!”


허리를 반으로 접어 정수리까지 보여주는 부 장주에 서진은 어깨를 으쓱였다.


“뭐, 두고 보지.”


서진은 가볍게 찻잔을 내려놓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부 장주를 따라, 안쪽으로 향했다.

그곳엔 최고의 귀빈들을 위한 개인 금고들이 있었다.

개인 금고 별로 직접 설치한 잠금이 되는 기관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서진은 그 기관 장치의 암호문을 알고 있었다. 그의 아버지 서중영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어렸던 서진에게 알려줬었다.


‘······마치 이런 상황이 올 걸 예상한 사람처럼 말이지.’


어렸을 적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기관 장치의 암호를 끄집어낸 건, AI 덕분이었다.


“여깁니다, 서진 공자님.”

“······!”


아버지 서중영에게 배정된 개인금고는 정말이지 컸다.

왜 이렇게 부 장주가 알랑방귀를 뀌어 대는지 대번에 이해가 갈 정도였다.


달그락, 달그락.

여진은 개인금고 앞의 기관 장치를 조작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배열해야만 열리는 기관 장치였기에, 뒤에 선 부 장주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만 봤다.


덜커덩!

마침내 개인금고의 기관 장치가 풀리는 소리에 부 장주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드디어 열리고 만 개인금고, 이제부터는 전주(錢主)는 서진 공자였기에, 자연스레 비굴한 목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이쿠! 서진 공자님, 감축드리옵니다!”

“뭘, 감축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자연스레 말투가 하대로 바뀐 서진이었지만, 부 장주 여소평은 세상 공손한 태도로 외쳤다.


“천천히 살펴보십시오. 소인은 인수인계를 위한 서류를 당장 준비해오겠사옵니다!”

“흥.”


서진은 가볍게 콧방귀를 끼워주고는 안으로 홀로 들어갔다.


덜커덩.

안으로 들어가자, 기관 장치는 다시금 작동하여 밖과 안을 완전히 밀폐시켰다.


“······!”


안을 바라보는 서진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싯누렇게 변했다.

아버지의 개인금고 안에 아무것도 없어서가 아니었다.

개인금고 안 황금색 빛들 때문이었다.


<······놀랍군요, 정말.>


오죽하면 AI마저 이리 말했을까.

서진은 입가에 그림 같은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이정도면 할 수 있을지도.”


불가능할 거라고 여겨졌던 복수.

그 복수를 실행하기 위한 자본금은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해서 서진은 다른 쪽으로도 눈을 돌려봤다. 시작 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건 기본이었으니까.


“강호에서 가장 유명한 문파들을 통해 무림맹에 들어가는 방법은 고려할 만하나?”


<도가 계열 문파들은 무림맹 뿐만 아니라, 문규에 얽매이는 경우가 있으니. 무림맹 내에서 행동이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실제로 복수가 목적인 서진님과 어울리지도 않고요. 아마 도가 계열 문파는 개인적인 복수는 엄금할 겁니다.>


“공적인 복수는 된다는 건가? 개인적으로 쳐서 공적인 일로 만들면.”


<아마 문파에서 파문을 당하겠죠.>


“파문을 당하면 그것도 문제군.”


사지 근맥을 자르는 건 기본에 없는 단전까지 폐할 수 있으니까.


“그럼 혈통 계열인 세가들은?”


<일단 세가들은 그들과 혈연으로 이어져 있지 않으면, 혈통 계열 무공은 익힐 수 없으니 제외시켜야 합니다. 그나마 당문이 데릴사위제로 간혹 외부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긴 하지만, 명성과 무공이 높지 않은 이는 쳐다보지도 않으니, 역시 제외해야겠지요.>


“차라리 일인전승(一人傳承)을 고집하는 강호의 기인들을 찾아가 무공을 전수해달라는 건 어떨까?”


<혹 알고 계시는 분은 있으십니까? 정확한 위치도요.>


“없지, 부평초처럼 떠도는 분들이 대다수고. 은거에 들어가신 분들이 많아서, 거의 사막에서 바늘 찾기라고 봐야겠지.”


머리를 맞대고 골똘히 생각할수록, 아무런 연줄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 무공을 익힌다는 건 정말이지 어려웠다.

특별한 체질을 타고나, 그들의 눈에 띄어 거두어지지 않는 이상.

그들이 쌓아온 아성을 홀로 넘어 들어간다는 다는 건,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려는 것처럼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괜히 무림인들 특히, 명문정파에 들어간 이들이 하늘에 선택된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들어갈 엄두조차 낼 수가 없었다.

돈을 써서 속가제자로 들어간다고 해도.

막대한 기부금만 내고,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하고 문규에 얽매여 늙어 죽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래서 나 같은 어중이떠중이가 사파에 적을 두는 건가? 문호를 자유롭게 개방하고, 누구나 받아들이니까. 칼받이겠지만.”


<아마 사파에 들어가는 순간, 사파 연맹이 움직일 테고. 가지고 있던 돈은 모조리 뺏길 가능성이 큽니다. 그 보물을 감당하려면 그에 걸맞은 힘을 가져야 하는 법입니다.>


“······.”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한 마디로.


“자살행위군.”


빠르게 몸을 담을 곳을 정해야 했다.

차라리 돈을 물 쓰듯이 써준 서진이란 물주를 일찌감치 손절한 하오문이 나을 정도였다.


‘아니지, 하오문도 마찬가지일 거다. 그래서 월영 루주가 날 손절한 걸지도.’


<그렇다면, 남은 건 외곽 지역에 있는 새외의 강호들입니다.>


“이젠 하다 하다 거기까지 가야 하나?”


<머나먼 북부에 있는 북해빙궁과 대막의 태양궁. 천산 너머에 있는 천마교와 십만대산의 혈마교, 남만의 야수궁, 서장의 포달랍궁, 천축의 대뢰음사가 있습니다.>


“거기까지 가기도 전에 죽을 거 같은데?”


서진의 회의적인 반응에 AI도 동의한다는 듯이 침묵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월영 루주가 말한 막대한 기부금을 내서 세가나 문파로 들어가라는 방법은 단순히 목숨줄을 부지하는 정도에 불과하였다.

아버지 서중영의 말처럼 복수라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었다.


“역시 처음부터 답은 정해져 있었군.”


<무림맹으로 결정하신 겁니까?>


“그래. 무림맹의 말단 무인이라도 들어가서 대체 무슨 그날 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부터, 직접 조사해봐야겠지. 단순히 손을 빌린 건지 아니면, 직접 손을 쓴 건지.”


무림맹주 검선의 제자 중 하나인 천무휘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고.

하오문의 금화 향주가 사파들의 목록만 추려온 것만 봐도.

무림맹을 향해 모든 의심이 쏠린다.

금화 향주를 만나야 할 때다.




서진은 월영루에 도착하자마자, 최상층으로 안내되었다.

이미 망한 서가장이었지만, 이미 저잣거리엔 서진이 서가장의 막대한 금을 물려받았다는 소문이 쫙 퍼져 있었다.

서진을 바라보는 월영루의 기둥서방인 칼잡이들의 눈동자가 번뜩이고 있었다.


“······.”


서진은 담대하게 놈들을 마주 쏘아보자, 칼잡이들은 머쓱하게 고개를 돌렸다.

아직까지 월영의 영향력이 미친다는 뜻이었다.

때마침 접객실에 월영이 꾸미지 않은 수수한 얼굴로 들어왔다.


“······설마 이렇게 빨리 찾아오실 줄은 몰랐는데.”

“상황이 급박해서.”

“역시 마음이 바뀌셨나 봐요? 금강석을 가져가러 오신 걸 보면.”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지 말고. 내 소문 들어 알고 있잖아.”

“네, 일약 청년 부호가 되셨다는 소문은 들었지요.”

“그래서 의뢰 좀 하려고.”

“의뢰를요? 하오문은 서진 공자의 의뢰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알아. 하지만 금화 향주, 개인은 아니지.”

“······.”


월영은 그 말에 미소를 싹 지웠다.


“···이게 금강석을 준 대가인가요?”

“아니, 지난날의 인연인 월영 말고. 앞으로 하오문의 분타주가 될 금화 향주에 대한 투자라고 해두지.”

“······!”


월영의 커다란 두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

서진의 두 눈동자 속에 활활 타오르는 의지 때문이었다.


“내가 분타주가 되도록 도와주지. 그러니까 날 도와.”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맹 말단은 마신이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무림맹주의 그림 NEW +1 13시간 전 85 5 10쪽
14 엄청난 성장 속도 24.09.18 140 7 10쪽
13 교육을 받다(2) +1 24.09.17 151 10 14쪽
12 교육을 받다(1) +1 24.09.16 158 11 11쪽
11 세상에 고통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 24.09.15 158 8 13쪽
10 무림맹에 입맹하다 24.09.14 176 8 14쪽
9 어디 한 번 당해보거라 +1 24.09.13 185 15 12쪽
8 무림맹으로 향하다 +1 24.09.12 210 10 13쪽
» 날 도와 24.09.11 252 8 12쪽
6 검선의 제자 천무휘(2) +1 24.09.10 303 9 14쪽
5 검선의 제자 천무휘(1) 24.09.09 362 11 10쪽
4 절호의 기회 +2 24.09.08 407 14 12쪽
3 무공을 익히는 걸 추천합니다 24.09.07 476 10 11쪽
2 마신(魔神) 등록 완료 +1 24.09.06 555 18 12쪽
1 서장, 변고가 생기다 +2 24.09.06 722 18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