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맹 말단은 마신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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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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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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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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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 번 당해보거라

DUMMY

第 三 章












1



“뭐야? 무슨 일이야?”

“입맹을 신청한 자라는데, 무공을 익히지 않았나 봐? 독사가 저 바위를 옮기라고 했다는군.”

“와, 독사 인성 보소. 저 바위를 옮기려면 최소 오 년 내공은 있어야 하는데. 무공도 안 익힌 초짜가 옮길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러니까, 힘겹게 용을 쓰다가 코피가 터지거나, 똥이나 지리게 만들겠다는 거지.”

“치졸한 독사 답네.”


연무장에서 수련하던 무림맹의 맹원들도 관심이 생겼는지, 구름떼처럼 몰려들었다.

저걸 들 수 있을지 말지, 내기를 하는 이들마저 생길 정도였다.

덕분에 시끌벅적해졌고, 주변에 지나가던 사람들의 관심도 쏠렸다.

때마침 대 연무장에 체력 단련을 하려고 왔던 검선의 어린 제자들의 관심마저 끌었다.

어린 제자들은 체력 단련도 병행했기에, 간혹 삼삼오오 짝을 지어 왔다.


“와, 저 기생오라비가 바위를 옮긴다고?”

“가뿐하지. 사형은 어때요?”

“······너같이 머릿속까지 근육인 괴물이라면 모를까. 내공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지.”


사형 천무휘의 담담한 말에 전위경은 칭찬인지 욕인지 헷갈려 하자, 전여령은 풋하고 웃었다.

천무휘의 말처럼 무공을 익혀 내공을 가지고 있거나, 천생신력을 타고났다면 모를까.

딱 보기에도 호리호리한 서진은 절대 들 수 없는 무게였다.

천무휘가 이를 가장 잘 알았다.

하물며 하단전이 없는 천형을 타고난 인물이었기에, 애초에 성공할 수 없는 시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뭘 믿고 저리 당당한 건지, 모를 일이군.’


서진의 두 눈빛은 형형하게 빛났다.


“···어떻게든 옮기기만 하면 된다는 거요?”

“물론, 남을 시키는 것만 제외하고 들어서 옮기면 된다.”


꼼수를 차단하는 독사에 서진은 입술을 한 일자로 굳게 다물었다.


‘어려울 것 없지.’


순간 서진의 생각을 읽은 AI가 말했다.


<설마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하려는 건가요?>


“그래.”


서진은 연무장에 들어오면서 봐뒀던 병장기들이 놓여있는 진열대로 향했다.

전위경과 전여령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잘게 부숴서 옮기려는 건가?”

“내공도 없이 부수는 게 가능해요?”

“나라면 가능하지, 이 두 주먹으로 가루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사제처럼 단순 무식한 자는 아니지. 돈처럼 머리도 잘 쓰고, 사람 마음도 잘 사지.”


천무휘가 씁쓸한 미소를 짓자, 전위경은 가자미눈을 떴다.


“사형, 내가 아무리 사형을 좋아해도 이렇게 말끝마다 절 까시면 내가 많이 곤란하지요. 일전에 사형이 나만 빼고 최고급 기루인 월영루에 간 것도······!”

“쉿.”


천무휘가 검지를 들어 제 입술을 가렸다.

말문이 막힌 전위경은 부들부들 떨었지만, 전여령마저 팔뚝을 찰싹! 때리며 좀 조용히 지켜보라고 했다.

마침 서진이 그중 단단하고 긴 철봉을 쥐고 있었다.


<작용점을 이용하려면, 단단한 받침점이 있어야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지구보다 가벼운 바위쯤은 가볍게 들어 올릴 수 있게 되죠.>


받침점으로 쓸 단단한 철구(鐵球)는 많았다.

내공 수련뿐만 아니라, 육체 단련도 게을리하지 말라는 현 무림맹주 천양풍의 방침 때문이었다.


쿵, 쿵!

바위 옆에 그보다 훨씬 가벼운 철구를 낑낑대며 가져오는 모습에 지켜보던 사람들은 실소를 흘렸다.


“어이구, 얼굴 벌게진 것 좀 봐. 벌써 오줌도 모자라, 똥까지 지린 거 아냐?”

“저걸로 바위를 깨려는 건가?”

“그러다 손목 나가지. 얼굴이 나가거나.”


무인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위경도 안쓰러웠는지 팔 근육에 불끈 힘을 주었다.


“내가 가서 들어주고 싶군. 불쌍한 저자를 위해.”

“그냥 힘 자랑하고 싶은 거겠죠. 관심이 고픈 종자시니.”

“아니야! 아니라고!”

“아, 왜 윽박지르고 난리에요!”

“······.”


전위경과 전여령 남매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천무휘는 의외라는 듯이 서진을 바라봤다.

마침 서진은 바위 옆 양쪽 땅을 파고 있었다.

개처럼 파는 그 모습에 무림맹의 무인들은 하나같이 비웃음을 흘렸지만, 곧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쿵쿵쿵쿵.

서진이 바위 옆쪽에 나무 기둥들을 늘어놓았는데.

독사를 비롯한 모두가 서진의 노림수가 뭔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밀어내서 굴리려고 한다는 것을.

그 생각이 맞다는 걸 증명이라도 한 듯.

등까지 흠뻑 젖은 서진이 바위 옆에 철구를 놓고, 바위 아래 만들어 낸 틈에 철봉을 넣었다. 철구는 그 아래에 받침으로 놓고.


“끄으으응!”


그리곤 있는 힘을 다해 체중을 실어 당겼고, 제대로 받침점을 받은 바위는.


드드드드.

미리 파둔 쪽으로 무너지듯이 굴려졌고, 그대로 나무 기둥 위로 쓰러졌다.


쿵, 쿵!

다행히 나무 기둥들은 바위 무게를 버텨줬고.

서진은 그 위에 올려진 바위를 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무 기둥 위를 바위가 지나가면, 남겨진 기둥들을 들고 앞에다 놓고 다시 밀기를 반복하였다.


쿠웅.

그렇게 반복하자, 처음 독사가 말한 위치까지 바위를 옮기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말없이 서진을 지켜보던 이들은 이제 독사에게 흥미로운 눈빛을 보냈다. 어찌 됐든 옮기긴 했지만, 모두가 생각하던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마침 독사가 팔짱을 낀 채 어깨를 으쓱였다.


“···난 분명 들어서 옮기라고 한 거 같은데?”

“말 그대로 지렛대로 들어서 옮겼소.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내 힘으로.”

“도구를 써서라고는 말하지 않았는데.”

“사람과 짐승을 구분 짓는 게 무엇이오? 바로 도구를 쓰는 거 아니요?”

“호오.”


서진의 반격에 주위에 있던 무인들이 놀라워했다.


“···들었어요? 전위경 오라버니? 도구를 쓰지 않고, 힘자랑만 하는 사람은 짐승이래요, 짐승!”

“제길!”


잠자코 있던 전여령의 뼈를 때리는 말에 전위경은 반박하지 못했다.

천무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서진의 이어진 말이 새삼 마음에 와닿아서다.


“무공을 익히는 데 필요한 자질은 힘만은 아닐 거요. 도구를 쓸 줄 안다는 것, 무기를 쓴다는 것과 다르지 않을 테고. 머리를 쓰는 것 또한 무공을 익히는데 좋은 자질이 아니겠소? 단순히 힘자랑만 하는 이를 차력사라 하지, 무인이라고 하지는 않으니까.”

“······!”


반박할 수 없는 논리정연한 말에 독사는 입을 다물었다.

그건 다른 무인들도 마찬가지.


“흐음, 듣고 보니 그렇긴 하지.”

“하긴, 무조건 힘만으로 옮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무공을 익히는데 머리도 매우 중요하니까.”


다들 그럭저럭 납득이 간 표정들을 하였다.

독사도 그런 분위기를 읽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여기서 물러나기엔 지켜보는 눈이 많았다.


“말은 청산유수군! 하지만 무공을 애초에 익힐 수 없는 자라면, 잔머리가 굴린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터.”

“······.”


억지를 부리는 듯하나, 다들 어느 정도 수긍했다.

무공을 익힐 수 없는 자가 눈앞에 있었으니까.


“···익힐 수 있다면.”

“뭐?”


생각지도 못한 서진의 대답에 독사가 어이가 없어 했다.

지켜보던 이들도 실소를 금치 못하였다.

전여령이 작게 혀를 찼다.


“단전이 없다지 않았나요?”

“그래, 사내라면 근성으로라도 익혀야지! 단전이 없으면 나처럼 근육을 키워, 외공의 고수가 될 수 있지, 암!”


전위경은 마음에 들었는지 손뼉까지 치며 손가락질 했다.


“사형이 좀 말려봐요. 당장 나설 기세잖아요?”

“······.”


대답 없는 천무휘는 기시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익히면 어쩔 건데?”

“뭘 익혀?”

“무공 익혀주겠다고. 왜 내가 정말 무공을 익힐까 봐, 겁나나?”


서진의 도발적인 눈빛에 독사는 슬슬 울컥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지켜보는 상황에서 억지를 부리고 있는 상황인데, 서진은 어딘지 모르게 자신만만했다.

아까는 대협이라더니, 어느새 말투도 자연스레 평대하고 있었다.

저 시건방진 콧대를 꺾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어디 한 번 해보거라. 단 못 익히면, 엉덩이를 걷어차서 쫓아내주마.”


독사의 말에 서진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알려줘 봐. 단숨에 익혀줄 테니.”


대체 무슨 자신감일까.

독사를 비롯한 모두가 의아해했지만.

오직 천무휘만이 알고 있었다.

저 자신감의 원천을.


“······망신을 당하겠군.”

“그러게요, 무슨 자신감인지.”

“사내대장부가 저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망신을 당해도 끝까지 가야지.”


전위경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발견한 사람처럼, 잔뜩 들떠있었다.

천무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독사가 당할 거라고.”

“네?”

“그게 무슨 소리요, 사형?”


둘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지만, 이미 망신을 당해본 적이 있던 천무휘는 묵묵부답이었다.

때마침.


“그럼 따라해보도록!”


쉬쉬쉬쉬쉬쉬쉬쉬쉭!

독사가 보기에도 현란한 손동작으로 사권(蛇拳)을 펼쳤다.

보기에도 눈이 어지러워지는 동작엔 절도와 힘이 담겨 있었고, 각 동작에 담긴 묘리와 무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흉내 내기도 버거워 보이는 복잡한 투로를 가진 무공이었다.


스슥!

촤촤촤촥!

보는 이로 하여금 질리게 만드는 날 선 동작과 찌르기는 벌써부터 눈과 머리를 어지럽게 하였다.

실타래가 꼬인 것처럼 복잡하고 난해하였다.

도저히 초보자가 단시간에 익힐 무공으로 보이지 않았다.


“내공이 없는 널 배려한 사권이었다. 네가 그리 머리를 자신하니, 이정도쯤은 가볍게 따라 할 수 있겠지?”

“······.”


서진이 말이 없자, 전위경과 전여령은 작게 혀를 찼다.


“아예 받지 않겠다고 작정했구만. 저건 나도 힘들다고.”

“그러게요, 너무 하네요. 어찌 저 난잡한 투로를 단번에 외울 수 있겠어요? 천무휘 사형 같은 천재나 되야 가능한 일인데.”

“···아니, 가능해.”


천무휘의 단언에 전위경과 전여령은 말도 안 된다는 얼굴을 하였지만.


“뭐, 뭐야? 왜 저래?”


또다시 온몸을 부르르 떨며 괴로워하는 서진이었다.


“으―――――!”


다들 의아하게 바라보는 찰나.

천무휘는 그 익숙한 기시감에 검미(劍眉, 칼날 끝처럼 올라간 짙고 또렷한 눈썹)를 찌푸렸다.

저러다가 갑자기.


쉬이잇!

기다렸다는 듯이 양손을 위로 올려 손가락 끝을 세운 서진이었다.


“시작하지.”

“······!”


그 기수식은 독사가 처음 잡았던 자세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했고.

서진은 당황한 독사를 향해 능욕하듯이, 혀를 낼름거리며 사권을 펼쳐 들었다.


쉬쉬쉬쉬쉬쉬쉭!


“뭐, 뭣······!”


설마 하는 심정으로 바라보던 독사는 자신이 펼친 사권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재현해 내는 서진에 아연실색하였다.

그냥 되는 대로 난잡하고 복잡하게 펼쳤던 사권이 아니었던가.


쉬쉬쉬쉬쉬쉬쉬쉬쉭―!

서진이 펼친 현란하고 복잡한 투로는 독사를 점점 질리게 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가 펼쳤던 것보다 더욱 칼로 자른 듯한 정교하고, 예리한 사권으로 변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지켜보는 이들조차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실시간으로 완벽해지고 있었다.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던, 독사가 난입하였다.


“값싼 도금은 벗겨지기 마련이지!”


독사가 사권을 펼치자, 서진도 사권을 마주 펼쳐 대응하였다.

마치 동경에 비친 것처럼, 둘의 자로 잰 듯한 똑같은 동작에 주변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같은 동작, 같은 속도로 펼치던 사권이.

시간이 흐를수록 서진이 더 빠르게 쳐서 선수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니, 사권을 따라 하는 게 서진이 아니라, 독사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서진이 오히려 압도하면서 도발적으로 다가가자.


<경고! 상대를 도발할 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 거리가 너무 가깝습니다.>


‘안다, 그러라고 펼치는 거니까!’


역시나 독사는 크게 당황까지 하였고.

되레 서진이 사권을 펼쳐 들며 위협적으로 짓쳐 들자.


“이 자식이!”


퍼엉!

반사적으로 일권을 내지르고 말았다.


우당탕탕.

당연히 서진은 내공이 담긴 일권을 얻어맞고 한참을 나 뒹굴었다.


“······!”


나가떨어진 서진이 미동도 하지 않자.

연무장엔 싸늘한 적막감이 내려앉았다.

지켜보던 무인들은 물론이고.

천무휘마저 미간을 찌푸렸다.

똑같은 일을 당해봤기에, 당황한 독사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멍청하긴.”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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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림맹주의 그림 NEW +1 13시간 전 86 5 10쪽
14 엄청난 성장 속도 24.09.18 141 7 10쪽
13 교육을 받다(2) +1 24.09.17 152 10 14쪽
12 교육을 받다(1) +1 24.09.16 159 11 11쪽
11 세상에 고통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 24.09.15 158 8 13쪽
10 무림맹에 입맹하다 24.09.14 177 8 14쪽
» 어디 한 번 당해보거라 +1 24.09.13 186 15 12쪽
8 무림맹으로 향하다 +1 24.09.12 210 10 13쪽
7 날 도와 24.09.11 253 8 12쪽
6 검선의 제자 천무휘(2) +1 24.09.10 305 9 14쪽
5 검선의 제자 천무휘(1) 24.09.09 364 11 10쪽
4 절호의 기회 +2 24.09.08 409 14 12쪽
3 무공을 익히는 걸 추천합니다 24.09.07 477 10 11쪽
2 마신(魔神) 등록 완료 +1 24.09.06 555 18 12쪽
1 서장, 변고가 생기다 +2 24.09.06 723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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