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건곤정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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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夜月香
작품등록일 :
2016.05.31 21:37
최근연재일 :
2016.06.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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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6.0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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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의도된 정사(情事) 2

DUMMY

“ 사숙, 이게 어찌된 사실입니까? ”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아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눈앞에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 연유를 혜승대사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 조용히 하고 들어라! 이 일은 너희들의 사부인 전대의 방장께서 안배해 놓은 일이다. 신왕조가 강호의 모든 방파를 억압하기 시작할 그때, 너희들의 스승인 혜광방장이 지금의 방장인 지원에게 장문직을 물려주며 이미 은밀히 계획하여 진행시킨 일이었다. ”

“ ······? ”

“ 당시, 수련이 깊고 능력이 뛰어난 지덕을 마다하고 지원에게 방장직을 물려준 의미를 아는가? ”


그 당시, 지금 방장직을 건네받은 지원대사도 자신에게 장문방장직을 맡긴 사부님의 선택을 의아하게 생각하긴 했었다. 허나 그 이유는 지금도 알지 못하기에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왜 그리하셨습니까? ”

“ 그건 말이다. 듣기에는 조금은 가혹한 말일지는 모르나, 가장 평범한 그대에게 소림의 방장을 맡겨, 더 이상 소림은 발전할 가능성이 없는 듯 꾸미고 신왕조가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부터 제거하려는 예봉(銳鋒)을 피해 후환을 남기지 않으려는 뜻이었다. ”

“ 허면, 무림의 모든 문파가 소림을 축으로 연맹하는 것을 방지하려했단 말씀입니까? ”

“ 그렇지. 무림이 연맹을 이루어 조정에 반기를 든다면 신왕조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겠느냐! ”

“ 아하, 그리된 일이었군요. ”


지원방장의 속은 불편했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 그보다 이제야 그때의 의문이 풀린다는 표정으로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게 지원에게 방장직을 물려준 직 후 나와 너희들의 사부는 훗날의 소림을 위해서 은밀히 기재를 찾아 나섰다. 그러든 차, 마침 낙양의 백마사 아래를 지나다 우연히 한 아이를 발견했다. 그 아이는 가히 천하의 기재였다. 그러나 조정의 눈과 귀를 염려해 그 아이를 소림으로 데려오지를 못하고 속가에 그대로 두고는 나의 제자로 삼았다. 물론 나와 너희들의 사부는 은밀히 그 아이에게 무공을 가르쳐 왔다. 그때의 그 아이가 이 아이 인걸이다. ”


혜승대사는 그리 말하며 손으로 서문인걸을 가리켰다.

자신들은 서문인걸이 단지 불문과 인연이 닿은 소림의 평범한 속가제자로만 여기고 있었고, 그것도 조정의 눈을 피해 일년에 한 번씩 지덕대사가 서문가를 방문해 무공의 성취를 점검하지 않았던가? 듣는 모두에게 충격적인 말이었다.


“ 사숙, 그렇다면 지덕사제에게 명해 매년마다 서문가를 찾아보게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 그건 너희들과 이 아이의 사이가 소원해 지지 않도록 찾아보게 한 것이다. ”


긴 이야기를 끝낸 혜승대사가 서문인걸을 보며 무언가 재촉을 했다.


“ 얘야, 어서 그것을 모두에게 보여주도록 하라! ”

“ 예, 사부님! ”


혜승대사의 재촉에 서문인걸은 품속에서 물건을 꺼내 그것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쳐 들고는 입으로 불호(佛呼)를 읊조렸다. 영롱히 빛나는 맑고 투명한 염주였다.


“ 아앗, 백팔한옥금강주! ”


염주가 드러나는 순간 달마동에 모인 모두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망연자실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때, 혜승대사의 입에서 노한 일갈이 터져 나왔다.


“ 이놈들! 백팔한옥금강주는 소림 조사(祖師의 신물이다. 소림제자들은 어서 그 앞에 무릎을 꿇지 못할까? ”


백팔한옥금강주(百八寒玉金剛珠)!

그것은 곧 방장의 녹옥불장(綠玉佛杖)보다도 우선하는 권위를 지닌 소림의 진산지보이며 역대 조사들에 의해 면면이 이어져 소림을 이끌어온 소림 최고의 신물이었다. 혜승대사의 일갈에 모두 서문인걸의 앞에 몰려와 무릎을 꿇었다.


“ 소림의 제자들이 조사님을 알현합니다. ”


혜승대사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신속히 연화대(蓮花臺)에서 내려와 그들의 곁에 무릎을 꿇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 사부님께서 어찌 이 제자 앞에 무릎을 꿇고 계십니까? 이러지 마십시오. ”


혜승대사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서문인걸에게 말했다.


“ 아니오. 소승도 백팔한옥금강주앞에서는 한낱 소림의 제자일 뿐이외다. 이제 서문조사께서는 그 염주를 목에 거시고 소림을 이끌어야 할 거외다. 그리고 남아있는 한 가지의 보물도 보여 주셔야지요. ”


또 하나의 보물이라니? 소림에 어떤 보물을 더 있었단 말인가? 모두가 궁금한 눈빛으로 서문인걸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서문인걸이 품속에서 꺼내 두 손으로 공손히 앞으로 내민 것은 겉표지에 소림지밀비록(小林至密秘錄)이라 적혀진 조그만 책자 한권이었다. 그 책자를 보며 혜승대사가 소림제자들을 돌아보며 조용히 말했다.


“ 이 책자는 서문조사께서 달마동을 드나들다 연화대의 석대아래에 숨겨져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무공비록(武功秘錄)이다. 이 책자 속에는 소림의 역대 조사들께서 남긴 무공정화만 수록되어 있는 소림 지보중의 지보인 지밀비록이다. ”

“ 소림의 지밀비록? ”


달마동내의 모든 눈동자들이 안광을 번득이며 책자에 쏠렸다.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소림지밀비록, 아무도 그 존재조차도 믿지 않았던 비록이 서문인걸의 수중에 있다. 이제는 도리 없이 서문인걸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계속되는 놀라움에 어안이 벙벙해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들을 서문인걸이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 소림제자들은 들으시오! 소림의 번성을 위해 나는 모든 힘을 다할 것이오. 이제 곧 소림제자들의 위맹을 보여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소이다. 앞은 언제나 이 서문인걸이 서서 모든 바람을 막으리다. 소림제자들은 나를 믿고 따라 주시기를 바라오. ”


감히 바라볼 수 없는 위엄이었다.


“ 예, 제자들은 조사님의 분부를 명심하여 따르겠습니다. ”


백팔한옥금강주는 아무도 그 권위를 거역할 수 없는 지엄한 소림의 신물이 아니던가? 도리 없이 모두 서문인걸의 면전에 머리를 조아리며 명(命)을 받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서문인걸의 모습을 지켜보는 혜승대사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흘렀다.


삼일!

서문인걸이 소림에 머문 기간은 단 삼일이었다. 그 삼일동안 소림의 제자들에게 지밀비록속의 무공을 각자의 능력에 맞게 한 가지씩 전수를 한 후 급히 어디론가 바쁜 모습으로 사라졌다.


* * * * * * * * * * * * * * * * * *


햇볕이 따사하게 내려쬐는 한가한 오후, 유운은 뜻밖에 화양별궁을 방문한 하오문주 화빙아를 맞이해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 문주, 이제 몸은 괜찮으십니까? ”

“ 예, 공자님 덕분에 더욱 내공이 증진된 느낌입니다. ”

“ 부상당한 문도들은 어떠합니까? ”

“ 그들도 모두 회복되어 지금은 기력을 모두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공자님, 그때 공자님이 떠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아 검은 복면을 한 누군가가 찾아와 이곳저곳을 살피고 갔습니다. 어찌 그가 올 것이라 짐작을 했습니까? ”

“ 소생도 그곳을 찾지 않았소? 소생이 생각한 바를 그도 당연히 생각을 했었던 게지요. ”

“ 공자께선 그 복면인이 누군지, 본문을 살피러 온 목적이 무언지를 알고 계신 듯합니다? ”


유극관에게 당한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풍비박산난 근거지를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나 일일이 확인까지 하고 돌아갔다. 화빙아는 유운이 그 이유를 짐작하는 것 같아 물었다.


“ 문주, 곧 그들이 스스로의 은계를 드러내는 움직임이 있을 거외다. 그보다 소생이 문주께 한 가지 도움을 청하려 하는데 괜찮으신지? ”

“ 무슨 그런 서운한 말씀을. 저와 하오문의 큰 위급을 막아주신 공자님이 아니십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도와 드려야지요. ”


화빙아가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했다.


“ 그리 생각하신다면 안심하고 청을 드리리다. 소생이 부탁드리고자 하는 일은··· ”


말을 계속하려는 그 순간,


“ 주군, 공주께서 납시어 계십니다. ”

“ 공주께서 어인일로? ”


그런데 의외로, 공주가 왔다는 전언에 하던 말을 멈추고 바라보는 유운의 표정은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았다.


“ 주군! ”

“ 그래 알았다. 이리로 모셔 오너라. ”


방문을 사이에 두고 오가는 말에 무언가 불편한 기객을 느낀 화빙아가 당황했다.


“ 공자님, 손님이 찾아오신 것 같으니 저는 이만 물러갈까 합니다. ”


그런 화빙아에게 유운은 손을 저으며 만류했다.


“ 아니오! 그냥 계셔도 무방합니다. 아직 부탁의 말씀을 드리지도 못하지 않았습니까? ”


화빙아가 어물쩍거리는 사이에 문이 열리며 자혜공주와 구, 그리고 학련이 함께 안으로 들어섰다.


“ 오라버니,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

“ 공주, 오랜만이구려. ”


그 순간 화빙아의 눈에도 유운의 태도가 어딘가 달라 보였다. 공주라 불린 여인이 유운을 오라버니라 부르며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 분별(分別)하기 어려운 상황에 어리둥절 몸 둘 곳을 몰라 하는 화빙아를 자혜공주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공주역시 이 자리의 어색한 분위기를 느낀 탓이었다.


“ 화문주, 이분은 당금 황실의 공주이십니다. ”


화빙아가 얼른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예(禮)를 올리자 자혜공주가 화빙아의 두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반갑게 말했다.


“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한 문파를 영도하는 문주라 하여 건장하고 당찬 여걸(女傑)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렇듯 아름다운 용체(容體)를 지닌 분이었군요.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

“ 아닙니다. 폐월수화(蔽月羞花)같은 공주님의 앞에서 어찌 저 같은 몸이 그런 찬사를 들을 수가 있겠습니까. ”


얼굴을 검은 면사로 가려 기묘한 분위기가 감돌며, 무르익어 육향이 물씬 풍겨날 것만 같은 화빙아를 보며 덕담을 서로 주고받기는 했으나 자혜공주의 표정에는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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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자혜궁 연정 2 16.06.01 6,002 43 14쪽
46 第 10 章 자혜궁 연정 1 16.06.01 6,047 45 12쪽
45 치밀한 계략 5 16.06.01 5,817 41 12쪽
44 치밀한 계략 4 +1 16.06.01 5,950 43 14쪽
43 치밀한 계략 3 16.06.01 5,948 44 13쪽
42 치밀한 계략 2 16.06.01 6,069 44 11쪽
41 第 9 章 치밀한 계략 1 16.06.01 6,257 44 14쪽
40 의도된 정사(情事) 5 16.06.01 6,336 43 13쪽
39 의도된 정사(情事) 4 16.06.01 6,430 39 17쪽
38 의도된 정사(情事) 3 16.06.01 6,427 46 13쪽
» 의도된 정사(情事) 2 16.06.01 6,555 50 10쪽
36 (2券) 第 8 章 의도된 정사(情事) 1 16.06.01 6,882 46 12쪽
35 보이지 않는 손 5 16.06.01 6,367 47 12쪽
34 보이지 않는 손 4 16.06.01 6,781 49 11쪽
33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3 16.06.01 7,268 52 11쪽
32 보이지 않는 손 2 +1 16.06.01 6,793 58 14쪽
31 第 7 章 보이지 않는 손 1 16.06.01 7,043 51 11쪽
30 싱그러운 육체 2 16.06.01 7,847 49 19쪽
29 第 6 章 싱그러운 육체 1 16.06.01 8,039 52 14쪽
28 서문발호(西門跋扈) 5 +2 16.06.01 7,707 51 12쪽
27 서문발호(西門跋扈) 4 +1 16.06.01 7,740 54 10쪽
26 서문발호(西門跋扈) 3 16.06.01 7,520 57 14쪽
25 서문발호(西門跋扈) 2 16.06.01 7,593 54 12쪽
24 第 5 章 서문발호(西門跋扈) 1 +1 16.06.01 7,996 52 14쪽
23 음모의 단초 4 16.06.01 8,171 53 16쪽
22 음모의 단초 3 16.06.01 8,045 5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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