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건곤정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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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최근연재일 :
2016.06.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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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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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서문발호(西門跋扈) 5

DUMMY

그날이후 연환서숙에는 수도 없이 몰려드는 유생문사와 무림협인들을 맞이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서숙의 그런 모습을 본 백성들은 서숙을 지키는 서문인걸의 덕망에 감복해 모여든 문무협사라 생각을 해 입이 마르도록 칭송했다. 그렇게 모여든 인물들 중 뜻밖에 낮 익은 청년 황보정이 그들의 틈에 끼어있었다.

그 와중에, 서문인걸이 먼 길을 나서려는 차림새로 손님들의 접대에 바쁜 화령의 곁으로 다가왔다.


“ 화령아, 내, 어딜 좀 다녀오마. ”

“ 예, 아버님. 그런데 어디로 출타를 하시려는지? ”

“ 약속한 일이 있다. 이 기회에 그들과 만나 한 가지 일을 매듭지으려 한다. 다녀올 동안 이 사람들의 대접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라. ”


서숙의 일을 당부하는 서문인걸의 모습이 꽤 중요한 나들이 인듯했다.


“ 예, 염려마시고 편히 다녀오세요. ”


그렇게 연환서숙을 당부하고 길을 떠난 서문인걸은 개봉을 지나 남쪽으로 하루를 꼬박 달려 호북의 도시 무한(武漢)에 당도했다.


“ 늦지는 않았구나! ”


하늘의 해를 바라보던 서문인걸은 강남 삼대명루 중의 한곳인 황학루의 오층 전망대에 올라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리고는 눈 아래 길을 오가는 뭇 군상들을 뚫어지게 내려다 보았다.

일각 이각 점점 시간이 흐르자 초조한 마음은 깊어지고, 결국 기다리던 인물이 나타나지 않자 서문인걸의 마음속에는 분노가 끓어올랐다.


“ 이놈이! 결국 나의 제안을 거부하는구나. 오냐! 내 당장 달려가 너희들의 본산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겠다! ”


입술을 꼬옥 깨물고 장강의 물줄기를 바라보는 서문인걸의 눈자위가 파르르 떨렸다.


급히 황학루를 나선 서문인걸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 먼 곳 사천성 성도의 북서쪽을 향해 달렸다. 그곳 청성산에 청성파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 이놈 일엽, 나와의 약속을 이리도 가볍게 생각했겠다! ”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

서문인걸이 만나고자 약속했던 인물은 청성파의 장문인, 단심도장(丹心道長) 일엽(一葉)이었다.


이윽고 눈앞에 숲이 우거진 천사동이 나타났다.

그러나 천사동에서 청성의 산문으로 통하는 입구에는 이미 서문인걸이 달려들 것을 예상이나 했다는 듯 수많은 청성의 고수들이 진(陣)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 멈추시오! 누구도 청성의 경내로 들이지 말라는 장문인의 명이 계셨소이다! ”


그러나 서문인걸의 귀에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 비켜라! 물러서지 않는 놈은 내손에 목숨이 달아날 것이다! ”


서문인걸은 막무가내로 그들 사이를 헤치며 경내로 달려들었다.


“ 이놈이! 모두 나서서 막아랏! ”


스무 다섯 명의 청성의 제자들이 다섯 사람씩 짝을 이루어, 막무가내 돌진하는 서문인걸의 앞을 막아섰다.


“ 방해를 말라 했거늘! 차앗! ”


서문인걸은 뛰어들던 걸음을 멈추지도 않고 두 손을 들어 앞으로 휘익 뿌렸다. 그 순간 소림의 절정신공 대승무상신공(大乘無想神功)의 강력한 장력이 거친 파도처럼 청성의 제자들을 덮쳤다.


- 쿵, 크아앙!

- 펑펑, 퍼엉!


손에서 뻗어난 손바람은 다섯 갈래로 나뉘어 상대를 강타하자 그 장력을 맞은 청성의 제자들은 도저히 견디지 못해 뿔뿔이 흩어지는 것 같았다. 서문인걸은 그 틈을 헤집고 신속하게 뛰어들어 진양문의 본전 건물을 향해 달렸다. 그러나!


“ 어헉, 이놈들이! ”


다섯 명씩 짝을 이루어 서문인걸의 앞을 막아선 청성의 제자들, 그들이 빙글 엇갈려 도는 순간, 그 속으로 뛰어든 서문인걸의 눈앞이 마치 새로운 세상처럼 헛것이 보이며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환영이었다.

높이 서있던 나무들이 허공에서 뒤엉켜 하늘을 검게 가리고, 청성의 제자들은 둥실 허공으로 떠올라 서문인걸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곤 먹이를 발견한 제비가 순식간에 벌레를 낚아채는 형상으로 손살 같이 내려 꽂혔다가 다시 날아오르며 서문인걸의 시야를 정신없이 현혹했다.


“ 허! 이것이 그 유명한 오행환진(五行還陣)이로구나! ”


부운약표(浮雲躍飄)의 신법에 사전절광검(射電絶光劒)을 응용한 청성파의 절진 오행환진이다. 그 환진 속에 갇히면 강호의 어느 고인도 감히 진속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스무 다섯 명의 청성고수들이 다섯 명씩 한조를 이루고, 그 한조가 또 다시 다섯으로 나뉘어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방위를 딛고 종(縱)으로 뛰고 횡(橫)으로 날며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되어, 그 진속을 헤매다 결국은 스스로 몸속의 진기가 고갈되어 목숨을 잃게 만든 다는 가공할 검진이었다.


“ 어허, 낭패로구나! ”


무작정 뛰어들다 그 절진 속에 빠져든 서문인걸은 이리 뛰고 저리 달리며 쉴 새 없이 손바람을 날려 보아도 장력은 무심히 허공을 가를 뿐 도저히 빠져나갈 틈새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한층 더 공력을 끌어올려 손끝에 집중시키고 수갑자의 내공을 실어 청성제자들을 향해 날려 보냈다. 그러나 그 극강한 공력은 분명 청성제자들의 신형을 통타했으나 서문인걸의 손에서 뻗어난 벽공장력은 그들의 신형을 스치듯 지나가 버리고 그 장력 모두 허공 속으로 빨려들기만 했다.


“ 가만··· 모두가 허상이 아닌가! ”


손바람을 정통으로 맞으면 아무리 내공이 충만한 인물이라도 신형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물며 허공에 떠있는 신형이라면 한참을 뒤로 밀려나야 마땅하다. 그런데 청성제자들의 몸에 적중한 장력은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통과해 버린다. 서문인걸의 머리에 어떤 생각이 번쩍 떠올랐다.


“ 으음, 장력이 모두 통과해 버리는 허상이라? 그렇다면 저놈들의 진신을 찾아야 한다. 오행의 상생상극(相生相剋)! 그렇다면 상극의 방위를 찾아 파훼를 하면 되겠구나! ”


토극수, 수극화, 화극금, 금극목, 목극토를 기점으로 해 상극(相剋)의 방위를 밟으며 움직이는 진양고수들의 몸놀림을 부릅뜬 눈으로 살피던 서문인걸은 오행의 위치를 역(逆)으로 밟으며 손바람을 날렸다.


- 번쩍, 슈우우우웅!


소리도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 무형장력이 다섯 방위를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그러나 그 장력은 조금 전 펼쳤던 대승무상신공이 아닌 또 하나의 처음 보는 장공(掌功)! 소림 비전의 절공이라는 대승무상신공조차도 감히 따를 수 없는 극상의 무공이었다.


“ 컥, 크큭! 크으윽! ”

“ 악! 아아악! ”


순식간에 다섯 무리의 몸뚱이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 분명 나서지 말라 경고를 했었다. 나를 원망하지 말라! ”


그 짧은 순간에도 오행환진의 허점을 파악해 치명적인 공격을 가한 서문인걸이었다. 바닥에 넘어져 고통을 호소하는 청성파의 제자들을 뒤돌아보지도 않고 경내의 상청궁 현의전(玄意殿)으로 뛰어든 서문인걸은 실내의 단상위에 앉아 있는 청성장문인 단심도장 일엽을 향해 소리쳤다.


“ 이놈 일엽, 나는 단지 그대를 만나 정세를 논하기를 원했을 뿐이건만 네 놈은 나와의 약속장소에도 나타나지 않고 목숨을 노렸다! ”


분노가 치밀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서문인걸이 집무실로 뛰어드는 모습을 본 단심도장 일엽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가득했다.


‘ 오행환진을 뚫고 이곳까지 오다니! 이놈이 과연 영걸은 영걸이구나! ”


마음속으로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급히 단상에서 내려온 일엽이 노기 가득한 서문인걸에게 앉을 자리를 안내하며 고개를 숙였다.


“ 아니오, 아니외다. 무언가 오해가 생긴 듯합니다. ”

“ 오해라? 그런 네놈이 입구에는 사진(死陣)을 펼쳐 나를 죽이려 했느냐? ”

“ 서문대인, 그게 아닙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우선 고정하시고 여기에 앉으십시오. ”


등골에는 식은땀이 서늘하게 흘렀다.


“ 일엽! 청성파가 위급할 때가 아니면 펼치지 않는다는 오행환진을 전개해 나의 목숨을 노린 네놈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 내 오늘 네놈을 그냥두지 않겠다. ”


권하는 자리에 앉으려 하지도 않고 분노가 가시지 않은 얼굴로 노성을 뱉어내는 서문인걸을 보며 일엽은 앞자리에 서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그게 아닙니다. 빈도는 본문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황학루에 가지를 못했소이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오행환진을 펼쳐 서문대인을 맞이하라 일러둔 것은 대인의 능력을 청성파의 제자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라는 배려였습니다. ”

“ 배려라니? 그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를! ”

“ 빈도는 환진(還陣)따위가 대인을 어찌하지 못할 거라 믿었습니다. 본문의 제자들이 그렇게 대인의 높은 무공을 경험하면 두말없이 대인의 제안에 따르지 않겠습니까? ”


언뜻 일리 있는 말처럼 보이나 청성장문인 일엽의 말은 핑계거리에 불과했다. 실은 제자들의 승복이 아니라 우선은 서문인걸이 오행환진을 뚫지 못할 거라 확신을 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환진이 깨어지자 그 경천동지할 무공에 놀라 황급히 둘러댄 말이었다.


“ 기막힌 변명이로다. 머리하나는 비상하게 움직이는 구나. 허면 나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대답이렸다? ”

“ 그··· 그게··· ”


일엽은 서문인걸의 다그치는 말에 대답을 머뭇거리며 한편으로는 암암리 손에 공력을 모았다. 상대의 무공이 절정에 다다랐다고는 하나 방심을 한 틈을 노려 현문의 상승무공인 일휘풍뢰(一揮風雷)의 격공장(擊功掌) 한수를 기습적으로 전개해 단숨에 제압하려는 계산이었다.


“ 어허, 똑바로 답하지 못할까? ”

“ 예, 서문대인. 대인과 빈도의 뜻이 일치 한다면 대인을 돕지 못할 이유도 없지요. 그러니 대인의 복안을 빈도에게 말씀해 주시지요. ”


단심도장 일엽은 서문인걸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은근한 어조로 대답을 하며 그의 옆으로 조금 더 다가섰다. 그리고 서문인걸이 입을 열려는 순간,


“ 차앗, 이 일장은 피하지 못할 것이야! ”


일엽은 혼신의 힘을 손바닥에 모아 서문인걸의 가슴팍을 향해 날렸다.


- 펑, 퍼억!


이 초식 한수로 강호에 이름을 떨친, 마치 큰 붓이 화선지위를 내달리 듯 손바닥 안에 폭풍 같은 바람을 몰아 상대를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일휘풍뢰장(一揮風雷掌)이다. 장력이 휘몰아치는 소리조차 요란했다. 그 초절한 장력이 거센 바람을 몰아 서문인걸의 통타했다. 이제 서문인걸은 그 강력한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튕겨 나가며 바닥에 뒹굴어야만 한다. 그런데,


“ 어어어··· 없다? 이놈이 사라졌다! ”


분명 눈앞 넘어져 뒹구는 모습을 보았건만 서문인걸의 신형은 그 자리에 없었다. 일엽이 어리둥절 사방을 실피는 순간, 서문인걸의 손에서 번개보다도 빠르게 한줄기 빛이 뻗어나 일엽의 단전을 향해 날아들었다.


“ 큭, 크윽. 끄으으으! ”


오히려 일엽이 복부를 쥐어 안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고통의 고비를 넘었다.


“ 이놈! 청성파의 장문인이라는 네놈의 체면을 보아 함께 세상을 논하려 했으나 이제는 틀렸다. 이제는 청성이라는 이름은 없다. 다시는 강호에 나서지 말고 봉문하라. 아니면 모두 서문가의 종이 될 뿐이다. ”


과연 대단한 인물이었다.

단 한사람, 오직 단 한사람의 힘으로 백여 명의 청성제자들을 굴복시키고 한순간에 청성파를 부들부들 떨게 만든 소름끼치도록 가공할 서문인걸의 무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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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第 11 章 혼란의 시작 1 16.06.01 6,041 46 16쪽
47 자혜궁 연정 2 16.06.01 6,002 43 14쪽
46 第 10 章 자혜궁 연정 1 16.06.01 6,047 45 12쪽
45 치밀한 계략 5 16.06.01 5,817 41 12쪽
44 치밀한 계략 4 +1 16.06.01 5,950 43 14쪽
43 치밀한 계략 3 16.06.01 5,948 44 13쪽
42 치밀한 계략 2 16.06.01 6,069 44 11쪽
41 第 9 章 치밀한 계략 1 16.06.01 6,257 44 14쪽
40 의도된 정사(情事) 5 16.06.01 6,336 43 13쪽
39 의도된 정사(情事) 4 16.06.01 6,430 39 17쪽
38 의도된 정사(情事) 3 16.06.01 6,427 46 13쪽
37 의도된 정사(情事) 2 16.06.01 6,554 50 10쪽
36 (2券) 第 8 章 의도된 정사(情事) 1 16.06.01 6,882 46 12쪽
35 보이지 않는 손 5 16.06.01 6,367 47 12쪽
34 보이지 않는 손 4 16.06.01 6,781 49 11쪽
33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3 16.06.01 7,268 52 11쪽
32 보이지 않는 손 2 +1 16.06.01 6,793 58 14쪽
31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1 16.06.01 7,043 51 11쪽
30 싱그러운 육체 2 16.06.01 7,847 49 19쪽
29 第 6 章 싱그러운 육체 1 16.06.01 8,039 52 14쪽
» 서문발호(西門跋扈) 5 +2 16.06.01 7,707 51 12쪽
27 서문발호(西門跋扈) 4 +1 16.06.01 7,740 54 10쪽
26 서문발호(西門跋扈) 3 16.06.01 7,520 57 14쪽
25 서문발호(西門跋扈) 2 16.06.01 7,593 54 12쪽
24 第 5 章 서문발호(西門跋扈) 1 +1 16.06.01 7,996 52 14쪽
23 음모의 단초 4 16.06.01 8,171 53 16쪽
22 음모의 단초 3 16.06.01 8,045 59 13쪽
21 음모의 단초 2 16.06.01 8,343 5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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