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맹 말단은 마신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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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우
작품등록일 :
2024.09.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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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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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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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무림맹으로 향하다

DUMMY

3



“······정말이지 늘 절 놀라게 하는 분이네요.”

“놀라기엔 아직 이르지. 난 서가장 참사에 대한 복수도 할 거라고.”

“무공도 익히지 않으신 분께서, 어떻게요?”

“무림맹으로 가야지. 그곳에 가면 답이 있을 테니까.”

“······!”


휘둥그레진 그녀의 봉목(鳳目)이 말해줬다.

어쩌면 자신이 찾은 답이 정답일지도 모른다고.


이성과 감정.

선의와 악의.

용서와 복수.

서진의 선택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부모님의 원수를 찾아 복수하는 일.

그러려면 무림맹으로 가야 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니까.’


물론 그것만은 아니었다. 무림맹이 한 몸 의탁하기에도 괜찮았고, 아무런 부담 없이 기본 무공을 익히기에도 더없이 좋았다.

무림맹에선 말단 무인들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무공을 제공하였으니까.

매일 같이 이권이나 세력 다툼으로 벌어지는 소규모 전쟁에서 자신들 문파의 제자들이나 가문의 사람들이 갈려 나가게 할 수 없으니, 무림맹에선 각 문파의 비전이 아닌, 알맹이 빠진 무공들을 취합해서 만든 기본 무공을 제공하였는데.

속된 말로 사파 연맹과의 분쟁에서 그냥 칼받이로 쓸 수는 없으니, 생색은 낼 수 있는 수준의 무공이었다.


<하지만 서진님의 토대가 되기엔 충분할 걸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무림맹이 날 받아들여 주느냐인데.”

“···꼭 그래야만 하나요? 그냥 살면 되잖아요. 물려받은 유산으로 지금처럼 떵떵거리며 살아요!”


월영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외친다.

서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금화 향주, 지금까지의 난 살아있었나?”

“당연하죠.”

“아니, 난 아닌 거 같아. 우리 가문의 업보라고 쥐 죽은 듯이 사는 게. 사는 거 같지 않더군. 아무리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사람이 죽었어. 내 부모님뿐만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날 돌봐주기만 했던 아무 죄 없는 사람들까지 모조리 싹 다!”

“······!”

“그런데도 옛날처럼 살라고? 차라리 죽는 게 낫지. 부모님의 임종도 못 지킨 나지만, 흉수가 누군지는 밝혀야하지 않겠어?”

“······.”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정적으로 서진에게 동조하고 있었다. 갈등하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니, 돈은 걱정 하지마. 월영루의 실적이 최고를 찍을 수 있도록 해줄 테니.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조사해줘. 어떤 놈들이 우리 서가장을 쳤고, 사람들을 죽였는지. 알아만 줘.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해.”

“······!”


덥석!

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월영이 다급히 그의 손을 잡았다. 그리곤 고개를 저었다.


“···돌아가신 두 분께서 서진 공자의 목숨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요? 두 분께서 복수를 원하지 않으실 수도 있잖아요!”

“죽은 자는 말이 없지.”

“하지만.”

“그래서 산 자의 의지가 더 중요한 법이고.”


월영은 깨달았다.

그를 도저히 말릴 수 없다는 걸.

그리고.

자신도 그를 도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월영루 밖으로 나온 서진은 위를 올려다봤다.


<설득이 됐으려나?>

<기다릴 순 없으니, 일단은 직접 가서 부딪쳐 보는 게 좋겠습니다.>


AI의 말에 서진도 찬성하였다.

고민만 하다간, 기다리고만 있다간 시작도 못 해본다.

해서 방향을 도성의 중심부에 있는 무림맹의 본단으로 잡았다.




무림맹의 본단은 삼엄한 경비로 물샐틈없이 방비가 되어 있었다.

사파 연맹의 세작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그런지, 높은 담은 기본에, 그 담 위에 초소까지 지어 경비대 무인들이 수시로 교대하며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있었다.

나는 새도 떨어트릴 것 같은 삼엄한 태세였다.

그렇다 보니, 어지간한 이라면 무림맹의 본단에 들어가기도 전에 입구에서부터 주눅 들기 마련이었다.

지금도 경비대 무인들이 부리부리한 눈빛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서진을.


“······!”


내공이 실린 쏘아봄에 서진도 가슴이 쿵쾅거릴 정도로 긴장하였다. 물론 그 긴장은 AI에 의해 바로 해소되었다.


<부교감신경의 활성화, 세로토닌과 옥시토신, 엔도르핀, 감마아미노뷰티르산을 분비합니다.>


순식간에 긴장 상태를 진정시키고, 안정된 상태가 되었다.

세상 편안한 표정이 된 서진은 가볍게 숨을 골랐다. 그리고 느긋한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무림맹의 경비대 무인들은 날 선 눈빛으로 서진을 주시했지만, 너무 편안한 표정을 한 서진에 자연스레 경계를 풀었다.

누가 봐도 있는 집 자식이었기에, 경비대 부조장이 대표 격으로 나섰다.


“무슨 일로 오셨소?”

“무림맹의 무인으로 지원하고자 찾아왔소.”


하루에도 열두 번씩 이런 이들이 허다하게 찾아왔기에, 무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며 슬쩍 웃었다.

그래도 대놓고 비웃지 않은 경비대 부조장이 물었다.


“소속 문파나 집안은 어떻게 되시오?”

“아, 며칠 전에 다 타버렸는데.”

“다 타버려?”


부조장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간혹 쥐뿔도 없는 이들이 무림맹에 지원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집이 다 타버렸다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그래서 무림맹에 적을 두려고 하는데.”

“호패는 있나?”

“여기.”


자연스레 나온 하대에 서진도 자연스레 응대했다.

호패를 건네받은 부조장의 인상이 살짝 찡그려졌다.


“···서가장, 서진?”

“반갑소, 소문의 서진이 바로 나요.”


떨떠름한 표정을 한 대표 무인, 다른 무인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무림맹에서도 서가장이 멸문지화 당한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남제일거부 서가장의 외동아들 서진의 소문을 모를 수가 없었다.


“불가(不可)하오.”

“어째서? 신체 건강한 이라면 언제 어느 때고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서진의 반박에 무인들은 명백한 비웃음을 지었다.

대표 무인이 혀를 찼다.


“망한 서가장의 직계들 중 신체 건강한 이가 있었나? 무공을 익히지 못한다고 하던데. 아닌가?”

“······!”


역시나 자신이 하단전이 없는 천형을 타고난 소문이 이들의 귀에까지 들어가 있었다. 서가장의 악평과 서진에 대한 소문은 도성에서 공공재나 다름이 없었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게 당연했다.


“단전조차 없는 이를 무슨 수로 무공을 익히게 하여, 무림맹이 무인으로 쓰겠나? 그만 돌아가게.”

“······.”


순간 반박할 여지도 없이, 머릿속이 새하얗게 된 서진을 깨워준 건 AI의 음성이었다.


<틀렸습니다. 서진님은 무공을 익힐 수 있습니다. 몸 전체를 단전 화(化) 시키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 말에 힘입어 서진은 용기를 내었다.


“···나도 무공을 익힐 수 있다는데?”

“대체 누가?”

“내 마음속의 작은 아이가.”


뻔뻔한 서진의 대답에 다들 실소를 금치 못했다.

부조장이 고개를 절래 흔들며 말했다.


“······그렇다면 내 완맥을 짚어봐도 되겠나?”


완맥을 내어주는 건 생사를 상대에게 맡긴다는 뜻이었기에, 무공을 익힌 강호인이라면 당연히 거절했겠지만.

서진은 스스럼없이 팔을 내밀었다.

그러자 무인들은 비웃음을 흘렸다.


“이것 봐. 무공 자체를 익히지 못하였으니. 이리 완맥을 서슴없이 내어주지. 쯧쯧!”

“······.”


아니, 지들이 달라고 해놓고는.

혀를 차는 대표 무인의 무시에 서진은 내민 팔이 무색해짐을 느꼈다. 그들은 처음부터 서진을 받아줄 의향 따윈 없었다. 그저 트집을 잡고 쫓아낼 목적이었기에, 모멸감을 주려고 애를 쓴다.

아무래도 방법을 달리해야겠다.


“아무리 우리 무림맹이 사람이 궁하다고는 하지만, 사내구실 못하는 이는 받아주지 않는다고. 그러니 이만 가보게나.”

“······사내구실을 못 하다니? 내가 얼마나 대단한데! 사흘 밤낮을 달려서, 여인들을 기절시킨 사람이고 내가!”

“절륜한 건 그쪽인 거 같으니, 기둥서방 쪽으로 알아보게. 무공을 익힌 적도 아니, 익힐 수도 없는 자를 어디 쓰겠나?”

“내가 익힐 수 없다니, 시켜나 보고 말하게! 혹시 알아? 내가 이쪽으로도 절륜할지?”


서진은 일부러 말꼬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목청도 점점 높였다.


“불가!”

“시켜보지도 않고, 불가라니! 정파의 태산북두라는 무림맹이 사람을 이리 차별해도 되는 건가?”

“어허! 그만 물러가라는 대도!”

“난 무림맹에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이 사람이, 정말!”


무공을 익히지 않은 터라, 차마 손을 댈 수 없었던 무림맹의 무인들과 옥신각신하기 이각 여.

이젠 주위 사람들까지 몰려와서 구경하였다.

서진이 절대 그냥 갈 수 없다고 시켜만 달라고 억지를 부리자, 경비대 무인들이 인상을 구겼다.

어서 가라고 등을 떠밀자.

서진은 기다렸다는 듯이 떼굴떼굴 굴렀다.


“아이고! 이것들 좀 보시오! 강호의 태산북두라는 무림맹의 무인들이 무공도 익히지 않은 사람을 치는 것도 모자라, 차별해도 되는 것이오! 이 내가 큰 뜻을 품고, 무림맹에 적으로 두려고 왔건만, 들여보내지도 않고, 내치려고 것 좀 보시오! 이 사람들이 나보고 사내 구실도 못 하는 놈이라고 모멸감을 주며 쫓아낸 것도 모자라, 사람까지 치네!”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었다.

경비대 무인들이 위압적으로 둘러쌌다.


“당장 꺼지지 않으면, 크게 경을 칠 것······!”

“웬 소란이냐?”


자신들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에 무인들은 당황하였다.

자신들의 상관인 독사 조장이었다. 독하게 생긴 사내의 뱀 같은 눈빛에 경비대 부조장은 사색이 된 얼굴로 얼른 자초지종을 말했다.


“흐음.”


모든 말을 들은 독사는 서진을 지그시 바라봤다.

서진은 바닥까지 구른 채 엉망이 된 몰골로 있었다.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비웃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형형한 눈빛을 보건대 쉽게 포기할 놈이 아니란 걸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안으로 들여보내도록.”

“예? 하지만······!”

“지금 네 상관의 말에 불복종하는 것이냐?”

“···아, 아닙니다!”


다급히 손사래를 친 부조장은 서둘러 독사의 명에 따랐다.

그제야 부스스 몸을 일으킨 서진은 경비대 무인들이 내준 길을 따라 들어갔다.

그들은 하나같이 일그러진 눈빛으로 서진을 노려봤지만.


“앞으로 한집안에서 부대끼게 될 텐데, 잘 부탁하지.”


뻔뻔한 얼굴로 포권을 취하며 일일이 인사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후후.”


독사가 실소를 흘렸을까.

서진은 그런 독사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고맙소, 대협. 대협 덕분에 무림맹에 생길 뻔했던 선입견이 사라졌소이다.”

“대협이라니, 당치도 않네. 서진 공자.”

“나를 알고 계시는군요?”

“이곳 도성에서 멸문지화 당한 서가장의 외동아들 서진 공자를 모르면, 사파 연맹이 보낸 세작이지.”


그러면서 비웃음을 흘리는데, 서진은 모르는 척 되물었다.


“그런데 지금 우린 어디로 가는 것이오?”

“아, 연무장으로 가는 거네.”

“연무장으로?”


그러면 그렇지.


“서진 공자가 무림맹의 말단 무인이 되고 싶다는데, 간단한 시험을 해봐야 하지 않겠나?”

“······.”


그제야 뒤에서 따라붙었던 부조장이 아! 소리를 내었다.

그냥 막무가내로 쫓아내는 것보다, 시험이란 명목으로 쫓아내는 게 여러모로 좋았기 때문이었다.

입맹 시험에서 떨어지면, 제깟 놈이 별수 있겠나.

역시 조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었다.


‘뭣하면 날 두들겨 패서 쫓아낼 생각이겠군.’


생각한 대로 쉽진 않을 것이다.

병장기들과 체력 단련 도구들이 즐비한 대 연무장을 주위 깊게 둘러보던 서진은 실소를 흘렸다.

대 연무장 구석엔 사람만 한 바위 하나가 놓여있었는데, 최소 400근(240kg)은 되어 보였다.

설마 싶었는데.

독사가 그 앞으로 서진을 데려갔다.

그 앞에 선 독사가 바위를 두드리며 말했다.


“시험은 아주 간단하지. 무공을 익히려면, 자고로 기초 체력이 뛰어나야 하는 법. 이 바위를 저쪽까지 들어서 옮기면 된다. 할 수 있겠나?”

“······.”


내공도 없는 이에게 할 수 있겠냐니.

때마침 AI도 말한다.


<아무래도 상대방은 서진님의 입맹을 애초에 허용하지 않을 생각임이 분명합니다. 합리적인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기부금으로 입맹을 하는 방법을 고려하는 게 가장······!>

<아니, 해보지.>

<···정말 할 수 있습니까?>


서진의 거부에 AI는 의아해했다.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서진의 힘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간이 들 수 있는 최대 무게와 체중에 따른 근육량에 비례하는 법이다. AI의 계산 결과, 지금 서진의 체중에 따른 근육량으로 들 수 있는 무게는 100kg이 한계였다.

두 배가 넘는 무게임에도 불구하고.

서진은 도전한단다.


“할 수 있소.”


호언장담에 독사를 비롯한 경비대 무인들은 비웃음을 흘렸다.

저렇게 객기를 부리다 허리가 나가거나, 들어도 한 걸음도 떼지 못하고 바위에 발등을 찍은 놈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저 체구엔 내공이 없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서진은 여전히 형형한 눈빛으로 바위를 바라봤다.

그렇다 보니, 주변 시선이 자연히 쏠렸다.

그런 서진을 발견한 누군가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왔군.”


마침 대연무장에서 사제들과 가볍게 수련을 하고 있던 누군가, 천무휘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에 화근(禍根, 재앙의 근원)이 들어왔다.


작가의말

제목을 전직마신상담(轉職魔神嘗膽)으로 변경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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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맹 말단은 마신이어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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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무림맹주의 그림 NEW +1 13시간 전 86 5 10쪽
14 엄청난 성장 속도 24.09.18 141 7 10쪽
13 교육을 받다(2) +1 24.09.17 152 10 14쪽
12 교육을 받다(1) +1 24.09.16 159 11 11쪽
11 세상에 고통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 24.09.15 158 8 13쪽
10 무림맹에 입맹하다 24.09.14 177 8 14쪽
9 어디 한 번 당해보거라 +1 24.09.13 186 15 12쪽
» 무림맹으로 향하다 +1 24.09.12 211 10 13쪽
7 날 도와 24.09.11 253 8 12쪽
6 검선의 제자 천무휘(2) +1 24.09.10 306 9 14쪽
5 검선의 제자 천무휘(1) 24.09.09 365 11 10쪽
4 절호의 기회 +2 24.09.08 409 14 12쪽
3 무공을 익히는 걸 추천합니다 24.09.07 477 10 11쪽
2 마신(魔神) 등록 완료 +1 24.09.06 556 18 12쪽
1 서장, 변고가 생기다 +2 24.09.06 723 1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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