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도 고려 하세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새글

트레이더밥
그림/삽화
AI친구
작품등록일 :
2024.09.09 01:23
최근연재일 :
2024.09.20 00:3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71
추천수 :
28
글자수 :
87,295

작성
24.09.20 00:30
조회
15
추천
1
글자
12쪽

ICBM도 고려 하세요. ⑤

DUMMY

***


[지역: 서경 / 서력: 1090.12.23, 05:57:01]


눈앞에 푸른 빛의 숫자가 반짝인다. 

막상 일을 벌이고 보니, 수습하기 위해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다들 서경을 잘 살게 만들어 보겠다며 난리도 아니다. 부드득거리는 몸을 풀며 푸른 빛 숫자를 몇 번 두드려 지운다.


“끄으아하암··· 아이, 추워. 불 꺼졌나?”


쓸데없이 넓기만한 방에서 일어난다. 화로로 다가가 뒤적거려보니, 불씨가 거의 죽어있다.


“에이···고려 시대쯤이면 당연히 온돌은 들어가 있을 줄 알았는데···겁나 추워. 좀 뜯어고치든가 해야지.”


온돌이 우리 전통이고 저기 민가 쪽으로 가면 조금 형태는 다르지만 사용하고 있어서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집을 다 짓고 와보니, 이런 부잣집에는 온돌을 아직 설치를 하지 않는다 한다. 왜냐면 의자에 앉는 입식 문화이기 때문이다.


그럼 뭐 새로 고치면 되는 것 아닌가?

온돌을 어떤 식으로 까는지 아는 사람은 이 공사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바닥을 다 때려 부수고 새로 해야 하거든···


바닥 밑에 기초를 다지는 부분에서부터 맞춰나가야 하는데 지금의 가옥 형태가 온돌 난방에는 전혀 맞지 않다. 

예전 어르신들 집에 가면 바닥을 나무로 짜 맞추는 형태로 지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면 삐걱삐걱하는 소리가 나고, 춥기도 엄청 춥다. 지금의 바닥이 딱 그런 구조다. 


“저기 땅도 남아도는데 방 한 칸만 새로 온돌 넣어서 지어야지. 추워도 너무 추워, 잇취!”


코를 훌쩍거리며 관복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선다. 

지금 향하는 곳은 나름 나의 브레인들을 모아 놓은 곳인 ‘원장학당’이라 불리는 일종의 연구소다. 대부분 가솔의 자녀 중 똑똑한 이들을 불러 모았고, 연은분리법을 행하는 최지운의 아우인 최지몽이 이곳을 담당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이 시간에 벌써 아침을 먹는지 다들 족발 향기가 나는 음식을 중간에 두고 둘러앉아 있다. 나도 다가가 그들 곁에 앉는다.


“어? 왕원장 어르신! 돌이 인사드립니다!”

“하하, 그래. 돼지고기더냐? 출출한데, 어서 먹자꾸나.”

“예! 와구왑! 마시쪄!”


아직 한창 먹을 때라 그런지 다들 잘 먹는다. 

맛있게 먹는 사람 옆에서 먹으면 뭐든 맛있다. 고기를 한 점 집어 열심히 아침을 먹고 무슨 나물인지 모르겠으나 짭조름 한 녀석을 한입 먹어본다. 주방 이모님 손맛이 기가 막힌다. 


“끄윽, 워···맛있어서 아침부터 과식해 버렸네. 돌이야, 키는 쪼그마한 녀석이 어찌 그리 많이 먹느냐? 체하겠다, 천천히 먹어라.”

“우과우왑! 예?! 아, 눼···마시쪄요.”

“녀석도 참, 하하. 어찌 과거를 볼 것이라 하였더냐?”


내 물음에 녀석이 먹던 것을 삼기고 약간 시무룩하게 답한다.


“음···제술과나 명경과를 생각했는데, 여기서 이것저것 배우다 보니. 별로 흥이 일지가 않습니다요. 천문은 관심이 가기는 하는데···너무 어렵고 고민입니다.”

“흠···하기는 잡과는 과거로 뽑는 이가 적기도 하고, 되더라도 산직으로 머무르니 흥미가 떨어지겠구나. 승과(승려가 되기 위한 시험)는 어떠하 더냐?”

“···모를 때는 다 하고 싶었는데, 막상 알고 나니 승과도 다들 높은 분들이 가득해서 걱정입니다. 에이, 모르겠어요. 헤헤.”


세상살이 참 쉽지 않다. 

승과도 과거 신라대의 명문이거나 왕족에 가까운 이들이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보니, 어디 산골 청년이 실력만 가지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스토리는 이미 없다.

너무 일찍 철들어 버린, 돌이 녀석을 쓰다듬어 준다. 


“그래, 여기 모인 이들은 가솔 중 다들 뛰어난 이들이니. 꼭 관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도 크게 흥하게 해줄 것이다. 그러니 게을러 지지 말고 노력하거라.”

“예! 어르신! 저 이것 좀 더 먹어도 되나요?”

“하하, 그래. 많이 먹어라.”


내가 말을 시켜서 양껏 못 먹었나 보다. 다시 전투적으로 식사에 임하는 돌이를 두고 본래 하기로 했던 일을 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선다.

나름 시대를 앞서는 기술들을 시험할 것이기에 이 건물과 일하는 이들의 호위를 겸하는 몇 명이 나를 알아보고 예를 취하기에 손을 들어 답한다.


“저기 있구나. 지운, 어찌 용수철은 잘 만들어지던가?”


“아니, 여러···아이고, 어르신. 기별을 주고 오시지요.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지금은 서너 가지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래, 음. 재질을 달리하였구나. 역시 다들 주종 박사라 불리던 이의 후손이라, 재능이 있어.”


탁자 위에 같은 형상이지만 동과 철재류 등 여러 가지 합금으로 만들어진 용수철들이 쭉 놓여있기에 만져 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재질과 두께 그리고 형상에 따라 용수철의 탄성은 달라진다. 하지만 역사에서 용수철이 중요한 이유는 항복강도 이하로 변형되면 선형성을 가지며 변형된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면, 수식으로 보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


F(힘) = - kx, k = 훅 상수, x = 길이 변화


k는 재질과 형상에 따라 특정한 값으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가해지는 힘에 따라 길이가 변화한다.


여기에 전 인류가 모두 아는 공식을 하나 활용하면 이 용수철은 첫 번째 용도를 가지게 된다.


F = ma = mg, m = 질량, g = 중력가속도


g가 9.8 m/(s^2)이라는 건, 모두가 아니까 설명이 필요 없겠다. 단위가 m라서 안 된다고? 어차피 단위를 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쭉 환산하면 되는 일이다. 안 될 것 까지야... 하하.


단위(unit)는 정의하는 일이기에 우리가 정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


대략은 알고 있으니,

길이? 내 발 크기가 275mm라 치고 거기에서 적당히 mm, cm, m를 환산한다. 

무게? 1kg = 물 1 litter = 물 1,000 cubic cm이니까, 10cm 정육면체 만들어서 물을 담으면 되는 일이다. 

시간? 이건 이미 천문학이 있고, 내 눈에 보이는 저 초시계만 해도 이 시대에는 충분하다.


다시 돌아와서,

F= -kx = mg = 9.8 [kgf = N] 형태로 쭉 정해준다.


그리고 1kg에 해당하는 물건을 용수철에 달았을 때 늘어나는 길이를 보고, 용수철의 재질과 형태에 따른 상수를 역으로 구하면 된다.


생각보다 더 잘해 주었다. 고생한 최지몽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꽤 일정하게 늘어나는구나. 그래, 우리는 이리 쓴다 하여도 널리 사용되려면 척관으로 환산을 해야 할 터인데···어찌 잘 되고 있는가?”

“하하, 예. 물론입니다요. 아! 무게는 그렇다하고... 어르신 길이는 푼(分, 약 3mm)까지는 어찌 표시하였으나···홀(忽, 0.3μm), 사(絲, 3μm), 리(厘, 30μm)는 어찌합니까요?”

“지몽, 이 사람···너무 걱정을 미리 하는구려! 모(毛, 0.3mm) 단위만 써도 지금은 과할 정도라네. 그러니 그것은 나중에 생각해 보세나. ”

“아, 그렇습니까요. 하하···”


최지몽의 과한 열정이다. 고려시대에 마이크로미터라니···

100㎛ 밑으로 내려가게 되면 일단 맨눈으로 보는 것도 힘들어진다. 그정도 정밀도를 요구하는 항목은 아직 없기에 지금 만들어둔 단위로 일을 풀어가도 큰 문제는 없다. 


간단한 기계구조를 추가하여 보정(Calibration)이 가능하도록 보완된 형태를 점검하고, 무게와 길이를 측정은 가능하겠다는 판단을 내린다.


최지몽과 함께 밖으로 나오며 그에게 묻는다.


“자네는 때가 되어, 이 왕씨 가문을 벗어날 수 있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가?”

“···어찌 그런 것을 물으시는지. 흠··· 일전에 형님께서 어르신께서 이런 물음을 청하셨다 말은 들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한때 관에 들어 이름을 높이고도 싶었으나, 어린 날의 치기지요. 현실을 몰랐습니다요”

“어허, 자네 같이 뛰어난 이들은 무엇을 해도 성공할 것이네. 나란 사람이야말로 왕씨 성이 없었다면 그저 동네 한량이었겠지. 하하!”


나의 말을 최지몽은 아니라며 반박하지만, 미래의 지식을 안다는 것 빼면 어찌 보면 최지몽이 더 뛰어난 사람일 수도 있다.

대략의 개념을 설명하고 그에 맞는 설계를 해서 보이면,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니 말이다. 주둥이로 떠드는 것은 쉬워도, 현실화하는 일은 참으로도 고단하고 어렵다.


“지몽, 자네 또한 무언가하고 싶은 일이 생기거든 내게 알려주게나. 내 능력으로 되는 것이라면 도울 것이니 그리 알게나.”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어르신.”

“빈말이 아니니, 생각을 해보게 언제인가 때가 오지 않겠는가.”


사양하는 그에게 원하는 것이 생기면 내게 말해주기를 몇 번 권하고 옆의 건물로 통하는 문을 건넌다. 

들어서니, 한자와 글을 가르치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국문(國文, 한자로 고려말을 쓰는 방식)을 익히자면 이것은 알아야 하느니라. 어찌 또 한글로 이리 적어둔 것이더냐!”

“···힝. 국문 너무 어려워요. 그냥 한글만 쓰면 안 되나요? 스승니임- 그냥 한글만-”

“어허, 이리 어리광을 부려도 과거는 국문으로 치르는 것이니라. 어찌 이리 못 알아듣는 것이냐.”

“과거 싫어요···그냥 한글만- 네에? 이잉-”


응석을 부리는 녀석을 보니 귀엽다.

한자가 우리 조상님의 글자라는 말이 있는데···모르겠다. 그냥 저 대륙 쪽에서 개발된 것은 맞는 것 아닌가? 굳이···흠.

하여튼 국문이라 불리는 체계로 한자를 이용해서 고려는 글을 쓴다. 예를 들어


書, 글 서라는 한자가 있으면, 일단 이걸 파자한다.

聿, 붓 율 + 曰, 가로 왈 = 옛 성현의 말씀을 적었음. 그래서 글 서. 이러면 고려 시대는 한 대 맞는다. 


가로 왈에서 가로는 가르치다 뭐 이런 뜻이 있다나? 그러고 보니 그럴싸하기는 하다. 다른 것 또한 그런 식으로 가르친다.

春, 봄 춘 = 三 + 人 + 日 = 새로운 삶이 일어난다. 

셋 삼, 사람 인, 날 일 ··· 그냥 달달 외우던 한자가 이렇게 쉽게 이해될 일인가? 진짜 우리 말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역시나 시대를 떠나서 잘 가르치는 쌤들은 다 노하우가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제자 녀석이 스승의 반복된 설득에 포기하고 한참 국문을 공부하다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다음 수업은 한글 공부를 하기 위한 어린 친구들 차례다.


“스승님! 어무이가 가져다드리라셨어요!”

“하하, 이런 것 없어도 다 어르신께서 내 몫은 주신다고 하지 않았느냐.”

“몰라요. 드리라셨어요, 헤헤”

“잘 먹으마, 어찌 글은 모두 익혔느냐?”

“예!”


다들 열심히 공부해 온 것을 자랑하는 중이다. 

약간 다른 것은 아래 아(ㆍ), 반치음(ㅿ), 여린히읗(ㆆ), 옛이응(ㆁ)을 이 시대는 많이 쓰기에 배운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간단히 베트남 가면 흔한 성씨인 Nguyen 씨는 응우엔이 아니고, 실제로 ㆁ-응옌에 가깝다. 이응은 발음 하지 않는데 응을 발음하는 식이다.

하여튼 Zebra도 제브라 아니고, ㅿ-에브라로 발음하는 게 맞는데··· 이런 경우가 많아 쓰는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


‘세종대왕께는 미안하지만, 이미 저 요나라도 비슷한 형식으로 사용하고 소그드 쪽도 글자만 다르지, 발음은 비슷하니까. 송구합니다!’


널리 쓰이면 좋은 일 아니겠나. 저 글자들만 있어도 영어 발음 구리다는 소리는 안 들을 것 같다. 나름 좋은 일 했다고 자평해 본다.


“아부부! 부부! 아부지! 소희 왔어요!”


“응? 소희? 헛소리가 들리나···헐! 야! 여기가 어디라고 온 거야! 누이! 어찌 말도 없이 왔소.”

“하하, 아우야···미안하게 되었단다. 소희가 어찌나 가자고 조르는지. 크리스···마스? 그것이 무엇이더냐.”

“아···크리스마스지!”


생각해보니, 연말도 없이 일했다.

다들 내 ‘잘살아 보세’ 가스라이팅에 당해서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으나, 새해에는 쉬어줘야 하는데···조금 미안하다. 

소희 녀석이 안기기에 목말을 하고 누이를 이끌어 집으로 향한다. 참 못난 아비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ICBM도 고려 하세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등장인물이 많아 정리 해둡니다. 24.09.13 23 0 -
공지 고려로 가봅니다 / 명절 입니다. 24.09.09 60 0 -
» ICBM도 고려 하세요. ⑤ NEW 8시간 전 16 1 12쪽
16 ICBM도 고려 하세요. ④ NEW 15시간 전 17 1 12쪽
15 ICBM도 고려 하세요. ③ NEW 17시간 전 19 0 12쪽
14 ICBM도 고려 하세요. ② +2 24.09.14 35 2 12쪽
13 *별첨. 소설 속 설정 +6 24.09.13 39 1 7쪽
12 ICBM도 고려 하세요. ① 24.09.13 41 2 12쪽
11 ICBM도 고려 하세요. ⑩ 24.09.12 38 3 12쪽
10 *별첨. 똥오줌과 화약 24.09.12 46 3 6쪽
9 ICBM도 고려 하세요. ⑨ +2 24.09.12 41 3 12쪽
8 ICBM도 고려 하세요. ⑧ 24.09.11 42 1 12쪽
7 ICBM도 고려 하세요. ⑦ 24.09.11 47 2 12쪽
6 ICBM도 고려 하세요. ⑥ +2 24.09.10 61 1 12쪽
5 ICBM도 고려 하세요. ⑤ +2 24.09.10 59 2 12쪽
4 ICBM도 고려 하세요. ④ 24.09.10 66 2 12쪽
3 ICBM도 고려 하세요. ③ +2 24.09.09 71 1 12쪽
2 ICBM도 고려 하세요. ② +2 24.09.09 97 1 12쪽
1 ICBM도 고려 하세요. ① +2 24.09.09 130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