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시작하게 된 이세계 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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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랑
작품등록일 :
2024.09.0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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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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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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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새로움에 이끌리는 엘프

DUMMY

8명의 엘프를 떠나보낸 다음 날


난 오늘도 작은 문을 통해 이세계로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아잇... 놀래라! 알덴..?"


"네 알덴입니다."


문을 열자마자 반겨준 건 어제 기절 당한 채 방치되었던 알덴이었다.


"뭐해 여기서?"


"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알덴은 문 바로 앞에 앉아 문을 노려보고 있다.


'근데 문을 지키려면 문만 볼 게 아니라 문 주변을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엘프만의 방법이 있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물어보지는 않기로 했다.


"그래... 근데 이제 좀 비켜줄래? 장사 준비를 해야 하거든."


"네 방해 안 되게 문 옆에 서 있겠습니다."


나는 가져온 판매 물품을 정리했고 그동안 알덴은 문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근데 뭔가 이상하네'


"저기.. 알덴?"


"네? 뭐 하실 말씀 있으십니까?"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네 말씀하십쇼"


"이 세계에선 다 반말이 기본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니야? 신전이나 귀족, 왕족 빼고는 존대할 필요 없다고 알고 있는데"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근데 넌 왜 나한테 존댓말로 해?"


어제도 엘라를 제외한 엘프들이 나에게 존대했지만 그건 내가 심판이라서 그랬다고 생각했었다.


"에이.. 누님하고 서로 편하게 반말로 대화하는 사이신데 제가 어떻게 형님에게 반말을 합니까?"


"형님..? 나 말하는 거야?"


"누님과 편하게 반말하는 사이이시기도 하고 엘프를 이 숲에서 살게 허락해주신 숲의 주인이기도 하시니 형님이시죠"


"...혹시 나이가?"


100% 확률로 나보다 많을 거다.


"3,000부터 귀찮아서 안 세봤습니다."


최소 100배다.


"...나한테 형님이라고 하지 마"


"왜요?"


"그냥 하지 말라면 하지 마"


사실 겉모습뿐이라면 내가 형님 소리 들어도 절대 이상하지 않지만 내 안의 유교 DNA가 3000살이 넘는 어르신에게 형님 소리 듣는 걸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근데 그동안 엘라랑 반말로 얘기하던 사람은 없었던 거야? 아니면 여태껏 그런 사람들한테 다 형님이라고 부르며 존대했어?"


"아직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저희에게 누님은 왕보다는 두목의 느낌이지만 밖에서 누님은 엘프족의 여왕으로 대접받고 계시거든요. 일반 인간은 누님을 만날 기회도 없고 만날 기회가 있더라도 일단 저희를 먼저 거쳐 예절을 주입 당하게 됩니다."


'엘라가 여왕이였어...?'


여왕에게 초면에 반말을 내뱉은 건가 싶어 엘라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엘라가 여왕이었다니 몰랐어... 근데 엘라는 내가 반말로 해도 전혀 불편한 기색이 없던데"


"밖에서 남들이 멋대로 그렇게 부르는 것뿐이고 누님도 그런 취급 받으시는 거 별로 안 좋아하십니다."


"그래? 그런 거 되게 좋아할 거 같았는데?"


"지금은 잘 안 만나지만 아주 오래전에는 다른 국가의 왕을 만나야 하는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근데 누님이 워낙에 그런 딱딱하고 경직된 자리를 안 좋아하시는지라 만날 때마다 상대 국왕 앞에서 짜증을 내기 일쑤였고 왕이 누님을 여왕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욕을 박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아니... 한 국가의 왕의 면전에 욕을 박았다니... 그건 좀 위험하지 않아?


"어차피 우리에게 이길 수 있는 국가는 없어서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문만 찾아서 지키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안 한 거지 마음만 먹었으면 이 대륙을 지배하는 것도 가능했을 겁니다."


할 수 있는데 안 한다는 게 오히려 무섭다.


"...근데 왜 너희는 엘라를 만나는 사람한테 예절을 주입 시킨 거야? 엘라가 그런 걸 싫어한다며"


"그야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누님과 반말로 대화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반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가 딱히 존대하고 싶지 않은 사람한테 존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예절을 주입했던 겁니다."


'엘라 때문이 아니었구나...'


내가 생각했던 대답은 '인간이 누님에게 반말을 짓거리는 꼴은 못 보겠습니다!!!'였지만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왔다.


"뭐... 어쨌든 엘라가 왕은 아니라는 거지?"


"네. 저희가 나라를 세운 것도 아닌데 왕이 어디 있겠습니까"


"뭐.. 니가 만약 우리에게 이 숲을 팔았다면 이곳에 엘프의 나라를 세웠을 수는 있었겠네"


갑자기 엘라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봤더니 어느새 가게 안에 들어와 있는 엘라가 보였다.


"아이고~ 여왕님 오셨습니까~"


"뒤질래? 이게 하루 봤다고 까부네"


엘라가 여왕 소리를 싫어한다는 걸 듣고 한번 장난쳐 보았다.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


"왕한테 욕 박았다는 데부터... 알덴! 넌 뭐 그런 걸 얘한테 다 얘기해주고 있냐?"


"형님이 왜 자기한테 존댓말 하냐고 물어봐서요"


"형님이라고 하지 말라니까..."


유교 DNA가 다시 꿈틀거린다.


"어쩔 수 없어. 너는 이 숲의 주인이고 우리가 이곳에 거주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와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했기 때문에 위계질서 상 그게 맞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너희한테 형님 소리 듣기는 좀..."


"그냥 받아들여 아니면 너도 내 밑으로 들어와서 나한테 누님이라고 부르던가"


그건 싫다.


"...익숙해져 볼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엘라를 누님으로 받들어야 한다는 말에 꿈틀거리던 나의 유교 DNA가 잠잠해졌다.


"야 그보다 배고파"


"밥 안 먹었어?


"다 같이 검은 라면 먹으려고 했는데 어떻게 끓이는 건지 몰라서 너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어"


"포장지 뒤에 끓이는 법 적혀 있는데... 못 읽는 구나"


라면을 팔아도 이세계인들에게 라면 끓이기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면 조리법을 하나하나 적어놔야 하나... 귀찮은데.....'


하지만 파는 사람마다 조리법을 설명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검은 라면 5개 살 테니까 니가 여기서 끓여줘"


"...여기서?"


"끓이는 걸 봐야 너 없을 때 우리가 해 먹을 거 아니야"


"그러네... 혹시 냄비 있어?"


.

.

.


...알덴이 염화로 숲의 모든 엘프를 가게 앞에 불러 모았다.


"...5개 끓여야 하는데 냄비가 좀 작지 않아?"


"하나만 끓여 나머지는 우리끼리 연습해보게"


"알았어. 그럼 먼저 냄비에 물을 넣고 끓여야 되는데..."


"물은 얼마나 넣어?"


"어차피 면만 익히고 버릴 거라 면을 익힐 수 있을 정도면 돼"


"알았어. '플로라'가 냄비를 부유시키고 '셀레스'가 불, '마야'가 냄비에 물을 넣어"


내 말을 들은 엘라는 곧바로 엘프들에게 역할을 정해주었다.


그러자 엘프들은 엘라의 말대로 냄비를 공중에 부유시켜 마법으로 물을 만들어 냄비에 담은 뒤 냄비 아래 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와... 마법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구나 신기해...!"


"뭐야.. 마법으로 냄비 끓이는 거 처음 보냐?"


"응 우리 세계에는 마법이 없거든."


"우와... 그럼 때리고 싶을 땐 무조건 가까이 가서 때려야 되는 거야? 되게 불편하겠다..."


"...넌 왜 발상이 그런 쪽으로 가냐"


"형님! 물 끓습니다!"


.

.

.


끓는 물에 면과 건더기 스프를 익히고 물 버리기까지 끝냈다.


면을 익힐 때 미리 집으로 돌아가 덜어 먹을 그릇과 포크 그리고 젓가락을 가져왔다.


"이제 뭐 해야 해?"


"이제 포장지에 들어있던 스프랑 기름을 넣고 섞기만 하면 돼"


면을 섞기 위해 아까 가져왔던 젓가락을 꺼냈다.


"그건 뭐야?"


"젓가락이라는 건데 이걸로 면 섞으려고 가져왔어."


"면은 그걸로 섞어야 되는 거야?"


"그런 건 아닌데 한 번도 포크로 짜장 라면을 섞어본 적이 없어서 그냥 익숙한 젓가락으로 가져온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아마 포크로도 잘 섞일 거야"


"...그래?"


면과 스프 기름을 젓가락으로 잘 섞고 완성된 짜장 라면을 엘라에게 주었다.


"이렇게 하면 완성이야!"


"야! 단무지 없어?"


"아 먹고 있어 가져다줄게"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 단무지를 가져다주었다.


"여기"


정신없이 짜장 라면을 흡입하고 있는 엘라의 앞에 단무지를 놔주었다.


그리고 그사이 다른 엘프들은 이미 짜장 라면 끓이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야! 이거 같이 먹으니까 더 맛있어!"


엘라는 짜장 라면과 단무지를 같이 먹어보고 흥분한 듯 보인다.


"맛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좀 천천히 먹어라 체한다니까?"


"와! 맛있어!!"


엘라는 들을 척도 안 하고 다시 짜장 라면을 흡입했다.


.

.

.


엘프들의 식사가 끝났다.


다행히 다른 엘프들도 짜장 라면과 단무지를 마음에 들어 했다.


엘프들의 첫 라면 끓이기의 결과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엘프들은 첫 번째 시도에서 면의 익힘 정도와 남겨야 하는 물 조절에 실패해 조금 뻑뻑하고 덜 익은 짜장 라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바로 문제점을 파악한 뒤 두 번째 시도 만에 완벽하게 성공해 냈다.


난 엘프들이 사용한 식기를 다시 옮겨 놓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설거지는 식사를 끝마친 엘프들이 마법으로 해결해 주었다.


물로 회오리를 만들어 식기를 세척 하는 방식이었다.


"...수도 시설 없어도 자유롭게 물을 쓸 수 있고 가스 없이도 불을 자유롭게 쓰고 심지어 식기세척기처럼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한데 이 정도면 기술의 발전은 굳이 필요 없는 거 아닌가?"


여신은 우리 세계의 기술이 훨씬 발전되어 있다고 했지만, 이곳에서 쓰는 마법이 우리 세계의 기술보다도 편리한 거 같다.


여신이 목표로 하는 기술의 발전이란 게 과연 이세계에 필요할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뭐... 필요하니까 신이 나한테까지 부탁하면서 발전시키려는 거겠지..."


.

.

.


집에서 식기를 정리하고 다시 이세계의 가게로 돌아왔다.


가게 안에는 엘라가 있었고 다른 엘프들은 안 보이는 걸 보니 다시 주변을 경계하기 위해 숲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


"야"


"응?"


"너 아까 썼던 쇠막대기 두 개 있잖아?"


'쇠막대기 두 개...?'


"젓가락 말하는 거야? 젓가락이 왜?"


"어 맞아 젓가락 그거 나도 한번 써보자. 그거 어떻게 쓰는 거야?"


엘라가 갑자기 젓가락에 흥미를 보였다.


"갑자기? 왜?"


"그냥 새로운 거라 그런지 재밌어 보이네"


"그게 다야?"


"우리 같이 오래 살면 이제 새로운 것을 접할 일이 없거든 그래서 새로운 게 있으면 흥미가 생겨"


"아 그럴 수 있겠네."


아까 알덴에게 들을 것으로 추측하면 엘프들은 최소 3,000년을 살았다.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생기는 의문점이 하나 있다.


"근데 왜 짜장 라면 처음 먹을 땐 그렇게 망설였어? 문 너머의 검은색 음식이면 완전 새로운 거일 텐데"


"검은 라면은 불안한 새로움이고 젓가락은 재밌어 보이는 새로움이니까 그리고 결국 새로움에 이끌려 불안함을 이기고 먹게 됐잖아?"


맞다. 분명 그때 다른 라면이 있다고 했음에도 엘라는 짜장 라면을 선택했었다.


"그럼 알려줄 테니까 한 번 써봐"


다시 집으로 가 젓가락과 접시 두 개와 콩을 가져왔다.


"여기를 이렇게 잡고 손을 이렇게..."


엘라에게 젓가락의 사용법을 가르쳐 주었다.


"오~ 별거 아니네~!"


한번 알려줬을 뿐인데도 엘라는 바로 젓가락질을 익혔다.


역시 신체 능력이 좋은 엘프라 그런지 금방 배운다.


"별거 아니지? 그럼, 이제 젓가락으로 접시 위에 콩을 하나씩 집어서 다른 접시로 옮겨봐."


"아~ 그 정도는 쉽지~!"


미소를 지으며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한 엘라는 그 후 약 두 시간 동안 단 한 개의 콩도 집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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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 어쩌다 보니 들어가게 된 이세계 24.09.08 4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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