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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입니다
작품등록일 :
2016.03.16 01:36
최근연재일 :
2016.05.31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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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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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想起) - 7

DUMMY

“쓰으으으읍!!!!!!!!!!”

자갈밭을 베개 삼아 눕는다는 건 역시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지압판을 밟는 것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무지하게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어라? 레이야?”

“으으으···, 그래 인마. 나다.”

쓰라리고 아프고 욱신거리고 뼈가 저리는 고통 속에 역시나 리프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 대체 뭐야. 생선?”

리프렌의 목소리를 들으며 아직도 내 얼굴 위에서 팔딱거리고 있는 물체의 꼬리로 추정되는 부분을 잡았다. 감촉으로 보나 팔딱거리는 느낌으로 보나 영락없이 생선이었다. 그것도 연어만한 크기의 묵직한 놈으로.

“오! 나이스 캐치! 온몸을 던져서 잡다니, 역시 남자는 몸을 사리지 않아야지!”

“남자도 사람이거든? 대체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던 거야?”

생선을 한쪽에 던져두고 리프렌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봤다.

“별 거 아니야. 도와주는 김에 제대로 하려고 그랬지! 반찬이 많아지면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아지잖아!”

아, 그래서 티셔츠랑 치마만 입고 냇가에 들어가 있었던 건가.

냇가 옆 거대한 바위 위에는 그녀의 블레이저와 와이셔츠, 그리고 양말, 구두가 아무렇게 널브러져있었다. 처음 때부터 짐작은 했지만 너무 자유분방한 거 아니야? 최소한 옷은 잘 개놓기로도 하지. 게다가 아까 그 물기둥 때문에 홀딱 젖기까지 했잖아? 대체 어떻게 뒤처리를 하려고.

“헤헤. 어때? 맛있게 생겼지?”

···그래도 이런 야경 아래에 순박한 소녀라. 나쁘지 않은 조합이네.

어스름한 달빛을 받은 리프렌의 금발은 평소 때보다 훨씬 밝게 빛났고, 그 모습은 그녀의 발랄하고 순박한 모습과 잘 매치됐다. 내가 상상했던 그런 판타지는 펼쳐지지 않았지만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았다. 흠, 어쩌면 성가시기만 한 게 아닌 듯싶다.

그러다 든 의문점 하나. 리프렌은 어떻게 생선을 잡았는가. 성인 팔뚝만한 크기의 생선을 말이다.

“그런데 생선은 어떻게 잡은 거야? 도구도 전혀 없는데.”

“도구는 필요하지 않아! 이런 식으로···.”

갑자기 리프렌이 자세를 가다듬었다. 어째 저 자세, 다큐멘터리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를 잡아채려는 한 마리의 곰처럼 보이는 건 내 착각인가?

하지만 곧 그건 내 착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집주우우웅. 오랴!!!”

리프렌이 메아리가 퍼지도록 기합성을 지르며 엄청난 스피드로 수면을 갈겼다. 그러자 그녀의 키를 훌쩍 넘은 물기둥이 하늘을 뚫을 듯 솟아올랐다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비처럼 흩어져내려 자갈과 그녀를 적셨다.

그리고 눈에 띄는 물체 하나. 바로 방금 전에 리프렌이 낚아챘다고 주장하는 생선이랑 똑같이 생긴 놈이 하늘로 비상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실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에 성이 차지 않아 우주로 날아가고 싶은 꿈 많은 한 마리의 연어를 보는 것 같았다.

철퍼덕.

생선은 찰진 소리를 내며 자갈밭 위에 안착했다. 안타깝게도 연어의 꿈은 못 이뤄질 듯하다. 대신 저녁으로 맛나게 먹어줘야지. 의외로 야외에서의 첫 식사는 풍족한데?

“오. 끝내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그리고 항상 칭찬에 목말라하고 있는 리프렌에겐,

“봤지! 나는 한다면 하는 여자야! 이런 먹을 거 구하는 건 드래곤의 손녀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거라고!”

음, 전지전능에 가까운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고작 생선 잡는 걸로 거들먹거리는 게 조금 우습긴 하지만, 뭐, 본인이 만족하면 족하는 거지.

“레이, 레이! 우리 좀 더 잡아갈까? 내가 마음먹으면 여기 있는 생선 모두 잡을 수 있는데!”

“아니야. 이 정도면 충분하고도 남아.”

이 두 마리 정도라면 충분했다. 워낙 큰 탓에 하나 굽는 것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런 놈이 두 마리나 있으니 스프와 같이 먹는다면 꼭두새벽에 굶주림에 주린 배를 부여잡을 일은 없었다.

“아냐! 울 아빠가 그랬는데 그, 뭐드라. 아! 유비무환이랬어! 있을 때 많이 준비해두면 나중에 좋을 거래.”

“아, 그 뭐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피난 가는 것도 아니고 굳이 챙겨 담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챙겨야 할 것이 날생선이라는 점에서 우리 처지에 보관하기도 난처했다.

“지켜보고만 있어! 내가 금방 잡아줄게!”

“제발 내 말 좀 들어라. 더 이상 잡아봤···.”

“오랴!”

“아나! 잡지 말라고!!!”

그새를 못 기다리고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흘려들은 리프렌이 또 다시 수면을 후려갈겼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녀의 후려갈김에 희생된 생선 한 마리가 물기둥과 함께 하늘로 비상했다. 진짜 못 말리겠네.

심지어 더 못 말리는 건 몸에 기합과 흥이 잔뜩 들어가 힘을 조절하지 못해 생선이 내가 잡을 수 없는 높이까지 치솟아 여 다른 생선들처럼 팔딱거리며 포물선을 그렸다.

“홈런이네.”

“으아! 내 생선!”

나나 리프렌이나 멀어져가는 생선에 시선을 고정했다. 나는 내 능력으로 잡을 수 없기에 포기해서, 리프렌은 경악하는 바람에 경직이 돼서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그렇게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간 생선은,

“왁!”

“다, 단장님!”

갑자기 어디서 솟아난 것인지 모를 사람의 투구의 차양에 격하게 안기는 걸 보게 됐다. 그 뒤는 내가 겪었던 상황이랑 똑같았다. 생선의 격한 포옹에 뒤로 넘어지고, 자갈밭에 지압마사지를 받아 엄청나게 건강해지는 기분을 참지 못하고 몸이 활처럼 휘기까지 했다.

어···, 왠지 사고 친 것 같다.

갑옷남의 고통에 찬 거친 숨소리가 차양의 구멍을 통해 똑똑히 들려왔다. 상상이외로 굉장히 아픈가보다. 갑옷이라 그렇게 안 아플 것 같았는데 전혀 아닌 듯싶다.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지?


“안젤라한테 살해당할 거야, 나는.”

지금도 내 뒤에 행렬하고 있는 사람들의 대해 생각하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험상궂게라도 생겼으면 말도 안했을 것이다. 내가 진정 무서운 건 그들의 차림새였다.

겹겹이 껴입은 중갑은 물론이고 등이나 허리춤에는 각각 잘 벼려진 바스타드나 클레이모어를 차고 있어 안 그래도 무서운데 가장 작은 사람이 180cm는 그냥 넘었고 걸을 때마다 내는 묵직한 절그럭거리는 소리는 등에 식은땀을 나게 했다. 아직도 그때 저 성기사들이 검을 뽑아들고 달려들려고 했던 걸 생각면, 으으, 생각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특히,

“전 괜찮습니다.”

“케인 단장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 무뢰한들이 했던 짓거리를 방관하시겠다는 뜻입니까?”

“부단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이 사건을 흐지부지 넘기면 이 오만방자한 것들이 어떤 헛소문을 퍼뜨릴지 모를 일입니다! 그건 단장님의, 우리 크록슈교에 먹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하, 너무 과민반응이십니다.”

단장이라고 불리는 케인이라는 내 또래의 사내 옆에 붙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알랑방귀를 뀌고 있는 부단장과 케인의 투구를 들고 있는 사내는 이따금씩 내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며 들으란 듯이 목소리를 높이는 바람에 베이스캠프 걷는 내내 혹시 뒤통수에 칼이 날아들까 마음을 졸였다. 심지어 저 둘이 가장 먼저 케인의 앞을 막아서며 날 베어버리려고 해 그 자리에서 죽는 줄로만 알았다.

“저기, 레이.”

그때 냇가에서 잡은 생선 두 마리를 마치 베개 끼듯 옆구리에 낀 채 나란히 걷고 있던 리프렌이 내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담겨있었다.

“미안해. 나 때문에···.”

“아냐. 너무 마음 쓸 필요 없어. 리프렌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그러려다가 실수한 거잖아. 그치?”

“···응.”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할게.”

“···응. 알겠어.”

그리고 난 안젤라 손에 죽겠지. 하하···.

친구 찾으러 갔던 놈이 누군지도 모르는 중무장한 사람을, 그것도 성기사로만 10명이나 되는 인원을 데려온다면 안젤라가 ‘어머, 친구 많이 데려왔네?’하면서 잘도 반기겠다. 그녀 성격에 그 자리에서 즉결처형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저희 단원들이 워낙 괴짜라서.”

“아뇨. 오히려 저희가 죄송하죠. 단장님께 폐를 끼쳤는데.”

“그럴 수도 있는 일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렇게 보상도 받았는데 더 바랄 게 있겠습니까?”

케인이 우리가 잡은 생선 중 한 마리를 들며 싱글벙글 웃었다. 리프렌과 내가 사과의 뜻으로 준 선물이었다.

얼굴에 비린내가 나는 생선을 맞는 게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심지어 모르는 사람한테 영문도 모르고 맞았다면 화가 날 법도 했다. 하지만 이 사람은 그런 기색을 얼굴에 전혀 비치고 있지 않고 사람 좋은 웃음을 생글거릴 뿐이었다.

조금 짙은 황갈색의 머리카락과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거의 실눈에 가까운 작은 눈. 전체적으로 곱상하면서 귀티 있는 외모. 그리고 배운 사람의 티가 나는 교양 있는 말투와 바른 심성을 고루 갖춘 남자였다.

“그리고 제가 두 분과 함께 가는 이유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야영지를 구하기 위함일 뿐, 저희 단원들이 말하는 건 신경 쓰시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케인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재차 자신들의 목적을 내게 상기시켜줬다. 성기사는 엄연히 교회출신이다. 그리고 내가 그를 데려가는 그룹에는 네크로맨서인 안젤라와 누가봐도 언데드인 킨이 있다. 내 가치관으론 케인과 안젤라들이 만나면 안 되겠지만, 다행히도 킨이 말해줬듯 교회와 네크로맨서는 상호협동관계이다. 만난다고 한들 딱히 문제없을 것이다. 오히려 큰 문제는 저 두 사람의 입방정이겠지.

“쳇, 저놈은 운도 좋군. 케인 단장님께서 자애로우신 분이셔서 다행이지 나 같았으면 아주 그냥!”

“그러게 말입니다 부단장님.”

“두 분도 이제 그만하세요. 도가 너무 지나치십니다.”

“하하···.”

제발 저 입방정이 안젤라 앞에선 안 터지길. 그렇다면 안젤라한테 다시 죽을 일은 없을 텐데.

일이야 어찌 시작됐든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지금에 와서야 후회하고 좌절한들 이미 시작된 일은 멈출 수 없다. 그냥 잘 되기를 간절히 빌 수밖에.

그렇게 어찌어찌 케인과 그의 단원들과 함께 우리들의 야영지의 근처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어두컴컴한 숲에서 유난히 밝은 데를 찾다보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저기 보이시죠? 맨 앞에 있는 마차가 상단주의 마차에요.”

내가 유난히 화려한 장식들로 수놓아진 마차를 가리켰다. 딱 봐도 ‘내가 주인이요.’라는 티가 드러나 케인도 한눈에 알아봤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저희가 스스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중에 뵙도록 하죠.”

“예. 그럼 저희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이때가 기회다 싶어 황급히 케인에게 인사를 하고 리프렌을 데리고 도망치듯 그 무리를 빠져나왔다. 케인을 제외한 저 무시무시한 광신도 같은 단원들의 눈총을 견디는 게 힘에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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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아이덴티티, 그리고 적응 - 7 +2 16.03.27 354 3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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