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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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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93,079

작성
16.06.2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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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6
추천
12
글자
12쪽

58화-용(Dragon)(2)

DUMMY

그 사이 니난과 경비의 말싸움은 점점 절정을 향해 치달리고 있었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왜! 왜! 왜! 왜! 왜! 왜! 왜!”


“안 된다고오!”


“왜애애애애!”


“아, 글쎄! 안! 돼!”


“아, 왜! 안! 되냐고!”


그 모습에 결국 한숨을 내쉰 스피카가 케이난을 불렀다. 생각해 보면 굳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간단하게 물어보면 그의 행방을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어디에 있건 독보적인 존재감을 증명하는 이이니까.

저기 난처한 얼굴로 애매하게 손을 뻗은 경비에게 물어본다면 알 수 있을 터이다.


“케이난? 저기 저 경비에게 물어봐 주세요.”


“아, 네.”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다른 경비에게 다가가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짓던 그녀의 표정이 순간 놀라움으로 굳어졌다.


‘무슨?’


이 강렬한 기운. 이 광폭한 살기. 절대 잊혀지지 않는 냉혈의 짙은 광기. 틀림없다. 이건 틀림없는 ‘그들’의 기운이다.


‘어디?’


기운의 주인을 찾아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그녀의 시야에 마침내 그 주인이 포착됐다. 푸른색의 머리칼과 눈동자. 틀림 없는 블루의 일족. 하지만 어째서일까. 낯이 익었다.


‘누구지?’


스피카가 고개를 갸웃거릴 무렵. 시선을 의식했는지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아마도 자신을 찾는 것이리라 생각하던 그녀는 시선이 마침내 자신을 바라보자 짙은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었군요.’


어찌 잊을까. 그녀와의 만남을. 저 북쪽의 동토에 자리를 튼 위대한 종족의 이단아라 불리던 그녀를.

시선의 끝에서 그녀의 표정이 굳어가고 그녀의 입에서 사탕이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여전히 그녀는 감정 표현이 풍부한 것 같아 기쁜 마음이 들었다.


‘안녕하셨나요.’


마음을 가득 담아 고개를 숙이자 그녀가 멍하니 손을 흔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니 다시금 미소가 지어졌다.


“저, 마스터께서는 일주일쯤 전에 아카데미를 그만 두셨다고 합니다.”


“그래요?”


어느새 돌아온 케이난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하던 그녀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


“지금 그분이 어디에 계시는지 알 수 있나요?”


“예. 남쪽에 계시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럼 가죠.”


“예.”


이윽고 아인즈와 같은 지식을 익히고 그녀 스스로 해석한 별의 마법이 발현된다.


천좌 11성

공간 좌표 변형 술식

텔레포트(Teleport)

스피카식 변형

지문(地門)


‘안녕히.’


마지막으로 오랜 인연의 그녀에게 남기는 인사와 함께 그녀와 세명의 호문클루스가 아드리아에서 사라졌다.


* * *


“제기라알!”


사일론 제국의 3황자. 흑기사 가면을 쓰고 경매에서 아인즈와 경쟁했던 다리안은 숙소로 돌아와 참았던 분노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콰창! 쨍그랑!

거처를 꾸미고 있던 장식들이 무참히 깨어져 나가는 것을 보며 기사들의 인상이 찡그려졌다. 애초에 그는 그렇게 좋은 군주가 아니었다. 특히나 이렇게 분노를 해소하고 있을 때에는 더욱이나.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는 폭군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그들이 여전히 그를 따르는 것은 지금 방안으로 들어오는 초로의 남자 때문이다.


“도련님. 부디 고정하시지요.”


“하? 고정? 고정이라고 했나? 지금 내가 어떤 꼴을 당했는지 모르는가?”


“······”


“내가, 이 내가! 모욕을 당했다는 말이다! 이 내가! 고작 양치기 나부랭이의 가면을 쓰는 놈에게!”


“······”


“그런데도 내가 참아야 하는가? 이 내가 명예에 상처를 입었는데도?”


그 말에 초로의 남자. 차드가 무감정한 눈으로 다리안의 눈을 응시했다. 그 건조한 시선에 다리안이 뒤로 물러섰다.

가끔, 그가 저런 눈을 할 때마다 공포와 같은, 정확히는 꺼림칙한 느낌을 받아왔다. 마치 포식자 앞의 피식자처럼.


“뭐, 어쩌라는 건가!”


자존심을 상하기는 싫었는지 목소리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기가 죽은 것이 확연히 느껴지는 목소리에 차드가 입을 열었다.


“명예가 상처를 입은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가 말도 안 되는 금액 투자를 한 것 뿐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이제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자신이 가지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번에는 그저 상대가 우매한 짓을 저지른 것일 뿐입니다.”


“······”


“당신은 가장 위의 옥좌에 오를 분이십니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확실하게 구분하십시오.”


“······”


알아듣도록 잘 설명했지만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차드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제가 그에 대해 조사를 해 보겠습니다. 부디 그때까지 고정하시고 기다려 주십시오.”


“됐어, 나가봐.”


여전히 퉁명스럽기는 했지만 풀린 기분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목례를 올리고 그가 방을 나섰다. 아마도 당분간 까다로운 일을 처리해야 될 듯 싶었다.


“쯧, 이 짓도 상당히 귀찮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의미 모를 말을 흘리며 걸어가는 그의 등 뒤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웠다.


* * *


민 네이라일 몰레스터스 란구에오(Min-Nairail-Molestus-Langueo).

이 긴 이름의 주인은 블루 일족 최고(最古)의 고룡 로시즈 파일리아스 폴레오 몰레스타 하에레시스(Rosis-Fillias-Polleo-Molesta-Haeresis)의 딸이다.

499세의 어린 헤츨링인 그녀는 최고의 말썽쟁이로 통한다. 그녀의 호기심은 언제나 대형 사고를 불러 일으켰고, 그녀의 끈질긴 성격은 언제나 성가신 일들을 불러일으켰다.

그린의 로드가 아끼던 숲을 태우는 것은 기본. 마족의 봉인을 풀어헤치고, 신석(神石)을 폭발시키고, 마나석을 산만한 규모로 뭉쳐 놓고 마나를 흔드는 등 그녀의 사건사고 목록은 자잘한 것-중형 재앙-까지 꼽는다면 세권짜리 책을 낼 수 있을 수준이었다.


‘흥! 나도 이제 499살이라고! 언제까지 앤줄 아나? 이제 몇 달 안 있으면 500살! 성룡이라고! 그러니까 지금 나가는 것도 별 문제는 없다! 이거야!’


그런 가벼운 생각으로 엘프들의 거처인 숲에 내려온 것이 첫번째 실수였다.

그날 그때. 그곳에서 있었던 마법의 영향과 죽어가던 엘프들의 폭출하는 감정의 영향으로 그녀는 어째서 헤츨링의 유희를 엄격하게 금지하는지 몸으로 깨달아야 했다.


-아아아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살려줘!


-죽기 싫어!


-꺄아아아악!


-엄마! 아빠!


드래곤은 마법 적성이 높다. 얼마나 높은가 하면 성룡이 되기 전에 이미 초월의 바로 앞인 단에 이를 정도. 하지만 그것은 양날의 검이나 마찬가지다.

마법적성을 판단하는 것은 세가지.

마나 친화력.

마나 지배력.

마나 감응력.


마나 지배력을 제외하고 남은 둘은 마나에 얼마나 민감한지에 대한 판단기준이 된다. 그리고 마나에 민감하다는 것은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힘을 민감하게 느낀다는 것.

그것이 감정이든, 영언이든, 마나든, 영력이든, 정령력이든, 마력이든, 신성력이든, 오라든. 그것이 무엇이건 쉽게 느끼고 또 그만큼 쉽게 오염된다. 물에 잉크를 빠뜨린 것처럼.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녀를 덮쳐들 때 에아를 구속한 ‘부정’ 역시 그녀를 덮쳐들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녀는 에아처럼 세계가 모든 것인 세계수와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나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것이 두번째 실수다.

그녀의 나이는 499세. 정확히는 가출을 감행한 날짜를 기준으로 499세 11개월 29일. 엘프의 숲에 도착한 순간을 기준으로 500세 1일.

본래 드래곤의 수면기는 대폭 이루어지는 성장을 위해 마나를 모으고 스스로 내면을 유영하며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함이다. 보통 만 500세를 채우고 여섯달 이내에 수면기에 들지만 그녀에게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끼어들었다.

엘프들이 죽어가며 내뿜은 감정의 소용돌이와 ‘부정’의 작용. 그리고 무시무시한 ‘업’의 유동. 그 탓에 방어기제가 작동할 수 밖에 없었다.


“싫어어어어!!!”


무너져 내리는 정신을 방어하기 위해 외부의 모든 자극을 차단하고 의식을 무의식의 깊은 안쪽으로 끌어내렸다.

단단한 껍데기를 만들고 그 안에 영혼의 빛을 숨겼다. 남은 것은 그저 숨만 쉬고 있을 뿐인 육체뿐. 허무한 눈으로 세상을 비추는 눈에는 아무런 빛도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성룡이 되어 깨어나거나 혹은 다른 드래곤의 도움이 있어야 깨어날 수 있을 터였다.


꽁꽁 감싼 채 공포에 질려 깊은 곳에 숨어든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둠만이 유영하던 이곳에 빛이 스며들었다.


“······아.”


따뜻하지도, 밝지도 않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안심이 되는 별을 닮은 빛이었다.


“······예······쁘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본 적이 없다. 그저 레어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배우거나 땅위의 것들을 흥미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뿐.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저 천체들에게 딱히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비치는 저 별의 그것과 같은 빛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세이렌의 노래에 마음을 모두 빼앗겨 바다에 몸을 던졌다는 선원의 마음과 비슷할까?

무심결에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나!


“어?!”


화들짝!

빛줄기에 닿자 마자 들려온 소리에 손을 끌어 안았다. 그러고는 다시 어둠 속으로 숨어들었다. 다시금 찾아든 정적, 적막.

하지만 그녀가 가진 가장 큰 성향은 호기심.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다시 빛줄기 앞에 섰다. 여전히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단지 비취기만 하는 은은한 빛.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을 빼앗길 것만 같은 그 아름다움에 다시 손을 뻗었다.


-······어나!


“읏!”


역시 들려오는 목소리. 하지만 이번에는 움찔 했을 뿐. 손은 여전히 빛에 닿아 있다. 그리고 마침내 소중한 영혼의 빛을 찾아낸 별빛이 환하게 그녀를 감싼다.


“쿠쿡.”


그러고는 빛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상황과 어울리기는 했지만 너무 가벼운 말투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기상! 일어나!


* * *


“으음? 뭔가 이상한데?”


분명 마법의 발현은 완벽했다. 네개의 황도 술식을 연계해 발현 했지만 거기에 무리와 실수 다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술식의 완성도? 역시 완벽했다.


“역시 이 아가씨의 의식이 문제인 건가······”


지금 보이는 이 헤츨링 소녀의 상태는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높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는 헤츨링이 아래에 내려와 살육을 벌이는 난장판에 끼어들었다면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곤란한데······”


분명 마법의 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안정했던 마나와 기운들은 안정을 되찾았고 신체의 생체 리듬 역시 일정했다. 단지 문제라면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


“흐음······”


“마스터, 역시 무리인 걸까요?”


“글쎄······ 헤츨링의 감수성은 그 재능과 비례하는데 이 아가씨는 아무리 봐도 드래곤 중에서도 선두권이거든. 그런데 그 난장판에 던져졌으면 글쎄······”


“그렇군요······”


시리아와 게럴트 역시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눈 앞의 헤츨링 소녀를 바라보았다. 말이나 잘 듣고 레어에 있지 무슨 생각으로 아래로 내려와 이런 사태를 만든 것인지.


“아, 진짜. 보호자가 찾아오기 전에는 정신을 차려야 할 텐데······”


그네들의 독선적이고 오만한 성정을 보아 이런 상황에서 마주친다면 헤츨링에게 남은 마력을 파악하고는 앞뒤 안 가리고 일단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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