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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최근연재일 :
2016.06.01 19:32
연재수 :
1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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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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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의도된 정사(情事) 4

DUMMY

갑자기 경직된 화빙아의 모습에 유운이 손을 내저으며 나섰다.


“ 문주, 그리 마시오. 우리 모두가 가족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소생이 오히려 문주께 부탁의 말씀 드리려 합니다. 문주는 천궁과 가족이 되기가 싫으신가보구려? ”


천궁의 존재라 함은 강호의 어느 누구도 감히 그 앞에서 고개조차들 수 없는 오랜 세월의 전설이다. 무릇 강호인이라면 모두 그 전설 앞에 고개를 숙여 존경의 예(禮)을 표함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 그런 천궁의 지존이 가족이 되기를 청한다. 그러지 않아도 화영루에서 유운에게 마음을 한번 빼앗겼던 화빙아가 아닌가, 더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 천궁의 가족이 된다면 광영이지요. 제가 어찌 마다하겠습니까. 어서 할 일이나 알려 주세요. ”

“ 들어주신다니 고맙소이다. 그보다 잠시 다른 이야기부터 먼저 하지요. 서문어른이 공주를 만나자 연락한 일, 내 짐작이 옳다면 분란의 시작일 것이오. 그가 만약 쉬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을 하더라도 거절 말고 수락을 하십시오. 뒷일은 내가 감당하리다. 아마 우리는 그때부터 조정과 겨루는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오. ”

“ 오라버니, 조정과의 싸움이라면 황궁과도 적대를 하는 싸움이 아닙니까? ”


조정과 황실은 떨어질 수 없는 하나가 아닌가? 또한 자신은 황실의 공주다. 조정과 적대를 하는 싸움이란 즉 황실과도 일전을 불사한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자혜공주는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 공주, 그게 아니오. 황실을 든든히 지키기 위한 싸움이 될 것이오. 만약 서문어른의 의도대로 된다면, 우리는 강호의 모든 방파를 집결시켜 우리의 전력(戰力)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될 힘든 싸움이 될 것이오. ”


유운이 자혜공주의 불안해하는 마음을 달랬다.


“ 알겠어요, 오라버니. 그런데 어찌 서문대인이 그러한 제안을 할 거라 짐작을 하십니까? 혹시 그곳의 상황을 직접 살펴보셨는지? ”


자혜공주의 물음에 학련이 유운과 눈을 마주치며 씨익 웃었다.


ㅡ 서문(西門)이 변방(邊方)을 흔들며 숭산(崇山)으로 향하다. ㅡ


누군가에 의해 보내져 학련에게 날아든 한 마리 하얀색 비둘기, 그 전서구의 발목에 묶여 있던 서찰에 적혀진 글이었다.


“ 하하하, 직접 살핀 건 아닙니다. 그러나 우연히 알게 된 사실 또한 아니외다. ”


그리 말한 유운은 더 자세한 설명은 않고 화빙아를 향했다.


“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화문주에게 부탁을 하려 했습니다. 다행히 하오문이 와해되지 않고 이전의 상태 그대로 복원이 되어 큰 힘이 됩니다. 지금 강호에는 하오문의 문도들이 다른 어느 문파의 제자들 보다 많이 활동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

“ 예, 공자님의 도움 덕에 하오문도들이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강호를 어지럽힌 모든 나쁜 짓들을 주워 담기에 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

“ 바로 그 점입니다. 강호에 널리 산재해 있는 하오문도들을 활용해 곳곳의 조그만 정보라도 놓치지 말고 수집해서 보고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크게 위기를 당한 하오문주를 중원의 모든 문파들이 쉽게 배척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문주께서는 각 문파의 중요인물들과 자주 어울려 지금의 상황을 잘 설파해 주시면, 그들을 우리의 동조자가 되도록 만드는 일이 훨씬 수월해 질 것입니다. ”


하오문도들은 유운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화빙아에게는 각 문파를 끌어들일 첨병이 되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 저를 천궁의 일원으로 받아 주셨는데 당연히 도와야지요. 기꺼이 그 일을 맡아 행하겠습니다. ”

“ 고맙습니다. 그러나 각 문파의 원로들과는 교분을 두터이 하되 장문인들에게는 속마음을 털어놓지 마십시오. 장문인들은 어느 쪽이든 자신들의 이해가 얽혀 있어 금방 우리의 기밀이 누설됩니다. ”


유운은 화빙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한편으로는 구와 학련에게 당부를 했다.


“ 이제부터 구는 하오문과 화문주를 철저히 보호토록 하라. 그리고 학련누님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자혜공주의 주변을 면밀히 감시해 주십시오. ”

“ 예, 주군. 명심하겠습니다. ”

“ 자···, 밤도 깊었으니 오늘은 모두 이곳에서 유하시고 아침에 뵙도록 하지요. ”


* * * * * * * * * * * * * * * * * *


사방이 잠들어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깊은 밤,


“ 공주, 들어오시오! ”


유운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자혜공주의 귀를 울렸다. 공주가 분명 찾을 것이라 짐작을 하고 있었던 유운이었다.


“ 어머, 아니에요. 잠이 오지 않아 바람이나 쇨까하고. ”

“ 어허, 지켜보는 걸 알고 있었소. 어서 들어오시오. ”

“ 알았어요, 오라버니. 모두 듣겠어요. 큰소리 내지 말아요. ”


발소리를 죽이고 살며시 들여다보려던 자혜공주다. 고개를 푹 숙이고 방문을 여는 공주의 얼굴은 잘 익은 복숭아처럼 붉게 물들었다.


“ 오라버니! ”

“ 예, 공주! ”

“ 상관오라버니, 대의를 위해 가문이 멸문을 당한 그 한(恨)을 가슴에 묻어두신 그 마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어서 늦은 시간이지만 찾았습니다. ”

“ 잘 오셨소. 나도 깊은 고민 끝에, 혹여 잘못 전해져 우리 둘 사이에 오해가 깊어지지나 않을까 염려하여 드린 말이오. 지난 일은 모두 정의를 위한 밑거름이라 생각하고 잊읍시다. 그것이 할아버지의 바람이기도 하오. ”

“ 풋, 푸훗. 호호호··· ”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들던 자혜공주가 갑자기 유운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장난기가 묻어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 어어, 공주. 왜 그러시오? ”


너무나 기막힌 사연에 잠시 정신이 혼미해 졌는가? 혼자 소리 내어 웃는 자혜공주를 유운이 어이없이 바라보았다.


“ 프흐흣, 아녜요. 소녀가 엉뚱한 생각을 하여 잠시 오라버니를 미워한 일이 생각나··· ”

“ 미워하다니, 무슨 일로? ”

“ 풋, 푸후후훗! ”

“ 어허, 공주. 어서 말해보오. ”


피식 웃음을 흘리던 자혜공주가 유운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자신이 우스워죽겠다는 표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 오라버니와 하오문주의 너무나 다정스러운 모습에 소녀가 그만···. ”

“ 이런, 그게 무슨 말이오! ”


갑자기 공주의 표정이 애잔하게 변했다. 그리고는 그 큰 눈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유운의 품속으로 뛰어 들었다.


“ 오라버니. 오라버니께서 오늘 소녀를 대하던 모습은, 그 목소리며 표정 모두가 너무나 가혹하고 냉정했습니다. 소녀의 마음은 어찌해야 할지를 모를 정도로 쓰리고 아팠어요. ”


당시 유운의 침묵을 그리 받아들었구나 여긴 유운이 어리광을 부리듯 품속에 뛰어든 자혜공주의 등을 토닥였다.


“ 공주, 그게 아니오. 나의 근본은 반드시 내입으로 공주에게 말씀을 해드려야 할 중요한 이야기였지요. ”

“ 압니다. 지금에야 모두를 알았습니다. 오라버니의 그 깊은 마음을 모두 알았습니다. 지난 날의 그 처절한 사연까지도. ”

“ 그런데 어찌 그리 웃음을 띠오? ”

“ 호호호···, 그래서 혼자 웃었습니다. 소녀가 너무 철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예요. ”

“ 철이라니? ”

“ 하오문주 그분, 정말 농염(濃艶)한 육체를 지녔더군요. 때문에 오라버니의 저에 대한 마음이 식어 버린 것은 아닌가 오해를 했었지요. 오라버니와 하오문주, 두 분이 정분을 나누는 자리에 제가 뜬금없이 나타나, 방해를 받은 오라버니께서 저에게 화풀이를 하며 그리도 무심히 대하는 줄 오해를 했단 말입니다. 그러니 혼자 웃음이 날 수밖에요. ”

“ 이런. 공주께서 이 유운을 그런 사람으로 보다니! 날 그리도 허망한 사람으로 보셨소? ”

“ 아니, 아니에요. 허나 영문을 모른 저는, 오라버니의 무심함 때문에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몰라요. 오늘 오라버니의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저는 평생 잠을 이루지 못할 뻔 했답니다. ”


자혜공주는 점점 더 유운의 품속을 파고들며 앙증맞게 교태까지 부렸다.


“ 고··· 공주··· ”


살짝 치켜 뜬 눈망울과 초승달 같은 신비함을 지진 얼굴 그리고 이제는 제법 농익은 여체에서 풍기는 향기가 마음을 흔들었다. 유운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호흡을 가다듬으며 힘주어 말했다.


“ 미안하오, 공주. 내 다시는 공주의 눈에 눈물이 흐르게 하지는 않겠소! ”

“ 기뻐요, 오라버니! ”


말과 동시에 자혜공주의 입술이 다가와 유운의 입을 덮었다.


“ 흡! ”


격정이 치밀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마음을 겨우 진정시킨 유운이 두 팔로 공주를 꼭 껴안아 주던 은근한 목소리로 공주를 달랬다.


“ 밤이 깊었소. 서문어르신과의 회합이 끝난 후 조만간 공주를 뵈러 자혜궁으로 찾아가리다. ”

“ 싫어요, 오라버니. ”


아쉬움이 가득한 공주의 어투였다. 그러나 자혜공주도 이곳이 억지를 부릴 만한 장소는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오라버니. 대신 내일은 꼭 소녀의 곁을 지켜주셔야만 합니다. 저 혼자로는 서문대인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


어쩔 수없이 유운의 품속을 벗어나면서도 애교 띤 얼굴로 응석을 부렸다.


“ 알겠소, 공주. 이제 돌아가 주무시도록 하구려. 내일 맑은 정신으로 그를 맞이해야지요. ”


* * * * * * * * * * * * * * * * * *


다음날 오후,

이미 깨끗이 단장되고, 실내의 한 가운데는 둥근 탁지를 놓아 손님을 맞을 만반의 준비를 갖춘 비연원의 밀실 운향원(雲香院)으로 들어서던 서문인걸이 그곳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는 유운을 발견하고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웃으며 한마디를 던졌다.


“ 허허허, 구공자께서는 당연히 계시리라 짐작은 했습니다만 어른도 함께이십니다. ”

“ 불청객은 아니외다. 어서 자리에 앉으시지요. ”


오늘도 역시 기변연환의 수법으로 외모를 변화시킨 유운이 인사를 하자 그렇지 않아도 앉으려 했다는 듯 서문인걸은 얼른 원탁의 가운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공주의 앞이던 어떤 자리던 그 누구도 안중에 없다는 안하무인의 태도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를 갸웃했다.


‘ 내게 말을 전하러 왔던 광진 호위는 그 태도가 공손하고 말에 고분고분 따른 것을 보면 분명 미혼독(迷魂毒)에 중독 된 게 분명해 보이는데 공주는 너무나 태평하다. 혹시 이들에게 미혼독이 생각처럼 먹혀들지를 않았는가, 아니면 그사이에 누군가가 해독을 시킨 건가? ’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는 이들의 모습에 의아스러워 하면서도 서문인걸은 스스로의 무공을 믿어 거만하기가 그지없었다. 그렇게 머리를 굴리는 동안 모두가 자리를 찾아 좌정을 한 후 학련이 이들을 대접할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주방으로 향하자 서문인걸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


“ 학련낭자. 음식은 그만 두시오. 그보다 공주와 긴히 의논해야 할 사안이 있으니 다른 분들은 자리를 좀 비켜 주시고 이곳에 잡인의 근접을 막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


평소와는 달리 급히 서두르는 모습이 아마 시간에 쫓기는 듯 했다. 그도 아니면 다른 사람은 상대할 필요가 없으니 오로지 자혜공주와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서겠다는 심산인지, 어쨌든 마음이 조급해 보이는 것만은 틀림이 없었다.


“ 어허, 어른께서도 함께 주변을 둘러봐 주시지요. ”


은연중 자리를 비켜달라고 언질을 주었다. 그런데도 눈치 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버티는 유운에게 직접 비켜줄 것을 재촉했다. 그러자 자혜공주가 나서며 그 말을 막았다.


“ 서문대인, 이 어른에게는 내가 특별히 곁에 계셔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부담 갖지 말고 말씀을 하셔도 됩니다. ”

“ 그래요? 중요한 일이라 생각되어 공주와 둘만 머리를 맞대고 은밀히 의논을 할까 했었는데... ”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공주가 은근히 편을 들었다. 서문인걸은 내심 괜한 방해꾼이라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데 오늘 자혜공주의 표정은 그날과는 달리 이 중년문사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 가만. 그날, 모두 독이 든 차를 마시는 모습을 분명히 보았다. 그런데 이 문사의 표정도 공주와 마찬가지로 독을 들이킨 중독의 흔적이 없다. 어쩌면 이 문사가 독에 조예가 깊어 해독이라도 시킨 것인가? ’


서문인걸은 여러 가지의 경우를 머릿속에서 생각을 하며 유운을 면밀히 주시했다. 그러나 하고 있는 꼴이나 하품만 늘어놓는 모양새가 어설프기 그지없는 인물이다.


‘ 그렇다면 공주가 의지하려는 이유는 이 문사의 지혜? 그래. 그럴게다. 이 문사의 지혜를 빌리고자 함이 분명하다. ’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는 서문인걸을 보며 자혜공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무슨 생각을 그리도 깊이 하십니까? 이제 나와 의논하고자 하는 일을 말씀하시지요. ”


앞에 버티고 앉은 중년문사의 정체가 대체 무언가 그 생각에 젖어 있다가 순간 정신을 차린 서문인걸이 자세를 바로 했다.


“ 어어···,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느라, 죄송합니다. 공주, 긴 말 필요 없이 단도직입으로 말씀을 드리지요. 소인이 공주와 힘을 합쳐서 조평환을 제거할까 합니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공주가 깜짝 놀라 얼른 유운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유운은 듣지 못한 척 아무 말이 없다. 자혜공주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황급히 다시 물었다.


“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

“ 조평환 말이외다. 황실은 권위를 잃고, 또한 건강이 악화되어 몸져누운 황제를 대신해 모든 정사를 주무르는 조평환의 학정은 이제 더는 두고 볼 수 없을 만큼 극에 달했습니다. 그 폐해는 고스라니 백성들에게 돌아가고, 드디어 백성들의 분노도 하늘에 치솟아 한시도 시간을 늦출 수 없게 되었습니다. ”


명분은 분명하나 뜻밖의 제안이었다. 또한 함부로 입 밖에 뱉어 낼만한 말도 아니었다. 자혜공주는 도저히 서문인걸의 심중을 짐작 할 길이 없어 또다시 유운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 공주를 향해 유운이 승낙 하라는 표시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으음, 내 짐작이 맞았다. 공주는 판단이 어려울 경우 저 문사에게 지혜를 빌려 자문을 받고자 했구나. 후후후, 저놈도 내말이 옳다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구나. ’


그런 유운의 모습을 바라보던 서문인걸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 서문대인, 그러나 조평환도 쉬 제거될 인물은 아닙니다. 지금의 조정에는 대다수가 조평환을 따르는 무리들이고, 그들이 모든 요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

“ 맞습니다. 그 때문에 공주를 뵙고자 했지요. ”

“ 그 때문이라니? ”

“ 예, 공주께서 도움을 주시면 의외로 일이 쉬 풀릴 겁니다. ”

“ 내가 도와야 할 일이 무엇인지? ”

“ 지금 조평환의 손발이 되어있는 사영대의 무인들은 원래 황궁의 밀부인 내밀원의 군사들입니다. 공주께서 황제께 아뢰어 그들을 내밀원의 어림군(御林軍)에 복속시켜 조평환의 명을 따르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 두십시오. ”

“ 그렇게 하면 조평환이 이상하게 여겨 낌새를 알아차리지 않을까요? ”

“ 철저한 준비를 한 후 신속하고 은밀하게 진행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이 제안은 공주와 단 둘이서만 나누고자 했었습니다. ”


비밀이 새어 나가면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지금의 이 한마디는 공주가 이 문사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가, 그 마음을 떠보기 위해 공주에게 던진 말이기도 했다. 그 말을 들은 유운의 얼굴에도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 서문대인, 염려마세요. 이 어른은 가족이나 진배없으니 비밀은 철저히 지켜질 겁니다. 마음 놓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


오히려 염려 말고 어서 말하라 재촉하는 자혜공주였다. 그런 자혜공주의 편안한 모습을 보며 서문인걸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다시 입을 열었다.


“ 공주, 그 순간이 되면 공주께서 거느리고 있는 어림군의 지휘를 소인에게 맡겨 주셔야 됩니다. 그리해야만 영(令)이 일사불란하여 거사를 이루는데 실패가 없을 겁니다. ”


결국 황궁내의 모든 군사들에 대한 지휘권을 자신에게 넘겨 달라는 요구였다.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한 자혜공주가 또 한번 유운의 표정을 살폈다. 그 순간 자혜공주의 귀에 유운의 전음이 조그맣게 흘러들었다.


‘ 공주, 조정에 분란이 일면 분명 조평환의 아들 익균이 국경을 지키고 있던 대군을 이끌고 황궁으로 움직일 것입니다. 그 대군을 어떻게 막을 건가를 물어보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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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혼란의 시작 2 16.06.01 5,733 43 14쪽
48 第 11 章 혼란의 시작 1 16.06.01 6,041 46 16쪽
47 자혜궁 연정 2 16.06.01 6,001 43 14쪽
46 第 10 章 자혜궁 연정 1 16.06.01 6,047 45 12쪽
45 치밀한 계략 5 16.06.01 5,817 41 12쪽
44 치밀한 계략 4 +1 16.06.01 5,950 43 14쪽
43 치밀한 계략 3 16.06.01 5,948 44 13쪽
42 치밀한 계략 2 16.06.01 6,069 44 11쪽
41 第 9 章 치밀한 계략 1 16.06.01 6,256 44 14쪽
40 의도된 정사(情事) 5 16.06.01 6,335 43 13쪽
» 의도된 정사(情事) 4 16.06.01 6,430 39 17쪽
38 의도된 정사(情事) 3 16.06.01 6,427 46 13쪽
37 의도된 정사(情事) 2 16.06.01 6,554 50 10쪽
36 (2券) 第 8 章 의도된 정사(情事) 1 16.06.01 6,882 46 12쪽
35 보이지 않는 손 5 16.06.01 6,367 47 12쪽
34 보이지 않는 손 4 16.06.01 6,780 49 11쪽
33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3 16.06.01 7,267 52 11쪽
32 보이지 않는 손 2 +1 16.06.01 6,793 58 14쪽
31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1 16.06.01 7,043 51 11쪽
30 싱그러운 육체 2 16.06.01 7,847 49 19쪽
29 第 6 章 싱그러운 육체 1 16.06.01 8,039 52 14쪽
28 서문발호(西門跋扈) 5 +2 16.06.01 7,706 51 12쪽
27 서문발호(西門跋扈) 4 +1 16.06.01 7,739 54 10쪽
26 서문발호(西門跋扈) 3 16.06.01 7,520 57 14쪽
25 서문발호(西門跋扈) 2 16.06.01 7,593 54 12쪽
24 第 5 章 서문발호(西門跋扈) 1 +1 16.06.01 7,996 52 14쪽
23 음모의 단초 4 16.06.01 8,171 53 16쪽
22 음모의 단초 3 16.06.01 8,045 59 13쪽
21 음모의 단초 2 16.06.01 8,343 5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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