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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최근연재일 :
2016.06.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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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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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발호(西門跋扈) 4

DUMMY

그 시각,

개봉 조평환의 사저에는 일촉즉발의 긴박함이 감돌았다.

전신을 검은 옷으로 가리고 정체를 숨긴 흑의복면인이 조평환의 저택 내실을 향해 긴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복도의 양옆은 벽으로 막혀 내실로 향하는 긴 통로를 이루고 있으며, 그 복도를 한발 한발 지나던 흑의복면인의 눈동자가 일순 번쩍 빛을 발했다.


“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으음 여섯 놈. 무예의 고수들이다. 흐흐흐··· 조평환. 이놈이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구나! ”


그 통로의 지나며 벽속에서 살기가 미미하게 흘러나오는 것을 흑의복면인은 이미 감지한 것이다.


“ 안에 있으렸다! ”


흑의 복면인이 내실의 문을 왈칵 열어젖히고 들어서자 조평환이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벌떡 일어섰다.


“ 어른,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그런데, 흑의복면인을 맞이해 급히 상좌로 안내하는 조평환의 시선은 엉뚱하게도 복도의 벽을 향했다.


“ 허허허, 조대인. 왜 그리 허둥대는가? 숨기는 일이라도 있는가? ”


순간 조평환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떠올랐으나 애써 공손한 어조로 말을 하며 자리로 안내했다.


“ 어른께서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급한 마음에 정신이 없었던 탓입니다. 어서 좌정하십시오. 헌데, 무슨 일로 또다시 찾으셨는지? ”


어설픈 웃음을 머금고 아부하듯 말하는 조평환을 앞에 두고 실내를 한 바퀴 휘둘러본 흑의복면인이 무겁게 말문을 열었다.


“ 조대인, 일전에 그대에게 분명히 경고를 했을 터. 노한 군중들이 궐기를 하기 전에 특단의 조치를 취하라 하지 않던가? 욕심을 부려 시기를 놓치면 그대를 엄중히 문책을 할 것이라 했다. ”

“ 이 사람이 소홀히 한 점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지 조평환의 태도는 분명 전날과는 달랐다.


“ 진정 모른단 말인가? 한림학사원을 불태울 만큼 노한 군중들의 궐기가 그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단 말이더냐. 분노한 그들은 다시 기회만을 노리고 있다! ”


흑의복면인의 목소리에 노기가 가득했다.


“ 어른! 이 사람도 그곳에 급히 사영대를 보내 조사를 하였으나 아직 그 원인이 밝혀지지를 않았습니다. 그래서 방화의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암암리 그곳을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


흑의복면인의 입에서 드디어 참았던 노호가 터졌다.


“ 이놈, 조평환! 그 일이 잘못된 점이라 아직도 깨닫지 못 하는가? 군중들은 사영대의 무인들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고 격분하여 그들과 대치를 하고 있는 것을! ”

“ 그 정도는 이 사람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

“ 이놈이, 그렇다면 미리 대처를 했어야 옳지 않은가? 즉시 연환서숙을 이용하여 군중들을 위무하도록 하라! ”

“ 후후후, 어른! 왜 연환서숙이어야 합니까? ”

“ 어헛, 이놈이! 네놈이 언제부터 내 말에 토(吐)를 달 만큼 용감해 졌느냐? ”

“ 연환서숙을 이용하면 봉기가 없어진다는 그 이유라도 설명해 이 사람을 납득시킨 후 어른께서 명(命)을 하셔야 옳은 순서가 아닙니까? ”


한림학사원이 불탔는데 연환서숙이면 된다는 말은 어찌 보면 억지에 가까운 말이 아닌가? 조평환의 반문은 이치에 맞는 말이었다.


“ 오냐, 내 설명하지. 한림학사원이 불타기 전부터도 연환서숙은 민심을 얻고 있었다. 지금도 학사원의 원생과 협인들이 서숙으로 몰려든다. 또한 그곳의 민심을 얻고있는 서문인걸이 서숙의 명실상부한 주인이 되었다. 이럴 때 한림학사원의 부패를 인정해 스스로 폐쇄하고 서숙과 서문인걸을 내세워 개혁에 앞장서겠다고 선포하면 그들 모두가 조정의 변화를 지지할 것이 아닌가! ”

“ 안됩니다. 그 연환서숙의 주인이 서문인걸이라면 더더욱 아니지요. 그는 조정을 적대시하는 인물입니다. ”


단호하게 거부하는 조평환을 보는 흑의복면인의 눈빛이 기이하게 변했다.


“ 조정에 적대시를 해서 안 된다? 그건 네놈이 이끄는 조정이 민심을 잃었다는 반증이 아닌가? 그렇다면 서문 그자에게 네놈의 자리를 물려주어 조정부터 혁신을 이루어야지! ”

“ 어른의 말은 이 사람이 자리를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까?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지요. ”

“ 그렇다면 우선 네 놈부터 손을 볼 수밖에! ”


흑의복면인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조평환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조평환이 얼굴에 비웃음을 머금고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 크흐흐··· 이보시오, 어른. 이 조평환이 그리도 만만히 보였소? 그대 또한 오늘 이방을 순순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오. 여봐라! ”


조평환의 고함소리와 동시에 복도의 벽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여섯 명의 무인이 번개처럼 방안으로 뛰어들어 흑의복면인을 가운데 두고 포위했다.


“ 흐흐흐, 그 동안은 내가 많이 참았다. 이놈, 이 조평환의 힘이 어느 정도인가 단단히 겪어보아라. 어서 쳐라! 이놈을 살려두어서는 안 된다. ”


- 크르릉!

- 펑펑, 크앙!


여섯 명의 무사들은 한마디 말도 없이 흑의복면인을 향해 장(掌)을 날렸다. 산을 허물고 바위도 산산조각 낼 무시무시한 장력이었다. 그 손바람은 여섯 갈래로 나뉘어 흑의복면인의 전신요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조평환의 눈 속에 이제는 흑의복면인이 산산조각 나는 모습이 보였다.


“ 크흐흐··· 이놈. 그 동안 이 조평환에게 온갖 수모를 가한 벌이다. 크하하하! ”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쓰러져 뒹구는 흑의복면인을 살피려 다가갔다. 그러나 그 순간!


“ 어어, 이게 어찌된 일이냐? ”


눈앞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있는 여섯 명의 무사들 뿐, 흑의복면인의 신형은 순식간에 사라져 실내 어디에 흔적조차도 없었다. 부동명왕보(不動明王步)였다. 흑의 복면인은 이정제동의 묘리를 담고 있는 보법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가장 빨리 위치를 변환 시키는 불문의 절세 보법을 시전해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 크하하··· 크하하하··· ”


형제는 보이지 않고 허공에서 훅의복면인의 웃음소리만 크게 울렸다.


“ 조평환, 내게 암습을 가했겠다? 프흐흐흐, 이젠 내 장(掌)을 받아 보아라! ”


그 웃음소리와 함께 흑의복면인의 손에서 부드러운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큰소리도 울리지 않았다. 다만 조평환과 여섯 무인의 귀에는 미미한 바람소리만 들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 퍽퍽!

- 쿵, 쿵쾅!


단지 바람소리만 들었을 뿐인데 순식간에 혈도를 제압당해, 일곱 개의 몸뚱이는 어디를 어떻게 격타 당했는지도 모르고 바닥에 널브러져 눈만 껌벅거렸다. 그 짧은 순간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불문 최고의 무공인 보리신공(菩提神功)을 경험한 것이다. 그래도 흑의복면인은 손에 조그만 인정을 남겨 사혈(死穴)만은 피해주었기에 그 일곱 몸뚱이는 다행히 목숨만은 부지했다. 그러나 그들은 전신이 마비되는 수모는 피하지 못하고 가쁜 숨만 겨우 몰아쉬었다. 이제는 그 무서운 무공 앞에 목숨을 구걸할 수밖에 없었다.


“ 어··· 어른. 다시는 어른의 명을 거역 않겠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


조평환에게는 조금 전의 그 당당했던 모습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두 손을 싹싹 비는 꼴사나운 짓이, 오직 힘 앞에 목숨을 구걸하는 늙은 노인에 불과했다.


“ 어림없는 일. 너는 네 자신의 헛된 욕망이 얼마나 큰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몸소 느껴야만 한다. ”


흑의복면인은 손가락 하나를 들어 조평환의 미룡혈(尾龍穴)을 슬쩍 건드렸다. 그 혈은 척추의 말단에 자리해, 점혈을 당하면 그 영향이 뇌의 기능을 마비시킬 뿐 아니라 점혈을 한 자가 해혈(解穴)을 해주지 않으면 주기적으로 격심한 통증을 일으켜 밀려와 참을 수 게 만드는 훈혈(暈穴)이다. 흑의복면인은 조평환을 철저히 손아귀에 틀어쥐기 위해 그런 술수를 부린 것이다.


“ 억, 으윽! ”


그 즉시 조평환은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며, 순식간에 밀려오는 통증의 괴로움으로 방안을 때굴때굴 굴렀다.


“ 조평환! 일각이 지나면 네 머릿속의 통증은 저절로 사라진다. 그러나 내가 한 달에 한 번씩 혈을 풀어 순환을 도와주지 않으면 막힌 혈도는 어혈(瘀血)을 이루어 목숨이 살아남지를 못할 것이다. 때맞추어 내게 도움을 청하도록 하라. ”


그 순간에도 조평환은 바닥을 뒹굴며 스스로 점혈을 풀어보려 미룡혈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손에 힘을 가하면 가할수록 머리는 더욱 흔들리며 통증이 깊어만 갔다.


“ 어··· 어른. 무슨 일이든 어른이 시키는 대로 다 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이 통증만 좀 사라지게 해 주십시오. ”


흑의복면인은 괴로움을 참지 못해 눈물까지 흘리며 손바닥을 싹싹 비는 조평환을 바라보며 눈 속에 득의의 웃음을 담았다.


“ 이제 나의 한마디가 얼마나 무서운 지를 똑똑히 알았으리라. ”

“ 예. 예, 어른. ”


손을 뻗어 조평환의 미룡혈을 툭 건드리자 씻은 듯이 통증이 사라진 조평환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흑의복면인은 그런 조평환을 아예 본 척도 않고 방안에 뒹구는 여섯 무인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지, 네놈들은 이제부터 나의 수족이 되어야 하니 오늘의 기억은 모두 잊어야 할 게야! ”


말과 동시에 손바닥을 흔들자 한줄기 바람이 일어 여섯 무인의 백회혈을 휘익 스쳐 지났다. 그리곤 훌쩍 몸을 날려 내실을 벗어나 바람처럼 깜깜한 밤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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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第 10 章 자혜궁 연정 1 16.06.01 6,047 45 12쪽
45 치밀한 계략 5 16.06.01 5,817 41 12쪽
44 치밀한 계략 4 +1 16.06.01 5,950 43 14쪽
43 치밀한 계략 3 16.06.01 5,948 44 13쪽
42 치밀한 계략 2 16.06.01 6,069 44 11쪽
41 第 9 章 치밀한 계략 1 16.06.01 6,257 44 14쪽
40 의도된 정사(情事) 5 16.06.01 6,336 43 13쪽
39 의도된 정사(情事) 4 16.06.01 6,430 39 17쪽
38 의도된 정사(情事) 3 16.06.01 6,427 46 13쪽
37 의도된 정사(情事) 2 16.06.01 6,554 50 10쪽
36 (2券) 第 8 章 의도된 정사(情事) 1 16.06.01 6,882 46 12쪽
35 보이지 않는 손 5 16.06.01 6,367 47 12쪽
34 보이지 않는 손 4 16.06.01 6,781 49 11쪽
33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3 16.06.01 7,268 52 11쪽
32 보이지 않는 손 2 +1 16.06.01 6,793 58 14쪽
31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1 16.06.01 7,043 51 11쪽
30 싱그러운 육체 2 16.06.01 7,847 49 19쪽
29 第 6 章 싱그러운 육체 1 16.06.01 8,039 52 14쪽
28 서문발호(西門跋扈) 5 +2 16.06.01 7,706 51 12쪽
» 서문발호(西門跋扈) 4 +1 16.06.01 7,740 54 10쪽
26 서문발호(西門跋扈) 3 16.06.01 7,520 57 14쪽
25 서문발호(西門跋扈) 2 16.06.01 7,593 54 12쪽
24 第 5 章 서문발호(西門跋扈) 1 +1 16.06.01 7,996 5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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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음모의 단초 3 16.06.01 8,045 5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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